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521 - Chapter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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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량천옥이 그녀의 과한 반응을 보며 눈썹을 찌푸리며 따졌다. “엄마 제정신이에요? 그 계집애를 왜 싸고도는 거냐고요!"요 며칠 배준우와의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량일의 반응은 명확히 고은영을 감싸는 듯했다. 량천옥의 입장에서야 황당하고 이해가 안 갈 수밖에 없었다. 량일은 고통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천옥아, 제발 우리 더 이상 사람을 해치지 말자꾸나. 그게 다 우리에게 돌아올 거야.”“전 그런 거 안 믿어요!”인과응보? 돌아온다고?그런 미신 같은 말 따위에 흔들릴 량천옥이 아니었다.량일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인내심을 잃어버린 량천옥은 벌떡 일어나서 뒤돌아섰다.“천옥아!”“됐어요! 이 일은 배항준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는데 뭐 어쩌겠어요?! 제가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요!”그전에 고은영을 건들지 못 했던 건 아무래도 배준우의 보복이 두려워 서라지만, 이번에는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천의만큼은 지켜야 했다.고은영이 없었다면 배준우도 배항준에게 들이밀 명분이 없어질 것이다. 게다가 지금 배항준이 그녀에게 허락의 사인을 준 이상, 더 이상 그녀에게 망설일 이유 같은 건 남아있지 않았다.량일은 무정하게 돌아서는 딸의 옷자락을 잡아챘다.“안돼, 정말 그러면 안 된다!”“엄마!”량천옥도 이미 한계였다. 제 어머니가 저 못된 계집애를 감싸고돌다니? 량일의 마음이 요동쳤다. 그녀의 눈에서는 그전보다도 더한 광기가 보이고 있었다. 배항준이 눈감아 줄 거라는 그 믿음 아래, 이번에야말로 딸이 고은영에게 무슨 짓이든 할 거라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느껴지는 것이었다.피눈물을 흘리는 마음으로, 약간은 갈라진 목소리가 결국 입을 연 량일에게서 흘러나왔다.“걔, 그 애는 … 네 딸이란 말이다…!”공기가 순식간에 싸해졌다. 결국 그녀는 이 일을 꺼내고 말았다. 량일이 여태껏 이 일을 량천옥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결국 제 딸이 배윤을 낳고서도 그 아이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량천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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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이런 것이 하늘이 내린 벌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무너지듯 소파에 주저앉은 량천옥의 얼굴색이 희게 질려있었다.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어머니를 바라봤다.“거짓말이죠?... 지금 절 속이시는 거죠?”물론 량천옥도 잘 알고 있었다. 자기를 속일 이유가 있을까? 그런 것 따위 없다는 것쯤은 그녀도 너무나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는 심정이였기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대체… 널 왜 속이겠니.”일생을 자식에게 바친 어머니에게 자식을 속일 이유는 없었다. 1초, 1분…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둘 사이에는 죽음과 같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거의 1시간 동안 그 정적은 깨지지 않았다.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창백하게 질려 있는 량천옥이 천천히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아마 그 누구도 그 1시간 동안 그녀의 마음속에서 어떠한 고통과 고뇌가 있었을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그리워하며 마음속으로만 품어 왔던 아이의 존재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그녀에게 나타날 줄이야!“그래, 엄마 말이 맞아요. 인과응보네요. 이렇게 제게 돌아오고 말았네요!”량천옥이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이것이 바로 인과응보인 것이다. 그들이 한 모든 짓들에 대한 대가처럼 돌아온 것이었다.량일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 애를 제발 해치지 말렴…”해친다고? 이제 와서 어떻게 해친단 말인가!량천옥은 그제야 오늘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고은영을 노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생각해 내고,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걸었다.“사모님!”다행히 상대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이쪽에서는 약간 계획에 변동이 있을 것 같으니, 당분간 다른 행동은 하지 말아 주세요.”그녀는 상대가 자신의 상태를 알지 못하도록,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하며 입을 뗐다.