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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831 - 챕터 840

1270 챕터

제831화 여준재의 새로운 정체

그 시각, YS그룹 대표이사 사무실.여준재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창 서류를 보고 있었다.그때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였는데 외국에서 걸려 온 낯선 번호였다.그의 미간이 조금 좁혀지더니 뭔가 알아차린 눈치로 휴대전화를 귓가에 갖다 댔다.“여준재입니다.”“듣기로는 저를 찾으신다면서요?”고다정이 곁에 있었다면 금방 알아차릴 목소리였다. 그녀의 스승 성시원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으니.그의 말로 여준재는 성시원의 신분에 대해 확신이 들었다.“그저 알고 싶어서요, 대체 몇 개의 세력들이 특효약을 노리고 있는지.”“알면, 어쩌시려고요? 뭐라도 할 건가요?”성시원은 속 시원히 대답하지 않고 여준재의 생각을 짐작해서 물었다.그에 부정할 생각이 없는 여준재는 입가가 비스듬히 올라갔다.“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죠, 안 그래요?”성시원은 짧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역시 킹은 다르군요. 성깔 있으시네.”그러나 그는 한마디 칭찬 뒤에 목소리가 굳어지며 말을 이었다.“전 세계적으로 당신의 세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나도 부인 안 하겠지만, 그 정도로 기성 가문들을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경솔하게 움직여서 그 사람들한테 어설프게 비위만 건드렸다간 엄청난 보복이 따를 수 있어요.”그의 말을 듣고 여준재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숨겨진 정체가 성시원한테 들통난 것을 그는 놀랍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정보도 캐내지 못한다면 그도 은둔 가문의 능력을 의심할 것이었다.그는 물론 성시원이 그가 날개가 더 단단해졌을 때 손을 쓰라는 의미를 잘 알고 있지만, 화를 참는 건 본래로 그의 체질이 아니었다.코앞까지 찾아왔는데 되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가 하룻강아지처럼 만만한 줄로만 알 것이다.“내가 지금 확실히 그 기성 가문들을 한꺼번에 뿌리째 흔들지는 못해도, 살짝 씩 건드려서 트러블을 만들어주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해요. 당신 제자 화풀이 좀 해주고 싶지 않아요?”마지막 한마디에 성시원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알았어요.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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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여준재를 치워버려야겠어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숨이 답답할 만큼 억압적으로 변했다.김창석은 등줄기에 땀이 나며 이마에도 이미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금 고집하였다.“집사님이 제가 임무를 거절한 것에 대해 불만이라는 걸 잘 알지만, 저도 사실대로 말한 겁니다. 여준재가 눈을 피해 뭘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가 고다정을 떠난다면 모를까...”그 의문의 남자는 이 말을 듣고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더는 김창석을 압박하지 않았다.그도 김창석이 사실을 말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남자한테서 뻗치는 살기가 수그러들자 김창석은 저도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런데 그때 남자가 또 입을 열었다.“네 말이 맞아. 여준재라는 사람이 좀 많이 거슬리긴 해. 주인님께 보고드려서 이 사람을 치워버려야겠어.”“아, 그럼 전 집사님의 좋은 소식만 기다리겠습니다.”김창석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자 눈가에 나쁜 심산이 굴러갔다.여준재만 없다면 고다정의 손에서 특효약을 가로채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생각한 것이다.그는 이내 또 한 가지 일이 떠올라 자발적으로 보고를 올렸다.“제가 최근에 또 소식 하나 얻은 게 있습니다. 여준재가 어떤 괴질을 앓고 있다는데, 꽤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시원이 특별히 설학난이라는 희귀 약재까지 구해와서 보조 약재로 여준재한테 선물했거든요.”“그래? 그것참 듣다 반가운 소식이군. 주인님께 알려드릴 거야.”그들의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에 차가 성북구에 있는 성시원의 자택 문 앞에 도착했다.”의문의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내려.”김창석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차 문을 열고 나왔다.그가 차에서 내려 바닥에 발을 붙이고 서자마자 차는 가버렸다. 차 뒤꽁무니까지 이제 완전 보이지 않자 김창석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다시금 들었다.어느새 그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다른 한편에서, 고다정과 임은미는 같이 쇼핑몰에서 매장마다 휘젓고 다니며 신상이란 신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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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은미가 임신하다

