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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신하균의 목소리는 원래도 듣기 좋은데 낮게 깔았을 때는 더욱 섹시하다.

그는 허리를 굽혀 릴리 가까이 다가왔다. 남성 특유의 침략적인 기운 때문에 릴리는 몸이 떨리고 다리가 약간 나른해 났다.

“여기서 어떻게 해요? 아니, 제 뜻은...”

“음, 여기는 확실히 할 수 없겠네요.”

신하균은 눈동자가 더 깊어지고 입술은 릴리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 귓가에 닿았다.

“그럼 시간과 장소를 정하시고 제가 거기에 맞춰드릴까요?”

얼굴 바로 옆의 따뜻하고 있을 듯 말 듯 한 감촉이 전율처럼 온몸 흘러 릴리는 제자리에 굳었다.

그가 허리를 굽히자 릴리의 시선은 오히려 밝아졌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비친 릴리는 원피스를 입고 양손은 가방끈을 꼭 쥐고 벽에 바짝 기대어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하지만 신하균은 정장 차림에 한 손으로 엘리베이터 벽을 받치고 릴리를 품에 안은 듯해 보였다. 릴리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날렵한 옆선이 드러났다.

치맛자락과 바지가 뒤엉키고 가냘픔과 터프함이 어우르며 미묘한 케미를 선사했다.

음, 왠지 미성년자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릴리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릴리는 후딱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밀친 후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밖으로 달려 나갔다.

차에 도착할 때까지도 릴리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릴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심호흡하며 마음을 추스르려고 했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입을 쳤다.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앞으로는 진지하게 대하고 썸같은 대화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잖아!’

‘이건 이미 썸을 넘어섰는데!’

텅 빈 품속을 바라보는 신하균의 깊은 눈동자에는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전 남친이 열 명도 넘게 있는 계집애는 얼마나 대담한가 했더니 겨우 이 정도였다...

가는 길 내내 릴리는 말없이 핸드폰만 쳐다봤다.

왠지 부자연스러웠다.

오히려 신하균이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덤덤한 얼굴이었다.

그들이 은하타운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는 낯선 차량들이 대거 주차되어 있었다. 온통 흰색 바탕의 번호판을 단 검은색 지프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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