그러나 량천옥 본인이 어떠한 절망을 안고 있는지 그녀 본인은 너무나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옆에 초조하게 서있던 량일도 량천옥의 입에서 계획을 취소한단 말이 나오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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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한편 배준우는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고은영을 끌고 퇴근길에 올랐다.졸졸 따라오는 그녀는 아직 모든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듯 보였기에 그는 일부러 고은영의 손을 잡고 걸었다.차에 탄 고은영은 샤인머스캣을 한 송이 무릎에 얹어두고 먹었다. 배준우가 그녀 쪽을 슬쩍 돌아봐 물었다. “맛있어?”“네! 맛있어요!”진청아가 사다 준 샤인머스캣을 먹고 있었다. 예전에는 한 송이 사는 것도 아까워서 못 샀던 것이었다.마트에서 과일 코너를 지나다 보면 예쁘게 포장된 것이 먹음직스럽고 보기 좋아서 항상 먹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비싼 가격에 참기만 했었다.“오후에도 먹어 놓고. 또 배고픈 거야?”“그러게요, 진짜 계속 배가 고프네요.”아마 뱃속의 아기가 영양분을 잘 흡수하고 있는 탓인지, 요 며칠 그녀는 예전보다 꽤나 자주 배가 고프다고 느꼈다.란완리조트로 돌아온 그들은 노 집사가 준비해둔 저녁상을 받았다.“저녁은 사모님이 좋아하시는 만둣국으로 준비해 두었습니다.”노 집사의 말에 고은영의 눈이 반짝 빛났다.“진짜요?!”“그럼요, 오후 내내 주방에서 빚고 있었는걸요!”혜나가 옆에서 거들었다.고은영은 정말로 신이 났다.어릴 때 할머니와 자라면서 식습관이 굳어져서인지 그녀는 만두라면 사족을 못 썼다. 만두 소리에 어린애처럼 기쁜 게 얼굴로 다 티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배준우의 입꼬리도 슬쩍 올라갔다.식탁에서 그녀는 한 번에 만두를 20여 개나 해치웠다.“만두 맛있었어?”“네! 내일은 버섯 들어간 만두가 먹고 싶어요.”“먹고싶으면 먹어야지.”배준우를 따라서 식탁 한편에 서있던 노 집사도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이 드시고 싶은 건 바로바로 준비해야지!이제 고은영도 슬슬 그의 곁에 있는 게 싫지 않아졌다. 예전의 공포심이 없어지니 같이 있는 게 좋았고 이제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행복했다. 고은영이라는 사람 자체가 원래부터 그렇게 매사에 계산적이거나 머리 굴리는 사람이 아니기도 했다.그때, 배준우의 핸드폰이 울렸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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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진짜로 거래처 두 곳에서 나 대표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고요?”이연이 참지 못하고 묻자 안지영이 고개를 끄덕댔다.“그렇다니까요!”“그럼… 차라리 가서 여쭤보는 건 어떤가요?”이연은 무슨 일이 생기든 앞뒤는 알아야 된다는 주의였다.오늘 오후에 안지영이 들었다던 그 전화의 이야기도 사실 구슬리고 또 구슬려서 간신히 들어낸 것이었다. 그것 말고는 도무지 더 이상 다른 얘기가 나올 기미가 없었다. 게다가 나 대표님조차 말을 안 하니, 그들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가서 여쭤보는 게 어떠냐는 말에 안지영은 계속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도 궁금하긴 매한가지였다.“… 뭐, 물어보기는 해야 될 것 같아요.”이렇게 된 이상 가서 물어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그럼 얼른 대표님 사무실로 가 봐요!”어차피 이미 지하철도 끊긴 시간이었다.“네, 이 팀장님 먼저 퇴근하세요. 전 여쭤 보고 갈게요.”이렇게 일이 커진 데다가 팀장님한테까지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사건이 해결되면 커피라도 사서 드려야지하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나태웅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도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하필 낫빛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안지영과 딱 마주치자마자, 그 안색이 더 나빠지는 걸 그녀는 보고야 말았다.“대표님, 회의 끝나셨나요?”“응.”나태웅은 곧바로 안지영 곁을 지나쳤다. 싸한 민트 향과 섞인 담배 냄새가 뒤를 따랐지만 싫지는 않은 냄새였다.그녀는 약간 초조하게 컵을 집어 드는 나태웅을 바라봤다. “저…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먼저 사과부터 해야지!그러나 뒤따라오는 말은 사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저도 오늘 이래저래 알아보았는데요…. 모두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나 대표님의 전화를 받았다는 말만 하셔서… 혹시 대표님이 전화하신 걸까요?”만약에 정말로 그가 전화를 걸었다면, 대체 뭔 전화였길래 사인하고 날인만 하면 끝날 계약이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파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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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그렇지만 내일 오전까지 계약을 어떻게든 따 내라는 말은 오늘 밤에 기획안을 만들어 내라는 말과 같았다.