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 씨 집안 남자들.. 참 무정하기 짝이 없구나!”량천옥이 마구 빈정대자 량일도 차마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그럴 만도 한 게, 그 말은 정말이지 사실이었다!사진 속의 장소들은 하나같이 량천옥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량일마저 같이 방문했던 곳들이었다.게다가 한 두 군데 방문한 게 아니라 여러 장소들이 섞여 있는 것이, 정말로 이 남자가 불륜을 감출 의향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순간의 량천옥은 여러모로 절망적이었다.딸이, 배준우에게 시집을 갔다!게다가 배항준은 저를 버리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너, 지금은 냉정하게 생각하고 마음 단단히 먹어 둬야 해!”량일이 한참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그녀의 세상이 혼돈 그 자체인 것과 별개로,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된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눈앞의 량천옥은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그저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고 대꾸할 뿐이었다.“냉정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나요?”머릿속에는 예전에 유청과 배항준이 이혼하던 장면이 떠오르고 있었다.그때의 유청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배준우와 배지영을 데리고 배 씨 집안을 떠났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있는가?“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이미 벌어진 일, 해결부터 해야 했다!“내가 배 씨 집안에서 어떻게 지내왔는데! 그렇게 저한테 대해 놓고 그 사람도 좋은 꼴은 볼 수 없을 거예요!"이 강성에서 모두들 그녀를 배 씨 집안의 사모님으로 깍듯이 모셨다.오로지 그녀 본인만 알고 있었다. 제가 얼마나 살얼음판 속에서 행동 하나 걸음걸이 하나마저 조심하며 살아왔는지!배항준의 주변에 여자들은 끊이지 않았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애까지 배어 오지는 않았다.그러나 이번의 이 여자가 임신을 했다면, 앞으로의 꼴이 어떻게 돌아갈지 안 봐도 감이 왔다.“장항 프로젝트를 배준우한테 넘기라 했다가 이제 천의까지 넘기라고 했던 거에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입술을 깨물며 앉아있던 량천옥의 머릿속으로 문득, 배
”전 잠시 들어가 있을게요!”손안의 털실뭉치를 아무렇게나 쥐어 든 고은영이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배준우는 진청아에게 눈짓했다.“안으로 들여보내.”“네.”진청아가 금세 량천옥을 데리고 들어왔다.오늘의 량천옥은 어쩐지 평소의 요염한 옷차림이 아닌 수수하고 단정한 옷차림에, 화장도 진하게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잘 정돈된 그 겉모습 속에서도 그전에 비해 초췌해졌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사실 초췌한 것이 당연했다. 요 며칠 배준우와 량천옥 사이의 분쟁은 방법이 조금 더 고상했을 뿐, 너 죽고 나 살자 하는 꼴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마실 것 좀 가져다드릴까요?”공손하게 물었지만, 진청아의 말에서서는 빠진 단어가 하나 있었다.이제 배 씨 집안의 배 사모님은 배준우의 아내인 고은영이기 때문에, 배 사모님이라는 말이 빠진 것이었다.배준우의 계모라는 위치로는 이제 제대로 된 호칭 하나도 얻지 못한다는 의미였다.예전의 량천옥이었다면 진작에 화를 버럭버럭 내며 난리를 쳤을 법도 한데, 오늘은 달랐다.“그냥 물 한 잔이면 됐어요. 고마워요.”게다가 말투는 꽤나 부드러웠다. 솔직히 배준우로서도 꽤나 의외였다.요즘의 량천옥이 이렇게 차분한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진청아가 물을 가져다주고 둘만 남자, 배준우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용건은요?”“천의 때문에!”역시나. 량천옥이 바로 천의 이야기를 꺼내자,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그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잘랐다.“천의 이야기라면 더 말씀하실 것도 없습니다.”뭐 당연히 어떻게 해서든, 무슨 수를 써서든 천의를 내어주지 않으려고 하겠지, 대충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보이는 표정이었다. 원래의 량천옥이라면 그럴 만도 했다.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런 것 따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천의라면 이제 됐어.”그러자 배준우가 눈썹을 찌푸렸다.이건 또 무슨 신종 헛소리지? 지나가던 개가 웃을 말이었다. 