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은 집에 돌아온 후에도 조금 전 있었던 일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준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절 보호해 주셔서 고마워.”“별 거 아닌데요, 뭘. 참! 아까 일은 마음에 두지 말아요.”준재가 다정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강말숙과 아이들도 그녀의 기분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 그들은 주춘자가 여기까지 찾아온 것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 “엄마,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지 마세요. 엄마의 귀염둥이들을 보세요!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하윤은 다정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다정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딸 때문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그녀는 딸의 포동포동한 얼굴을 만지며 뽀뽀해주었다.“우리 딸 말이 맞아. 그런 사람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은 괜히 시간 낭비야. 쓸데없는 일이고. 엄만 우리 귀염둥이들이나 많이 볼래!”“히히…….”하윤이 웃으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하준도 그걸 보더니 얼른 다가와 안겼다. 준재는 옆에서 부러운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봣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에게도 의지했으면 하고 바랐다. 곧 성공할 것 같았는데 부모님 때문에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다정은 준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그녀는 아이들과 웃고 떠들다가 그가 자기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쑥스러웠다.“미안해요, 여 대표님. 제가 대표님에게 신경 쓰지 못했네요.”“괜찮아요. 고 선생과 아이들이 이렇게 즐겁게 노는 것을 보니 저도 좋아요.”준재는 미소를 지었다.그때, 다정의 눈에 집안 풍경이 들어왔다. 전에 이동철 때문에 파괴된 가구와 심지어 벽까지 원상복구가 되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그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다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여 대표님께서 제 대신 우리 집을 이렇게 잘 정리해 주셨는데, 아직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네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얼마나 드셨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돈을 보
밤, 시내에 있는 한 클럽.정환성이 부하들과 함께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경찰 여러 명이 들이닥쳤다.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벽을 보고 앉아!”경찰 중 우두머리가 무기를 든 채 소리쳤다.그들은 혼비백산하며 그의 지시에 따랐다. ……다음날, 준재는 회사에 출근해 구남준으로부터 경찰 측이 전해온 소식을 들었다. “어젯밤 사채업자를 체포해 취조했지만, 그는 자신이 이동철을 사주해 고 선생님을 모함한 일을 부인했습니다.”“부인했어?”준재가 차가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차를 준비하도록 해. 지금 경찰서로 갈 거야.”그는 직접 정환성을 만난 생각이었다.경찰서에 도착하자 경찰은 곧장 그를 만나게 해 주었다. 취조실에 들어간 준재는 자리에 서서 정환성을 내려다보았다. 한편, 그는 준재가 누군인지 잘 알지 못했다.그는 준재를 사복을 입은 경찰쯤으로 생각하고는 힐끔 쳐다보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준재는 얼굴이 굳은 채 그에게 물었다. “무엇때문에 이동철을 부추겨 고다정을 모함하려고 했지?”“…….”정환성은 대답이 없었다.준재는 상관없다는 듯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넌 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십년 이상 감옥에 있게 될 테니까. 그나저나 네 아내가 출소일까지 기다릴 수 있을런지 모르겠군.”그 말에 정환성의 안색이 싹 변했다.그는 매서운 눈으로 준재를 노려보았다.“내 아내를 찾아갔어?”그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아직은 아니지만, 네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곧 그렇게 되겠지!”정환성은 오랫동안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준재도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마치 힘이라도 겨루는 듯했다.그러나 결국 정환성이 지고 말았다. 그는 마침내 사실대로 자백했다.“맞아, 내가 이동철을 부추겨 고다정을 모함한 거야.”“왜 그랬지?”준재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는 사실대로 말했다.“나도 다른 사람에게 사주를 받았어. 그 사람은 이 일만 잘
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두 아이가 예의 바르게 준재에게 인사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안녕.”준재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아이들은 전처럼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그가 절대 자신들을 멀리하지 않을 것을 보여주면 되는 거다. 다정 역시 아이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어리둥절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그녀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물어보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들어 준재를 바라보았다.“여 대표님, 볼 일이 있어서 오신 거예요?” “네, 물어볼 게 있어서요.”준재가 아이들을 쳐다보면서 잠시 망설였다.좋은 일도 아닌데 아이들이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정은 그런 그를 보더니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아들, 딸! 외증조할머니에게 가서 같이 있을래?”하준과 하윤은 불만인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방안에는 다정과 준재만 남았다.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제 말씀하셔도 돼요.”“다름 아니라, 이번 사건을 뒤에서 조종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하지만 추적해보니 외국에서 사용한 걸로 보이는 메일 주소 하나만 얻을 수 있었어요. 더 이상 다른 정보는 없었구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외국에 살면서 다정씨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있나요?”준재가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 다정은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번 사건이 이동철이 돈에 눈이 어두워 저지른 일인줄로만 알았었기 때문이었다. 숨겨진 내막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준재가 이메일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이걸 보세요. 생각나는 게 없어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일 주소를 건네받았다. 하지만, 처음 보는 메일 주소였다. “전 처음 보는
