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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작가: 노혜아
한편, 고정남을 발견한 왕소영은 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정남 대표님. 저희한테 어떻게 이러세요? 신영이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셨을 때 저희는 두말없이 동의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저희를 이렇게 버리실 수 있나요? 친자식처럼 신영이를 키워온 지난 20여년의 세월은 뭔가요? 얼굴 한 번 보는 게 이렇게 힘들어도 되는 건가요?”

“그러니까요. 아저씨, 우리 누나가 절 얼마나 아꼈는지 아세요?”

“한일아,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끼어들지 마.”

짐짓 아들을 꾸짖은 성홍주가 인자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소란을 피운 건 저희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저희 딸이 걱정돼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한편 고정남은 이 상황이 상당히 불쾌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담담한 척 대답했다.

“당연히 모셨어야 했는데 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이 경비원은 우리한테 왜 그런 거죠?”

왕소영이 경비원을 가리키며 물었다.

“우리가 초대장까지 내밀었는데도 입장을 막는다는 게 말이 돼요?”

“네?”

고정남의 날카로운 시선에 경비원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신영 아가씨께서...”

“아빠, 엄마, 오셨어요?”

이때 성신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경비원의 말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여배우답게 커다란 눈망울에 바로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오실거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죠? 당신들 우리 엄마, 아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고개를 홱 돌린 성신영의 꾸짖음에 경비원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그게...”

“다치시기라고 했으면 어쩔 뻔했어!”

“아니, 그게...”

경비원이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성신영이 먼저 왕소영과 성홍주를 와락 끌어안았다.

하지만 뜨거운 포옹과 달리 두 사람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성신영의 표정은 어느새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강유리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눈썹을 치켜세웠다.

“점점 더 재밌어지는데? 우리 가까이 가서 보자.”

두 사람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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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52화

    “그렇지.”육시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비슷한 사람들끼리 가족이 된다라...”차한숙이 혼잣말처럼 강유리의 말을 반복했다.“네. 왜요? 제 말이 틀렸나요?”당당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유리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훑어보던 차한숙은 별말없이 자리를 떠버렸다.한편, 성신영에게서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성홍주, 왕소영 부부는 고정남 대표에게 억지 미소를 지어보인 뒤 쫓기듯 파티장을 나섰다.마침 차한숙과 대화를 마치고 고개를 돌린 강유리와 성홍주가 서로 시선을 마주치고...성홍주는 도둑질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다급하게 시선을 피해버렸다.“눈을 가늘게 뜬 채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유리가 물었다.“성신영이 뭐라고 했길래 저렇게 도망까지 치는 걸까?”“뭐, 전에 했던 추잡한 짓들 전부 까밝히겠다고 말했나 보지.”“겨우 그것 때문에 물러난다고? 그럴 거면 여긴 왜 왔대?”“성홍주는 지금 벼랑끝에 몰린 상태야. 조금의 타격에도 걷잡을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 겁이 날 수밖에.”육시준의 말에 강유리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성신영... 그 동안 죽도록 당하더니 그래도 꽤 똑똑해졌네.’“고성그룹 사람들이랑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 특히 차한숙은 안돼. 그 여잔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여자거든.”육시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도 강유리는 다른 생각에 잠겼다.“날 어느 정도 경계하는 거야 이해가 가지만... 왜 성신영을 저렇게까지 두둔하는 거지? 바보가 아닌 이상 고정남 대표도 성신영이 친딸이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챘을 텐데. 도대체 왜?”강유리의 질문에 육시준이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친딸이 맞는지 아닌지 그게 뭐가 중요해. 저 사람들에게 어차피 자식은 자신들의 자본을 부풀리기 위한 장기말에 불과해. 성신영을 이용해 LK그룹 육경원이라는 사위를 얻게 됐으니 꽤 이득인 거래지.”육시준의 대답에 꽤나 충격을 먹은 강유리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난... 자기 친딸을 찾기 위해 성신영을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53화

