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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고다빈이 나타나다

놀리는 듯한 웃음소리에 여준재도 제정신이 돌아와 어이없고 사랑 가득한 눈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다정이 장난스럽게 다가와 자기를 놀릴 줄 몰랐다.

고다정도 여준재가 머쓱해하는 것을 눈치챘다. 재미로 그러긴 했지만 자기 약혼자가 남에게 놀림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이 약혼자의 친 고모일지라도.

“고모님, 이 드레스가 맘에 들고 몸에도 잘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모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한 말이지만 감사한 마음은 진심이었다.

이 웨딩드레스가 정말 그녀의 마음에 꽂혔기 때문이다.

여아린은 고다정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보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거두고 부드럽게 말했다.

“마음에 들면 됐어. 감사는 무슨. 다 가족인데.”

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그녀가 다시 커튼 안으로 들어가자 여준재는 고마운 눈길로 고모를 바라보며 감사를 표시했다.

“다정 씨 웨딩드레스에 신경을 많이 쓰셨네요.”

“내가 다정이를 좋아해서 신경 쓴 건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

여아린은 일부러 거만을 떨며 여준재를 힐끗 보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참,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네 예복은 스스로 맞춰. 하반기 패션쇼가 매우 중요하거든. 내가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는지가 결정돼. 다정이 웨딩드레스도 시간을 짜내서 겨우 제작한 거야.”

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화내지 않았다.

그는 고모가 세계 최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고모는 이 목표를 위해 젊었을 때 이름을 숨기고 당대 최고 디자이너 밑에서 조수로 일한 적도 있다.

“괜찮아요. 제 예복은 다른 곳에서 맞출게요. 고모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덕담 고마워.”

이때 고다정이 자기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지우고 나왔다.

화장을 지우는 것은 역시 하는 것보다 빨라 시간이 얼마 안 걸렸다.

고다정은 시간을 보더니 점심이 다 되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여아린이 손수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줬는데 입으로만 감사를 표시하는 것은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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