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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661 - 챕터 670

1379 챕터

제661화

흠칫하던 조보희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돌아보았다.“이한 씨, 생각보다 뻔뻔한 사람이었네요. 뭘 더 쓸어갈 생각인데요?”조보희의 순수한 표정에 송이한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려왔다.“그러니까 내 말은... 매장에서 더 사자고요.”“네?”이에 조보희의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지금 나랑 같이 쇼핑을 하겠다고요?”고개를 끄덕인 송이한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어머니, 아버지도 보희 씨 만나고 싶어 하세요. 이번 설에 우리 집에 놀러갈래요?”쿠궁!‘이번 설에... 이한 씨 집에?’갑작스러운 제안에 조보희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그냥 놀러가는 거라고? 지금 우리 사이에 그냥 단순히 놀러가는 거일 리가 없잖아!’이 상황을 겨우 인지한 조보희는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혹시 이한 씨도... 제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그녀의 질문에 피식 웃던 송이한이 고개를 돌렸다.“그런 거 아니에요. 저번부터 커플룩 입고 싶다면서요.”“...”“내가 미안해요. 보희 씨 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유치하다고 말했네요. 이만 화 풀어요.”“솔직히 그거 말고 화난 이유 또 더 있는데.”고개를 푹 숙인 조보희가 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고주영과 송이한이 정략결혼을 할 사이였다는 걸 안 뒤로 가슴에 가시가 콕 박힌 듯 답답했던 그녀다.그래도 송이한을 믿었기에 그가 먼저 해명을 해주길 바랐건만 아무리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라 꽤 불안해진 상태였다.아무렇지 않게 애매한 스킨십을 하는 건 참을만 했지만 그녀의 생각이나 제안에 자꾸만 태클을 거는 게 특히 마음에 안 들었다.“아버님 투자 안목이 안 좋으시다고 했던 것 때문에 그래요?”좋은 마음에서 조언을 한 것이지만 너무 직접적이었음을 송이한도 인지하고 있었다.“그,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그럼 내가 보희 씨가 준 컵 깨트려서요?”“내가 준 선물을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거예요?”삐침의 근원을 찾은 송이한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평소에 작은 섭섭함이 쌓였던 데다 고주영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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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그렇게 조보희는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시준 씨가... 커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건 소통과 신뢰라고 했는데... 난 이한 씨 믿어주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진심으로.”말을 마친 조보희가 고개를 푹 떨구었다.실제로 어젯밤 죄책감으로 잠도 이루지 못한 그녀였기에 오히려 솔직하게 터놓고 나니 체기가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송이한이 화를 내진 않을까 초조하기도 했다.그리고 그 사이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취합한 송이한이 물었다.“고주영 씨 친구랑 고우신 씨 전여친이 수영장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다던데. 혹시... 보희 시가 한 거예요? 유리 씨도 그래서 감기에 걸린 거고?”송씨 일가가 정략결혼을 제안하니 그쪽에서는 화가 잔뜩 나있었을 텐데 조보희의 등장은 고주영 패거리의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었을 것이다.그런데 맹한 성격의 조보희가 당하긴커녕 오히려 상대방에게 한방 먹였다는 건... 기가 세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운 강유리의 일조가 있었으리라고 송이한은 확신했다.“그, 그렇게 튼튼한 애가 그거 조금 젖었다고 감기에 걸릴 줄 누가 알았나요...”조보희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보희 씨는 어디 다친 데 없어요? 어디 아픈 데는요?”송이한이 조보희의 몸 구석구석을 훑어보고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전 괜찮아요. 저야 뭐, 튼튼한 거 빼면 시체인데요 뭘.”“...”그렇게 한참을 침묵하던 송이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안전벨트를 푼 그는 훅 다가가 조보희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었다.쿠궁.당황한 조보희는 그대로 조수석에 굳어버리고 말았다.‘뭐야? 뭔데, 이거!’같은 시각, 경찰서.강유리가 조사를 마치고 나왔을 땐 이미 어두운 밤이었다.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 경찰서 앞의 가로등이 어두운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문득 불어오는 찬 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던 강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역시 인과응보라는 말이 맞나 봐.”