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1051 - 챕터 1060

1197 챕터

제1051화

릴리는 입을 삐죽거리고 고개를 돌리며 갑자기 얼어붙었다. 엘리베이터 반대편 문 건너편 옆쪽 복도에서 남자는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벽에 기대어 그녀의 작은 몸짓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릴리는 어설프게 눈을 피하며 천천히 몸을 곧게 세워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아직 안 가셨어요?”“실망 많이 하셨나요?”남자는 검은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릴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태연하게 답했다.“괜찮아요.”신하균은 그녀의 심술궂은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놀리지 않고 손목을 들어 올려 보며 말했다.“세수하고 옷 갈아입는데 10분이면 충분해요?”“당연히 부족하죠. 10분이면 되는 여자를 본 적이 있어요? 화장도 해야 하는데요.”“늦겠네요.”“걱정 마세요. 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아버지께서도 안 가실 거예요.”“...”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중요한 거는 바론 공작은 오늘 공식적인 일이 있어서 지체할 수 없다.그는 몇 초 동안 그녀를 쳐다보더니 어쩔 수 없이 낮은 목소리로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릴리 씨는 작별 인사를 하지만 저는 당번이에요. 말 잘 듣고 가는 길에 화장해도 괜찮을까요?”“...”그녀는 몇 초 동안 침묵했다가 다시 쾅 하고 차갑게 문을 닫았다.방에서 여자아이는 문에 기대어 얇은 눈썹이 찌푸려졌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말 잘 들어요?”“왜 그의 말을 들어야 하죠?”릴리는 손을 들어 뜨거워지는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곧장 옷방으로 향했다.그렇게 차려입고 그런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 정말 반칙이었다.10분 후.방문이 다시 열리더니 여자아이는 하얀 원피스로 갈아입고 검은 구두를 신었다. 머리 꼭대기에서 올림머리를 묶고 날씬하고 하얀 목을 드러냈다.민낯이지만 젊고 아름다우며 마치 캠퍼스를 떠난 대학생인 것 같았다.엊그제 직업 분장을 하고 어른인 척하는 것과는 달리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신하균의 시선은 그녀에게 향해 몇 초 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그녀는 그를 일깨워 말했다.“가시죠. 늦으면 두렵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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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신하균의 목소리는 원래도 듣기 좋은데 낮게 깔았을 때는 더욱 섹시하다.그는 허리를 굽혀 릴리 가까이 다가왔다. 남성 특유의 침략적인 기운 때문에 릴리는 몸이 떨리고 다리가 약간 나른해 났다.“여기서 어떻게 해요? 아니, 제 뜻은...”“음, 여기는 확실히 할 수 없겠네요.”신하균은 눈동자가 더 깊어지고 입술은 릴리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 귓가에 닿았다. “그럼 시간과 장소를 정하시고 제가 거기에 맞춰드릴까요?”얼굴 바로 옆의 따뜻하고 있을 듯 말 듯 한 감촉이 전율처럼 온몸 흘러 릴리는 제자리에 굳었다.그가 허리를 굽히자 릴리의 시선은 오히려 밝아졌다.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비친 릴리는 원피스를 입고 양손은 가방끈을 꼭 쥐고 벽에 바짝 기대어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하지만 신하균은 정장 차림에 한 손으로 엘리베이터 벽을 받치고 릴리를 품에 안은 듯해 보였다. 릴리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날렵한 옆선이 드러났다.치맛자락과 바지가 뒤엉키고 가냘픔과 터프함이 어우르며 미묘한 케미를 선사했다.음, 왠지 미성년자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띵-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릴리는 무척이나 반가웠다.릴리는 후딱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밀친 후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밖으로 달려 나갔다.차에 도착할 때까지도 릴리는 심장이 두근거렸다.릴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심호흡하며 마음을 추스르려고 했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입을 쳤다.‘이놈의 입이 방정이지.’‘앞으로는 진지하게 대하고 썸같은 대화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잖아!’‘이건 이미 썸을 넘어섰는데!’텅 빈 품속을 바라보는 신하균의 깊은 눈동자에는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전 남친이 열 명도 넘게 있는 계집애는 얼마나 대담한가 했더니 겨우 이 정도였다...가는 길 내내 릴리는 말없이 핸드폰만 쳐다봤다.왠지 부자연스러웠다.오히려 신하균이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덤덤한 얼굴이었다.그들이 은하타운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는 낯선 차량들이 대거 주차되어 있었다. 