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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너 나한테 뭘 먹인 거야?”

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몰라. 내 친구가 내게 준 호신용 약물이야. 아마 먹고 죽어도 병의 원인을 알아낼 수 없는 그런 독약이겠지.”

“...”

이 여자는 어떻게 이런 악랄한 말을 이토록 쉽게 할 수 있단 말이야?

“의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친구는 도씨 가문의 큰 아가씨이고 가문의 후계자란 말이야. 대단하지?”

“...”

김옥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려 나며 그녀는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녀의 말을 의심한 것은 아니다.

단지 릴리가 이렇게 그녀를 위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었을 뿐이다.

이윽고 잠시 입술을 오므리고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나 고주영 언니 방에서 옷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우신이 술이 떡이 돼서 쳐들어오더니 나를 덮치려고 하기에 기절시켰어.”

그러자 릴리는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 속에는 김옥에 대한 찬사가 담겨있었다.

“너 고우신보다 똑똑하네. 나 너 마음에 들어.”

김옥은 몸을 비틀어 묶인 두 손을 그녀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이 몸으로 나더러 어떻게 그를 쓰러뜨리라는 거야?”

그러자 릴리는 손을 들더니 검지에 낀 반지로 그녀를 묶어놓았던 끈을 그어 가볍게 풀어주었다.

협박이 통했으니 이젠 유혹도 좀 겸해서 추가할 수 있다.

“고성 그룹의 현 상황이라면 너도 봤을 텐데 고정남의 말은 통하지 않아. 게다가 너희 집 어르신은 남자를 보내서 나를 통제하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지. 그리고 난 모든 아름다운 사물을 좋아해. 그래서 난 네가 마음에 들어. 너만 착하게 군다면 나도 협력해 줄 순 있는데.”

“...”

김옥이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문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릴리는 그녀의 다리에 묶인 끈까지 풀어주고 변태마냥 그녀의 작은 얼굴을 주물럭거리더니 곧바로 창가로 돌진했다.

그러고는 창문을 열고 훌쩍 뛰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김옥은 침대에 앉아 손목과 발목을 문질렀고 작고 가냘픈 얼굴에는 흥겨운 미소가 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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