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보스의 품격 / 제290화 갈등

공유

제290화 갈등

작가: 누오바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두 아이가 예의 바르게 준재에게 인사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안녕.”

준재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은 전처럼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그가 절대 자신들을 멀리하지 않을 것을 보여주면 되는 거다.

다정 역시 아이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어리둥절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녀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물어보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들어 준재를 바라보았다.

“여 대표님, 볼 일이 있어서 오신 거예요?”

“네, 물어볼 게 있어서요.”

준재가 아이들을 쳐다보면서 잠시 망설였다.

좋은 일도 아닌데 아이들이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정은 그런 그를 보더니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아들, 딸! 외증조할머니에게 가서 같이 있을래?”

하준과 하윤은 불만인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방안에는 다정과 준재만 남았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말씀하셔도 돼요.”

“다름 아니라, 이번 사건을 뒤에서 조종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하지만 추적해보니 외국에서 사용한 걸로 보이는 메일 주소 하나만 얻을 수 있었어요. 더 이상 다른 정보는 없었구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외국에 살면서 다정씨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있나요?”

준재가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

다정은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번 사건이 이동철이 돈에 눈이 어두워 저지른 일인줄로만 알았었기 때문이었다. 숨겨진 내막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준재가 이메일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이걸 보세요. 생각나는 게 없어요?”

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일 주소를 건네받았다. 하지만, 처음 보는 메일 주소였다.

“전 처음 보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보스의 품격   제291화 선을 보게 되다

    고다정은 이틀 간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가끔씩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녀는 비록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지만 마음은 아직 회복이 되질 않았다. 사건이 일어난 후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살 수가 없었던 그녀는 결국 병이 났고,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그나마 준재가 찾아오면 컨디션이 괜찮아졌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보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임은미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임은미는 다정을 만나러 왔다가 두 아이에게 떠밀려 아이들 방으로 향했다.“무슨 일이야?”은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아이들은 최근 자신들의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엄마가 요즘 항상 우울해요. 준재 아저씨가 왔을 때만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요? 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 엄마가 다시 기분이 좋아질까요?”“그럼 준재 아저씨가 엄마랑 놀러 나가는 건 어떨까? 여행도 하면서 말이야. 그러면 엄마 기분이 좋아지고 아저씨랑 엄마 사이도 더 가까워질 거야.”은미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머뭇거리며 망설였다.특히 하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이 없었다.은미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우리 귀여운 쌍둥이들이 왜 이럴까? 설마 너희들 이제 준재 아저씨가 싫은 거야?”그도 그럴 것이 전에는 아이들이 준재 이름만 들어도 너무 좋아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망설이는 것을 보니 너무 이상했다. 하윤은 작은 입을 비쭉거리며 말했다.“아저씨를 싫어하는 게 아녜요. 아저씨 가족이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은미는 그 말에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여 대표님은 아이들을 정말 귀여워하던데 말이야.’‘잠깐만, 가족이라고?’“얘들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모에게 자세히 좀 말해봐. 이모가 도움을 줄 수도 있잖아.”은미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침대 위에 앉았다.

  • 보스의 품격   제292화 아저씨가 엄마를 데리고 나가서 기분 전환을 해주면 안 돼요?

    준재가 치료하러 간다는 말에 심해영은 핑계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쩌질 못했다. 결국 자신이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그럼 내일 저녁이 안 되면 모레 저녁은 어떠니?”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거절한다고 해도, 어머니가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괜히 입만 아픈 일이었다. 어차피 그는 그런 자리에 나가지 않을 것이었다. 심해영은 모르고 준재가 갈 줄 알았는데 바로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다음날, 준재는 회사 일을 처리한 후 바로 다정의 집으로 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두 꼬마의 열정적인 환영을 받았다.“아저씨, 오셨어요!”그는 자신의 곁으로 달려와 환호하는 아이들을 보며 멍한 표정이 됐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아저씨 왔어. 너희들 잘 지냈어? 엄마는 어디 계셔?”“엄마는 외증조할머니랑 같이 약재를 거두어들이러 가셨어요.”하윤이 귀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준재는 그 말에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아저씨도 가서 도와주면 엄마가 빨리 오실 수 있을 것 같아. 둘이서 집에 잘 있을 수 있지?”그때, 막 떠나려는 그를 하준이 붙잡았다. “아저씨, 잠깐만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뭔데?”그가 뒤를 돌아보았다.하지만, 하준은 대답 대신 자기 방으로 달려가더니 저금통 하나를 가져와 그 앞에 내밀었다. “아저씨, 저랑 여동생이 용돈을 모아 저축한 거예요. 혹시 이걸로 아저씨가 엄마랑 외출하면 안 될까요? 우리 엄마가 기분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부탁드릴게요.”그는 하준이 내민 귀여운 저금통을 보고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랬구나!’‘오늘 아이들이 갑자기 내게 친절하다 했더니 이런 부탁을 하려고 그랬던 거구나?’‘나도 바라는 바야.’‘마침 부모님이 주선한 맞선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좋은 방법이 생겼어.’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하준에게서 저금통을 건네받았다. “그래. 너희들 부탁을 들어줄게.”아이들은

