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 강유리의 말에서 뭔가 희망을 본 건지 성홍주는 다급하게 변명을 이어갔다.“유리야. 아, 아빠도 당한 거야. 우리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려고 누군가 일부러 이런 판을 벌인 거라고. 네가 형사들한테 얘기 좀 해주면 안 될까? 가족들끼리 오해가 있었고 원만하게 해결됐다고. 그렇게만 해주면 아빠가 어떻게든 보상해 줄게. 응?”“...”그의 애원에도 강유리는 그저 차가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그리고 그 한 서린 눈빛은 성홍주의 마지막 희망까지 잘라냈다.“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난 네 아버지야! 넌 내 핏줄이라고!”“핏줄? 당신이 정말 내 아버지인 건 맞아?”공포에 질린 성홍주의 눈을 바라보며 강유리는 말을 이어갔다.“혈연관계 같은 건 둘째 치더라도. 눈앞의 이익 때문에 와이프에 장인어른까지 죽이려 드는 게, 그게 인간이야? 짐승보다 못한 인간한테 자식 같은 게 필요할까?”“너, 너 정말 다 알게 된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분, 분명 감쪽같을 거라고. 흔적 같은 건 찾을 수도 없을... 으악!”성홍주의 배를 다시 걷어찬 그녀가 물었다.“그 사람이 누군데?”“네, 네까짓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죽여! 차차리 날 죽이라고! 내가 죽으면 그 사람이 누군지는 영원히 못 알아낼 텐데 정말 괜찮겠어?”배째라는 듯한 성홍주의 태도에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당신은 참... 날 몰라. 내가 정말 못 알아낼 것 같아? 아직도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있다고 믿어? 됐고. 당신은 좀... 맞아야겠다.”곧이어 일방적인 폭행이 이어졌다.짐승같은 목소리로 울부짖던 성홍주는 어차피 애원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 건지 아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그래! 내가 했어! 강민영도, 강 회장도 다 내가 죽어버리려고 했어! 날 인간 취급도 안 하는 그 사람들 내가 다 죽이고 떵떵거리고 살고 싶었어! 네가 이렇게 미친 애인 줄 알았으면 널 외국으로 내쫓는 게 아니라 차라리 같이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고씨 집안에서 버림받은 더러운 씨인 주제에 감히 먹여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고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난 강유리는 태연한 얼굴로 1층으로 내려왔다.그리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얼굴이 그녀를 맞이했다.왕씨 일가 사람들도 귀가 달렸으니 방금 전 울부짖는 성홍주의 소리를 전부 들었던 터였다.보통 여자가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미쳤을 줄이야.참다 못한 왕강태가 벌떡 일어섰다.“아무리 미쳐도 그렇지 자기 아버지를 저렇게 때려!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천벌이 두렵지도 않아!”왕강태의 호통에 강유리는 코웃음으로 응했다.“그러게요. 정말 천벌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네요.”곧이어 경찰차들이 빌라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성홍주가 경찰들 손에 연행되었다.혼이 반쯤 나간 채로 비틀비틀 걷던 성홍주가 강유리를 발견하고 저주를 퍼부었다.“너 같은 건 진작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내 인생의 최대 실수가 널 거둔 거였어...”“성홍주 씨, 조용히 하고 타세요.”형사의 경고와 함께 성홍주가 경찰차에 탑승하고 애꿎은 담배를 만지작거리던 신한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이고, 유리 씨... 저한테 왜 이런 시련을...”그녀가 그렇게 득달같이 달려가 성홍주를 팰 줄 알았으면 신호 위반 딱지가 붙는 한이 있더라도 더 빨리 달려오는 건데 싶었다.하지만 당황한 신한문과 달리 강유리의 표정은 무덤덤했다.“그래서 신 형사님 얼굴 봐서 안 보이는데로 때렸어요.”‘하이고, 감사합니다...’하지만 사건의 전후상황을 이미 대충 들은 그였기에 결국 한숨을 푹 내쉴 뿐 더는 강유리를 탓하지 않았다.‘하긴 그런 상황에서 눈이 안 돌아가면 그건 인간도 아니지.’...성홍주가 연행되는 것까지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땐 강유리도 이미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은 뒤였다.어쩌면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증거를 입수했다는 빌미로 한바탕 분을 풀어내니 오히려 손이 시원했다.철 없고 힘도 없던 그 시절에 성홍주의 악행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게 한스러웠지만 이제라도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것
