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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1270 챕터

제281화 어리석은 노부인

할머니 주춘자 여사는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여준재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이동철은 그의 물음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그는 긴장한 얼굴로 어머니를 쳐다본 후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댔다.“우리 어머니는 이미 여기 입원하셨어요! 그런데, 진짜 가짜가 어디 있다는 거예요? 여기서 빨리 나가세요! 괜히 우리 어머니 쉬시는 데 방해하지 말고 말예요!”그는 할 수만 있다면 여준재를 밖으로 쫓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준재는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어르신이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사고로 고 선생님은 지금 경찰에 구금되었습니다.”준재는 말하면서 주춘자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그의 낮은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었다.“제가 들은 바로는, 고 선생님은 어르신의 사정이 어려운 것을 알고 어르신이 감당할 수 있는 약재를 처방해 주었고, 치료도 무료로 해 드렸다고 들었습니다. 맞나요?”“네…….”주춘자가 어렵게 입을 뗐다. 그녀의 얼굴에서 양심의 가책이 묻어났다.이동철의 어머니의 말을 듣고 얼굴색이 변하며 소리를 질렀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경고하는데 더는 여기서 허튼소리 지껄이지 마! 우리 어머니가 늙었다고 속이기 쉽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이번 일은 그 돌팔이 의사 때문에 일어난 거야. 당신이 정말 그 여자를 구하고 싶으면 10억을 가져와! 당신은 큰 회사 대표라면서? 그깟 10억은 아무 것도 아니잖아!”“아무것도 아닌 건 맞지만, 그 돈을 양심 없는 인간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준재는 냉담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그는 당당하고 위엄 있었다. 눈빛 역시 매의 눈빛처럼 날카로웠다. 순간, 이동철은 깜짝 놀라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탐욕은 결국 두려움을 이겼다.“누가 양심 없는 놈이라는 거야! 한 번만 더 허튼소리 하면 경찰에 신고해 버릴 거야!”그는 말을 마치자 마자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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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늙을수록 더 뻔뻔해지는 건가?

여준재와 아이들이 떠난 지 얼마 안 돼 임은미와 육성준이 찾아왔다.두 사람의 얼굴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고다정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너희들 왜 그래, 싸웠어?”“싸우긴 누가 싸웠다고 그래? 너무 화가 나서 그래!”은미가 이를 갈았다.“살면서 그렇게 뻔뻔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정말 사람이 늙어가면서 더 뻔뻔해지는 건가?”다정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너희들도 그 할머니를 만나러 간 거야?”“응, 그 분 진짜 대단하더라! 네가 좋은 마음으로 도와줬는데도 오히려 널 모함하다니 말야. 어떻게 나이가 들수록 사람 마음이 더 나빠질 수 있니?”은미는 할머니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며 씩씩거렸다.성준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다정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호의를 베푼다고 했던 일의 결과가 이렇듯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준은 다정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며 위로했다.“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내가 단서를 찾아냈어.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고마워.”다정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같은 시각 병원.이동철은 병실에서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그의 어머니 주춘자 여사는 마치 항의라도 하는 것처럼 단식했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드시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배고픈 건 제가 아니니까요.”그는 어머니를 향해 쏘아붙이고는 먹던 음식을 한 쪽으로 치워 놓은 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주춘자는 침대에 누운 채 머리 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심이 찔려서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지 않는가!이때 이동철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순간 안색이 변했지만, 얼른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환성 형님, 어쩐 일이세요? 아직 돈 갚을 날도 되지 않았는데요.”“지금 네 집에 와 있어. 30분 안에 오도록 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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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증거를 찾았다

