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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상대방이 미처 입을 떼기 전에 그는 뭔가 생각이 났다.

“아니, 제가 여자 파트너 많은 거 어떻게 알았어요?”

릴리는 물컵을 내려놓으며 시선이 그의 얼굴을 향해 떨어졌다.

“당신은 얼굴색이 어둡고 눈이 침침하고 말투도 가벼워요. 정신이 산만하고 발걸음도 힘없어요. 어젯밤까지, 아니, 방금까지도 여자 침대에 있었던 게 분명해요...”

아까 김재민한테 대답한 그 말이 아마 농담이 아니었고 오기 전에 진짜 여자 침대에 있었던 것 같다.

‘원래 남의 일에 관심 없었는데 입이 싸서 자신에게 일을 초래했네.’

‘지금 가십거리 좀 알아보려고 하다가 여자아이한테 조롱을 당하다니.’

그는 표정이 어색해지고 가볍게 기침했다.

“이것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아요. 릴리 씨는 좀 똑똑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것을 추측하지 못했어요.”

릴리도 남의 일에 관심 없고 그저 그의 말을 따라 물었다.

“자세히 말해봐요. 중요한 것이 무엇인데요?”

“고성그룹 파산 직전이라는 소문을 알고 계시죠?”

“네. 그 소문 제가 퍼뜨리게 했는데요.”

“...”

김찬욱은 그녀를 향해 다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이럴 때 고성그룹과 대헌그룹이 혼인하는 것은 도리어 불리한 일이에요. 김재민은 장사꾼이라 이렇게 흔쾌히 승낙할 리가 없어요.”

릴리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더 캐물었다.

“그래서요?”

“우선 전에 다른 이유도 있고 고정남이 지금 의사 결정권도 없기 때문에 김재민은 더욱 이 혼사에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고정남이 가격을 올렸죠.”

“...”

릴리의 작은 얼굴이 차갑게 굳어지고 고개를 돌려 저쪽의 무뚝뚝한 남자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마침, 그 사람도 그녀를 보고 있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김찬욱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녀가 대충 짐작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 사람은 둘째 삼촌의 아들인데 지적 발달장애인이에요. 둘째 삼촌은 자기 아들이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예 단호한 태도로 김재민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의 지휘만을 따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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