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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그녀가 신분을 밝히지 않겠다면 ‘강제’적으로 그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다...잠깐 생각에 잠기던 강유리가 입을 열었다.“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죠?”성홍주는 득의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세마와 가까운 사이라니 아버지를 대신해 전에 계약서를 무력화할 수 없는지 논의해봐.”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성홍주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정말? 취한 것 아니지? 슬에서 깨고나면 기억할 수 있어?”“당신을 돕는 것이 나 자신을 돕는 거라면서요? 유강그룹은 언젠가 내것이 될 거잖아요. 그리고 전에 유강엔터가 안전한 궤도에 들어서면 지분을 넘겨주겠다고 했었고요.”“그래, 그래. 내가 잘 생각해 볼 테니 이걸 먼저...”“성 회장님 , 저 안 취했어요.”강유리는 차갑게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엄마가 남겨놓은 지분을 내놓으세요. 그러면 세마와 거래할게요. 하지만 계약을 파기 해서 생긴 대가까지 제가 보장할 수 없어요. 그러니 위약금은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그건...”“여기까지, 동의한다면 월요일에 계약서를 넘겨주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오늘 밤 내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럼 이만 주무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휘청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한참 머뭇거리던 성홍주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급히 조건을 내밀었다.“너와 한일이의 모순은 가정사일 뿐이니 육시준에게 참견하지 말라고 전해.”그는 육시준이 왜 그녀를 돕고 있는지 몰랐다.일단 육시준이 손을 떼면 그가 쉽게 성한일을 풀려나게 할 수 있었다.“오케이.”그녀는 멈추지도 않았다. 목소리도 통쾌하기 그지없었다.그대로 자리에 한참을 앉아있던 성홍주는 모든 것이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러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강유리를 쫓아갔다. 그리고 거실을 통과하고 있던 강유리에게 외쳤다.“너 취했어, 안 취했어? 내일이면 까맣게 잊어버리지 않을 거지?”“내가 차용증 써줘?”현관에 서 있는 강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평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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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어렵게 만든 자리인데 이대로 쉽게 보낼 수가 없었다.성홍주는 급히 달려갔다.희미한 불빛 아래 롤스로이스 한대가 서 있었다.발걸음을 멈춘 그는 당황한 눈빛이었다.그뿐만이 아니라 강유리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멈칫하던 강유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재빨리 다가갔다. 임강준이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텅 비어 있는 자리.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얼굴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조수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임강준이 차에 올라타며 당황한 그녀를 힐끔 보았다. 그리고 정중하게 상황을 설명했다.“회장님이 사모님을 모셔 오라고 했어요.”천천히 자세를 고쳐 앉은 강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임강준에 묻는 것 같기도, 혼잣말인 것 같기도 했다.“더 이상 날 좋아하지 않는 걸까?”임강준, “흠...”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렇다고 그가 육시준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그는 시동을 걸었다. 그들이 성씨 가문의 별장을 유유히 빠져나가자 한참 고민하던 임강준이 조심스럽게 조언했다.“그러지 마시고 직접 물어보시는 건 어때요?”“싫어요. 혹시 진짜라면 너무 굴욕적이에요.”창가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공허했다.눈치 백단인 임강준은 강유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에 다시 물었다.“뭔가 언짢은 일이라도 있었나요?”고개를 돌린 강유리는 코웃음을 쳤다.“그들이 어떻게 감히 내 기분을 좌우지할 수 있겠어요. 내 기분은 오직 육시준때문이에요.”임강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었다.취한 것 같았다!술에 취한 강유리를 딱 한 번 본 적 있었다. 흠뻑 취한 그녀는 임강준에 무리한 부탁을 했었다. 심지어 육시준이 보고 있는 앞에서 말이다.심장이 멎는 느낌에 임강준은 당장 사라지고 싶었다.혹시라도 강유리가 엉뚱한 말을 할까 봐 임강준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속도를 올려 JL빌라로 향했다.