온통 흰색 바탕의 번호판을 단 검은색 지프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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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릴리는 코가 찡하고 목이 메었다. 입을 삐죽이고 눈물이 나려던 참에 바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가 함부로 행동하여 네 언니한테 폐를 끼친다면 나는 네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다.”“...”넘쳐흐를 것 같던 눈물이 일 초 만에 쏙 들어갔다.릴리는 앞에 서 있는 엄숙한 늙은 남자를 쳐다보다가 뒤에 서 있던 강유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친 딸이라 이거죠? 벌써부터 차별 대우예요? 좋아요, 좋아...”“손가락질하지 마라. 황실 의례는 괜히 배웠느냐?"바론은 언짢은 듯 목소리를 낮추었다.릴리는 손가락을 거두고 손을 움켜쥔 채 억울해했지만 말하지 않았다.릴리의 억울함에 비해 강유리는 두 사람의 이런 케미가 은근 부러웠다.어쩌면 릴리가 그녀보다 더 관대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 사이가 더 친밀해서인지 강유리는 그들이 더욱 친 부녀처럼 느껴졌다.커다랗고 따뜻한 손이 강유리의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 강유리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깊고 부드러운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이쪽 일이 잘 처리되면 우리도 Y국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자.”강유리는 미소를 지었다. 육시준은 그녀가 바론이 떠나는 게 아쉬워서 그런 표정을 지은 줄 아는 것 같다. “괜찮아. 급할 것 없어. 더 자세히 계획을 세우고 가도 돼.”강유리는 덤덤한 말투로 무심코 답했다.“원래는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사소한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겼어.”“괜찮아. 나도 마침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 결혼식의 홍보 효과가 좋아서 드레스 예약주문도 많이 들어왔고 신작도 준비해야 되...”육시준이 말을 하자 바론은 생각을 접고 귀를 쫑긋 세우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화제의 흐름이 날짜를 잡고 Y국으로 가는 것일 줄 알았는데 왜 신작 얘기가 나왔는지 바론은 이해가 안 갔다.딸은 사업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3년 전에도 그랬는지라 바론은 잘 알고 있다.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바빠야 한다니. 게다가 언제까지 바쁠지도 모른다.“너희들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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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릴리는 어깨를 으쓱하고 물었다. “필요 없으신데 왜 언니한테 화를 내세요?”“...”“입은 말하라고 있는거예요. 소통하시라고요. 언니와 형부가 가능한 빨리 가길 원하시면 말하면 되잖아요. 말하지 않으면 그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혼자서 화만 내시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육시준 그놈은 알고 있어! 그는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는 거라고!”바론은 울분을 터뜨렸고 결국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인정했다.릴리는 끝까지 당돌하게 말했다. “그럴 만합니다! 요 며칠 언니가 아버지를 신경 쓰던가요? 아버지가 처음 이곳에 도착한 날 점심시간에 상냥하게 대꾸 한 번 했을 뿐이죠.”“...”정말이다.그 후 그들은 말만 하면 다퉜다.릴리와 강미연이 없자 그들은 점점 더 사이가 나빠졌다.‘게다가 육시준 그 녀석은 불 난 집에 부채질이나 하고!’‘아오, 열받아!’“그때 언니가 왜 상냥한 표정을 지었는지 아십니까? 아버지가 태도가 단정하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고치겠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릴리는 계속 말했다.바론은 눈썹을 찡그렸다. “사과도 하고 잘해주기까지 했는데 그럼 된 것 아니냐?”“무슨 소리세요? 사과하면 반드시 용서받는다고 누가 말했어요? 정말 변화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잘해 줘도 소용이 없죠.”이 말은 귀에 익는다. 강미연도 여러 번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너무 독단적으로 굴지 말고 항상 강유리와 맞서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잘해줘도 유리는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눈빛이 부자연스러워졌다. 바론은 갑자기 알 것 같았다. 육시준이 왜 그에게 말대꾸를 했는지. 릴리와 같이 그가 속마음을 말할 수 있도록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예를 들면 아까처럼 말이다. 속으로는 깨달음을 얻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릴리에게 되물었다.“어린애가 뭘 안다고 날 가르치려 드는 거야?”“...”