한편, 육시준과 신한문 역시 그녀의 뒤를 따라 경찰서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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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한문 씨는 아직도 당신이 왜 그렇게 못 되게 구는지 모를걸? 아마 어리둥절할 거야.”“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전방을 주시하는 육시준이 여전히 감정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작은 손을 억지로 밀어넣어 끝내 육시준과 깍지까지 끼는 데 성공한 강유리가 애교를 부렸다.“나랑 한문 씨 저번에 얼굴 한 번 본 게 다야. 그전엔 서로 아예 모르는 사이였다고.”“...”“어른들이 별의미 없이 하신 말씀이야. 솔직히 한문 씨 탓도 아니잖아?”“지금 걔 편 드는 거야?”드디어 고개를 돌린 육시준이 그녀를 흘겨보고 강유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니, 그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사실을 얘기하는 것뿐이야. 그리고,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이미 내 옆에 있는데 다른 남자들이 눈에 들어오겠어? 내가?”강유리의 아부 아닌 아부에 육시준의 표정은 조금 풀린 듯했다.“오늘 보희랑 같이 옷 피팅하면서 갑자기 생각난 건데 우리 웨딩사진, 전통 혼례 컨셉으로도 찍자. 어때?”“당연한 거 아니야? 이 세상 모든 컨셉으로 다 찍을 건데?”“참나. 어머님은 꽤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았는데 아버님은 요즘 애들이 왜 고리타분하게 전통혼례냐며 하셔서. 두 분이 괜히 싸우실까 봐 내가 슬쩍 빼놨던 거거든.”“하여간, 쓸데없는 일에 간섭을 하신다니까.”‘하, 이 불속성 효자 좀 보소?’강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일단 스튜디오 촬영부터 진행하고 야외 촬영은 설 지나고 날 좀 풀리면 여기저기 여행 다니면서 찍자.”바쁜 와중에도 결혼식 준비를 가장 중요한 스케줄로 생각하고 있는 육시준이 바로 계획을 제시했다.“그래. 당신 말대로 하자.”...그렇게 겨우 육시준의 마음을 달래고 마음을 놓으려던 그때,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강유리의 기분은 또 언짢아지고 만다.빌라로 향하는 길 앞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득달같이 달려온 왕소영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너, 아무리 독하기로서니 네 아버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정말 우리 가족 다 길바닥에 나앉아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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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아니, 그게 아니라...”그리고 뭔가 말실수를 한 걸 인지한 왕소영이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그래서 뭐? 내가 알아봤는데 그게 뭐?”그 말에 급격히 이성을 잃은 강유리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고... 행여나 또 그녀가 먼저 왕소영을 때리면 어쩌나 싶어 경비원들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강 대표님, 진정 좀 하십시오.”“몰라. 어쨌든 너 때문이야! 넌 그냥 우리가 잘 먹고 사는 게 꼴보기 싫었던 거야!”왕소영의 억지에 강유리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했다.“그래. 꼴보기 싫어. 할 수 있으면 정말 죽여버리고 싶어. 그리고 아버지가 그동안 해온 짓이 어디 한, 두개여야지. 제발 나한테 걸리지 말라고 해. 난 절대 안 봐줄 테니까.”“...”강유리의 엄포에 얼굴이 창백해진 왕소영은 두 사람을 태운 차량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소영아, 아까 쟤가 하는 말 들어보면 처남... 합의만 제대로 되면 나올 수 있는 거네?”포인트를 정확하게 잡은 왕정한이 물었다.“뭐, 그렇겠지. 아까 그 계집애 말하는 거 못 들었어. 하여간 언젠가는 제 아비 잡아먹을 애라니까.”“그럴 줄 알았어. 처남도 참... 그동안 친 사고가 왜 이렇게 많아.”일단 당분간은 지금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왕강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별일 없으면 됐어. 여기 다 모여서 뭐 하는 짓이야. 소영이 넌 신영이한테 전화 좀 넣어라. 애 괜히 걱정할라.”고성그룹 딸이 된 지금도 그들의 안위부터 생각하는 외손녀가 왕강태는 꽤 애틋했다.한편, 백미러로 왕소영 일행을 지켜보던 육시준이 방금 전 신한문과 했던 대화를 떠올리고 물었다.“너 설마... 제보자가 성신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성홍주가 결국 무죄로 풀려날 거라고 말한 건 성신영이 제 손으로 증거를 내놓길 바라는 거고?”‘최대한 불구속 수사로 진행하고 대외적으론 증거 불충분으로 보이게 하라는 말이 어딘가 걸리긴 했었지...’아까부터 궁금했었지만 삐친 척을 하느라 묻지도 못한 육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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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성신영은 강유리가 분명 그녀의 계획을 눈치챈 것이라 확신했다.