불만이 폭발한 강유리는 비난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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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술에 취한 사람의 말은 믿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차에 올라탄 임강준은 급히 자리를 떠났다.남자는 잠옷 차림으로 쏘파에 앉아 있었고, 손에는 태플릿을 들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그의 눈썹이 곡선을 그렸다.“취했어?”“아니!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날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거야? 그렇게 쉽게 질려? 좋아하게 되면 오랫동안 그 사람만 본다고 주영 씨가 말했단 말이야.”마음속에 꽁꽁 눌러왔던 것들이 지금, 이 순간 폭발해 버렸다.둘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 시선만 주고받았다. 그러다 육시준이 입을 열었다.“이건 아이에 관한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그 사람이 누군데?”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강유리는 손에 들려 있던 백도 문 앞에 던졌다. 그녀는 긴 얘기를 나눌 것 같은 비장함으로 빠르게 다가갔다.“아이 때문에 생긴 문제잖아. 그렇게 아이가 좋아? 실체가 없는 그 아이 때문에 정말로 마음이 변한 거야?”“...”시선을 내리깐 육시준이 그녀의 맨발을 바라보았다.어두운 톤의 카펫이 하얀 그녀의 피부를 더 돋보이게 했다. 핑크빛 발가락들이 가여웠다.그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어딘가에서 슬리퍼를 들고 나타나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몸조리하고 있다면서? 날씨도 추워지는데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그의 커다란 손이 강유리의 발목을 잡았다. 손끝의 온도가 그녀의 피부에 전해졌다.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휘청거렸다.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잡고서야 간신히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그가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어깨에 올려졌던 그녀의 손이 육시준의 가슴에 떨어졌다...남자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내일 다시 말하는걸로 하고 얼른 자.”그녀의 손은 아직 그에게 잡혀 있었다. “나 아직 씻지도 못했는데?”육시준의 눈이 깊어졌다.“...”“당신이 없으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어. 눈 밑에 이 다크서클이 보여? 피부도 엉망이야. 이것 봐.”그녀는 얼굴을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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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강유리는 결국 침실로 돌려보내졌고 육시준은 손님방으로 돌아왔다.벽 램프만 켜져 있었기에 방은 어두웠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머리 위의 크리스탈 샹들리에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스치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했다.손님방은 닫혀 있었고 그녀가 노크해도 응답은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문을 열었다.그때 안쪽에서도 문을 열었다...안으로 쏠리는 몸을 멈출 여력이 없었던 강유리는 그대로 상대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은 육시준은 허리를 감싸며 넘어지려는 그녀를 똑바로 잡았다. 그러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야?”마치 탄력이 넘치는 바위에 부딪힌 것 같았고 뒤로 튕겨진 강유리는 휘청거렸다.간신히 몸을 가눈 그녀가 고개를 들더니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방금 샤워를 마친 육시준은 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옷깃은 느슨해져 가슴 근육이 드러났다. 짧은 머리에서는 여전히 물방울이 떨어져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그녀의 시선도 함께 아래로 향했다.허리에 머물러 있던 커다란 손이 가운을 정리하며 방어적으로 가운 끈을 조여 매고 있었다.강유리는 시선을 돌리며 여기에 온 의도를 떠올렸다.“진지하게 의논할 일이 있어.”육시준을 깊은 눈이 그녀를 훑었다. 그녀의 상태로는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말해 봐.”“나에겐 보물들이 많으니, 나의 재산을 모두 당신에게 줄게.”그녀의 설계 작품들은 모두 몸값이 어마어마한 아이들이었다.“내 사람들까지도. 어때?”남자는 눈썹을 치켜뜨며 되물었다.“그러고 나선?”강유리는 육시준의 이런 반응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라니? 이 정도론 부족해? 꼭 유강 그룹을 걸고넘어져야겠어?”그러자 육시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강유리, 난 너의 여기에 있고 싶어.”