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일어서서 몸을 약간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머리가 어지러웠다.눈썹이 무의식적으로 찌푸려졌고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의아해했다.김찬욱이 그녀에게 주의를 준 후 그녀는 아무 음식도 함부로 먹지 않았다. 이 스테이크도 요리사가 굽는 것을 지켜보며 먹었다.그녀는 시선을 요리사 쪽으로 돌렸다. 상대방도 그녀를 몰래 보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을 감지한 요리사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릴리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으며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통속이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그들은 정말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구나......“왜 그래?”고우신은 그녀가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무심코 물었다.릴리는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평온한 얼굴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무 일도 아니예요. 오늘 밤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 없을 것 같아요.”고우신은 개의치 않았다. “너는 애초에 차를 몰고 오지 않았잖아! 내가 데려다줄게, 아니면 여기서 쉬어도 돼!”릴리는 한숨을 쉬며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고우신은 무심코 따라가려고 했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그를 바라보았다.“왜 따라오는 거예요?”그 눈빛은 너무 차가워서 고우신은 떨며 무의식적으로 변명했다. “내, 내가 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걱정돼서 그래.”릴리는 냉담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이렇게 잘 준비했는데 뭐가 걱정되는 거죠.”고우신은 더 할 말이 없었다.“......”그는 제자리에 서서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준비?그녀가 정말 술에 취한 건가?술을 그렇게 못 마시나?한편, 고정남은 계속 이쪽 상황을 지켜보며 그녀가 안정된 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의 시선은 요리사에게 향했고 요리사는 일을 끝냈다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다.고정남은 다시 그 뒷모습을 보며 의문을 가득 안고 있었다.몇 초간 생각한 후, 그는 막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고우신을 불러 세우
고주영의 눈빛 속에는 몇 가닥의 어두운 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가 마지막 계단에 서서 그녀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그 차분한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그녀의 모든 생각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갑자기 머리를 저으며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웃기다고 느껴졌다. 그녀가 앞장서서 말했다. “김옥은 내 방에 있어, 네가 문을 열어서 드레스만 나에게 주면 돼.”“알겠어요.” 릴리는 그녀를 따라 걸어갔다.복도가 길었고 릴리의 방은 가장 안쪽에 있었고 넓은 환경은 특히나 조용해 보였다.릴리가 너무 협조적이고 조용했기 때문에 고주영은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끼며 대충 대화를 시작했다.“네가 강유리와 자매처럼 지내고 있다고 들었어?”“맞아요.”“정말 유감이네.”“......”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주영은 문 앞에서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눈 속에는 약간의 거만함이 섞인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뭐가 유감스러운지 궁금하지 않아?”릴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으니 우리는 절대 좋은 자매가 될 수 없어요.”고주영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네가 아주 현실적으로 자각하고 있네.”릴리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건 언니가 없더라도 나는 당신 같은 사람과 좋게 지내게 될 수 없다는 거예요.”고주영은 잠시 멈추었고 눈 속에는 몇 가닥의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가며 등골이 오싹해졌다.릴리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우는 역시 배우였다. 그 기간 동안 그렇게 잘 숨기고 그녀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먼저 고주영을 싫어하게 된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문을 열어.”고주영은 그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고 턱을 살짝 들어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릴리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문 앞에 서서 손가락을 비밀번호 도어락에 올렸다.고주영은 아주 자연스럽게 반걸음 뒤로 물러났