고다정은 이틀 간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가끔씩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녀는 비록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지만 마음은 아직 회복이 되질 않았다. 사건이 일어난 후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살 수가 없었던 그녀는 결국 병이 났고,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그나마 준재가 찾아오면 컨디션이 괜찮아졌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보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임은미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임은미는 다정을 만나러 왔다가 두 아이에게 떠밀려 아이들 방으로 향했다.“무슨 일이야?”은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아이들은 최근 자신들의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엄마가 요즘 항상 우울해요. 준재 아저씨가 왔을 때만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요? 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 엄마가 다시 기분이 좋아질까요?”“그럼 준재 아저씨가 엄마랑 놀러 나가는 건 어떨까? 여행도 하면서 말이야. 그러면 엄마 기분이 좋아지고 아저씨랑 엄마 사이도 더 가까워질 거야.”은미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머뭇거리며 망설였다.특히 하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이 없었다.은미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우리 귀여운 쌍둥이들이 왜 이럴까? 설마 너희들 이제 준재 아저씨가 싫은 거야?”그도 그럴 것이 전에는 아이들이 준재 이름만 들어도 너무 좋아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망설이는 것을 보니 너무 이상했다. 하윤은 작은 입을 비쭉거리며 말했다.“아저씨를 싫어하는 게 아녜요. 아저씨 가족이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은미는 그 말에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여 대표님은 아이들을 정말 귀여워하던데 말이야.’‘잠깐만, 가족이라고?’“얘들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모에게 자세히 좀 말해봐. 이모가 도움을 줄 수도 있잖아.”은미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침대 위에 앉았다.
준재가 치료하러 간다는 말에 심해영은 핑계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쩌질 못했다. 결국 자신이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그럼 내일 저녁이 안 되면 모레 저녁은 어떠니?”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거절한다고 해도, 어머니가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괜히 입만 아픈 일이었다. 어차피 그는 그런 자리에 나가지 않을 것이었다. 심해영은 모르고 준재가 갈 줄 알았는데 바로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다음날, 준재는 회사 일을 처리한 후 바로 다정의 집으로 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두 꼬마의 열정적인 환영을 받았다.“아저씨, 오셨어요!”그는 자신의 곁으로 달려와 환호하는 아이들을 보며 멍한 표정이 됐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아저씨 왔어. 너희들 잘 지냈어? 엄마는 어디 계셔?”“엄마는 외증조할머니랑 같이 약재를 거두어들이러 가셨어요.”하윤이 귀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준재는 그 말에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아저씨도 가서 도와주면 엄마가 빨리 오실 수 있을 것 같아. 둘이서 집에 잘 있을 수 있지?”그때, 막 떠나려는 그를 하준이 붙잡았다. “아저씨, 잠깐만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뭔데?”그가 뒤를 돌아보았다.하지만, 하준은 대답 대신 자기 방으로 달려가더니 저금통 하나를 가져와 그 앞에 내밀었다. “아저씨, 저랑 여동생이 용돈을 모아 저축한 거예요. 혹시 이걸로 아저씨가 엄마랑 외출하면 안 될까요? 우리 엄마가 기분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부탁드릴게요.”그는 하준이 내민 귀여운 저금통을 보고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랬구나!’‘오늘 아이들이 갑자기 내게 친절하다 했더니 이런 부탁을 하려고 그랬던 거구나?’‘나도 바라는 바야.’‘마침 부모님이 주선한 맞선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좋은 방법이 생겼어.’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하준에게서 저금통을 건네받았다. “그래. 너희들 부탁을 들어줄게.”아이들은