    강유리와 육시준 역시 고개를 까딱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그 뒤로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갑다느니 파티가 끝나면 집에서 따로 더 시간을 갖자느니 쓸데없는 말만 내뱉는 고정남을 바라보며 강유리는 가식적인 미소로 일관했다.그런데 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했던 육시준이 강유리의 어깨를 살짝 토닥였다.“저기 당신 친구 아니야? 가서 얘기라도 걸어줘.”육시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에는 조보희가 서 있었다.“보희?”“응.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뻘쭘한 것 같은데 당신이 가봐.”“그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인 강유리가 돌아서고...방금 전까지 호탕하게 웃던 고정남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나와 유리 사이를 막아 자네에게 이득이 될 게 뭔가?”“아, 오해하셨네요.”육시준이 싱긋 웃었다.“보희 씨 이한이 여자친구거든요. 자기 여자친구가 고성그룹이 주최한 파티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이한이가 꽤 언짢아 할 것 같아서요. 아직은 송일그룹이 필요하신 거 아닙니까?”이때 한발 앞으로 다가선 육시준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러고 보면 사람 참 안 변해요. 젊었을 때 그 우유부단함 때문에 원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이제 자기 딸을 앞에 두고도 이름 한번 당당히 부르지 못하는군요.”“역시 육 대표는 아직 너무 젊어. 이 세상은 자네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야.”“글쎄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정이 있었다. 이런 건 패자들이나 하는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만.”...한편, 조보희를 향해 다가가던 강유리가 입을 삐죽거렸다.‘무슨 비밀 얘기를 하시려고 그렇게 티나게 날 다른 곳으로 보내는 걸까? 에이, 됐다. 머리 아파.’머리를 털어낸 강유리가 조보희의 이름을 부르려던 그때,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인적이 드문 구석, 조보희 주위를 둘러싼 여자들이 그녀를 향해 모욕의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야, 마셔.”“참나, 넌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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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55화

    연희연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짓던 강유리가 허리를 숙여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와 시선을 맞추었다.“그래? 믿음이 그렇게 굳건하신데 왜 그런 짓을 벌이려고 한 걸까? 보희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너랑 고우신이 연인사이였다는 걸 밝히는 게 당신 목적 아니었나?”“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속내를 들킨 연희연이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시선은 비상통로를 향하고 있었다.“아직도 기다리는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고우신은 널 구하러 오지 않을 거야. 널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널 지킬 힘이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그럴 리가 없어. 우신 씨는 분명 와줄 거야. 뭔가 다른 일이 있어서겠지.”“하하하.”아직도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연희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생각보다 더 멍청하네. 정말 널 사랑했다면 경비원 따위가 아니라 염라대왕이 막고 있어도 왔겠지. 그런 게 사랑 아니겠어?”이때 대충 상황을 눈치챈 단발머리 여자가 앙칼지게 소리쳤다.“네가 뭔데 사랑하네 마네 그딴 소리를 하는 거야! 희연아, 저 사람 말 듣지 마.”하지만 강유리의 말이 꽤 충격적이었는지 연희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럴 리가 없다는 말만 중얼거릴 뿐이었다.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젖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일지.그거야 연희연 본인만 아는 거겠지만.한편, 방금 전 소동으로 다리쪽에 물이 살짝 튄 강유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보희야, 가자.”“뭐? 이대로 간다고? 우리가 한 짓이라고 고자질이라도 하면 어쩌려고?”“그럼 뭐. 여기서 죽이기라도 할까?”“어...”말문이 막힌 조보희가 강유리의 뒤를 따르며 구시렁댔다.“그게 아니라... 들키면 어쩔 거냐고.”“자기야, 그게 걱정되면 애초에 이런 짓은 저지르지 말았어야지. 뒷수습이 가능할 정도로만 날뛰어주는 게 포인트야.”그리고 한참을 걸어가던 강유리가 고개를 돌렸다.“거기 서서 뭐해? 안 갈 거야?”“아까...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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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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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6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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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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