“아이고, 아주 탐정이 따로 없구만. 그래서 뭐 좀 알아냈어?”진지한 표정의 강유리와 도희를 지켜보던 강학도가 괜히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당연히 알아냈죠! 할아버지 안목이 끝내주신다는 거?”도희가 생긋 웃으며 엄지를 내밀었다.“허허, 나이 먹으니 식물이 그렇게 좋더라고. 시간 떼우기도 딱이고.”잠시 후, 집으로 들어선 강유리는 한참을 망설이다 성홍주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강학도에게 알려주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할아버지는 아셔야 해. 피해자시니까.’하지만 강유리의 걱정과 달리 강학도는 그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을 뿐, 곧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인과응보구나, 인과응보.”“별로 안 놀라신 거 같네요?”눈을 동그랗게 뜬 강유리의 표정에 강학도가 피식 웃었다.“네 할아버지 늙기는 했지만 바보는 아니야. 민영이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떴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네 아버지의 처방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복용하자마자 효과가 나타나는 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일단 장단을 맞춰주자는 목적이었는데 늙은 몸뚱아리가 생각보다 빨리 무너진 건 그의 예상 밖이었지만 말이다.별장으로 거처를 옮긴 뒤 여러 식물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어떻게든 성홍주의 음모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는데... 그의 조사 결론보다 업보가 먼저 올 줄은...“그나마 다행인 건 성홍주가 너한테만큼은 그러지 않았다는 거야. 뭐, 그것도 널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체면을 위해서였겠지만.”강학도의 말을 듣고 있던 강유리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할아버지의 어깨에 기댄 강유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할아버지가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정말로...”강학도에게마저 무슨 일이 생겼다면 오늘 정말 성홍주를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강학도 역시 인자한 미소와 함께 손녀의 손등을 토닥였다.“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식사를 마치고 강유리와 육시준은 2층 테라스로 올라왔다.조용히 별을 바라보던 강유
유강그룹 성홍주 이사가 긴급 체포되었다는 뉴스는 곧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유강그룹 성홍주 이사, 아내 살인, 장인어른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자극적인 기사 타이틀에 네티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니까 진짜 유강그룹 자산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거잖아.”“그래서 결혼은 레벨이 맞는 사람들끼리 해야 해.”“하,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진짜 인간이 가장 무섭다니까.”“관상은 과학이다. 딱 봐도 비열하게 생겼어. 지금까지 좋은 아버지인 척 했던 게 그냥 다 연기였다는 거잖아. 진짜 소름 돋는다. 성신영한테는 신혼집으로 고급 빌라도 줬다고 하지 않았나?”“아, 그 자기 언니 애인 뺏은 애? 진짜 못 된 것만 물려받았네.”“쉿, 조심해. 그러다 바로 고소장 날아간다. 성신영 지금은 고성그룹 사람인 거 몰라?”댓글창에는 성홍주를 향한 비난과 욕설뿐, 그리고 성신영을 향한 비아냥거림도 간간히 보이곤 했다.이에 반해 강유리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기 힘을 키운 걸크러시의 표본으로 추앙받았다.원래 그녀의 팬이었던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고 딱히 별감정 없는 사람들마저 강유리의 안타까운 성장사에 동정을 던졌다.그 덕분인지 이사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는 상황에서도 유강그룹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했다.한편, 공항.VIP 통로로 나온 중년 남자가 자연스레 비서에게 캐리어를 건네곤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했다.포털사이트 검색어를 확인한 남자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쓸모없는 자식. 몇 달 자리 비운 사이에 사업 다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서 뭐? 긴급 체포?”캐리어를 챙긴 비서가 빠르게 따라붙었다.“이번 사건 담당형사가 신한문이라고... 돈으로 매수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누가 매수한대?”“네?”“애초에 성홍주를 남겨둔 건 강유리를 견제하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자기 쓸모를 다하지 못하는 장기말을 굳이 남겨둘 이유가 있을까?”“네, 알겠습니다.”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음산한 목소리