하교 시간이 다가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신나는 바깥나들이를 끝내고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으로 출발했다.두 아이는 엄마를 오랜만에 만났는지라 기뻐서 발을 동동 굴렀다.“엄마다, 진짜 엄마야!”“엄마! 이제 돌아온 거예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아이들이 고다정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그리움을 과하게 쏟아냈다.그런 애틋해하는 얼굴들을 보자 고다정도 마음속에 죄책감과 감동이 밀려왔다.한 번도 이렇게 오랫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고, 외지에 출장을 가더래도 최소한 전화로 연락이 가능했었는데, 그동안은 그녀가 일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 이미 자는 시간이라 안 되었고 낮에 일어났을 때는 애들이 등교 시간이라 안 되고, 이래저래 연락도 못 하게 되었다.“엄마도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었어.”고다정은 두 아이를 꼭 껴안고 그들과 똑같이 그리움을 토해냈다.그런 훈훈한 장면을 보며 임은미는 곁에서 빙그레 웃고 있었다.잠시 후 넷은 빌라로 돌아갔다.빌라 안에서 강말숙은 이미 고다정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부터 주방으로 들어가 외손녀가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하느라 난리법석이었다.그리고 동시에 침실 청소도 잊지 않고 사람 시켜 깔끔히 해놓았다.해가 질 무렵, 강말숙은 고다정이 두 아이를 데리고 밖에서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기분 좋은 주름을 한껏 접히며 종종 뛰어가 맞이하였다.“할머니.”강말숙을 보며 고다정이 생글생글 웃었다.두 아이와 임은미도 강말숙한테 인사했다.강말숙은 그들의 인사를 다 받으며 시선을 다시 고다정한테 떨궜다. 그리고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서렸다.“홀쭉해졌네. 몸을 잘 돌보지 않은 거 아니야?”“아니에요. 할머니. 준재 씨가 지켜보는데 그럴 리가요.”고다정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외할머니한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강말숙도 고다정이 항상 기쁜 소식만 알린다는 것을 알고 어차피 사실대로 얘기도 하지 않을 것을 더 캐묻지 않았다. 어쨌든 돌아왔으니 됐다 하며 여기 있는 며칠 동안이라도 그녀한테 몸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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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애 아빠는 채성휘

유리 화병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임은미와 고다정도 조금 전의 당황한 기색에서 조금은 정신을 차렸다.둘은 서로 마주 보기만 하며 공기마저 어색해졌다.끝내, 고다정이 먼저 정적을 깨고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애 아빠는 누구야?”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임은미는 몸부림치는 눈빛이었다.그리고 한참 뒤에 큰 결심을 한 것인 양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다정아, 이건 그저 사고야. 애 아빠가 누구건 이 아이는 낳을 생각이 없어.”마음을 다잡고 결정을 내린 그녀를 보며 고다정은 마음이 복잡했다.그 이유는 이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그녀는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은미야, 너 정말 그 사람한테 알리지 않을 거야? 난 그 사람이 알 권리가 있는 거 같아.”  고다정은 임은미를 설득해 보려 했다.이 말에 임은미는 고다정이 이미 눈치를 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래 그녀도 고다정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전에 있었던 상황들이 그렇게 티가 났는데 고다정이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임은미는 입술을 오므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려줘 봤자 어쩌겠어. 나랑 그 사람 원래부터 사고였었잖아. 지금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것도 난 만족스럽게 생각해. 그 사람하고 몇 마디 해보지는 못했지만, 젠틀한 사람이라는 건 알겠어. 이 일을 그 사람이 알게 되면, 앞으로 복잡해지기만 할 거야.”이 말을 들으니 고다정은 뭐라고 더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그래, 네 선택을 존중할게, 이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면 병원에는 언제 갈 거니? 내가 같이 가 줄게.”고다정은 친구의 선택을 존중하고 함께 상황을 헤쳐 나가기로 했다.임은미는 이런 일은 빨리 해치우는 게 좋겠다 생각하며 말했다.“그럼 내일 가자.”“좋아. 그럼 내일 너랑 가줄게.”고다정은 거절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임은미를 보며 말했다.고다정이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임은미는 입만 삐죽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혼자 가면 좀 무섭기는 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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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굳건하게 은미 편이 돼주다