릴리는 바론의 표정을 보고 그가 이해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저 억지를 부리는 것 뿐이다. 릴리는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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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사실 릴리도 누군가가 달래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사고가 난 다음 날 릴리는 풀이 죽은 채 집으로 돌아와 실수로 층을 잘못 내리기도 했다.말로는 그를 싫어하고 만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밥을 먹고서도 그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았다.신하균은 이제는 릴리가 수를 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는 단지 릴리가 그날 기분이 매우 나빠서 그렇게 반응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런 자리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것은 정말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다. 그는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했습니다. 악의는 없었습니다.”“...”바론은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오히려 육시준처럼 끝까지 말대꾸를 하고 말싸움하는 게 낫다.갑자기 공손해지는 건 무슨 상황이지?마치 바론이 사람을 억압하여 선의의 조언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앞차의 분위기가 긴장감 넘치고 저기압인 반면 뒷차는 조용하고 스윗했다.강유리는 육시준의 어깨에 기대어 손은 깍지 낀 채 그의 예쁜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여보, 내가 너무 쪼잔하게 굴었나? 그가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아는데 굳이 맞설 필요가 없잖아. 릴리는 오히려 관계를 잘 처리했어.”그리고 분위기도 띄우고 관계를 조정하려고 노력하는 게 강유리와 정반대다.“릴리는 당사자가 아니니까.”육시준이 나지막이 말했다.강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 편을 드는 거야?”육시준은 실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당신이 이유가 없을 때도 나는 당신 편을 들 텐데 지금은 정당한 이유까지 있잖아.”강유리는 몸을 곧게 펴더니 소울메이트를 찾은 듯 말했다. “그렇지? 왜 저렇게 고집이 쎄시대? 우리가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 어렵나?”강유리도 차에 탄 후에 알아차렸다. 바론은 그저 삐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자기도 아직 화가 나 있는데 어떻게 그를 달랠 수 있겠나?하지만 바론과 릴리를 보고 있으면 부러움을 느낄 때도 있다...“그간 널 속였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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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예전에 마중이나 배웅을 할 때 먼저 다가가서 포옹을 해주던 사람은 늘 릴리였다.귀국한 뒤로는 강유리도 좀 더 열정적으로 변했다.하지만 바론은 한 번도 먼저 사람들과 친해진 적이 없다.자기 딸을 먼저 껴안는 것도 처음이라 왠지 서툴렀다.그는 강유리를 가볍게 안았다가 놓으며 차금차근 말했다. “시준이랑 서로 존중해야 한다. 자꾸 삐지지 말고 네 사업만 생각하지 말고! 부부 사이에는 더 많이 교류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항상 시준이가 널 포용하는 것도 안 돼!”“???”‘도대체 어디서 시준 씨가 항상 날 포용한다는 결론을 내린거지?’‘친아빠 맞아? 항상 다른 사람 편이나 들어주고.’“그리고 신혼여행 말이다.”바론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디로 갈 계획이냐?”“Y국에 간다고 미리 약속하지 않았습니까?”강유리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또 번복하지 않았느냐?”“제가 언제 번복했습니까?”“...”바론의 표정은 순간 바뀌었다.그는 딸이 갑자기 번복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내내 우울했다. 그는 심지어 강유리를 열심히 설득해 보기로 결심까지 했다. 자기의 진심을 표현한다면 강유리가 동의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니! 의혹스런 눈빛으로 육시준을 바라봤지만 육시준의 시선은 강리에게만 쏠려있다.그러나 올라간 입꼬리는 분명 득의양양했다.육시준은 바론의 반응을 정확히 계산했다.바론은 안색이 어두워져 그를 매섭게 쏘아보고는 더 추궁하지 않고 강유리에게 물었다. “그럼 언제 올 것이냐? 아버지가 미리 준비하라고 시킬까?”마지막 그 말을 했을 때 그는 사실 좀 조마조마했다.강유리가 거절할까 봐 말이다.그런데 방금 차에서 릴리가 한 말이 생각나서 참지 못하고 덧붙였다.“나는 사실 너희들이 오기를 바란다. 너희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싶고 모든 사람들에게 소중한 내 딸을 소개하고 싶다.”“...”강유리는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그를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 괴팍한 늙은이도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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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그렇지만 제가 바라지 않아요.”