“엄마, 제가 이러는 건 엄마가 사랑하는 손자랑 같이 잘 살려고 그러는 거예요. 너무 원망하지 마세요.”이동철은 주춘자의 산소마스크에 손을 가져갔다.그 때, 누군가 그의 손을 잡아챘다. 어느새 여준재와 구남준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당신들?!”그는 준재 일행을 보고 안색이 변하며 화를 냈다.“당신들이 왜 여기 있어!?”준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준이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토끼를 잡으려면 토끼 굴 앞에서 기다려야지! 그런데 당신이 돈 때문에 어머니를 죽일 줄은 몰랐는데?”“누가 어머니를 죽이려 했다는 거야? 헛소리하지 마!”그는 눈을 부라리며 부인했다.남준은 휴대전화를 꺼내니 녹음중인 화면을 보여주었다.그리고는 이동철이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재생버튼을 눌렀다.곧바로 그가 했던 말이 병실 가득 울렸다.준재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이 사람을 경찰서로 보내. 경찰이 수사하도록 말이야.”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춘자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제발 그러지 마세요…….”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제발, 내 아들을 놔주세요. 제가…… 고 선생님 일은 없었던 걸로 할게요.”준재는 조금도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어르신께 이미 기회를 드렸습니다. 지금은 너무 늦었어요.”그는 말을 마치고는 병실을 떠났다.남준은 이동철을 결박한 채 경찰서로 향했다.……다음날 아침, 준재는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다정을 만나러 갔다.그가 먼저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이동철이 잡혔어요. 살인미수 혐의로.” “살인미수요? 그게 무슨?”다정은 놀란 얼굴이었다.준재는 이동철이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그의 눈에 동철을 향한 증오심이 가득했다. “우리가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분은 자신을 죽이려는 아들에게 절대 저항하지 않았을 거예요.”“도대체 왜……?”다정은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들에게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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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네 눈에는 준재 한 사람만 보이는구나

이동철은 경찰의 말을 들으며 이를 부인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당시 약을 샀던 한약방은 교외의 아주 작은 가게였는데 그런 곳에 CCTV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경찰이 보여주는 CCTV 화면을 보고 자신은 이제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경찰은 그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취조를 계속했다. “증거가 다 나온 마당에 아직도 변명할 게 있나요?”“알면서 뭘 물어요?”그는 더는 변명거리가 없었지만,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경찰이 물었다.“이동철 씨가 인정한다는 뜻입니까? 본인이 사향을 구입한 것이 맞나요?”“내가 산 거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이유가 뭡니까? 대체 왜 그런거에요?”경찰은 그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 것을 보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했다. 30분이 지난 후 경찰이 취조실을 나왔다. 준재와 신수 노인은 얼른 달려가 물었다.“어때요? 인정했어요?”“이동철 씨가 자신이 사향을 사서 고다정 씨를 모함한 것을 인정했습니다. 자기에게 10억 정도의 빚이 있는데, 고다정 씨 집안이 돈이 있는 것을 알고 그 돈은 취하려 한 모양입니다.”경찰이 취조 결과를 설명했다. 준재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신수 노인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구남준도 잔뜩 화가 났다. “뭐 그런 사람이 있죠? 고 선생님은 좋은 마음으로 그의 어머니를 도와줬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준재는 남준을 흘겨보더니 경찰에게 물었다.“정황이 드러났으니 이제는 고다정 씨를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네, 하지만 아직 밟아야 할 절차들이 있습니다.”경찰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경찰과 함께 떠났다.10여 분쯤 후, 다정은 멍한 얼굴로 경찰서에서 나왔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준재를 보고는 안심이 됐다. “여 대표님…….”“이제 나왔으니 됐어요. 할 말이 많겠지만 일단 돌아가요. 가서 다시 이야기해요.”그가 다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고 다정했다. 다정은 자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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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당신 잘못이 아니야

다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난 분명히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려고 했는데 왜 나한테 이러는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다정은 준재의 품에 안겨 억울한 듯 울먹였다.준재는 그녀가 우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남준은 두 사람이 안고 있는 것을 보더니 눈치 있게 차 안의 커튼을 쳤다.차 안에는 다정의 흐느끼는 소리가 가득했다.준재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사람들 마음이 각박해진 거지.”하지만, 다정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쑥스러운 얼굴로 그의 품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준재의 옷이 젖은 것을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미안해요. 제가 여 대표님의 옷을 더럽혔어요.”“괜찮아요.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준재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털어놓고 나니 훨씬 편해지긴 했지만, 괴로운 건 여전해요.”이런 일을 당하면 누구라도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 준재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제를 돌렸다.“전에 고 선생 외할머니가 충격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의사 선생님이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연세가 많으시니 뇌출혈로 쓰러질 수도 있다면서요.”“네, 앞으로 제가 더 신경을 쓸게요. 이번 일도 정말 고마워요. 여 대표님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제가 이렇게 빨리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다정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했다.준재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이번에는 신수 선생님과 문성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두 분이 저보다는 더 애쓰셨는 걸요.”“모두들 고마워요.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제가 감사 인사 제대로 드릴게요.”다정이 웃으며 약속했다.그 사이 차는 준재의 집 제란원에 도착했다.거실에 있던 강말숙과 아이들은 차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다.“다정아!”강말숙은 쉰 목소리로 다정을 부르며 달려갔다.두 꼬마도 짧은 다리로 힘껏 달리며 엄마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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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여 대표와 어떤 사이지?