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왜요?”“은미가 임신했어요. 애를 지우겠대요. 내일 수술하러 가겠다는데,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서요. 가서 곁에 있어 주고 싶어요.”고다정은 솔직하게 여준재한테 털어놓았다.이 일을 사실 얘기하면 그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임은미를 소개팅 파티에 나가라고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채성휘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에 그녀는 다른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사에 자신이 끼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 생각하여 더는 둘의 일을 캐묻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그녀도 일말의 죄책감이 생겨난 것이다.고다정의 생각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없어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자책하는 기색을 드러내자 여준재는 눈살이 찌푸려졌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저도 구체적인 건 잘 몰라요, 은미가 알려주지 않아서. 그런데 채 선생님 아이인 건 알고 있어요. 그날 소개팅 파티에서 둘이 관계가 발생한 거 같아요.”고다정은 자기가 아는 것을 털어놓고는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나도 둘이 좀 이상하다는 건 눈치챘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채 선생님이 은미가 맘에 있어서 저한테 은미 연락처를 달라고 하는 줄만 알았어요.”친구한테 미안해하는 고다정을 보고 여준재는 안쓰럽게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여 기분을 좀 풀어주려 했다.“너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 당신 책임이 아니에요. 은미 씨를 솔로 탈출시키려고 그랬던 거잖아요. 소개팅에서 뭐가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요. 그리고 또 다 큰 어른들끼리 자기가 한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죠. 그 정도 능력도 없을까 봐요? 오늘 은미 씨랑 얘기 많이 못 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내 생각에 은미 씨는 그 일에 대해 너무 괴로워하는 거 같지 않아요. 오히려 당신이 너무 자책하고 그러면, 은미 씨한테 그날 일을 자꾸 떠올리게 해서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여준재는 임은미의 생각을 분석해 보며 고다정을 달래고 위로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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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아이 지울 거예요

둘은 병원에 금세 도착하였다.차에서 내린 후 임은미는 인도에서 걸음을 떼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고다정은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작게 말했다.“결심이 안 서면 더 생각해 봐도 돼. 아직 시간 많아.”“아니야. 이대로 돌아가면 다음에는 다시 못 올 거 같아.”말을 마치고 임은미는 짧게 한숨을 내리 쉬더니 비장한 얼굴로 병원으로 향해 걸어갔다. 고다정도 한숨을 내쉬며 얼른 뒤따랐다.그러나 임은미를 따라잡기도 전에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보게 되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멈춰 섰다.임은미도 너무 놀라 하며 속으로 어쩔 바를 몰라 했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임은미는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눈앞의 채성휘를 쳐다보며, 긴장하기도, 뭔가 찔리기도 하여 그한테 큰 소리로 질문하며 애써 마음을 감춰보려 하였다.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 난 듯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고다정을 보며 물었다.“네가 알려줬어?”고다정은 임은미의 표정을 보고 친구가 크게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빠른 걸음으로 임은미의 곁에 다가가 급히 해명했다. “아니야, 아니야, 난 아무 말도 안 했어.”그러고는 채성휘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채 선생님이 왜 여기 계세요?”“어젯밤에 실험하다가 실수로 몸에 좀 묻혔는데 피부에 알레르기가 생겨 여기 왔어요.”채성휘는 말하면서 손에 든 약봉지를 흔들어 보였다. 그도 좀 의아하여 두 여자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누가 아파요?”말하며 그는 시선을 임은미한테 고정시켰다.임은미는 그와 눈길을 마주치고는 자신이 방금 고다정을 오해했다는 걸 알고 후회와 당혹감에 얼굴이 굳어졌다. 사실은 찔리는 마음에 낯빛이 변한 것이 더 컸다.“누가 아프든 간에 뭔 상관이에요.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이 말만 급하게 내던지고 임은미는 고다정의 손을 끌어 빠르게 병원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채성휘는 뭔가 석연치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왠지 임은미가 매우 당황한 기색을 하고 있어, 그녀가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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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누가 은미를 괴롭히는 건 못 참아

