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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굳건하게 은미 편이 돼주다

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요?”

“은미가 임신했어요. 애를 지우겠대요. 내일 수술하러 가겠다는데,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서요. 가서 곁에 있어 주고 싶어요.”

고다정은 솔직하게 여준재한테 털어놓았다.

이 일을 사실 얘기하면 그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임은미를 소개팅 파티에 나가라고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채성휘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에 그녀는 다른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사에 자신이 끼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 생각하여 더는 둘의 일을 캐묻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그녀도 일말의 죄책감이 생겨난 것이다.

고다정의 생각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없어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자책하는 기색을 드러내자 여준재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저도 구체적인 건 잘 몰라요, 은미가 알려주지 않아서. 그런데 채 선생님 아이인 건 알고 있어요. 그날 소개팅 파티에서 둘이 관계가 발생한 거 같아요.”

고다정은 자기가 아는 것을 털어놓고는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둘이 좀 이상하다는 건 눈치챘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채 선생님이 은미가 맘에 있어서 저한테 은미 연락처를 달라고 하는 줄만 알았어요.”

친구한테 미안해하는 고다정을 보고 여준재는 안쓰럽게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여 기분을 좀 풀어주려 했다.

“너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 당신 책임이 아니에요. 은미 씨를 솔로 탈출시키려고 그랬던 거잖아요. 소개팅에서 뭐가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요. 그리고 또 다 큰 어른들끼리 자기가 한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죠. 그 정도 능력도 없을까 봐요? 오늘 은미 씨랑 얘기 많이 못 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내 생각에 은미 씨는 그 일에 대해 너무 괴로워하는 거 같지 않아요. 오히려 당신이 너무 자책하고 그러면, 은미 씨한테 그날 일을 자꾸 떠올리게 해서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여준재는 임은미의 생각을 분석해 보며 고다정을 달래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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