YM 그룹, CEO사무실.임초연은 다정이 무죄로 석방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너무 화가 났다. “저 여자 대체 뭐야? 아무리 애를 써도 내 맘대로 되지 않잖아!”그녀는 이를 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여러차례 심호흡 하며 진정하려 애썼다.그녀는 컴퓨터 화면에 뜬 다정의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언젠가 난 반드시 이 여자를 망쳐 놓을 거야. 그래서 뒤도 안 보고 운산을 떠나게 만들 거야!’고다빈 역시 임초연과 마찬가지로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이 재수 없는 여잔 왜 매번 운 좋게 이런 상황을 빠져나가지?”그녀는 화를 참을 수 없어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얼굴에 질투심과 불쾌감이 가득했다.그녀는 심지어 임초연까지 미워졌다.“임씨 집안 아가씨라더니 하나도 쓸데없잖아? 그녀가 내 놓은 방법은 별로 효과가 없어. 역시 복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사자가 직접 해야 해!”물론 다정은 알지 못하는 일들이었다. 잠에서 깬 그녀는 이미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과 아이들이 곁에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베개 옆에 있는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전화와 문자가 많이 와 있었다. 모두 절친 절친 임은미와 육성준에게서 온 것들이었다. 그녀가 답장을 하려고 할 때 성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공주님께서 드디어 전화를 받는군. 지금 어디에 있어? 왜 집에 안 간 거야?]그는 다정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해댔다.다정은 그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여 대표님 댁에 있어. 우리 집은 아직 치우질 못해서 말이야. 오늘 여기 머물다가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갈 거야.”[아, 지금 여 대표님 댁에 있구나…… 뭐? 잠깐만, 어디 있다고?]성준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그리고는 다그치기 시작했다. [왜 여 대표님 집에 있는 거지? 솔직히 말해! 너, 여 대표와 도대체 무슨 사이야?]“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우린 그냥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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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약자의 말이 다 맞는 건 아니에요

다음날 아침, 고다정은 아침을 먹은 뒤 강말숙과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했다.준재가 그들을 차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아파트 입구를 지나려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중에는 언론기자도 있었다.“무슨 일이지?”강말숙은 궁금한 얼굴로 창밖을 쳐다보았다.다정과 두 아이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준재는 눈살을 찌푸리고 차를 길가에 세우고 안전띠를 풀었다.“내가 내려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볼게요. 잠시만 기다려줘요.”“저도 같이 갈게요.”다정도 얼른 안전띠도 풀고 차에서 내렸다.준재가 막을 겨를도 없었다. 두 사람을 사람들이 몰린 곳으로 다가갔다. 다정이 무슨 일인지 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누군가 소리쳤다.“저 분은 고씨 집안 큰아가씨 아닌가요? 할머니, 할머니가 찾으시는 분이 돌아왔어요!”그 말에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고 선생님이 여기 있어요!”“고 선생님, 드디어 돌아왔군요.”“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선생님이 안계시면 할머닌 돌아가시고 말 거예요.”다정은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어리둥절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준재를 바라보았다.그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럽게 흥분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를 자신의 뒤쪽으로 잡아당겨 보호했다. 다정은 그의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바로 그때,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양 쪽으로 갈라지며 길을 만들었다. 저 멀리서 이동철의 어머니 주춘자가 어린아이의 부축을 받아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다정은 그녀를 보자 얼굴이 굳었다.주춘자는 그런 다정의 얼굴은 보지 못한 듯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고 선생님, 제발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 저도 우리 아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들 하나 밖에 없어요. 우리 아들이 감옥에 가면 저와 우리 손자는 어떻게 해요?”다정은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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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엄마의 귀염둥이들을 보세요