어렸을 때부터 두 사람은 모든 것에서 경쟁하는 앙숙 같은 관계였던 데다 3년 전에는 그녀의 음모로 강유리를 거의 3년간 외국으로 추방시키다시피 했었다.‘그러니 내가 밉겠지. 어떻게든 나한테 복수하고 싶겠지. 그렇다고 내가 겁 먹고 물러설 줄 알았어? 성홍주 그 인간이 얼마나 끔찍한 인간인지... 내가 보여줄게.”잠깐 고민하던 성신영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사람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네, 연락처만요.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요.”통화를 마친 성신영은 노트북을 켠 뒤 한참동안 메인 화면만 들여다보았다.‘아니야. 강유리의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섣불리 움직일 순 없어. 공식적인 보도를 기다릴 수밖에.’...성홍주 이사의 구속건으로 유강그룹의 여러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자 강유리는 아예 모든 에너지를 결혼식 준비에 쏟기 시작했다.스타일리스트와 스냅 촬영과 결혼식 당일 착용할 액세서리에 대해 의논하고 있던 그때, 육시준이 2층에서 내려왔다.잔뜩 굳은 표정이 누가 봐도 새신랑의 얼굴은 아니었다.“왜 그래?”“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는데 어느 쪽 먼저 들을래?”“좋은 소식.”강유리가 망설임없이 대답했다.“한문이한테 또 누군가 익명으로 제보를 했대. 성홍주 이사가 살인미수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증거? 무슨 증거?”“그게... 조금 복잡해. 도희 씨 좀 집으로 불러줄래. 도희 씨 확인이 필요해.”‘도희? 여기서 도희가 왜 나와?’의아했지만 강유리는 별말없이 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를 마치고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그때, 왠지 묘한 시선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에 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무릎을 탁 쳤다.“아, 아직 나쁜 소식 안 들었지?”“음... 지금은 이 일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조금 있다가 다시 얘기해.”...잠시 후, 도희가 크고 작은 박스들을 잔뜩 끌어안고 발랄하게 현관을 들어섰다.“뭐야. 왜 갑자기 스케줄을 앞당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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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태블릿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강유리의 주먹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장기간 흡입하면 정말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거 확실해?”“그럼.”도희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식물을 교묘하게 조합해 독약을 만드는 것은 도씨 가문 특유의 복수방식이기도 했다.“도희 씨 말이 사실이라면 할아버님 건강이 악화된 게 이해가 가네요.”육시준 역시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처음엔 그저 피곤함에 시달리다 잠에 빠지는 시간이 많아지고 오장육부에까지 독이 침투해 소리없이 사람을 말라죽이는 약물이라... 무섭네.’“그래서 이 일에 우리 집안까지 연루되어 있다고?”도희가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말한 것들 입증할 수 있는 실험 데이터 같은 거 없어?”강유리의 질문에 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추출물을 일정 비율로 배합했을 때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독을 만들어낼 수 있긴 해.”“그래. 당신 신 형사님한테 우리 집으로 오라고 전화 좀 해줘.”이 말을 남긴 강유리가 성큼성큼 문을 나섰다.“문 팀장!”육시준의 목소리에 구석에서 존재감을 숨기고 있던 문기준이 빠르게 강유리의 뒤를 따랐다.“30분 뒤, 우리 집으로 와.”신한문에게 문자를 보낸 육시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성신영의 집.문기준과 다른 경호원들의 매서운 포스에 왕씨 일가 사람들은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그리고 2층 서재.인기척에 서재 문을 연 성홍주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한참을 비틀거렸다. 겨우 중심을 잡고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성홍주의 얼굴이 분노와 충격으로 일그러졌다.“강유리? 너 미쳤어? 네가 감히...”하지만 강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발 앞으로 다가가 성홍주의 복에 킥을 날렸다.그리고 꼴사납게 쓰러진 성홍주의 머리를 꾹 짓밟았다.“너, 너 정말 미쳤어?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해?”이 상황이 화가 나긴 했지만 솔직히 막무가내로 나오는 강유리의 모습에 성홍주는 솔직히 두려움이 더 앞섰다.그리고 천천히 무릎을 꿇은 강유리가 성홍주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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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그 와중에 강유리의 말에서 뭔가 희망을 본 건지 성홍주는 다급하게 변명을 이어갔다.