눈앞의 여자의 욕심이 어느 정도인지는 배준우가 제일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는 배준우의 눈빛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어쨌든 량천옥으로서는 겁날 게 더 이상 없었다. 천의는 아직은 그녀의 것이었고, 이 이상으로 일이 틀어질 수도 없었다.이 정도에서 멈추는 게 배씨 집안에 베풀 수 있는 그녀의 최대치의 선의였다.여전히 말없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기만 하는 배준우를 두고, 량천옥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생각도 결정도 네가 할 몫이지만, 이 일은 네 아버지에겐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남자는 지금 아주 미쳤으니까!”그가 만에 하나 량천옥이 천의를 고은영에게 줄 생각이라는 걸 알아채면 화가 나서 스스로 나서서 고은영을 어떻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러나 이미 줘 버리고 난 후에 알아챈다면, 손을 써 봤자 이미 늦었겠지!그녀가 막 몸을 일으켰을 때, 휴게실에 가 있던 고은영이 총총 뛰어들어왔다.“저 잠시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갑자기 뛰어드는 건 실례되는 일이긴 했기에 배준우는 슬쩍 눈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어디를 가게?”떠나려던 량천옥의 발걸음이 제자리에 뿌리내린 듯 멈춰 섰다.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고은영을 바라본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새하얬다.온 힘을 다해 눈물을 참아 낸 그녀의 얼굴은, 겉보기에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언니한테 조금 일이 생겨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안지영에게서 막 조보은이 고은지를 찾아냈다는 전화가 걸려 온 참이었다. 천락 그룹 쪽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조보은은 완전히 미친 여자였다!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청아한테 차 불러달라고 해.”“네, 알겠습니다!”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조보은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싶었지만, 고은영도 자기가 홀몸이 아니란 것쯤은 알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은 엄마니까 제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 된다는 것도 알았다. “어서 가 봐.”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뛰쳐나갔다.이 모든 일이 5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졌지만, 그 짧은 사이에 량천옥의 마음속은 거친 파도
“은영이는?”“사모님이 타고 가실 차는 준비해뒀고, 보디가드 두 명 더 붙여 놨습니다.”“그럼 위로 올라와.”“네!”전화를 끊고 그는 머리가 아파 이마를 짚었다.어떤 일들은 얼추 보기엔 굉장히 합리적 이어 보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묘한 느낌을 줄 때가 있었다.량천옥은 배 씨 본가를 걸어 나오며, 2명의 보디가드에게 둘러싸여 차로 향하는 고은영을 보았다. 바람이 불어와 길게 늘어진 고은영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자 목덜미에 있는 바로 그 몽고반점이 드러났다. 두 눈으로 똑똑히 그녀가 제 딸이라는 증거나 마찬가지인 그 점을 보고 만 량천옥의 심장이 거의 귀에 들릴 정도로 거세게 뛰었다. 바로 자신의 딸이, 눈앞에 있다…!량천옥의 심장은 마치 갈기 갈기 찢겨 피가 흐르는 듯했다. 고은영이 차를 타고 멀어져 점이 될 때까지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서 있던 그녀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제 차로 돌아갔다.한편 고은영이 도착했을 때는 막 퇴근 시간이 되었을 즈음이었다.조보은과 서정우, 그리고 서준호 셋이 정문 앞에서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다 해지고 남루한 옷을 입은 채로 문 앞에 서서 창피한 줄 모르고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해대는 모습이 전형적인 무뢰배였다.퇴근하던 직원들이 구경거리를 찾은 양 갈 길을 멈춰 서서 그들의 모습을 흘깃대고 있었다.“고은지, 너 당장 나와! 그렇게 잘났으면 숨어있지 말고 어디 당당하게 나와 보시지! 이 배은망덕한, 부모에게 감사할 줄도 모르는 년 같으니라고! 하늘도 무심하지, 어째 너 같은 년을 아직 살려두고 있는지!”조보은은 뱃속에 가득 찬 원망과 분노를 아주 큰 소리로 터트리고 있었다. 병원에서 일하며 병원비를 갚으려고 고생 중인 것과 관리인들에게 구박받던 그 화까지, 고은지의 직장을 찾아낸 김에 아주 제대로 화풀이해보겠다는 심산이 보였다.소식을 들은 고은지가 드디어 걸어 나왔다.그녀를 보자마자 조보은이 기세등등해져 다가갔다. “이 키워준 은혜도 모르