고개를 떨구고 그의 행동을 바라보던 강유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지금은 머리 회전이 빠르지 못해서 이런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상대가 동의하지 않거나 다른 요구를 제기한다면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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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강유리는 기지개를 키더니 머리를 이불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금새 이상함을 감지했다.이 촉감…이 온도…그리고 튼실한 복근…“다 만졌어?” 그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고, 조금은 잠겨있는 듯한 목소리였는데, 유난히 섹시하게 들려왔다.강유리는 침을 두어 번 삼키더니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익숙한 눈동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육시준은 침대맡에 몸을 기댄 채 담담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잠에서 깬 지 꽤 된 듯한 모습이었다.단지 강유리의 행동 때문에 일어나지 못한 것 뿐이었다.강유리는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지 눈빛은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먼저 선수를 쳤다. “당신이 왜 내 침대에 있어?”“여기 내 방이야.”???그 말에 강유리는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게스트용 침실이긴 했지만, 낯선 환경이었다!주위를 확인한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잔잔했지만 또 모든 걸 다 꿰뚫어 보는 듯했다.강유리는 머리를 굴리더니 대담하게 추측하기 시작했다. “내가 술에 취해서 네 침대에 온 거야? 내가 직접?”하지만 육시준은 당황하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어젯밤 자신에게 달라붙던 그녀의 모습은 주인을 잃은 고양이와 다름이 없었다. 이것은 그에게 차갑고 도도한 강유리가 결국은 스무 살 초반의 여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했다.육시준은 강유리가 자신과 결혼한 목적이 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집념이 뭔지 알고 있었고 또 줄곧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아마 강유리의 무조건적인 믿음과 의존을 받고 있는 다른 남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일것이다. 그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워 졌고 자신이 강유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확인하는 것에 더욱더 집착하기 시작했다.사실 그동안 육시준도 그리 홀가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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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다시 안방.육시준은 강유리를 침대에 눕히더니 이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남자의 시선을 받던 여자는 기분이 조금 불편해졌는지 이불로 자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봐? 할 말 못 할 말 다 한 것 같은데…”“그니까 지금은 내 감정에 대해 온전하게 답해주지 못한다는 말이지?”“…맞아.”그녀는 이제 겨우 유강그룹에 들어가게 됐다.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그 말은 육시준의 표정을 조금은 누그러뜨렸다. “그 말은, 내 마음에 대해 생각은 해봤다는 거네?”강유리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내가 쓰레기야? 나 그런 사람 아니야!”육시준은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그의 웃음은 시원시원했다. 뭘 어쩔 수 없다는 감정이 섞여 있는 듯했다. 그 순간, 방금까지 질식할 것 같던 공기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며칠 동안 얼어있던 두 사람 사이도 서서히 풀어졌다.강유리는 여전히 당황한 얼굴이었다. “뭘 그렇게 웃어?”“난 남편 침대에 올라오는 행동을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오히려 그 반대지. 나에게 더 뻔뻔한 생각이 하나 있었어. 오늘 안방으로 옮긴 후에 네가 술에 취해서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바닥에 떨어진 강유리의 체면을 육시준이 살뜰하게 주워주었다.강유리는 그제야 알아챘다. 자기만 술의 힘을 빌려 두 사람의 사이를 회복시키려 한 게 아니었다. 육시준도 줄곧 고민하고 있었다.그녀는 놀라움에 입을 벌리며 남자를 잠시 노려보았다. “그럼 지금은?”육시준은 여자와 눈을 맞추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술 취한 척 연기한 거라고 하니까… 이 계획은 이제 끝난 거지 뭐.”강유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반신반의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내가 어젯밤 취한 걸로 할까?”하지만 남자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럼 네가 멀쩡한 상태에서 날 안방으로 부른 거로 이해해도 되는 건가?”강유리는 정신이 아주 또렷했다. 자신이 거절당하는 상황은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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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지금은 원치 않아. 