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갚으라는 얘기를 그렇게나 뻔뻔하게 하다니!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내가 아무리 잘해주지 못했다고 해도, 너희 둘 대학 다 보냈어. 시골에서 대학을 간 여자아이가 몇이나 되는지 봐봐. 대부분은 심지어 중학교,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어.”“대학? 그건 당신과 상관이 없는 걸로 아는데요?”뻔뻔하게 대학을 논하다니!고은지는 시골의 마음씨 좋은 분의 도움으로 대학을 갔고, 고은영은 그녀의 할머니가 키워주고, 학비까지 마련해줬었다. “내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적어도 너희 둘 굶기지는 않았어! 지금 그 은혜도 모르고, 하늘도 알게 되면 노할 일이야!”겉으로는 강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조보은은 무척 떨고 있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숨겨왔던 일을 두 사람이 알게 되다니, 이외에 또 무엇을 알게 된 것일까?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 두 사람은 친딸이 아닌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이런 생각을 하니, 조보은은 더욱 당당해졌다!“시골에는 조건이 안 좋아서 내가 너희 둘을 호의호식하게 키우지 못했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잖니?”하! 지금 호의호식하지 못해서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이는 것인가?아마 하늘 아래 이런 뻔뻔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조보은뿐일 것이다.“됐고, 우리는 그런 얘기를 들으려는 것이 아닙니다!”조보은이 임기응변에 능한 것을 잘 알기에, 더 이상 얘기하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부 그녀들을 은혜도 모르는 사람으로 오해할 것이다.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잘 알지 못하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다.조보은은 고은영의 화난 모습에 놀라서 몸을 살짝 움츠렸다.조보은 등 세 사람이 강성에 온 후 지금까지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기에, 그녀는 고은영이 그들에게 손을 쓰게 될까 봐 은근히 걱정했다.특히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건장한 경호원이 은근히 신경 쓰였다!“그럼, 너희 둘은 도대체 어찌할 생각이야?”“지금은 이대로 넘어가지만, 향후 또 일을 벌인
조보은이 아무 말도 없자, 고은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동의 하든 안 하든, 우린 이젠 더 이상 아무 관계가 없어요. 법률적으로도 의무적으로도 당신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요!”만약 조보은에게 친자가 없었다면, 아마 고은지와 그녀는 절대로 조보은에 대한 의무를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들인 서정우가 있었다!그리고 예전에 그녀들에게 조보은이 어떻게 행동했었던가? 진짜로 소송을 하게 되면, 시골에 한 번만 다녀와도 모든 상황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조보은의 인간관계로 보아, 시골에서 그녀를 도와 줄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조보은은 자신이 이길 수 없는 것을 인지하고 가슴이 욱신거렸다.이럴 줄 알았다면, 전에 두 천한 것에게 잘했을 텐데, 이렇게 쉽게 꼬리 잡힐 줄이야.하지만 그땐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고, 두 사람이 이렇게 출세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으며, 심지어 서정우보다 더 출세할 것은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고은영, 너 정말 벌 받을 거야!”“잘 들어요, 앞으로 고은지도 저도 모두 당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더 이상 소란을 피우면, 오늘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기억해요!”오늘에는 할 얘기가 있었기에 두 사람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을 벌인다면, 그녀와 고은지는 절대로 오늘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조보은은 화가 나서 치가 떨렸고, 하필이면 고은영 같은 독종을 만났으니 감히 한 마디도 말하지 못했다.“가자!”고은영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고은지를 데리고 떠났다.조보은의 곁을 지날 때, 조보은은 고은지의 손을 붙잡았다.“은지야.”고은영에겐 애초에 뭘 받은 적이 없으니, 그녀는 그렇다 하더라도 고은지는 매우 달랐다.고은지도 더 이상 그들을 상관하지 않는다는 얘기에, 조보은은 이대로 고은지를 놓치기엔 너무 아쉬웠다.고은지는 조보은의 손을 뿌리쳤고, 전에 없었던 차가운 말투로 얘기했다: “은영의 말을 잘 기