이번에도 조보은은 손해 볼 생각이 전혀 없었고, 이렇게 억지부리는 그녀의 모습이 안지영의 눈엔 더욱 거슬렸다.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웠고, 그러다 결국 군중들이 나서서 싸움을 말리자 두 사람을 겨우 떼어 놓을 수가 있었다.조보은은 안지영에게 맞아 입안에 모두 피투성이가 되었고, 그녀를 째려보면서 얘기했다: “천한 것 같으니. 우리 집안일에 네가 무슨 자격으로 참견이야?”“당신 같은 사람이 꼴 보기 싫어서라도 꼭 참견할 겁니다.” 안지영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이유는 없었다. 그저 꼴 보기 싫을 뿐이였다!전에 조보은이 고은영에게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으니, 안지영이 싫어할 만도 했다.고은영은 자신이 제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에, 그 누구도 그녀를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조보은은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몰려든 것을 보니 두려움이 사라졌고, 바로 안지영을 욕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처럼 천한 것에게 잘 보이기라도 해야 한단 말이야?”“하, 입을 참 잘도 놀리네!”조보은이 천한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듣자, 안지영은 자신을 잡고 있는 사람을 떼어놓고 조보은에게 다가가 뺨을 힘껏 두 번이나 때렸다.조용했던 분위기가 또 다시 전쟁으로 변했다.고은지도 함께 참여했다. 그녀가 그동안 그녀에게 받았던 고통과 괴로움을 모두 발산했다.조보은은 힘이 강한 편이지만, 안지영과 고은지 두 사람을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구경꾼들은 점점 몰려 들였다!그때 분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그만 해!”그 목소리가 순간 모두 동작을 멈추게 했다. 나태웅과 나태현이 빌딩 문 앞에 서 있었고, 눈앞의 아수라장이 된 광경을 본 두 사람의 표정은 모두 어두워졌다.구경꾼들은 재빨리 안지영과 조보은 등을 떼어냈다.나태웅은 안지영 얼굴에 긁힌 자국과 입가의 핏자국을 보았고, 그녀의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조보은도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나태웅과 나태현의 기세에 조보은은 놀라서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조금 전 싸움이 터졌을 때, 감히 말리지
경호원 두 명과 기사 한 명이 그녀와 늘 함께하니, 더 이상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그래. 그럼 난 먼저 병원에 다녀올게.”막돼먹은 여자에게 긁힌 얼굴이 지금 매우 따끔거렸다.나태웅은 바로 안지영을 데리고 갔고, 고은영과 고은지 그리고 조보은 등 몇몇만 남아 있었다.고은영은 조보은을 째려보면서 얘기했다.“가요!”“어딜?”“그러면 여기서 얘기할까요?” 고은영은 더욱 냉정하게 얘기했다.조보은이 피운 소란 때문에 고은지는 많은 창피를 당했고, 이를 생각할수록 고은영은 화가 치밀었다.조보은이 여기서 얘기하려고 해도, 고은영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고은영은 그들을 데리고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길 건너편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 안에서 이를 지켜보던 량천옥은 고은영 등 몇몇이 천락그룹을 떠나는 것을 보자, 선글라스를 다시 착용하고 기사에게 얘기했다.“가요!”기사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출발했다. 카페에서 고은영은 요리 몇 가지 주문했고, 조보은, 서정우 그리고 서준호 세 사람은 게걸스럽게 먹었다.그들의 모습을 본 고은영과 고은지는 역겨워서 아예 먹지 않았다.조보은 등 세 사람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배가 엄청 고팠다!병원 밥은 맛이 없었기에 이제서야 겨우 맛있는 요리를 먹게 되니 그들은 거리낌 없이 바로 마구마구 먹었다.특히 서정우에게 대학생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굶어 죽은 귀신이 몸에 붙은 듯 게걸스럽게 먹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테이블 위의 요리를 모두 싹쓸이했다.“불고기 하나 더 시켜.” 조보은은 의연하게 얘기했다.설마 이 자리를 접대 자리고 착각하는 것인가?조보은이 천락그룹에서 계속 소란을 피우는 것이 창피해서 자리를 옮긴 것뿐, 고은영과 고은지가 그들을 접대하려고 함께 여기로 온 것은 아니다.고은영과 고은지는 그 얘기를 아예 무시했고,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조보은은 이를 눈치채고 머리 들고 따졌다: “왜? 안 돼? 내가 너희 둘을 이만