그의 머릿속에는 아까 릴리가 비틀거리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오늘 밤 그의 시선은 대부분 그녀에게 있었는데 그녀가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취한 걸까?게다가 아까 그 아이의 태도 변화도 아주 이상했고 갑자기 혐오하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가 나중에 한 말--당신들이 이렇게 잘 준비해놨는데 뭘 걱정해?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웠으며 그는 빠르게 별장으로 달려가 위층으로 향했다.고정남은 그를 막지 않았지만 갑자기 말했다. “이 아이들이 다 어디 간 거야? 정말 말도 안 돼! 왕씨 아주머니, 가서 빨리 좀 보세요.”“김옥이 너무 까다로워서 여러분께 폐를 끼쳤네요. 제가 직접 가서 볼게요.” 김 사모님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고정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던 부인에게 지시했다. “넷째 사모님이 김 사모님과 함께 가서 보세요.”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알겠습니다.”두 여자는 웃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김 사모님은 내내 무표정하게 웃으며 자기 딸이 자신이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말도 안 되게 굴었다고 했다.고성그룹 넷째 사모님은 협조적하며 여자아이들은 그렇게 귀하게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이것은 모두 형식적인 대화였고 두 사람은 이 후 직면할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고우신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더욱 빨리 했다.그는 재빠르게 위층으로 달려가 복도 끝방을 향했다.그러나 몇 걸음 걷자 옆방의 문이 열리면서 그를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문은 다시 닫히고 고우신은 문판에 기대어 억눌린 소리를 냈다.두 눈이 마주쳤다.한 사람은 당황하고 혼란스러웠고 한 사람은 차가운 경고를 보냈다.고우신은 몇 초 동안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눈에 가득 찼던 초조와 혼란이 걱정으로 바뀌며 그녀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괜찮아요?”릴리는 조금 힘들게 움직였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고우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곧바로, 고우신은 침실 소파에 앉아 멀리 벽에 기대 서 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손을 들어 또 자신에게 물을 한 잔 따라 고개를 들고 우아하게 마셨다.들어온 이후 몇 분 동안 그녀는 이미 여러 잔의 물을 들이켰다.얼굴에 약간의 걱정이 스쳤다. “너 왜 그래?”릴리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수작 부리지 마요, 내가 서 있는 한 당신들에게 틈을 주지 않겠어요. 고정남은 날 너무 과소평가했어요, 그 사람한테 내가 쉽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어요?”이 정도 양의 약으로는 그녀를 쓰러뜨릴 수 없었다.설령 쓰러진다고 해도 오늘 그녀가 억울하게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면 결코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물론, 고정남이 정말 그런 효과를 원했을 수도 있다. 그녀가 자신의 존엄을 서서히 잃어가는 것을 지켜보게 하면서 반항할 힘도 없게 만들려는 거다.그런 후에야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베풀며 그녀가 감사하게 만들려는...“난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라! 지금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날 좀 믿어줘, 나를 항상 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줘!” 고우신은 거의 멘탈이 붕게될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멘탈붕괴는 릴리의 의심뿐만 아니라 그녀가 정확히 지적한 점 때문이었다.고정남은 그에게 릴리의 실제 능력을 물어보았다.그리고 그때서야 그는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그를 조롱하지 않고 동의했다. “네, 당신이 이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은 믿어요.”고우신의 눈이 밝아졌다. “날 믿어?”릴리는 눈을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 “비밀번호를 시도해봤어요, 정말 틀렸어요.”고우신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시험적으로 추측했다.“그들이 네 침실 비밀번호를 바꾼 거야?”릴리가 말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그들은 나에게 남자를 보냈어요.”고우신은 눈을 크게 떴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빠르게 스쳤다.믿기 힘들지만 피할 수 없는 결론에 내렸다.“그 남자, 김재운이야?”“그래요.”“그럼 너는
릴리가 그를 놓아주자 고우신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벽에 기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간신히 팔을 들어 목을 만졌다. 확실히 피가 났지만 많지는 않았다. 이 정도로는 과다 출혈로 힘이 빠질 수 없었다.“너, 뭘 한 거야?” 그는 약한 목소리로 물었다.릴리는 벽에 기대며 말했다. “당신을 좀 진정하게 한 것뿐이에요. 하이라이트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왜 그 난장판에 끼어들려고 해요?”고우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사실 당신을 죽이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단지 우리 아버지에게 약간의 번거로움을 줄 뿐이에요. 게다가 그때는 고성그룹도 지킬 수 없을 테고 난 아직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너!”“그래요, 당신 왜 고정남이 고성그룹을 내 손에 맡겼는지 알아요? 협박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예요.” 릴리는 그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몇 마디를 속삭였다.고우신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가 없어...”“왜 불가능하죠? 이제 고성그룹의 미래는 내 손에 달려있고 당신 목숨도 내 손에 달려있어요. 감정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그 마지막 말이 고우신의 마음을 완전히 찔렀다. 그는 상처받은 얼굴로 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정말 내가 그렇게 미워? 나에게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는 거야?”릴리는 웃으며 말했다. “기회를 줬어요. 하지만 당신 본질이 진짜로 가증스럽다는 걸 알았어요. 당신은 약자에게만 동정심을 보여요.”성신영이 인정받지 못할 때 그는 성신영의 편에 섰다. 성신영이 그녀를 납치했을 때, 그는 주저 없이 그녀 앞을 막아섰다. 지금 고주영이 그녀를 계략에 빠뜨렸고 그는 고주영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구하러 가려고 한다. 간단히 말해, 그는 약자의 편을 든다. 그는 연민의 정이 너무 많다.문 밖의 발소리가 점점 더 잦아들고 소란스러워졌다. 문 너머에서 고정남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문을 부수라고 명령하는 것 같았다.이제 드디어 이