의사는 임은미의 요구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곁에 서있는 채성휘한테 눈길을 돌렸다.당연히 동의 할 리 없는 채성휘는 의사를 보며 말했다.“선생님, 죄송하지만 저희 아직 좀 더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아요.”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임은미의 거센 몸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목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고다정은 다급하게 뒤를 쫓아가며 물었다.“채 선생님, 지금 은미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고다정이 따라 나온 걸 보고 임은미는 그녀한테 구해달라 소리쳤다.“다정아, 나 좀 구해줘. 나 이 사람이랑 안 갈 거야.”임은미는 손목을 빼려고 아무리 비틀고 쥐어 당겨도 좀처럼 뺄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그러다 갑자기 채성휘가 멈춰서서 뒤돌아보며 말했다.“고 선생님, 저랑 임은미 씨가 할 얘기가 좀 있어요. 약속할게요. 털끝 하나 안 건드린다고.”“누가 당신이랑 할 얘기가 있다는 거야. 난 안 해. 다정아, 이 사람 말 듣지 마!. 빨리 어떻게 좀 해줘 봐 봐.”임은미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채성휘를 노려보며 외쳤다.그 때문에 난처해진 고다정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서로 각자 양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아니면... 제가 같이 따라갈까요?”“고 선생님, 이건 저와 임은미 씨 둘만의 문제예요.”채성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뜻은 고다정이 참견하지 말라는 거였다.무척 난감한 고다정은 미안하다는 듯이 임은미를 쳐다보며 그녀를 달랬다.“은미야, 아니면 채 선생님과 좀 얘기를 나눠보는 건 어때? 네가 마음이 안 놓이면 내가 소담을 따라 보낼게.”“아니, 싫어.”임은미는 뾰로통한 얼굴로 고집을 부렸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고다정도 계속하여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성질부리지 말고, 채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해봐. 채 선생님이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야. 네 생각을 잘 얘기해 봐. 너무 난처하게 굴진 않을 거야. 그러다 안되면 내가 있잖아.”이 말에 임은미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결국 동의했다.두 사람을 보내고 고다정은 시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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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국제상인 연합회 만찬 연회

엄마가 내일 떠난다는 걸 듣고, 두 아이는 밤에 고다정한테 유난히도 매달렸다.가까스로 아이들을 재우고, 고다정은 살금살금 아이들 방에서 빠져나와 서재로 향했다.여준재한테 내일 별장에 가는 일을 얘기하려다 책상 위에서 검은 바탕에 금빛 테를 두른 심상치 않아 보이는 초대장 하나가 고다정의 눈길을 끌었다.“이건 뭐예요?”고다정은 초대장을 가리키며 물었다.여준재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에 시선을 돌리더니 그녀한테 설명했다.“국제상인 연합회 연회 초대장이에요.”“국제상인 연합회요?”처음 듣는 단어에 고다정은 의문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그녀의 의혹을 알고 여준재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시답지 않다는 듯한 눈빛을 하며 계속해서 설명해 줬다.“이건 그냥 할 일이 없는 한가한 양반들이 자랑거리 늘어놓으려고 마련한 시시껄렁한 연회쯤으로 생각하면 돼요.”그의 말에 고다정은 어리둥절했다. 여준재가 무슨 일에 이러한 표정을 짓는 건 처음이었다. 그냥 한 연회뿐인데 그는 매우 귀찮고 거부감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다.“싫으면 안 가면 되잖아요.”“다른 사람은 안 가도 되지만, 난 안 돼요. 내가 대표니까.”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좋지 않은 낯빛으로 얘기했다.이 안에 필시 무슨 일이 있겠다고 생각을 한 고다정은 궁금했지만 그의 기분에 영향 주고 싶지 않아, 더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고다정은 내일의 일을 이야기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여준재가 또 이어서 말하는 것이었다.“그때 되면 다정 씨가 저랑 같이 가요, 여기.”여준재는 그저 이 연회 핑계로 고다정을 해외에 데리고 나가 스트레스를 풀게 할 생각이었다.한동안 실험실에만 틀어박혀 누가 자료를 훔쳐 가지 않을까 시시각각 신경을 곤두세워 노심초사하다 나니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악몽에 자꾸 시달리는 고다정을 그는 잠깐이라도 쉬게 하고 싶었다.고다정은 그의 생각을 모르고 갑자기 연회 얘기가 또 나오니 멍해졌다가 이윽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거절했다.“안 돼요, 나 안 갈 거예요. 내가 가면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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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애 낳는 게 더 아파