아직 아이 가질 준비가 안 됐어.”“그럼 갖지 말자.”강유리에게 한없이 잘해주던 그 남자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그녀는 육시준이 며칠 동안 귀신에 씌었던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위아래로 훑어보는 여자의 이상한 눈빛에 육시준은 조금 부자연스럽게 헛기침을 뱉어냈다. 복잡한 문제를 해명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몸을 일으키며 화제를 끝낼 뿐이었다.“씻고 나와서 밥 먹고, 좀 이따 내가 회사에 데려다줄게. 방금 유강 그룹에서 온 소식인데, 이사회에서 너의 대한 중대 안건을 결정하겠데.”“…”가는 길 내내 강유리의 정신은 딴 곳에 팔려있었다.어차피 벌어질 현실이라 딱히 더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기에 유강 그룹의 일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그녀의 정신을 팔리게 한 건 다름 아닌 바로 육시준이 했던 말들 때문이다. 그녀는 아직도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막 입을 열어 물어보려는 그때 육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더 이상 세마 만날 일없어. LK 주얼리도 더 이상 그 사람이랑 협력하지 않아도 되고.”그냥….중간에 뭔가 자신이 모르는 일이 있는 것만 같았다.유강 그룹.강유리는 회사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을 느꼈다. 다들 웃는 얼굴로 그녀를 맞아주고 있었다. 찬 바람 쌀쌀 불던 예전과는 아예 다른 모습이었다. 제일 열정적인 사람은 ‘오지랖이 넓던’ 그때 그 인턴이었다.인턴은 강유리에게 다가오더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소문들을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그거 알아요? 유리 씨 곧 진급한대요! 아니, 진급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한걸음에 하늘을 오른 거나 다름이 없어요! 성 대표님이 이사회에서 지분 10프로를 유리 씨에게 준다고 발표했어요. 저도 방금 들은 소식이에요. 유리 씨도 이제 회사 주주가 되는 거예요!”강유리는 인턴을 위해 준비한 케이크를 건네주며 아무 상관도 없는 말을 묻기 시작했다. “너, 세마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아?”“네?”호기심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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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이곳으로 쏠리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벌써부터 ‘열정적인’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혀를 씹어댔을 것이다. 아마 강유리를 질책했겠지. 아가씨면 뭐? 결국에는 실질적인 권력도 없으면서. 장규진은 성 대표의 비서였다. 더 귀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두 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은 모두 냉정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 감히 나서지 않았다. 다들 이 아가씨 예전에 자신들이 했던 무례한 행동을 기억이라도 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장비서는 이런 냉정한 눈빛을 느꼈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을 꺼냈다. “이사회에서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 지분 양도 수속은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근데 벌써부터 이렇게 권력을 뽐내지 못해 안달이 나시다니..” “당연하죠. 이게 다 장 비서님한테서 배운 게 아니겠어요?” 강유리는 웃음을 짓더니 이내 화제를 바꾸었다. “하긴 이러면 안 되긴 해요. 누구 말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아는 거니까요.” 그녀의 말 속에는 다른 뜻이 숨어있었다. 텃세를 부리며 권력을 뽐내던 장규진이 지금 그 행동의 응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조롱하는 게 분명했다. 그녀의 말은 주위 사람들의 입도 막아버렸다. 그동안 잘난체하던 사람들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강유리는 몸을 일으키더니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도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날 밤 육시준이랑 무슨 말 했어?’ 만약 외부에 세마에 관한 소문이 떠돌지 않았다면 문제는 분명 이곳에서 나타났을 것이다. 육시준은 세마를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세마에게 적대감도 좀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왜? 뭐가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거지? 