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난 여준재와 일주일 정도 출국할 거야. 채성휘 소장님한테 실험실 쪽과 연구소 쪽을 관리해 달라고 부탁했어. 그래도 창석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이 두 곳을 주시해야 해.”“아가씨는 아가씨 일에만 집중하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가씨를 대신해서 이곳들을 잘 관리 할게요.”김창석은 고개를 숙이며 약속했다.그래서 고다정도 그의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몇 분이 지난 후 소담과 화영이 돌아왔다.고다정은 그들을 보면서 물었다.“검사해본 결과 어때요?”“아무런 문제도 없었어요.”화영이 공손하게 대답해 주었다.소담도 고다정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문제없었습니다.”“문제가 없다니 다행이네요. 수고들 했어요. 어서 앉아 쉬세요.”그녀는 말을 마친 뒤 창석 아저씨를 바라보며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역시 창석 아저씨. 아저씨가 있어서 시름 놓고 외국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김창석은 허심하게 말했다.“아가씨, 과찬이에요.”이어서 두 사람은 또 잠깐 말을 했다. 그리고 고다정은 소담과 화영을 데리고 연구소를 떠났다.그 후 이틀, 고다정은 집에 남아 시어머니와 두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그사이에 틈 내어 임은미의 상황도 살피러 갔다.임은미는 요 며칠 엄마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꼈다.지난번 입덧을 한 후부터 그녀의 임신 초기 반응이 줄곧 심각해서 기름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었다.이 때문에 그녀는 이미 며칠 동안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했다.식당에 앉아서 눈살을 찌푸리며 죽을 먹는 친구를 보니 고다정은 그런 그녀가 걱정스럽기만 하였다.“내일 내가 간 후에, 네가 우리 집에 가든지 해. 우리 집에 요리사가 있는데, 네가 먹고 싶은 것은 언제든지 너에게 해 줄 수 있어. 게다가 너 삼촌과 아주머니한테 임신했다는 걸 알리지 못했잖아. 우리 시어머니도 곁에서 널 좀 돌봐 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너가 이렇게 혼자 아파트에 계속 있으면 나는 조금도 안심할 수 없어.”“그래도 됐어. 시어머니도 내가 임신한 것을 모르잖아
여준재는 자신을 무시하는 작은 여인을 바라보더니 이내 긴 팔을 휘둘러 고다정을 품에 껴안았다.구남준은 조수석에 앉아 백미러로 그 광경을 보고는 곧바로 기사에게 눈치를 주었다.운전기사도 곧바로 그의 눈빛을 읽고 차 안의 칸막이를 내려놓았다.이에 대하여 여준재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그는 품 안에서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아 잔뜩 토라진 여인을 꼭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알겠어요. 이제 화내지 말아요. 다음에는 절대 웃지 않을게요. 저도 다정 씨가 절 생각해주고 있다는 마음에 기분 좋아서 웃은 거잖아요.”그 말을 듣자 고다정도 화가 많이 풀렸다.어쨌든 여준재는 그녀의 태도에 대해 기뻐한 것이지만 그녀는 결코 다른 여자가 자신의 남자를 노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준재 씨는 기분이 좋았겠지만 전 안 좋다고요.”고다정은 노발대발하며 여준재를 노려보았지만, 특히나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는 좋으면서도 참 미웠다.결국, 고다정은 참지 못하고 마음의 소리를 중얼거렸다.“잘생긴 외모가 결국 불행을 초래한다더니.”비록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여준재의 품 안에 안겨 거리가 워낙 좁았던 터라 여준재는 아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칭찬 감사합니다, 약혼자님.”여준재는 고다정을 다시 힘껏 껴안으며 고다정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입을 작게 열었는데 조금 전 중얼거리던 고다정의 혼잣말에 회답한 셈이었다.그러자 고다정의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이 남자가 정말… 지금 자기를 칭찬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야?고다정이 뭐라 반박하기도 전에 귓가에서 여준재의 웃음기가 가득한 사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미안해요. 이번 일은 확실히 제가 잘못했으니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기면 꼭 가장 먼저 엄숙하게 거절할게요. 그리고 이미 결혼을 했고 아이 둘의 아버지라는 사실도 밝힐게요.”이 말까지 듣고 나니 고다정도 자연스레 더 화를 낼 수가 없었다.게다가 애초에 그녀는 정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해외의 지나치게 개방적인 풍습에 적응하지 못한
