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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고주영의 눈빛 속에는 몇 가닥의 어두운 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가 마지막 계단에 서서 그녀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그 차분한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그녀의 모든 생각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갑자기 머리를 저으며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웃기다고 느껴졌다. 그녀가 앞장서서 말했다.

“김옥은 내 방에 있어, 네가 문을 열어서 드레스만 나에게 주면 돼.”

“알겠어요.”

릴리는 그녀를 따라 걸어갔다.

복도가 길었고 릴리의 방은 가장 안쪽에 있었고 넓은 환경은 특히나 조용해 보였다.

릴리가 너무 협조적이고 조용했기 때문에 고주영은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끼며 대충 대화를 시작했다.

“네가 강유리와 자매처럼 지내고 있다고 들었어?”

“맞아요.”

“정말 유감이네.”

“......”

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주영은 문 앞에서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눈 속에는 약간의 거만함이 섞인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뭐가 유감스러운지 궁금하지 않아?”

릴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으니 우리는 절대 좋은 자매가 될 수 없어요.”

고주영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네가 아주 현실적으로 자각하고 있네.”

릴리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건 언니가 없더라도 나는 당신 같은 사람과 좋게 지내게 될 수 없다는 거예요.”

고주영은 잠시 멈추었고 눈 속에는 몇 가닥의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가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릴리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우는 역시 배우였다. 그 기간 동안 그렇게 잘 숨기고 그녀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먼저 고주영을 싫어하게 된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문을 열어.”

고주영은 그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고 턱을 살짝 들어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릴리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문 앞에 서서 손가락을 비밀번호 도어락에 올렸다.

고주영은 아주 자연스럽게 반걸음 뒤로 물러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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