5분 뒤에 서정우는 도무지 조보은에게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몰랐고, 그는 너무 당황스러웠다.그는 어릴 적부터 고은영을 싫어하긴 했어도, 늘 누나로 생각했었다.고은지는 더더욱 말할 것도 이 늘 그녀와 같은 지붕 아래에서 생활했었다.조보은은 서정우의 뒤통수를 치면서 표독스럽게 물었다.“어서 얘기해, 도대체 무엇인데 뜸을 들여?”서정우의 이런 모습에 그녀는 더욱 궁금했다.설마 고은영 이 천한 물건이 나를 고소한 것인가? 또다시 나를 감옥에 보내려고?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조보은은 기분이 안 좋아졌다. 고은영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인간이였다. 서정우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고, 떨리는 눈빛으로 조보은을 보았다: “엄마, 누나가 엄마 친딸 아니야?”“뭐?”“왜 큰누나도 엄마 친딸이 아닌 거야?”조보은: “……”그렇지 않아도 어두웠던 그녀의 안색은 완전히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얼굴의 변화는 눈에 보일 만큼 급격하게 창백해졌다.그녀의 이러한 반응을 본 서정우는 이미 답을 알았고, 더욱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큰누나와 작은누나 모두 엄마 친딸 아니야?”서준호의 안색도 크게 변했다!조보은의 손을 떨렸고,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렸다.사색인 된 그녀의 반응을 보니, 한눈에 봐도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고은영: “얘기해 보세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조보은은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고은영을 보았다.그녀와 서정우의 첫 반응은 역시나 돈이었다!지금 고은영과 고은지 두 사람이 자기 친딸이 아닌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그녀에게 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너희 두 사람이 감히 나 몰래 이런 짓을 하다니.” 조보은은 표독스럽게 소리쳤다.오랫동안 숨겨왔던 일이 두 사람에게 들키게 되었다.“이런 짓이라니요? 당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진짜로 몰라서 그러세요?”지금의 고은영에게 연약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는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였다.조보은은 몸이
“은혜를 갚으라는 얘기를 그렇게나 뻔뻔하게 하다니!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내가 아무리 잘해주지 못했다고 해도, 너희 둘 대학 다 보냈어. 시골에서 대학을 간 여자아이가 몇이나 되는지 봐봐. 대부분은 심지어 중학교,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어.”“대학? 그건 당신과 상관이 없는 걸로 아는데요?”뻔뻔하게 대학을 논하다니!고은지는 시골의 마음씨 좋은 분의 도움으로 대학을 갔고, 고은영은 그녀의 할머니가 키워주고, 학비까지 마련해줬었다. “내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적어도 너희 둘 굶기지는 않았어! 지금 그 은혜도 모르고, 하늘도 알게 되면 노할 일이야!”겉으로는 강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조보은은 무척 떨고 있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숨겨왔던 일을 두 사람이 알게 되다니, 이외에 또 무엇을 알게 된 것일까?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 두 사람은 친딸이 아닌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이런 생각을 하니, 조보은은 더욱 당당해졌다!“시골에는 조건이 안 좋아서 내가 너희 둘을 호의호식하게 키우지 못했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잖니?”하! 지금 호의호식하지 못해서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이는 것인가?아마 하늘 아래 이런 뻔뻔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조보은뿐일 것이다.“됐고, 우리는 그런 얘기를 들으려는 것이 아닙니다!”조보은이 임기응변에 능한 것을 잘 알기에, 더 이상 얘기하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부 그녀들을 은혜도 모르는 사람으로 오해할 것이다.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잘 알지 못하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다.조보은은 고은영의 화난 모습에 놀라서 몸을 살짝 움츠렸다.조보은 등 세 사람이 강성에 온 후 지금까지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기에, 그녀는 고은영이 그들에게 손을 쓰게 될까 봐 은근히 걱정했다.특히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건장한 경호원이 은근히 신경 쓰였다!“그럼, 너희 둘은 도대체 어찌할 생각이야?”“지금은 이대로 넘어가지만, 향후 또 일을 벌인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