가벼운 말 한마디에 바론은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는 멍하니 딸을 쳐다보았다. “너, 너는...”“저는 제가 갔을 때 아버지가 공무를 다 처리해서 저와 시준랑 함께 돌아다닐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강유리가 보충했다.바론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피었다. “역시 사려가 깊구나. 확실히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다.”강유리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 불만을 터뜨렸다.‘아버지가 이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하니까 이모가 계속 자리를 못 비운 거겠지.’1초만 그를 주시하지 않아도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니...부녀는 또 얘기를 몇 마디 나누었다.얘기를 나눴다지만 사실상 바론이 어색하게 화제를 찾고 강유리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두어 번 해준 것뿐이다.“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출발하셔야겠습니다.”육시준이 손목시계를 보고 말했다.바론은 그제서야 시선을 육시준에게 돌렸다. 몇 초 동안 묵묵히 보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놈아, 앞으로 나한테 했던 것처럼 내 딸을 계산하지나 말거라!”육시준은 미소를 지으며 부정했다. “아버님도 참. 존경하기에도 부족한데 제가 어떻게 아버님을 계산할 수 있겠습니까?”“흥! 이번엔 넘어가지만 다음번엔 안 돼!”그래도 결과는 좋았다. 강유리와의 관계가 많이 누그러졌다.“...”육시준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탑승 직전, 바론은 되돌아와서 강유리를 다시 안고 싶어 했다.아까는 너무 꽉 안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 그는 자애로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크게 안아 주었다.그리고 바로 이상함을 눈치챘다.뼈가 뻣뻣하고 근육이 단단해서 아까 말랑말랑하던 딸과는 완전히 달랐다.그가 고개를 돌리자 육시준이 품에 안겨있었다. 키가 비슷한 두 남자끼리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바론은 그를 홱 놓더니 말했다. “뭐 하는 거냐?”육시준은 결백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뭘 했습니까? 아버님이 저랑 포옹하시려고 하지 않으셨나요?”바론은 그의 뒤로 끌려간 강유리를 보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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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바론은 두 손으로 도시락을 받아 들었다. 곁에 있던 경호원이 손을 뻗었지만 그는 주지 않았다. 마치 보물이라도 든 것처럼 말이다.강유리는 그런 바론의 모습을 보며 또 망설였다.“아니면 그만두죠? 사실 맛은 별로예요. 제 요리 솜씨는 아직 개선해야 합니다.”바론은 들고 있던 도시락통을 얼른 품에 안은 채 가져가려는 강유리의 손을 뿌리쳤다. “준 것을 다시 가져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겸손해 할 필요 없다.”“...”돌아가는 길.육시준은 소리 없이 옆에 있는 강유리를 몇 번 훑어보았다.“정말 당신이 한 거야?”강유리는 자랑스럽게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럼. 설마 내가 거짓말을 했겠어?”하지만 처음의 의도는 확실히 좋은 것은 아니였다...그녀는 떠나기 전에 바론이 먼저 그녀에게 다가갈 줄은 몰랐다.육시준은 역시 강유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답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리 없이 가볍게 탄식했다.“아버님은 비록 성질이 급하고 고집이 세서 당신을 슬프게 했지만 이 정도 벌을 받을 정도는 아니신데.”“???”강유리는 그를 째려보았다.육시준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고 변명은 협박으로 변했다. “말하지 마! 내가 정성을 다해 만든 거야!”육시준은 웃기는 했지만 굉장히 협조적이었다. “말하지 않을 테니까 안심해.”굳이 말할 필요 없이 바론 공작의 지능으로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짐작하고도 굳이 자신을 속인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뒤 차. 릴리는 여전히 신하균의 차에 탔다.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릴리는 아직도 어색했다. 게다가 방금 차 안에서 아버지가 신하균에게 한 말은 화를 낸 것 같기도 했고 농담 같기도 했다.신하균을 사위로 생각하는 말투였다. 하지만 화를 낸 게 아니라고 하기에는 바론의 그 고귀한 성격과 맞지 않다. 하지만 농담이든 아니든 릴리를 더 난처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릴리는 어색하게 옆머리를 정리한 후 기침을 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는 성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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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릴리가 경박하고 제멋대로라고 말한 것은 신하균이다.