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리와 육시준 역시 고개를 까딱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그 뒤로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갑다느니 파티가 끝나면 집에서 따로 더 시간을 갖자느니 쓸데없는 말만 내뱉는 고정남을 바라보며 강유리는 가식적인 미소로 일관했다.그런데 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했던 육시준이 강유리의 어깨를 살짝 토닥였다.“저기 당신 친구 아니야? 가서 얘기라도 걸어줘.”육시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에는 조보희가 서 있었다.“보희?”“응.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뻘쭘한 것 같은데 당신이 가봐.”“그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인 강유리가 돌아서고...방금 전까지 호탕하게 웃던 고정남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나와 유리 사이를 막아 자네에게 이득이 될 게 뭔가?”“아, 오해하셨네요.”육시준이 싱긋 웃었다.“보희 씨 이한이 여자친구거든요. 자기 여자친구가 고성그룹이 주최한 파티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이한이가 꽤 언짢아 할 것 같아서요. 아직은 송일그룹이 필요하신 거 아닙니까?”이때 한발 앞으로 다가선 육시준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러고 보면 사람 참 안 변해요. 젊었을 때 그 우유부단함 때문에 원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이제 자기 딸을 앞에 두고도 이름 한번 당당히 부르지 못하는군요.”“역시 육 대표는 아직 너무 젊어. 이 세상은 자네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야.”“글쎄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정이 있었다. 이런 건 패자들이나 하는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만.”...한편, 조보희를 향해 다가가던 강유리가 입을 삐죽거렸다.‘무슨 비밀 얘기를 하시려고 그렇게 티나게 날 다른 곳으로 보내는 걸까? 에이, 됐다. 머리 아파.’머리를 털어낸 강유리가 조보희의 이름을 부르려던 그때,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인적이 드문 구석, 조보희 주위를 둘러싼 여자들이 그녀를 향해 모욕의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야, 마셔.”“참나,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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