지금 벌써 이 시간인데, 그럼 퇴근을 아예 못한단 말이잖아!안지영이 입술을 깨물다가, 간신히 한마디를 쥐어짰다.“정… 정말 급한 일인가요?”“업체에서 내일 오후에 다른 회사와 미팅을 잡았어.”그러니까 오늘 밤에는 꼭 나와야 된다는 말이였다. 이 두 개의 중요한 업체를 남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안지영도 헐레벌떡 자기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밤 퇴근하기는 글렀으니 기다리지 말라고 전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나태웅은 회사에 열두시 조금 넘어서까지 있다가, 판매부 사무실 쪽으로 슬쩍 넘어갔다.그런데 웬걸, 판매부 사무실 문 안에서 웬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같이 들리는 것이었다!자세히 들으니, 바로 안지영과 장선명이었다.“뭐라도 좀 먹어.”“감사합니다…”안지영은 정말로 배가 고팠다.큰일이 터졌기에 그녀는 저녁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쫄쫄 굶은 상태였다.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 나태웅의 눈에 장선명이 포장해온 김치찜이 들어왔다.“대표님!”태웅의 등장에 벌떡 일어선 안지영과는 달리, 장선명은 그녀 옆쪽의 사무실 의자에 기대앉아 있었는데, 아주 붙어 있던 건 아니지만 그 거리도 나태웅을 묘하게 기분 나쁘게 했다.“넷째 도련님은 정말 사람을 잘 챙기시네요. 근데 이 야밤에 매운 걸 먹어도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첫마디는 칭찬인데, 뒷말은 완전히 비꼬는 기색을 숨기지도 않은 말이었다.사람 챙길 줄을 모르니 아무렇게나 막 챙기지! 한편 안지영도 그 말에 가시가 박힌 게 느꼈기에 허겁지겁 장선명을 감싼답시고 끼어들었다.“제가! 제가 매운 게 먹고 싶다고 했어요!”그러자 나태웅이 또 한껏 그녀를 째려보는 통에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또 내가 뭔 말을 잘못한 거지?“같이 가실까요?”장선명은 바로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됐다. 다만 장선명이라는 인간 자체가 반골 기질에, 그와 안지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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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알겠어. 얼른 하기나 해.”안지영도 더 이상 다른 말없이 우선 눈앞의 업무를 처리하는데 집중했다. 이미 바빠서 돌아가실 지경이었다!그래도 조금 일찍 말해주지. 밤 9시가 다 넘은 시간에 당장 내일까지 계약을 따 내라니!나태웅에게 빚을 졌긴 하지만 원수진 일은 없는데, 안지영은 이제는 제가 뭔갈 크게 잘못해서 보복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되기까지 했다.나태웅은 주차장 안에서 장선명의 차 근처에 차를 대고 있었다.손목시계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를 정도로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안지영과 장선명이 건물에서 내려왔다.장선명이 이 시간까지 누구랑 같이 있어주다니 놀랄 노자였다. 그는 먼저 안지영을 집에 데려다주고 그랜드 마운틴 별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그녀는 차에서 내리기 전, 약간의 감동을 숨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오늘 정말 감사해요!”야근이라는 게 정말 짜증스럽고 피곤하지만 웬일인지 옆에 누구 하나가 앉아서 시시콜콜한 한두 마디 건네주는 게 꽤나 힘이 된다고 새삼 느꼈다. “얼른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자 둬.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게.”“정말 괜찮아요! 제가 차 타고 갈 수 있어요!”회사까지 데려다주려면 장선명은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했기에 거절했다. “그럼… 알겠어.”그 말을 듣고서야 안지영은 조금 마음을 놓고 그를 배웅했다.어쨌든 오늘에서야 천락그룹이 얼마나 직원을 힘들게 하는지 제대로 맛 본 그녀였다.한편 고은영은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부엌에서 고아 온 오리 백숙을 아침상으로 받았다.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을 안 이후로 배준우가 그녀의 식단에 한창 더 신경을 쓰고 있어서였다.“너… 너무 보양식 아니에요?”그녀가 약간은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배준우를 쳐다봤다.아침에 눈 뜨자마자 오리 백숙이라니!“오리 백숙이 몸에 얼마나 좋은데? 얼른 먹어.”그 말을 하는 배준우의 말투가 어찌나 다정한 아내를 위하는 예비 아빠 같았는지 고은영도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나중에 배준우를 떠나게 된다면, 아쉽지 않을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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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이 배 씨 집안 남자들.. 