  • 보스의 품격   제293화 내 어깨에 기대어 자요

    다정이 준재의 치료를 마친 건 삼십 분이 지나서였다. 그녀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뻐근한 허리를 문질렀다. 그리고는 화장대 위의 물컵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준재는 그녀의 행동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다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갑자기 아이들이 했던 행동이 생각나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여 대표님, 혹시 아이들이 드린 저금통을 다시 주실 수 있나요? 여행 비용은 제가 따로 대표님에게 드릴게요.”‘안 돼요.’준재는 속으로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건 아이들이 처음으로 자기에게 준 물건이었다. 그는 그것을 잘 간직하고 싶었다. 하지만 간절한 그녀의 눈빛을 보고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도 분명 자신과 같은 이유로 저금통을 돌려받길 원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는 쓰린 마음을 참으며 다정에게 저금통을 양보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내일 만날 시간을 약속하고 헤어졌다.……다음날 아침, 다정은 일찍 일어나 짐을 쌌다.두 꼬마는 흥분해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일어나 그녀를 도왔다. 8시가 다 되는 시각, 준재는 다정의 집에 도착했다.그는 바닥에 놓인 짐들을 보며 물었다.“잘 챙겼어요?”“네, 다 챙겼어요. 언제든지 출발할 준비됐어요.”다정은 빙그레 웃으며 준재를 바라보았다.눈치 빠른 구남준이 얼른 나서 짐을 들었다. 다정은 집을 나서기 전 강말숙에게 신신당부했다.“제가 집에 없는 동안, 외할머니도 몸 잘 챙기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하시고요. 아셨죠?”사실 그녀는 강말숙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하도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알았어, 너희들도 항상 조심해. 외국이 위험하다던데.”그녀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정에게 신신당부했다.준재가 그 말을 듣더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무 일 없도록 잘 돌볼게요.”강말숙은 진지한 얼굴의 준재를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두 아이도 나서며 말

  • 보스의 품격   제294화 평생 외국에서 돌아오지 마

    운산에서 F국까지 비행시간은 열시간이 넘었다. 심해영은 여준재가 출국한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저녁이 되자 그녀는 준재에게 진씨 집안 딸과의 약속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려고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아무리 여러 번 걸어도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준재가 일부러 피하는 줄 알고 콧방귀를 뀌었다.“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야? 오늘은 피했지만, 내일은 안 될 걸?”그녀는 곧장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신 아직 회사에서 안 나갔죠?”[응, 왜?]그러자 심해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당신의 그 잘난 아들 때문에 그래요. 준재에게 진씨 집안 아가씨와의 약속을 잊지 말라고 전화했는데 받지를 않아요. 준재 사무실로 가서 있나 확인 좀 해 봐요.”[알았어, 내가 가 볼게.]여진성은 전화를 끊고 일어나 대표실로 향했다.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진성은 눈살을 찌푸리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다행히 이번에는 전화가 연결됐고, 그가 다짜고짜 물었다. “너 지금 어디야? 오늘 저녁에 진씨 집안 아가씨와 약속이 있다는 것 알고 있지?”[저는 그 아가씨를 만나겠다고 대답한 적이 없는데요. 전 지금 F국에 출장 중이에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그는 아버지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여진성은 통화가 종료된 화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히 그는 맞선 자리가 싫어 해외로 도망간 것이었다!심해영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여준재! 너 정말 대단하구나! 이딴 식으로 나올 거면 평생 거기서 살고 돌아오지 마!”한편, 임초연은 준재의 맞선 소식을 듣고는 분노했다. 항상 여준재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터라 그의 부모가 진씨 집안 여자와 맞선을 주선했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어! 내가 당신들 비위를 맞추려 얼마나 고생했는데, 준재 씨를 다른 여자에게 소개해?”그녀는 너무 화가 나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녀를 정말 화나게 한 건 다른 것이었다. 여준재의 해외 출장에 동