”당신은?”조보은은 얘기하면서 그 사람 뒤에 주차된 차량을 힐끔 쳐다보았다.남성은 공손하게 얘기했다. “사모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어서 차에 타시지요.”사모님이란 얘기에 조보은과 서준호 등 세 사람은 이름도 묻지 않고 바로 차에 탔다.하지만 차는 그들이 생각했던 호화로운 별장이 아닌 점점 외진 곳으로 향했다.으슥한 곳에 도착해서 차는 멈췄고, 몇몇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당신들이 왜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야?” 조보은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물었다.하지만 시간은 이미 늦었다!몇몇 사람은 세 사람을 차에서 끌어 내리고 마구 때렸다.조보은, 서준호 그리고 서정우가 얻어 맞고 지른 비명은 숲의 새들도 모두 놀라서 날아갈 정도였다.멀지 않은 곳에서 량천옥은 차가운 표정으로 차 안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조금 전에 그녀는 고은영이 시골에서 어떤 고된 생활을 했었는지 모두 알게 되었다.이 사람들, 이렇게 고약한 심보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면, 그들도 똑같이 한번 호된 맛을 봐야 한다!“그만 때려, 그만 때리라고! 우리가 도대체 당신들과 무슨 원한이 있어서 그래요! 제발 좀 그만 때리라고요.”조보은은 마구 애원했다. 마치 다리가 하나 부러진 듯,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전에 난 상처가 이제 막 아물었는데 지금 또 얻어맞았으니.세 사람은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얻어맞았고, 그제야 량천옥은 그만하라고 손짓했다.그리고 몇몇 사람은 다시 차에 타고 훌쩍 떠났다!조보은 등 세 사람만 남았을 때, 그녀는 땅에 누워 버렸다. “아이고, 아파죽겠네!”나이 많은 서준호 역시 많이 얻어맞았다.특히 서정우는 젊었기에 사람들이 더 많이 때렸고, 지금은 얼굴이 팅팅 부어서 그 꼴이 말이 아니었다.조금 전 고은영과 헤어질 때만 해도 어떻게 그녀들을 해칠까 궁리했던 조보은은 이젠 철저히 그 생각을 버렸다! 아니, 감히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천한 것, 사람을 불러 이 지경으로 때리
한편, 량일은 배씨 가문 저택에 돌아왔다.배항준도 없었기에 뭘 하러 갔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량일은 집안 가사 도우미들 모두 물러가게 하고, 둘만 남았을 때 량천옥에게 물었다: “밥은 먹었어?”“아직!”“너 뭐 하러 갔었어?” 량일은 걱정되어 물었다.고은영이 그녀의 딸이라는 얘기를 량천옥에게 해준 뒤로, 량일은 늘 조마조마한 상태였다.현재 배씨 가문은 상황이 아주 복잡하고, 만약 그녀가 참지 못하고 수시로 고은영을 찾아가면 그녀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특히 고은영은 현재 배준우의 아이를 임신한 상황이니.량천옥은 물 한 잔을 따라 바로 반 컵을 마셨고, 그제야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머릿속엔 온통 고은영의 몸에 있는 모반뿐이었다.“동영그룹에 갔었어요.”“거긴 뭐 하러 갔어?”“당연히 천의 프로젝트 때문에 갔지, 내가 뭐 하러 갔겠어요?” 량천옥의 말투는 아주 차분했다.아마 고은영을 만났기 때문인 건가?몇 년간 그녀는 늘 딸을 그리워했고 오늘 드디어 만나게 되었기에 비록 지금 상황은 많이 복잡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오히려 편안했다.량일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조용히 얘기했다: “너 절대로 들통나지 않았지?”“당연하지!”지금 이 상황에서 고은영과 서로 아는 척할 수 없다는 것을 량천옥은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예전에 고은영에게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심지어 그녀의 목숨까지 뺏으려 했던 것을 생각하면 량천옥은 가슴이 욱신거렸다.“왜 더 일찍 알려주지는 않았어요?” 량일을 원망하는 듯했다.만약 고은영이 자기 딸인 것을 일찍 알았더라면, 그녀에게 그렇게 모질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은영이 시골에서 힘들게 생활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녀는 당장에라도 조보은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오늘은 그저 가볍게 경고만 준 것이었다. 만약 그들이 또 고은영을 찾아가 소란을 피운다면 그녀는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량일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너한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었겠니!”아무리 생각해도 너