참 무정하기 짝이 없구나!”량천옥이 마구 빈정대자 량일도 차마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그럴 만도 한 게, 그 말은 정말이지 사실이었다!사진 속의 장소들은 하나같이 량천옥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량일마저 같이 방문했던 곳들이었다.게다가 한 두 군데 방문한 게 아니라 여러 장소들이 섞여 있는 것이, 정말로 이 남자가 불륜을 감출 의향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순간의 량천옥은 여러모로 절망적이었다.딸이, 배준우에게 시집을 갔다!게다가 배항준은 저를 버리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너, 지금은 냉정하게 생각하고 마음 단단히 먹어 둬야 해!”량일이 한참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그녀의 세상이 혼돈 그 자체인 것과 별개로,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된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눈앞의 량천옥은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그저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고 대꾸할 뿐이었다.“냉정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나요?”머릿속에는 예전에 유청과 배항준이 이혼하던 장면이 떠오르고 있었다.그때의 유청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배준우와 배지영을 데리고 배 씨 집안을 떠났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있는가?“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이미 벌어진 일, 해결부터 해야 했다!“내가 배 씨 집안에서 어떻게 지내왔는데! 그렇게 저한테 대해 놓고 그 사람도 좋은 꼴은 볼 수 없을 거예요!"이 강성에서 모두들 그녀를 배 씨 집안의 사모님으로 깍듯이 모셨다.오로지 그녀 본인만 알고 있었다. 제가 얼마나 살얼음판 속에서 행동 하나 걸음걸이 하나마저 조심하며 살아왔는지!배항준의 주변에 여자들은 끊이지 않았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애까지 배어 오지는 않았다.그러나 이번의 이 여자가 임신을 했다면, 앞으로의 꼴이 어떻게 돌아갈지 안 봐도 감이 왔다.“장항 프로젝트를 배준우한테 넘기라 했다가 이제 천의까지 넘기라고 했던 거에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입술을 깨물며 앉아있던 량천옥의 머릿속으로 문득, 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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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전 잠시 들어가 있을게요!”손안의 털실뭉치를 아무렇게나 쥐어 든 고은영이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배준우는 진청아에게 눈짓했다.“안으로 들여보내.”“네.”진청아가 금세 량천옥을 데리고 들어왔다.오늘의 량천옥은 어쩐지 평소의 요염한 옷차림이 아닌 수수하고 단정한 옷차림에, 화장도 진하게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잘 정돈된 그 겉모습 속에서도 그전에 비해 초췌해졌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사실 초췌한 것이 당연했다. 요 며칠 배준우와 량천옥 사이의 분쟁은 방법이 조금 더 고상했을 뿐, 너 죽고 나 살자 하는 꼴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마실 것 좀 가져다드릴까요?”공손하게 물었지만, 진청아의 말에서서는 빠진 단어가 하나 있었다.이제 배 씨 집안의 배 사모님은 배준우의 아내인 고은영이기 때문에, 배 사모님이라는 말이 빠진 것이었다.배준우의 계모라는 위치로는 이제 제대로 된 호칭 하나도 얻지 못한다는 의미였다.예전의 량천옥이었다면 진작에 화를 버럭버럭 내며 난리를 쳤을 법도 한데, 오늘은 달랐다.“그냥 물 한 잔이면 됐어요. 고마워요.”게다가 말투는 꽤나 부드러웠다. 솔직히 배준우로서도 꽤나 의외였다.요즘의 량천옥이 이렇게 차분한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진청아가 물을 가져다주고 둘만 남자, 배준우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용건은요?”“천의 때문에!”역시나. 량천옥이 바로 천의 이야기를 꺼내자,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그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잘랐다.“천의 이야기라면 더 말씀하실 것도 없습니다.”뭐 당연히 어떻게 해서든, 무슨 수를 써서든 천의를 내어주지 않으려고 하겠지, 대충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보이는 표정이었다. 원래의 량천옥이라면 그럴 만도 했다.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런 것 따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천의라면 이제 됐어.”그러자 배준우가 눈썹을 찌푸렸다.이건 또 무슨 신종 헛소리지? 지나가던 개가 웃을 말이었다. 눈앞의 여자의 욕심이 어느 정도인지는 배준우가 제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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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는 배준우의 눈빛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어쨌든 량천옥으로서는 겁날 게 더 이상 없었다. 