  • 보스의 품격   제295화 도대체 언제 엄마의 남자친구가 될 거예요

    하준은 뜻밖에도 신이 나서 소리쳤다. “만약 언어 선생님이 있다면, 앞으로 더 많은 언어를 배울 수 있고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아저씨, 고맙습니다!”하준이 기쁜 얼굴로 준재를 바라보았다.준재는 아들의 지지를 받는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기세등등한 얼굴로 다정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마치 자신이 맞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보세요, 하준이 이렇게 좋아하잖아요!’다정은 그런 속 마음까지는 다 몰랐지만, 그가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이어서 그들은 박물관 구경을 계속했다. 준재는 해설사 역할을 도맡아 했다. 그의 매력적이고 다정한 목소리에 다들 반할 지경이었다. 구경을 마칠 때 까지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다정이 감탄하며 말했다.“여 대표님 정말 학식이 풍부하고 견문이 넓으신 것 같아요. 오늘 정말 놀랐어요.”비록 소개글이 써져 있기는 하지만, 준재는 그 밖의 이야기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두 아이도 다정의 말에 동의했다.아이들은 존경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정말 대단해요! 저도 아저씨처럼 대단한 사람이 될 거예요.”준재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래, 꼭 그렇게 되렴!”“네!”두 아이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그들은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본 후 호텔로 돌아가 점심을 먹었다. 식사하는 동안 다정은 아이들을 살뜰히 챙겼다.호텔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아이들이 정말 잘 먹었다. 준재는 아이들을 살피는 다정을 보고 있다가 생선 가시를 바르고 새우를 까서 접시에 담았다. 얼마 안 있어 하얀 접시에 생선살과 새우가 가득 담겼다. 준재는 접시를 다정 앞으로 밀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아이들만 챙기지 말고 고 선생도 좀 먹어요.”다정은 앞에 놓인 접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남자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 해 주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요.”

  • 보스의 품격   제296화 함부로 하지 마

    내민 손을 본 여준재는 얼굴이 굳어졌다.그는 여자의 손을 낚아채 힘껏 뿌리쳤다.그러던 중,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고다정을 발견하고는 왠지 모르게 긴장했다.다정은 눈앞의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짙은 불쾌감이 일었다.마치 좋아하는 장난감을 뺏긴 아이 같았다.금발의 미인도 준재의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고, 무심코 고개를 돌려 어색한 표정으로 다정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었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궁지에 빠뜨릴 만큼 호의적이진 않았다.그녀가 말하려는 순간, 그녀의 귓가에 한 남자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다시 한번 말할게요. 전 결혼했어요. 만약 다시 와서 귀찮게 하시면 내가 하는 행동에 있어서 무례하다고 절 탓하지 마세요.”준재는 이 말을 끝으로 다정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껴안았다.그 순간, 다정은 당황스러웠다.당혹스러운 준재의 말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한 번만 도와줘요.”준재는 말을 마친 후 다정의 얼굴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이들은 자요?”“네, 다 자요…….”다정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협조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를 본 준재는 입꼬리를 올리며 애정 어린 눈으로 말했다.“그럼 우리도 들어가서 쉬어요.”말하는 사이에 그는 다정을 안고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그는 금발 여자를 철저히 무시했다.방에 들어간 준재는 잊어버린 듯 다정을 놓아주지 않았다.다정은 그의 목욕가운 너머로 열기가 전해지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그녀의 얼굴까지 뜨거운 여기가 퍼지기 시작했다.다정은 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이때 돌발상황이 일어났다.다정이 품에서 벗어났을 때 그녀의 옷에 있던 단추에 준재의 허리끈이 걸려있었다.준재의 목욕가운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풀리고 그 안의 근육질 몸매가 드러났다.“아!”다정은 예상치 못한 사고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하지만 그녀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발이 미끄러져

  • 보스의 품격   제297화 또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려는 거야?