병원에서 회사까지 그의 저기압에 그녀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제야 좀 벗어나나 싶었는데, 그는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마음속으로 몹시 싫었지만, 감히 내색하지는 못했다.사무실에 도착한 후, 안지영은 나태웅이 사무실에 들어가 매서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는 것을 문 앞에서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한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왜? 내가 모시러 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안지영의 작은 얼굴은 순간 굳었고, 재빨리 머리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모시러 온다고? 그러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돌아서니, 나태웅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이 남자가 담배 피우는 모습이 참으로 멋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나태웅이 물었다. “오늘 왜 싸웠어?”결국, 물어보네!오면서 침묵을 지킬 때부터 이 남자가 자신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을 예상했었다.가뜩이나 긴장했던 그녀는 지금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고, 심호흡했다. “그 미친 아줌마가 은영이 언니를 때리기에.”“당신이 더 미쳐 날뛰던데?”안지영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태웅이 바로 이어서 얘기했다.그 말에 안지영의 표정은 더욱 굳었고, 비록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까지는 아닐 텐데 말이다.그리고, 나태웅 지금 이거 오지랖 맞지?나태웅은 날카로운 눈빛을 하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안지영은 버벅거리면서 얘기했다. “그런 미친 아줌마를 상대할 땐, 똑같이 미쳐야 해요.”조보은 같은 인간에게 도리를 따진들, 그 말이 귀에 들어가긴 하겠는가?그럴 땐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보다 더 미쳐야 하고 더 날뛰어야 한다.나태웅: “당신 몇 명까지 싸워서 이겨봤어?”“그런 미친 아줌마를 상대하는 건 전혀 문제없어요!” 안지영은 중얼중얼거리며 말했다.나태웅이 점점 화난 기운을 감지한 그녀의 작은 심장은 점점 더 조여왔다.나태웅
안지영은 흥미진진하게 얘기하다가, 나태웅의 음험한 표정을 보고 겁이 나서 입을 다물었다.이 남자의 마음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도대체 또 무슨 얘기를 잘못했기에 그의 안색이 이렇게 어두워졌을까? 진짜로 어이가 없네!“나 대표님, 괜찮으세요?” 안지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나태웅은 화를 참으면서 안지영을 보았다. “그녀를 당신이 키웠다고?”“당연하죠, 조보은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인간인지 모르실 겁니다. 그때 용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고, 만약 제가 아니었으면 그 아이는 이미 굶어 죽어버리고 말았을 겁니다.”이 말은 안지영이 MSG를 조금 보탠 말이지만 단 한 가지는 사실이었다. 만약 그녀가 없었으면, 고은영은 진짜로 지금처럼 키가 크지 못했을 것이다.예전에 집에서 그녀를 먹으라고 준비해 준 영양제이며 단백질이며 그녀는 모두 고은영에게 주었다.그 외의 다른 영양제품도 전부 고은영에게 줬었다!하여 고은영이 지금처럼 든든한 몸을 가지게 된 것이다.나태웅이 물었다. “그래서? 한평생 그녀를 책임질 생각인가?”“아니, 그건 또 무슨 얘기입니까?”안지영은 나태웅의 말에 분노가 섞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내가 고은영을 책임지는 것이 그리 큰 잘못인가? 누구나 절친은 있지 않은가?이 남자가 설마 질투하는 것인가?안지영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태웅에게 절친이 별로 없었고, 괴팍한 성격은 배준우보다 한 수 위였다.배준우는 그래도 절친 몇몇은 있지만, 그가 동영그룹에 있을 때 제일 많이 봐 왔던 모습은……일하는 모습이었다.모임도 아주 적었고, 설마 진짜로 친구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로 불쌍한 인간이군.그는 차갑게 얘기했다. “앞으로 고은영 일에 참견하지 말고, 당신이 참견할 일도 아니고!”“네!” 안지영은 머리를 마구 끄덕였다. 하지만 이 반응은 그녀의 진심은 아니었다.나태웅은 고은영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얘기할 때 그녀가 화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으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래서 이 여자가 몇 년간 남자를 만나지 않았던 것이군.