“유리야. 아, 아빠도 당한 거야. 우리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려고 누군가 일부러 이런 판을 벌인 거라고. 네가 형사들한테 얘기 좀 해주면 안 될까? 가족들끼리 오해가 있었고 원만하게 해결됐다고. 그렇게만 해주면 아빠가 어떻게든 보상해 줄게. 응?”“...”그의 애원에도 강유리는 그저 차가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그리고 그 한 서린 눈빛은 성홍주의 마지막 희망까지 잘라냈다.“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난 네 아버지야! 넌 내 핏줄이라고!”“핏줄? 당신이 정말 내 아버지인 건 맞아?”공포에 질린 성홍주의 눈을 바라보며 강유리는 말을 이어갔다.“혈연관계 같은 건 둘째 치더라도. 눈앞의 이익 때문에 와이프에 장인어른까지 죽이려 드는 게, 그게 인간이야? 짐승보다 못한 인간한테 자식 같은 게 필요할까?”“너, 너 정말 다 알게 된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분, 분명 감쪽같을 거라고. 흔적 같은 건 찾을 수도 없을... 으악!”성홍주의 배를 다시 걷어찬 그녀가 물었다.“그 사람이 누군데?”“네, 네까짓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죽여! 차차리 날 죽이라고! 내가 죽으면 그 사람이 누군지는 영원히 못 알아낼 텐데 정말 괜찮겠어?”배째라는 듯한 성홍주의 태도에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당신은 참... 날 몰라. 내가 정말 못 알아낼 것 같아? 아직도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있다고 믿어? 됐고. 당신은 좀... 맞아야겠다.”곧이어 일방적인 폭행이 이어졌다.짐승같은 목소리로 울부짖던 성홍주는 어차피 애원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 건지 아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그래! 내가 했어! 강민영도, 강 회장도 다 내가 죽어버리려고 했어! 날 인간 취급도 안 하는 그 사람들 내가 다 죽이고 떵떵거리고 살고 싶었어! 네가 이렇게 미친 애인 줄 알았으면 널 외국으로 내쫓는 게 아니라 차라리 같이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고씨 집안에서 버림받은 더러운 씨인 주제에 감히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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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고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난 강유리는 태연한 얼굴로 1층으로 내려왔다.그리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얼굴이 그녀를 맞이했다.왕씨 일가 사람들도 귀가 달렸으니 방금 전 울부짖는 성홍주의 소리를 전부 들었던 터였다.보통 여자가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미쳤을 줄이야.참다 못한 왕강태가 벌떡 일어섰다.“아무리 미쳐도 그렇지 자기 아버지를 저렇게 때려!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천벌이 두렵지도 않아!”왕강태의 호통에 강유리는 코웃음으로 응했다.“그러게요. 정말 천벌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네요.”곧이어 경찰차들이 빌라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성홍주가 경찰들 손에 연행되었다.혼이 반쯤 나간 채로 비틀비틀 걷던 성홍주가 강유리를 발견하고 저주를 퍼부었다.“너 같은 건 진작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내 인생의 최대 실수가 널 거둔 거였어...”“성홍주 씨, 조용히 하고 타세요.”형사의 경고와 함께 성홍주가 경찰차에 탑승하고 애꿎은 담배를 만지작거리던 신한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이고, 유리 씨... 저한테 왜 이런 시련을...”그녀가 그렇게 득달같이 달려가 성홍주를 팰 줄 알았으면 신호 위반 딱지가 붙는 한이 있더라도 더 빨리 달려오는 건데 싶었다.하지만 당황한 신한문과 달리 강유리의 표정은 무덤덤했다.“그래서 신 형사님 얼굴 봐서 안 보이는데로 때렸어요.”‘하이고, 감사합니다...’하지만 사건의 전후상황을 이미 대충 들은 그였기에 결국 한숨을 푹 내쉴 뿐 더는 강유리를 탓하지 않았다.‘하긴 그런 상황에서 눈이 안 돌아가면 그건 인간도 아니지.’...성홍주가 연행되는 것까지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땐 강유리도 이미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은 뒤였다.어쩌면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증거를 입수했다는 빌미로 한바탕 분을 풀어내니 오히려 손이 시원했다.철 없고 힘도 없던 그 시절에 성홍주의 악행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게 한스러웠지만 이제라도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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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아이고, 아주 탐정이 따로 없구만. 그래서 뭐 좀 알아냈어?”진지한 표정의 강유리와 도희를 지켜보던 강학도가 괜히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당연히 알아냈죠! 할아버지 안목이 끝내주신다는 거?”