두 사람의 촬영을 맡은 웨딩플래너 역시 지금까지 수많은 재벌가들의 결혼을 맡아왔지만 이토록 호화로운 웨딩사진은 처음이라 혀를 끌끌 찰 따름이었다.세마의 작품을 눈 앞에서 본다는 게 믿기지 않는지 웨딩플래너는 조심스레 손가락을 뻗어 액세서리 보석 부분을 톡 하고 건드리곤 감전이라도 당한 듯 손을 감추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유리가 싱긋 웃었다.“세마 작품 좋아하나 봐요?”이에 웨딩플래너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세마 디자이너 작품은 뭔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작품들 전부 한정 판매라 전 구매는커녕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는 것도 처음이네요.”“이건 소장용이라 저도 한 번도 안 해 본 건데 플래너님이 그렇게 마음에 드신다면 촬영 끝나고 선물로 드리고 싶네요. 괜찮을까요?”“네?”웨딩플래너는 물론이고 다른 직원들의 눈마저 휘둥그레졌다.‘세상에... 그냥 팬이라는 말 한 마디에 선물로 준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말할걸! 지금이라도 말할까?’한편, 겨우 충격에서 벗어난 플래너가 눈을 반짝였다.“주신다고요?”“네.”강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플래너님이 픽업해 주신 옷들 다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마침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기도 했고. 감사의 의미로 드리고 싶어요.”“아, 제 친구가 담당하는 브랜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라... 무엇보다 신부님께 잘 어울리실 것 같아서 픽한 건데... 마음에 드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덕분에 정말 완벽한 스냅촬영이 될 것 같아요.”“액세서리며 옷이며 그게 뭐가 중요할까요. 신부님 미모가 다 하신 거죠.”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탈의실에서 나온 육시준이 모습을 드러냈다.완벽한 역삼각형의 몸매 자체가 옷걸이라 완벽하다는 단어 말고는 달리 이 남자를 형용할 단어가 있을까 싶었다.“세상에. 누구 남편이 이렇게 잘생겼을까?”강유리의 눈동자가 하트로 반짝였다.“그러게? 누구 남편일까? 가까이에서 봐봐.”플래너를 비롯한 직원들이 눈치껏 자리를 뜨고 자리
프로페셔널한 촬영팀의 스킬에 웬만한 연예인은 저리 가라인 강유리, 육시준 두 사람의 완벽한 비주얼 덕분에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포토그래퍼 역시 찍는 컷마다 A컷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몇 시간 후, 촬영을 마친 강유리가 스튜디오를 나서려던 그때, 웨딩플래너 Maureen이 조심스레 다가왔다.“저기, 신부님... 죄송한데... 제가 신부님에게서 세마 디자이너의 작품을 받았다는 걸 제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자기 브랜드 의상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면서 프로젝트 협력을 제안하더라고요. 지금 스튜디오 앞에 와있는데 일단 얘기 나누시고 신부님께서 세마 디자이너님께 언질 좀 넣어주시면 실례가 될까요?”살짝 던진 미끼를 이렇게 빨리 물 줄이야.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반면, Maureen은 강유리가 언짢은 거라 착각하고 다급하게 설명을 이어갔다.“지금 웨딩 스냅 촬영 중이신데 이런 말씀드리는 거 정말 실례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거절하겠습니다.”“아니에요.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려보내는 게 더 실례죠. 만나죠.”그렇게 두 사람의 긴급 미팅이 촬영장에서 시작되었다.추진력 갑인 두 사람이 모이니 단 몇 시간만에 계획서 초안까지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녁 식사라도 함께 하시죠?”Maureen의 제안에 강유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제가 저녁에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요. 식사는 다음 기회에 하죠.”멀어져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Maureen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야, 너 앞으로 이렇게 제멋대로 굴지 마. 강 대표님, 육 대표님 다 성격이 좋으신 분들이라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실례가 될 뻔했어.”하지만 친구는 어깨를 으쓱했다.“코앞까지 떨어진 떡 안 줍는 게 바보지 뭐.”“그게 무슨 소리야?”“강 대표가 정말 아무 이유없이 세마의 작품을 선물로 줬다고 생각해? 그게 다 빌드업이었다고.”“그... 그런 거야?”방금 전 강유리와의 대화를 다시 떠올린 Maureen이 완전히 설득당한