장씨 가문이 강성에서 어떤 존재인지 안지영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결혼을 취소한다면 아마 앞으로 밤길을 늘 조심해야 할 것이다.언제 어떻게 장씨 가문에 복수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장씨 가문의 흉악함을 생각하니 안지영은 온몸이 떨렸다.나태웅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안지영을 보는 눈빛도 점점 날카로워졌다.안지영은 그의 이런 압박감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니, 왜 그러시는데요?”장선명에 대한 나태웅의 태도를, 그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안씨 가문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나태웅이 말했다. “결혼을 취소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당신이 책임져야 할 거야.”“그래도 당장 취소하기는 어려워요. 어차피 계약 결혼일 뿐이고, 1~2년만 지내다 바로 이혼할 거고, 제 결혼으로 모두의 평화를 맞바꾸려고 하는데, 이때 굳이 장선명을 건드릴 이유도 없고, 안 그래요?” 가장 중요한 건, 그녀가 먼저 장선명을 찾아가 제안했기 때문이기에 만약 이때 결혼을 취소한다면, 너무 배은망덕한 행동이 아니겠는가!또한 장씨 집안이 호락호락한 가문이 아닌데 어찌 안지영에게 이렇게 쉽게 놀아나겠는가!안지영이 장선명과의 결혼을 고집하자, 나태웅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고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나가!”안지영은 갑자기 안색이 바뀐 남자를 보니 온몸이 떨렸다: “왜, 왜 또 그러세요?”“말했잖아, 나가라고!” 이 말을 나태웅은 이를 갈면서 얘기했다.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의 머리 뚜껑을 열고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이 반응은 보통 둔한 것이 아니었다.안지영은 이 남자의 무서운 표정에 놀라 바로 사무실에서 뛰쳐나왔다.엘리베이터에 오르자마자 바로 고은영에게 전화했다.사무실에 돌아온 후, 문을 닫고 조용히 고은영에게 물었다. “은영아, 배 대표님도 늘 정서가 불안정해?”이때 고은영 역시 안지영에게 전화해서 상처에 관해 묻고 싶었다.조보은은 싸울 때 마구잡이로 때리기에 고은지 얼굴에는 온통 상처였다.그때 안지영도 불같이 싸
안지영의 전화를 받은 고은영은 그제서야 마음이 좀 놓이긴 했지만 여전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 오후 내내 회의에 참여한 배준우는 4시가 돼서야 사무실로 돌아왔다.그는 고은영의 손에 들려있는 목도리를 보고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어라, 이젠 좀 잘하네."전에 뜨개질을 할 때만 해도 고사리 같은 그녀의 손은 매우 뻣뻣하기만 했는데, 이젠많이 능숙해졌다."처음엔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그랬던거예요!"“지금은 괜찮은거야?”"네, 괜찮아요."처음 바늘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작은 손은 이리 저리 찔리기만 했다.하지만 이젠 모든게 익숙해졌다.배준우는 그런 그녀가 기특한 듯 웃으면서 그녀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자 고은영은 깜짝 놀라 얼른 손에 쥐고 있던 목도리를 내려놓았다.바늘에 찔리면 어쩌려고?고은영은 잠간 생각에 잠겼다. 남자들이란, 다 이런건가?이렇게 배준우가 화를 내지 않을 경우에는, 그녀 또한 그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화를 내기만 하면, 정말 모든 사람들을 공포심에 휩싸이게 만들군 한다. "조보은이 널 때리지는 않았지?" 이때 배준우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안 때렸어요!"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 앞으로 어딜 가든지 항상 옆에 경호원을 데리고 같이 가. 알겠어?” 조보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던 배준우는 고은영을 혼자 보내기가 불안했다."알겠어요."사실 오늘 조보은이 자신에게 손을 대지 못한 것도 어떻게 보면 혼자가 아닌 경호원과 함께 나타나 감히 나서지를 못한 것이다.예전과 같았으면 제대로 한방 먹였을텐데. 곧이어, 배준우의 따뜻한 손이 고은영의 배를 덮었다.따뜻한 손길에 고은영은 점점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배준우가 물었다. "자고 싶어?"그러자 고은영이 중얼거렸다. "네, 좀 자고 싶어요."그러고는 배준우의 어깨에 기대었다."또 회의 하러 가요?""일단 30분만 자." 배준우는 그녀를 조용히 달랬다.안지영이 신경 쓰였던 고은영은 그녀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지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