저녁 8시 반이 되자 레스토랑에는 정말 작은 밴드가 공연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감미로운 저음이 공중에서 맴돌며 손님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심지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행을 초청하여 레스토랑 중앙에 있는 빈 공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다.그런데 그때, 그녀의 눈앞에 골격이 선명한 손 하나가 다가왔다.고다정이 엉겁결에 고개를 들자 어느새 일어선 것인지 여준재가 식탁 옆으로 걸어왔다.“저에게 그런 영광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저와 춤 한번 추시겠습니까?”“물론이죠.”고다정은 만면에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덩달아 손을 내밀었다.여준재는 자신의 손 위에 포개진 부드러운 손 하나를 꼭 움켜쥐고 살며시 잡아당기더니 고다정을 품 안에 안은 채 무도회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고다정은 원래 춤 기본기가 있는 데다 여준재가 그녀를 데리고 이끌어주어 두 사람의 무대는 더욱 합이 잘 맞았다.한눈에 봐도 그들이 무도장에서 가장 아름답고 뛰어났다.댄스 플로어에 있던 사람들도 차츰 멈춰 서서 두 사람을 감상하며 바라보았다.노래가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고다정과 여준재도 멈춰 섰다.이윽고 현장에는 박수갈채와 찬사가 쏟아졌다.“정말 완벽한 커플이에요.”“그러니까요. 전 순간 정력을 본 줄 알았다니까요”“저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 젊었을 때가 생각나네요.”이 목소리들을 듣고 나서야 고다정은 댄스 플로어 전체에 그녀와 여준재만이 남아있을 뿐 다른 사람들은 전부 외곽에 서서 선한 미소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눈치챘다.비록 조금 부끄러웠지만, 대중들이 보내준 선의에 대해서는 그녀도 아름다운 미소로 답해주었다.바로 그때, 하늘에서 굉음이 울리더니 오색영롱하고 가지각색의 불꽃이 하늘에서 활짝 피어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어냈다.고다정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순식간에 불꽃놀이에 쏠렸다.그렇게 몇 분 뒤 불꽃놀이가 끝나서야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거두었다.그때 계속
사진을 본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벌겋게 달아오른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계속 지켜보라고 해.”“네.”옆에 서 있던 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여자는 손을 흔들어 경호원을 떠나보냈고,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손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곧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여준재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 표시를 본 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더니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 모습에 고다정이 물었다.“왜 그래요?”“별것 아니네요. 전화 좀 받을게요.”여준재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귓가에 대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무슨 일이야?”“너 E국으로 왔다며? 왔으면 옛 친구들을 불러 한번 만나야지, 내가 먼저 전화하게 만들어?”요염한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지만 여준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좀 바빠. 별다른 일 없다면 이만 끊을게.”말을 마친 그는 상대방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휴대폰을 접고는 다시 고다정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이제 가요.”“좋아요.”고다정은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지만 눈 밑 깊은 곳에는 약간의 의심이 생겼다.그녀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준재가 방금 전화를 받은 태도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별로 반가운 사람이 아니지만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한 고다정은 또 자신이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여준재의 신분과 성격으로 누가 감히 그를 강요할 수 있을까?곧 고다정은 잡생각을 뒤로하고 여준재와의 여행에 집중했다.이틀 동안 그들은 수도의 명소를 거의 다 돌아다녔다.사진도 많이 찍었고, 돌아가 두 아이와 외할머니에게 드릴 특산물도 잊지 않고 샀다....셋째 날, 고다정과 여준재가 밖에서 놀고 있을 때, 갑자기 여아린의 전화가 걸려왔다.“준재야, 너 다정이랑 E국에 왔다며?”“네, 국제상인 연합회 행사에 참여하러 왔어요.”여준재는 간단하게 설명했다.여아린은 이 행사가 3년에 한 번 열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돈