도희가 생긋 웃으며 엄지를 내밀었다.“허허, 나이 먹으니 식물이 그렇게 좋더라고. 시간 떼우기도 딱이고.”잠시 후, 집으로 들어선 강유리는 한참을 망설이다 성홍주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강학도에게 알려주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할아버지는 아셔야 해. 피해자시니까.’하지만 강유리의 걱정과 달리 강학도는 그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을 뿐, 곧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인과응보구나, 인과응보.”“별로 안 놀라신 거 같네요?”눈을 동그랗게 뜬 강유리의 표정에 강학도가 피식 웃었다.“네 할아버지 늙기는 했지만 바보는 아니야. 민영이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떴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네 아버지의 처방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복용하자마자 효과가 나타나는 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일단 장단을 맞춰주자는 목적이었는데 늙은 몸뚱아리가 생각보다 빨리 무너진 건 그의 예상 밖이었지만 말이다.별장으로 거처를 옮긴 뒤 여러 식물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어떻게든 성홍주의 음모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는데... 그의 조사 결론보다 업보가 먼저 올 줄은...“그나마 다행인 건 성홍주가 너한테만큼은 그러지 않았다는 거야. 뭐, 그것도 널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체면을 위해서였겠지만.”강학도의 말을 듣고 있던 강유리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할아버지의 어깨에 기댄 강유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할아버지가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정말로...”강학도에게마저 무슨 일이 생겼다면 오늘 정말 성홍주를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강학도 역시 인자한 미소와 함께 손녀의 손등을 토닥였다.“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식사를 마치고 강유리와 육시준은 2층 테라스로 올라왔다.조용히 별을 바라보던 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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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유강그룹 성홍주 이사가 긴급 체포되었다는 뉴스는 곧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유강그룹 성홍주 이사, 아내 살인, 장인어른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자극적인 기사 타이틀에 네티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니까 진짜 유강그룹 자산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거잖아.”“그래서 결혼은 레벨이 맞는 사람들끼리 해야 해.”“하,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진짜 인간이 가장 무섭다니까.”“관상은 과학이다. 딱 봐도 비열하게 생겼어. 지금까지 좋은 아버지인 척 했던 게 그냥 다 연기였다는 거잖아. 진짜 소름 돋는다. 성신영한테는 신혼집으로 고급 빌라도 줬다고 하지 않았나?”“아, 그 자기 언니 애인 뺏은 애? 진짜 못 된 것만 물려받았네.”“쉿, 조심해. 그러다 바로 고소장 날아간다. 성신영 지금은 고성그룹 사람인 거 몰라?”댓글창에는 성홍주를 향한 비난과 욕설뿐, 그리고 성신영을 향한 비아냥거림도 간간히 보이곤 했다.이에 반해 강유리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기 힘을 키운 걸크러시의 표본으로 추앙받았다.원래 그녀의 팬이었던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고 딱히 별감정 없는 사람들마저 강유리의 안타까운 성장사에 동정을 던졌다.그 덕분인지 이사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는 상황에서도 유강그룹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했다.한편, 공항.VIP 통로로 나온 중년 남자가 자연스레 비서에게 캐리어를 건네곤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했다.포털사이트 검색어를 확인한 남자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쓸모없는 자식. 몇 달 자리 비운 사이에 사업 다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서 뭐? 긴급 체포?”캐리어를 챙긴 비서가 빠르게 따라붙었다.“이번 사건 담당형사가 신한문이라고... 돈으로 매수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누가 매수한대?”“네?”“애초에 성홍주를 남겨둔 건 강유리를 견제하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자기 쓸모를 다하지 못하는 장기말을 굳이 남겨둘 이유가 있을까?”“네, 알겠습니다.”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음산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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