다정은 집에 돌아온 후에도 조금 전 있었던 일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준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절 보호해 주셔서 고마워.”“별 거 아닌데요, 뭘. 참! 아까 일은 마음에 두지 말아요.”준재가 다정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강말숙과 아이들도 그녀의 기분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 그들은 주춘자가 여기까지 찾아온 것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 “엄마,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지 마세요. 엄마의 귀염둥이들을 보세요!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하윤은 다정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다정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딸 때문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그녀는 딸의 포동포동한 얼굴을 만지며 뽀뽀해주었다.“우리 딸 말이 맞아. 그런 사람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은 괜히 시간 낭비야. 쓸데없는 일이고. 엄만 우리 귀염둥이들이나 많이 볼래!”“히히…….”하윤이 웃으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하준도 그걸 보더니 얼른 다가와 안겼다. 준재는 옆에서 부러운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봣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에게도 의지했으면 하고 바랐다. 곧 성공할 것 같았는데 부모님 때문에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다정은 준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그녀는 아이들과 웃고 떠들다가 그가 자기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쑥스러웠다.“미안해요, 여 대표님. 제가 대표님에게 신경 쓰지 못했네요.”“괜찮아요. 고 선생과 아이들이 이렇게 즐겁게 노는 것을 보니 저도 좋아요.”준재는 미소를 지었다.그때, 다정의 눈에 집안 풍경이 들어왔다. 전에 이동철 때문에 파괴된 가구와 심지어 벽까지 원상복구가 되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그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다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여 대표님께서 제 대신 우리 집을 이렇게 잘 정리해 주셨는데, 아직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네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얼마나 드셨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돈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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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누군가 뒤에서 고다정을 모함하다

밤, 시내에 있는 한 클럽.정환성이 부하들과 함께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경찰 여러 명이 들이닥쳤다.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벽을 보고 앉아!”경찰 중 우두머리가 무기를 든 채 소리쳤다.그들은 혼비백산하며 그의 지시에 따랐다. ……다음날, 준재는 회사에 출근해 구남준으로부터 경찰 측이 전해온 소식을 들었다. “어젯밤 사채업자를 체포해 취조했지만, 그는 자신이 이동철을 사주해 고 선생님을 모함한 일을 부인했습니다.”“부인했어?”준재가 차가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차를 준비하도록 해. 지금 경찰서로 갈 거야.”그는 직접 정환성을 만난 생각이었다.경찰서에 도착하자 경찰은 곧장 그를 만나게 해 주었다. 취조실에 들어간 준재는 자리에 서서 정환성을 내려다보았다. 한편, 그는 준재가 누군인지 잘 알지 못했다.그는 준재를 사복을 입은 경찰쯤으로 생각하고는 힐끔 쳐다보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준재는 얼굴이 굳은 채 그에게 물었다. “무엇때문에 이동철을 부추겨 고다정을 모함하려고 했지?”“…….”정환성은 대답이 없었다.준재는 상관없다는 듯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넌 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십년 이상 감옥에 있게 될 테니까. 그나저나 네 아내가 출소일까지 기다릴 수 있을런지 모르겠군.”그 말에 정환성의 안색이 싹 변했다.그는 매서운 눈으로 준재를 노려보았다.“내 아내를 찾아갔어?”그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아직은 아니지만, 네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곧 그렇게 되겠지!”정환성은 오랫동안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준재도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마치 힘이라도 겨루는 듯했다.그러나 결국 정환성이 지고 말았다. 그는 마침내 사실대로 자백했다.“맞아, 내가 이동철을 부추겨 고다정을 모함한 거야.”“왜 그랬지?”준재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는 사실대로 말했다.“나도 다른 사람에게 사주를 받았어. 그 사람은 이 일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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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갈등

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두 아이가 예의 바르게 준재에게 인사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안녕.”준재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아이들은 전처럼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그가 절대 자신들을 멀리하지 않을 것을 보여주면 되는 거다. 다정 역시 아이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어리둥절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그녀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물어보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들어 준재를 바라보았다.“여 대표님, 볼 일이 있어서 오신 거예요?” “네, 물어볼 게 있어서요.”준재가 아이들을 쳐다보면서 잠시 망설였다.좋은 일도 아닌데 아이들이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정은 그런 그를 보더니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아들, 딸! 외증조할머니에게 가서 같이 있을래?”하준과 하윤은 불만인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방안에는 다정과 준재만 남았다.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제 말씀하셔도 돼요.”“다름 아니라, 이번 사건을 뒤에서 조종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하지만 추적해보니 외국에서 사용한 걸로 보이는 메일 주소 하나만 얻을 수 있었어요. 더 이상 다른 정보는 없었구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외국에 살면서 다정씨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있나요?”준재가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 다정은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번 사건이 이동철이 돈에 눈이 어두워 저지른 일인줄로만 알았었기 때문이었다. 숨겨진 내막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준재가 이메일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이걸 보세요. 생각나는 게 없어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일 주소를 건네받았다. 하지만, 처음 보는 메일 주소였다. “전 처음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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