여준재에게서 여아린이 젊었을 때 벌였던 일탈 행동들을 전해 들은 고다정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그녀의 눈에 여아린은 고귀하고 우아한 패셔니스타다. 그래서 젊은 시절의 여아린에게 이렇게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았을 줄은 몰랐다.말하는 사이에 마차가 궁궐을 본따서 지은 집 앞에 멈춰 섰는데, 외벽의 부조가 특히 아름답고 절묘했다.고다정이 여준재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릴 때 여아린이 안에서 마중 나왔다.“다정 씨.”그녀는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며 걸음을 멈추지 않고 직접 고다정의 옆에 다가오더니 여준재를 옆으로 밀쳐냈다.고다정은 그녀의 장난스런 동작을 눈치채지 못하고 기뻐하며 인사했다.“고모님, 오랜만이에요. 또 예뻐진 것 같네요.”“어린 친구가 말도 잘해. 입에 꿀을 발랐나?”여아린은 고다정의 애교에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그녀는 고다정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고모랑 같이 웨딩드레스 보러 가자.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고모한테 말해. 고모가 고쳐줄게.”“고모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웨딩드레스인데 당연히 모든 게 다 맘에 들겠죠.”고다정이 비위를 맞춰주자 여아린은 기분이 좋아졌다.그렇게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며 뒤에 있는 여준재는 완전히 잊어버린 채 응접실로 들어갔다.두 여인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여준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얼굴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쫓아갔다.그런데 응접실에 들어서니 그의 약혼녀와 고모가 보이지 않았다.누군가에게 물어보려고 하는데 어떤 여직원이 다가오더니 공손하게 말했다.“여 대표님, 사모님께서 직접 2층 작업실로 올라오라고 하셨습니다.”“알았어요.”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2층으로 올라갔다.이때 고다정은 이미 여아린을 따라 2층의 작업실에 들어섰다.그녀는 사방에 줄지어 늘어선 화려한 드레스들을 보고 단번에 매료되었다.예쁜 드레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여인은 없을 것이다.여아린은 고다정의 놀라는 표정을 보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어때? 드레스들이 예뻐?”“너무 예뻐
놀리는 듯한 웃음소리에 여준재도 제정신이 돌아와 어이없고 사랑 가득한 눈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그는 고다정이 장난스럽게 다가와 자기를 놀릴 줄 몰랐다.고다정도 여준재가 머쓱해하는 것을 눈치챘다. 재미로 그러긴 했지만 자기 약혼자가 남에게 놀림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이 약혼자의 친 고모일지라도.“고모님, 이 드레스가 맘에 들고 몸에도 잘 맞습니다. 감사합니다.”고모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한 말이지만 감사한 마음은 진심이었다.이 웨딩드레스가 정말 그녀의 마음에 꽂혔기 때문이다.여아린은 고다정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보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거두고 부드럽게 말했다.“마음에 들면 됐어. 감사는 무슨. 다 가족인데.”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그녀가 다시 커튼 안으로 들어가자 여준재는 고마운 눈길로 고모를 바라보며 감사를 표시했다.“다정 씨 웨딩드레스에 신경을 많이 쓰셨네요.”“내가 다정이를 좋아해서 신경 쓴 건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여아린은 일부러 거만을 떨며 여준재를 힐끗 보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참,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네 예복은 스스로 맞춰. 하반기 패션쇼가 매우 중요하거든. 내가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는지가 결정돼. 다정이 웨딩드레스도 시간을 짜내서 겨우 제작한 거야.”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화내지 않았다.그는 고모가 세계 최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고모는 이 목표를 위해 젊었을 때 이름을 숨기고 당대 최고 디자이너 밑에서 조수로 일한 적도 있다.“괜찮아요. 제 예복은 다른 곳에서 맞출게요. 고모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덕담 고마워.”이때 고다정이 자기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지우고 나왔다.화장을 지우는 것은 역시 하는 것보다 빨라 시간이 얼마 안 걸렸다.고다정은 시간을 보더니 점심이 다 되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여아린이 손수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줬는데 입으로만 감사를 표시하는 것은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텔을 나선 고다빈은 모자를 눌러쓰고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이리저리 살피다가 옆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골목에는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그녀는 이내 다가가지 않고 핸드백을 꽉 쥔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선글라스에 감춰진 두 눈에는 갈등과 두려움이 역력했다.