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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그렇지만 제가 바라지 않아요.”

가벼운 말 한마디에 바론은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멍하니 딸을 쳐다보았다.

“너, 너는...”

“저는 제가 갔을 때 아버지가 공무를 다 처리해서 저와 시준랑 함께 돌아다닐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유리가 보충했다.

바론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피었다.

“역시 사려가 깊구나. 확실히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다.”

강유리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아버지가 이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하니까 이모가 계속 자리를 못 비운 거겠지.’

1초만 그를 주시하지 않아도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니...

부녀는 또 얘기를 몇 마디 나누었다.

얘기를 나눴다지만 사실상 바론이 어색하게 화제를 찾고 강유리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두어 번 해준 것뿐이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출발하셔야겠습니다.”

육시준이 손목시계를 보고 말했다.

바론은 그제서야 시선을 육시준에게 돌렸다. 몇 초 동안 묵묵히 보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놈아, 앞으로 나한테 했던 것처럼 내 딸을 계산하지나 말거라!”

육시준은 미소를 지으며 부정했다.

“아버님도 참. 존경하기에도 부족한데 제가 어떻게 아버님을 계산할 수 있겠습니까?”

“흥! 이번엔 넘어가지만 다음번엔 안 돼!”

그래도 결과는 좋았다. 강유리와의 관계가 많이 누그러졌다.

“...”

육시준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탑승 직전, 바론은 되돌아와서 강유리를 다시 안고 싶어 했다.

아까는 너무 꽉 안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 그는 자애로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크게 안아 주었다.

그리고 바로 이상함을 눈치챘다.

뼈가 뻣뻣하고 근육이 단단해서 아까 말랑말랑하던 딸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육시준이 품에 안겨있었다. 키가 비슷한 두 남자끼리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바론은 그를 홱 놓더니 말했다.

“뭐 하는 거냐?”

육시준은 결백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뭘 했습니까? 아버님이 저랑 포옹하시려고 하지 않으셨나요?”

바론은 그의 뒤로 끌려간 강유리를 보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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