바쁜 건지, 강유리가 성홍주의 사무실에 도착했는데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소파에 앉은 그녀는 눈앞에 놓인 파일을 보며 일부러 모르는 척을 했다. “성 대표님,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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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녹음에는 강유리가 대답한 조건에 관한 내용만 담겨있어 전체적으로 성홍주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불리한 요구들은 이렇게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러게 누가 강유리보고 술에 취해 기억도 못 하래? “어차피 난 상관없어요. 육시준 명성이 나랑 크게 상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지분 10프로가 내 손에 들어오게 된다면 그룹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보다는 처지가 나아지겠죠. 성 대표님, 더 볼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녀는 계약서를 거두며 몸을 일으켰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성홍주의 얼굴은 그만 얼어버리고 말았다. “강유리! 기어코 같이 죽어보자는 거냐!” 강유리는 오만하게 그를 내려다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성 대표님,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되죠. 계약을 파기하려는 사람도, 부탁을 하는 사람도, 저의 신용을 바닥으로 끌어 내리려는 사람도 다 대표님이잖아요.” “…” “세마랑 얘기하는 건 동의했어요. 대신 제대로 보상해야 하고, 조건은 우리 엄마가 남긴 지분으로 하는거로 결정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하지만 대표님, 방금 세마를 설득해달라고 하면서 고작 지분 10프로로 절 치워버리려고 했잖아요. 이건 기만과 다름없는 행동이에요.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이 누군데요?” 그녀의 말에 성홍주의 낯빛은 단번에 어색해졌다. 어젯밤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번 대화는 수포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번의 대화만으로 그는 먼저 선수를 치는 것으로 예상치 못한 효과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마를 설득하고 육시준의 압력을 없애는 것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었다. 게다가 지분을 준다는 건 그녀가 감지덕지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반응 할 시간도 주지 않고 속전속결로 해결한다면 목적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술에 취해서 한 말을 진짜라고 생각하신 건 아니죠?’ 성홍주는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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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돌아가는 길에 강유리는 생각할수록 점점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성홍주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인지하지 못할 뻔 했기 때문이다. 유강 그룹의 주식이 큰돈은 아니지만 그녀가 정 때문에 돌려받고 싶어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성홍주는 그렇게 포기하지 않는 걸까?그녀를 견제하는 걸까?그녀를 견제하기 위해 세마가 대신 주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니!육시준은 그쪽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얼마나 신중했으면 그녀를 이런 지경까지 견제하는 걸까?또 성홍주는 이익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그녀를 견제하기 위해 돈도 마다 할까?“네가 생각해 봐. 유강 그룹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는 않은지.”그녀가 갑자기 소리 내며 말했고 남한테 묻는 것이 아니라 혼자 중얼거렸다.차를 몰고 있던 문기준이 후시경으로 그녀를 보고 말했다.“사모님, 저한테 얘기하신 건가요?”강유리가 문기준을 보며 말했다.“너는 알아?”문기준이 답했다.“알아낼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그녀는 문기준이 정보 수집에 능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녀가 찾을 수 있는 자료는 전부 비즈니스적 측면의 자료였고 그녀가 강 씨에 대한 인지로 분석하기엔 너무 일방적이었다.그러나 문기준이 찾으면 달랐다.“최근 몇 해 동안 유강 그룹의 운영 방식, 그리고 성홍주의 인적 관계에 대해 알아봐줘. 가능하면 간단한 분석 보고를 하나 만들어주면 더 좋고.”강유리가 진지하게 말하자 문기준이 예의를 갖추며 머리를 끄덕였다.“네.”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며 메시지가 왔다.강유리가 폰을 들고 확인하자 도희의 문자였고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도 애원이 느껴진다.[내가 무슨 말을 했겠어? 당연히 너 얘기를 했겠지. 넌 정말 나쁜 X이야. 고작 그런 일로 날 팔아먹다니. 조심해! 너 몰래 독타서 못난이 만들어 버릴 테니까!]강유리가 답장했다.[내 얼굴에 주름이 하나라도 더 생기면 다 네 탓일 거야. 구체적으로 나에 대해 뭐라 한 거야?]도희가 차갑게 답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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