반 시간 전에 낯선 번호로부터 문자를 받았는데, 그녀를 도와 고다정을 괴롭힐 수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내려와서 얘기하자고 했다.게다가 문자의 마지막에 진시목이 약 탄 물을 마셔서 날이 밝기 전에는 깨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고 내려오라는 말도 덧붙였다.고다빈은 문자를 보낸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진시목에게 약을 먹인 만큼 거절했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그리고 사실 이 배후 인물이 고다정을 어떻게 괴롭히려는 건지 기대되기도 했다.특히 고다정 때문에 연달아 두 번 구치소에 들어가고 결혼생활도 고다정 때문에 깨지기 직전인 것을 생각하자, 고다빈은 배후 인물이 그리 겁나게 느껴지지 않았다.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그래서 고다빈은 용기를 내서 검은색 승용차에 다가가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그러자 음성 변조기를 사용해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할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고다빈 씨가 감히 차에 타지 못할 줄 알았는데요.”“그럴 리가요. 당신의 목표가 고다정이라면 우리는 친구예요.”고다빈은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그 사람을 보았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이 사람은 신비롭게 커튼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차 안의 어두운 불빛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꽁꽁 싸고 있는 이 신비한 인물을 아래위로 훑어본 고다빈은 문득 후회가 몰려왔다.이 사람은 얼굴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신분을 공개하려 하지 않았다. 즉 이제 고다정을 공격할 때 그녀를 무기를 사용할 것이다.일이 발각되면 자기는 이 사람 신분도 모르는데 혼자 모든 죄를 떠안는 것이 아닌가?“남성분인지 여사님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손잡기로 한 이상 서로 솔직해져야 하
“유인한 후에는요? 당신들은 고다정을 어떻게 할 건가요?”고다빈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을 보냈다.그러나 신비한 인물은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당신은 맡은 일만 잘하면 됩니다. 다른 건 알 필요 없어요. 많이 알게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어요.”이 말을 들은 고다빈은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감돌았다.결국 그녀는 더 이상 묻지 못하고 신비한 인물의 지시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고다정은 이런 것들을 모르고 있었다.연합회가 시작되는 날이 임박하자 그녀와 여준재는 놀러 나가지 않았다.두 사람은 호텔에서 이틀간 푹 쉬면서 기운을 차린 후 사흘째 되는 날 저녁, 활기차게 연합회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연합회가 열리는 장소는 오래된 성곽 안에 있었다.그들이 도착했을 때, 성곽 밖의 길가에는 이미 전 세계의 다양한 한정판 명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다.눈앞의 광경을 보며 고다정은 여씨 가문에서 봤던 성황은 이곳과 전혀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심지어 세계적인 갑부와 국제 뉴스에서만 볼 수 있는 거물들도 보이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그녀의 몸이 굳어지자 긴장하고 있음을 알아챈 여준재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마음을 편하게 가져요. 놀러 왔다고 생각해요.”이런 거물들을 보고 어떻게 긴장을 풀 수 있겠는가!고다정은 여준재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살짝 후회되기도 했다.이런 성황인 줄 알았으면 그녀는 누가 뭐래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평소 파티에 잘 참석하지 않고 접대는 더더욱 싫어한다. 그런 그녀가 세계 각국의 경제계 거물들 앞에서 적절하지 못한 말이나 행동을 하면 여씨 가문의 국제적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여준재는 고다정의 눈에서 그녀의 속마음을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걱정하지 말아요. 들어간 후 내 옆에 꼭 붙어 있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웃으면 돼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네.”고다정은 심호흡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여준재를 전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