잘생긴 얼굴이 갑자기 훅 들어오니 머릿속이 웅웅대는 기분이 들었다.‘처음 했을 때는 도대체 어떤 모습인데.’“그땐 날 되게 좋아했었지. 내 빚을 갚아주겠다고 주식도 다 팔아버리고.”“에이, 남편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쯤이야. 너무 감동하진 마...”“그런데 겨우 계약서 하나 때문에 날 이런 일까지 시키고 말이야. 사랑이 식은 거야?”“겨우 계약서 하나라니...”하지만 곧 포인트를 잘못 잡았음을 깨달은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마음이 식을 리가 있겠어? 오히려 결혼했을 때보다 훨씬 더 사랑하는걸.”장난기로 반짝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육시준이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래? 그럼 한번 증명해 봐.”“...”‘어떻게 된 게 매일 증명 릴레이냐. 내 마음을 까뒤집어서 보여줄 수도 없고.’불평은 불평이고 진지하게 몇 초 고민하던 그녀가 대답했다.“SNS에 우리가 결혼한다고 업로드할게. 이러면 증명이 되겠어?”“뭐?”파격적인 제안에 육시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두 사람의 사이가 밝혀지면 행여나 유강그룹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걱정하며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건 피하고 또 피하던 사람이 갑자기 두 사람의 결혼사실을 인정하겠다니 놀라울만도 했다.“이렇게 예쁜 사진들 우리끼리만 보는 건 너무 아깝잖아. 그리고 어차피 곧 결혼식도 올릴 텐데 뭘.”하지만 육시준은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쏙 빼앗아갔다.“정말 괜찮겠어?”“당연하지. 당신도 친구들한테 우리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아?”“...”한참이 지나도 시원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강유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 왜 싫어?”“아니, 싫은 게 아니야.”육시준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난 다른 방식으로 증명해 줬으면 하는데.”“무슨? 읍...”곧이어 뜨거운 키스가 시작되고 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니, 머릿속에 설마 그 생각뿐인 거야?’하지만 스킨십이 더 깊어지며 사진이고 계약서고 결국 뒷전에 버려버린 그녀다....샤워를 마친 강유리가 편안한 표정으
“...”그의 질문에 강유리는 침묵으로 답했다.“설마 통장 비밀번호일까 봐?”“쿠울...쿠울...”일부러 코 고는 척을 해보아도 어느새 빨갛게 달아오른 귓볼이 그녀의 당혹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어이없다는 얼굴로 웃던 육시준이 강유리의 엉덩이를 톡 건드렸다.“아주 그냥 돈돈돈, 돈 밖에 모르지?”깊은 밤.수술을 마친 송이혁과 조서 작성을 마친 신한문이 끝없이 윙윙 울려대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송이혁, 신한문, 육시준 세 사람이 함께인 단체 채팅방이 육시준의 웨딩사진으로 어느새 도배되고 있었다.“뭐야? 미친 건가?”“가족들 채팅방에 보내려다 잘못 보낸 거겠지.”이렇게 생각하고 대충 무시하려던 그때, 육시준이 문자 하나를 더 보내왔다.[우리 와이프 이쁘지?][...][팔불출 노릇은 제발 다른 사람 앞에서나 해.]한편 육씨 일가 단체 채팅방 역시 이미지 폭격을 맞은 건 마찬가지였다.물론 부모님의 리액션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송미연- [어머, 우리 며느리 너무 예쁘다. 두 사람 선남선녀네.]육지원- [전통 혼례 컨셉은 별로라니까 왜 이렇게 많이 찍었어?]송미연- [당신도 참. 애들 하고 싶은대로 하게 두라니까. 유리 한복 입은 거 너무 이쁘지 않아요?]육지원- [하여간 여자들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육경서- [형수님 액세사리 전부 세마 작품이네. 나, 나도 할래.]육지원- [???]송미연- [이거 여성용 액세서리잖아.]육경서- [아는데요? 마음에 쏙 들어요.]찡긋 하는 이모티콘까지 보내는 육경서의 답장에 두 부부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깊은 심호흡과 함께 먼저 정신을 차린 송미연이 입을 열었다.“설마... 우리 아들 정말 그쪽일까요?”“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저번에 어떤 남자연예이랑 스캔들 났었잖아. 아주 아니라고 펄쩍 뛰더니. 정말이었나 봐.”송미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설마... 지금 좋아하는 여자 있다는 것도 위장이었어?”“에이, 설마.”이에 육지원이 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