릴리에게 거리 두기를 명령한 것 역시 신하균이다.‘이제 확실히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키려는데 갑자기 플러팅을 한다고?’릴리는 신하균을 잠시 쳐다보더니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여 운전석에 다가갔다.“만약, 저도, 하고 싶다고 하면요?”“...”아침 엘리베이터에서의 화제가 다시 시작되었다.릴리는 신하균의 몸이 잠시 굳어짐을 눈치챘다. 신하균은 핸들을 잡은 손을 꽉 조이고는 고개를 돌려 릴리를 흘끗 보았다.릴리는 피식 웃었다. 그는 거리를 두라고 말할 게 뻔하다.“언제요? 오늘?”신하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오늘이요.”“그럼 서둘러서 돌아가야겠네요. 오후에 다시 보고하러 가야 해서요.”상대방은 생각보다 더 차분한 말투로 릴리보다 더 노골적인 말을 했다.릴리는 계속 도발했다. “서둘러요? 자기가 기술이 안 좋은 것에 이유를 찾는 건가요?”신하균은 잠시 침묵했다. “지금은 12시예요. 저는 오후 2시 30분에 파출소에 가야 해요.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 점심은 건너뛰죠.”“...”릴리는 입을 벌렸지만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릴리가 졌다.신주리는 자기 오빠를 전혀 모른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재미없기는 무슨. 분명 릴리보다도 뺀질거리는 면이 있다.릴리의 사부 소안영과도 겨뤄볼 만하다.릴리는 돌아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릴리는 먼저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버튼을 누를 때 신하균도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평소처럼 거리를 두지 않고 가까이 서 있어 릴리는 그의 기운이 느껴졌다.익숙하고도 낯선 숨결에 릴리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얌전한 모습이 평소의 떠들썩한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릴리를 내려다보던 신하균은 입꼬리가 올라갔다.‘이런 모습도 꽤 귀엽군...’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두 사람은 걸어 들어갔다.릴리는 14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데 뒤에 있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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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릴리는 엘리베이터 맨 안쪽 구석에 기대어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어색함과 긴장감이 눈에 훤히 보였다.신하균은 미소를 지으며 조곤조곤 말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요. 저는 릴리 씨가 저한테 했던 대로 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이런 방식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릴리는 당황스러웠다.‘오늘 도대체 무슨 자극을 받은 거야? 무서워!’신주리의 말이 징크스처럼 릴리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빠가 잘 생각하지도 않고 너한테 피드백을 줄까 봐 걱정돼.”“저는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요. 제가 참고할 사례는 당신뿐이에요.”“...”릴리는 재빨리 그가 엘리베이터 문을 막은 손을 밀치고 닫기 버튼을 클릭했다.문이 천천히 닫히고 릴리는 벽에 기대어 심호흡을 했다.한참 돼서야 엘리베이터가 다시 멈추었다.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야 비로소 반응했다.“지금 나를 좋아한다는 뜻인 건가?”릴리는 문 앞에 몇 초 멈춰 서 있더니 머리를 저었다.신하균은 잘 못 참고 했다. 릴리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먼저 고백부터 한다!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말하지 않는다. 주리언니 말이 맞다. 신하균은 어른들의 재촉 때문에 순진한 릴리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이성적으로는 당연히 이게 맞다.하지만 신하균의 말은 위력이 강했다.릴리는 오후 내내 정신이 딴 데 팔려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자 릴리는 전화 한 통에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전화를 받자마자 불평이 들려왔다. “저녁에 집에 와서 밥 먹기로 했잖아. 왜 내 문자에 답장하지 않고 구체적인 주소도 알려주지 않는 거야?”“...”릴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를 잊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저녁 약속을 잊은 거였군.“방금 할 일이 좀 있어서 문자를 못 봤어요. 미안해요.”릴리는 사과했다. 고우신도 평소처럼 몰아붙이지 않고 릴리의 설명을 듣고 나서 말했다. “괜찮아. 그럼 지금 내려와. 문 앞에 있어.”릴리는 헛웃음을 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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