채성휘는 임은미의 안색에는 별로 개의치 않아 하며 점잖게 걸어나가 손에 든 도시락 텀블러를 건넸다.“집에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끓인 삼계탕 국물이에요. 담백하게 끓였으니까 아침 안 먹었으면 이거 마셔요. 아침밥 이미 먹은 거면 나중에 수술하고 마시든지요.”그의 따뜻한 말에 임은미는 난데없이 화를 냈다.“이런 걸로 내가 생각을 고쳐먹을 거 같아요? 안 마셔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고다정의 손을 잡아끌어 고다정의 차에 올라타서 기사한테 빨리 출발하라고 했다.기사는 눈빛으로 고다정의 의견을 물었다.고다정은 임은미의 말대로 하라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떠나간 고다정의 차 꽁무니를 쳐다보다 채성휘는 짧게 한숨을 내리 쉬고는 차를 몰고 뒤쫓아갔다.병원 가는 길에 짜증이 가득한 임은미를 보며 고다정은 이상해서 물었다.“왜 다 얘기가 됐다면서 계속 화를 내?”“몰라. 저 사람만 보면 화가 치미는 걸 어떡해.”임은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고다정은 친구의 말이 너무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가 무언가 생각나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아까 네가 한 말, 그거 뭐야? 채 선생님이 이 아이 낳기를 원해?”고다정이 묻자마자 임은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펄쩍 뛰었다.“그러게 말이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저 사람 되게 웃기는 사람이다. 결혼은 하기 싫은데, 집에서 재촉하니까 이 애를 낳았으면 한다는 거야. 그러면 집에서 더는 결혼하라는 말을 안 할 거라고, 대체 날 뭐로 본 거야?!”임은미는 말할수록 화가 나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고다정도 눈살을 찌푸리며 채성휘의 생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임은미의 등을 다독였다.“네가 거절하는 게 맞아.”“당연히 그럴 순 없지!”너무 화가 났는지 임은미는 씩씩대며 뜨거운 콧김을 내뱉었다.고다정은 ‘그래, 맞아, 맞아’ 하며 계속해서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한참 지나자 임은미는 화가 좀 많이 누그러든 거 같았고, 차도 병원 앞에 도착했다접수와 각종 검사를 마치고 한 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수술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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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은미한테 강요 안 해

임은미는 고다정이 하는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지더니, 답답해하는 어조로 고다정한테 물었다.“그러니까 넌 날 낳으라는 거야, 낳지 말라는 거야?”“... 네가 낳든 안 낳든, 난 널 항상 응원해.”눈만 끔벅끔벅하다가 임은미는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다 자기 절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임은미는 무력감이 들며 짜증이 확 덮쳤다.미친 듯이 머리를 마구 긁어대더니, 일단 놓인 현실을 기피하려고 애썼다.“아야, 됐어. 난 이제 첫 달인데 3개월 되려면 아직 멀었어. 두 달 동안 잘 생각해 보지 뭐.”“은미야, 너무 오래 끌면 안 돼. 14주 내엔 다 가능하다지만, 일찍 하면 할수록 몸에 덜 해로워.”임은미가 갈팡질팡한다는 걸 잘 알지만, 고다정도 친구의 본분을 다해 그녀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임은미도 그런 도리를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생각하더니, 여전히 안 되겠는지 생각을 고집했다.“아무래도 다시 잘 생각해 봐야겠어. 너무 오래 끌진 않을 거야.”“네가 잘 알면 됐어.”너무 다그치기에는 고다정도 마음이 아픈지라 얘기를 그만두고 돌아가자 하였다.잠시 후, 차는 임은미가 사는 오피스텔 아래에 멈춰 섰고, 두 사람이 내리자 바로 쫓아온 채성휘를 보게 되었다.“은미 씨...”채성휘는 분명 뭔가 할말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임은미는 그쪽에 눈길도 주지 않고 고다정과 작별 인사를 한 후 돌아서서 오피스텔로 들어갔다.임은미의 뒷모습을 채성휘는 그윽하게 바라봤다.이때 고다정은 그의 앞에 다가가서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채 선생님, 얘기 좀 할까요?”“그래요.”채성휘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오피스텔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와서 앉았다.고다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 오늘 은미가 일을 번복하긴 했지만, 결정을 내리기 전에 채 선생님이 자꾸 가서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결혼 도피용 도구가 아니에요. 어쨌거나 채 선생님과 은미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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