    그날 오후 2시에 일어난 두 아이는 활력이 넘쳤다.그들에 비해 다정은 오히려 조금 초췌해 보였다.다정은 낮잠조차 자지 않았다.다정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준재의 방에서 일어난 일이 맴돌았다.그 묘한 분위기가 그녀를 뒤흔들어 진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이로 인해 다정은 그날 오후 어디에서나 준재를 피해 다녔다.준재 역시 눈치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놀라 도망가 버리면 아이들과 접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두 아이도 그들의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고 의심을 품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엄마와 아저씨가 왜 이러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이상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당사자들에게 금방 잊혔다.이미 다정은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오후, 그들의 목적지는 F국의 유명한 관광지인 바이디 수상 궁전이었다.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면적은 족히 축구장 4개를 합쳐 놓은 것처럼 넓었다.건물 내부는 정교하게 조각된 석상과 그림이 있었다.“어쩐지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기분이 안 좋을 때 여기를 걸으면 걱정이 싹 사라진다는데, 그럴 수밖에 없구나.”다정은 장엄한 궁전의 입구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풍경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이 말을 들은 준재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평소에 보지 못한 풍경을 보면 색다른 느낌에 기분이 좋아지죠.”아이들은 두 사람의 심오한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곳이 마음에 든다는 것은 변함없었다.그들은 주변 풍경 사진을 많이 찍었다.하윤은 아저씨와 엄마의 모습을 보며 문뜩 떠오른 생각에 자기 오빠에게 귓속말을 했다.“오빠, 나중에 엄마랑 아저씨를 부를 테니까, 돌아보면 그 틈을 타서 사진을 찍어.”“좋아, 하나, 둘, 셋 소리쳐.”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 찬성했다.이를 본 하윤은 곧바로 옆에서 소리쳤다.“엄마, 아저씨!”“왜?”다정과 준재는 아이의 목소리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며

  • 보스의 품격   제298화 언젠가 날 팔아넘길지도 몰라

    여준재가 SNS에 사진을 올리자마자 연락이 쇄도했다.하준이 오후에 찍은 조화로운 사진을 올렸기에 마치 무언가를 선포하는 것처럼 보였다.[준재 형, 이게 뭐야? 공개 연애야?][이렇게 예쁜 분이 제 형수예요?][준재 형, 형수는 언제 소개해 줄 거예요?]이 문자에 대해 준재는 흘끗 쳐다보고 말았다.두 아이도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준재의 SNS를 보고 아저씨가 엄마를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기뻤다.모두가 다 행복해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은 매우 불행해하고 있었다.임초연은 SNS에 게시된 준재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아 분노했다.‘여준재, 이게 무슨 뜻이야? 이젠 아예 대놓고 연애질을 하겠다는 거야?’이 생각에 그녀는 질투심이 극에 달했다.여씨 부부도 준재가 올린 사진을 보고 둘 다 화를 참지 못했다.심해영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노발대발했다.“이게 뭐야? 지금 우리 뒤통수를 때린 거야? 우리가 방금 진씨 집안 딸에 대해 연락했는데 SNS에 다른 여자랑 찍은 사진을 올려?!”여진성은 동조하지 않았지만 준재가 한 일이 옳지 않다고 느꼈다.“안 되겠어, 전화해서 지금 당장 돌아오라고 말할게!”심해영은 더 이상 솟구치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단지 지금 자신의 아들과 다정을 떨어뜨려 놓고 싶었다.“고다정이라는 사람이에요. 이 여자를 쫓아낼 방법을 찾아야 해요,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어요!”그녀가 막 전화를 걸려던 참에 여진성이 그녀를 제지했다.“너무 감정적으로 준재한테 전화하지 마. 준재는 전혀 듣지 않을 거야.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고 두 사람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 수도 있어.”“그럼 지금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둘이 외국에서 행복하게 있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으라는 말이에요? 고다정이라는 여자가 우리 준재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멀쩡한 여자들을 놔두고 왜 굳이 애 딸린 여자를 만난다는 거예요!” 심해영은 화가 극에 달했고, 다정이 못난 점이 하나 없는 아들을 홀렸다고 생각하며 다정을

최신 챕터

  • 보스의 품격   제1270화 마지막화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 보스의 품격   제1269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다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 보스의 품격   제1268화 둘만의 세상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 보스의 품격   제1267화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요?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 보스의 품격   제1266화 치열한 쟁탈전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 보스의 품격   제1265화 12년 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 보스의 품격   제1264화 평생 행복하게 살자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 보스의 품격   제1263화 불쌍한 솔로 구남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 보스의 품격   제1262화 결혼식(하)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