천의는 아직은 그녀의 것이었고, 이 이상으로 일이 틀어질 수도 없었다.이 정도에서 멈추는 게 배씨 집안에 베풀 수 있는 그녀의 최대치의 선의였다.여전히 말없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기만 하는 배준우를 두고, 량천옥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생각도 결정도 네가 할 몫이지만, 이 일은 네 아버지에겐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남자는 지금 아주 미쳤으니까!”그가 만에 하나 량천옥이 천의를 고은영에게 줄 생각이라는 걸 알아채면 화가 나서 스스로 나서서 고은영을 어떻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러나 이미 줘 버리고 난 후에 알아챈다면, 손을 써 봤자 이미 늦었겠지!그녀가 막 몸을 일으켰을 때, 휴게실에 가 있던 고은영이 총총 뛰어들어왔다.“저 잠시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갑자기 뛰어드는 건 실례되는 일이긴 했기에 배준우는 슬쩍 눈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어디를 가게?”떠나려던 량천옥의 발걸음이 제자리에 뿌리내린 듯 멈춰 섰다.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고은영을 바라본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새하얬다.온 힘을 다해 눈물을 참아 낸 그녀의 얼굴은, 겉보기에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언니한테 조금 일이 생겨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안지영에게서 막 조보은이 고은지를 찾아냈다는 전화가 걸려 온 참이었다. 천락 그룹 쪽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조보은은 완전히 미친 여자였다!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청아한테 차 불러달라고 해.”“네, 알겠습니다!”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조보은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싶었지만, 고은영도 자기가 홀몸이 아니란 것쯤은 알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은 엄마니까 제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 된다는 것도 알았다. “어서 가 봐.”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뛰쳐나갔다.이 모든 일이 5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졌지만, 그 짧은 사이에 량천옥의 마음속은 거친 파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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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은영이는?”“사모님이 타고 가실 차는 준비해뒀고, 보디가드 두 명 더 붙여 놨습니다.”“그럼 위로 올라와.”“네!”전화를 끊고 그는 머리가 아파 이마를 짚었다.어떤 일들은 얼추 보기엔 굉장히 합리적 이어 보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묘한 느낌을 줄 때가 있었다.량천옥은 배 씨 본가를 걸어 나오며, 2명의 보디가드에게 둘러싸여 차로 향하는 고은영을 보았다. 바람이 불어와 길게 늘어진 고은영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자 목덜미에 있는 바로 그 몽고반점이 드러났다. 두 눈으로 똑똑히 그녀가 제 딸이라는 증거나 마찬가지인 그 점을 보고 만 량천옥의 심장이 거의 귀에 들릴 정도로 거세게 뛰었다. 바로 자신의 딸이, 눈앞에 있다…!량천옥의 심장은 마치 갈기 갈기 찢겨 피가 흐르는 듯했다. 고은영이 차를 타고 멀어져 점이 될 때까지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서 있던 그녀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제 차로 돌아갔다.한편 고은영이 도착했을 때는 막 퇴근 시간이 되었을 즈음이었다.조보은과 서정우, 그리고 서준호 셋이 정문 앞에서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다 해지고 남루한 옷을 입은 채로 문 앞에 서서 창피한 줄 모르고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해대는 모습이 전형적인 무뢰배였다.퇴근하던 직원들이 구경거리를 찾은 양 갈 길을 멈춰 서서 그들의 모습을 흘깃대고 있었다.“고은지, 너 당장 나와! 그렇게 잘났으면 숨어있지 말고 어디 당당하게 나와 보시지! 이 배은망덕한, 부모에게 감사할 줄도 모르는 년 같으니라고! 하늘도 무심하지, 어째 너 같은 년을 아직 살려두고 있는지!”조보은은 뱃속에 가득 찬 원망과 분노를 아주 큰 소리로 터트리고 있었다. 병원에서 일하며 병원비를 갚으려고 고생 중인 것과 관리인들에게 구박받던 그 화까지, 고은지의 직장을 찾아낸 김에 아주 제대로 화풀이해보겠다는 심산이 보였다.소식을 들은 고은지가 드디어 걸어 나왔다.그녀를 보자마자 조보은이 기세등등해져 다가갔다. “이 키워준 은혜도 모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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