다정이 준재의 치료를 마친 건 삼십 분이 지나서였다. 그녀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뻐근한 허리를 문질렀다. 그리고는 화장대 위의 물컵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준재는 그녀의 행동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다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갑자기 아이들이 했던 행동이 생각나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여 대표님, 혹시 아이들이 드린 저금통을 다시 주실 수 있나요? 여행 비용은 제가 따로 대표님에게 드릴게요.”‘안 돼요.’준재는 속으로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건 아이들이 처음으로 자기에게 준 물건이었다. 그는 그것을 잘 간직하고 싶었다. 하지만 간절한 그녀의 눈빛을 보고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도 분명 자신과 같은 이유로 저금통을 돌려받길 원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는 쓰린 마음을 참으며 다정에게 저금통을 양보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내일 만날 시간을 약속하고 헤어졌다.……다음날 아침, 다정은 일찍 일어나 짐을 쌌다.두 꼬마는 흥분해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일어나 그녀를 도왔다. 8시가 다 되는 시각, 준재는 다정의 집에 도착했다.그는 바닥에 놓인 짐들을 보며 물었다.“잘 챙겼어요?”“네, 다 챙겼어요. 언제든지 출발할 준비됐어요.”다정은 빙그레 웃으며 준재를 바라보았다.눈치 빠른 구남준이 얼른 나서 짐을 들었다. 다정은 집을 나서기 전 강말숙에게 신신당부했다.“제가 집에 없는 동안, 외할머니도 몸 잘 챙기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하시고요. 아셨죠?”사실 그녀는 강말숙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하도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알았어, 너희들도 항상 조심해. 외국이 위험하다던데.”그녀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정에게 신신당부했다.준재가 그 말을 듣더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무 일 없도록 잘 돌볼게요.”강말숙은 진지한 얼굴의 준재를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두 아이도 나서며 말
운산에서 F국까지 비행시간은 열시간이 넘었다. 심해영은 여준재가 출국한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저녁이 되자 그녀는 준재에게 진씨 집안 딸과의 약속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려고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아무리 여러 번 걸어도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준재가 일부러 피하는 줄 알고 콧방귀를 뀌었다.“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야? 오늘은 피했지만, 내일은 안 될 걸?”그녀는 곧장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신 아직 회사에서 안 나갔죠?”[응, 왜?]그러자 심해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당신의 그 잘난 아들 때문에 그래요. 준재에게 진씨 집안 아가씨와의 약속을 잊지 말라고 전화했는데 받지를 않아요. 준재 사무실로 가서 있나 확인 좀 해 봐요.”[알았어, 내가 가 볼게.]여진성은 전화를 끊고 일어나 대표실로 향했다.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진성은 눈살을 찌푸리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다행히 이번에는 전화가 연결됐고, 그가 다짜고짜 물었다. “너 지금 어디야? 오늘 저녁에 진씨 집안 아가씨와 약속이 있다는 것 알고 있지?”[저는 그 아가씨를 만나겠다고 대답한 적이 없는데요. 전 지금 F국에 출장 중이에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그는 아버지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여진성은 통화가 종료된 화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히 그는 맞선 자리가 싫어 해외로 도망간 것이었다!심해영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여준재! 너 정말 대단하구나! 이딴 식으로 나올 거면 평생 거기서 살고 돌아오지 마!”한편, 임초연은 준재의 맞선 소식을 듣고는 분노했다. 항상 여준재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터라 그의 부모가 진씨 집안 여자와 맞선을 주선했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어! 내가 당신들 비위를 맞추려 얼마나 고생했는데, 준재 씨를 다른 여자에게 소개해?”그녀는 너무 화가 나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녀를 정말 화나게 한 건 다른 것이었다. 여준재의 해외 출장에 동
하준은 뜻밖에도 신이 나서 소리쳤다. “만약 언어 선생님이 있다면, 앞으로 더 많은 언어를 배울 수 있고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아저씨, 고맙습니다!”하준이 기쁜 얼굴로 준재를 바라보았다.준재는 아들의 지지를 받는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기세등등한 얼굴로 다정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마치 자신이 맞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보세요, 하준이 이렇게 좋아하잖아요!’다정은 그런 속 마음까지는 다 몰랐지만, 그가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이어서 그들은 박물관 구경을 계속했다. 준재는 해설사 역할을 도맡아 했다. 그의 매력적이고 다정한 목소리에 다들 반할 지경이었다. 구경을 마칠 때 까지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다정이 감탄하며 말했다.“여 대표님 정말 학식이 풍부하고 견문이 넓으신 것 같아요. 오늘 정말 놀랐어요.”비록 소개글이 써져 있기는 하지만, 준재는 그 밖의 이야기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두 아이도 다정의 말에 동의했다.아이들은 존경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정말 대단해요! 저도 아저씨처럼 대단한 사람이 될 거예요.”준재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래, 꼭 그렇게 되렴!”“네!”두 아이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그들은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본 후 호텔로 돌아가 점심을 먹었다. 식사하는 동안 다정은 아이들을 살뜰히 챙겼다.호텔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아이들이 정말 잘 먹었다. 준재는 아이들을 살피는 다정을 보고 있다가 생선 가시를 바르고 새우를 까서 접시에 담았다. 얼마 안 있어 하얀 접시에 생선살과 새우가 가득 담겼다. 준재는 접시를 다정 앞으로 밀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아이들만 챙기지 말고 고 선생도 좀 먹어요.”다정은 앞에 놓인 접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남자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 해 주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