“너 나한테 뭘 먹인 거야?”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나도 몰라. 내 친구가 내게 준 호신용 약물이야. 아마 먹고 죽어도 병의 원인을 알아낼 수 없는 그런 독약이겠지.”“...”이 여자는 어떻게 이런 악랄한 말을 이토록 쉽게 할 수 있단 말이야?“의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친구는 도씨 가문의 큰 아가씨이고 가문의 후계자란 말이야. 대단하지?”“...”김옥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려 나며 그녀는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그녀의 말을 의심한 것은 아니다.단지 릴리가 이렇게 그녀를 위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었을 뿐이다.이윽고 잠시 입술을 오므리고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나 고주영 언니 방에서 옷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우신이 술이 떡이 돼서 쳐들어오더니 나를 덮치려고 하기에 기절시켰어.”그러자 릴리는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 속에는 김옥에 대한 찬사가 담겨있었다.“너 고우신보다 똑똑하네. 나 너 마음에 들어.”김옥은 몸을 비틀어 묶인 두 손을 그녀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이 몸으로 나더러 어떻게 그를 쓰러뜨리라는 거야?”그러자 릴리는 손을 들더니 검지에 낀 반지로 그녀를 묶어놓았던 끈을 그어 가볍게 풀어주었다.협박이 통했으니 이젠 유혹도 좀 겸해서 추가할 수 있다.“고성 그룹의 현 상황이라면 너도 봤을 텐데 고정남의 말은 통하지 않아. 게다가 너희 집 어르신은 남자를 보내서 나를 통제하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지. 그리고 난 모든 아름다운 사물을 좋아해. 그래서 난 네가 마음에 들어. 너만 착하게 군다면 나도 협력해 줄 순 있는데.”“...”김옥이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문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릴리는 그녀의 다리에 묶인 끈까지 풀어주고 변태마냥 그녀의 작은 얼굴을 주물럭거리더니 곧바로 창가로 돌진했다.그러고는 창문을 열고 훌쩍 뛰어 밖으로 뛰쳐나갔다.김옥은 침대에 앉아 손목과 발목을 문질렀고 작고 가냘픈 얼굴에는 흥겨운 미소가 어려있었다.강씨 집안의
릴리는 잠깐 멈칫했다.일부러 불쌍한 척하는 것은 그녀의 특기였지만 정말 불쌍한 티를 낼 줄은 모르기 때문이다.게다가 이번에는 불쌍한 티를 내려면 다른 사람도 끌어들여야 할 것 같았다...그제야 릴리는 신하균을 밀어내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저 먼저 내려줘요.”그러나 신하균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팔을 더 오므리고 그녀를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화단 밖 주차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릴리는 이 튼튼한 그의 품에 기대어 있었고 마음은 이유 없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안정되었다.이에 그녀는 아예 두 손을 신하균의 목덜미에 감아 몸부림조차 치지 않고 수다 모드를 열었다.“저 무거워요?”“그럭저럭 괜찮습니다.”“...”릴리는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럭저럭 괜찮다는 건 또 무슨 뜻이에요? 제가 무겁다고 생각하세요?”그러자 신하균은 그녀를 힐끔 내려다보더니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럭저럭 무겁지 않아요.”“아니죠. 가벼우면 가벼운 거지 그럭저럭 괜찮다는 건 분명 무거운데 예의상 하는 말이잖아요. 이봐요, 저 겨우 45킬로예요. 힘이 좀 약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45킬로도 무겁다고 할 수 있지...”곧이어 차 문이 열리고 릴리는 조금 부드럽지 않게 조수석으로 던져졌다.그녀는 관성에 따라 몸이 휘청거렸고 몸 전체가 운전석 쪽으로 기울기도 했다.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부으며 릴리가 힘겹게 손을 뻗어 의자를 받치려 하자 오른팔이 누군가에 의해 잡아당겨 지며 힘껏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그렇게 그녀는 통제 불능으로 다시 남자의 단단한 가슴에 부딪히게 되었다.“뭐 하는 겁니까?”릴리도 이제는 참을 수 없어 언성을 높였고 남자는 그녀를 훑어보더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다쳤어요? 어디 불편하진 않아요?”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릴리는 대충 둘러댔다.“네. 괜찮아요.”신하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손을 뻗어 그녀를 툭 밀었다.원래 힘이 빠져 몸이 나른한데 이렇게 몇 번을 이리저리 치이니 머리가
두 사람도 긴장감이 역력한 기색으로 따라붙어 상황을 지켜봤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입구를 막고 있었고 시선에 따라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던 고정남은 침묵에 빠지고 말았다.박지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이걸 어찌하면 좋냐며 계속하여 중얼거렸고 이연정도 곁에서 그들 집안의 아가씨는 비록 평소에 함부로 굴곤 했지만 절대 여자들을 괴롭히는 사람이 아니기에 김옥을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로해주었다...겉으로는 모두가 김옥이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 다들 이 연극을 알고 있다.고정남은 뒤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매의 눈을 날카롭게 번쩍이더니 경호원에게 분부했다.“문을 뜯어주세요.”“네.”경호원이 폭력을 휘두르자 문은 곧장 열렸다.방안은 캄캄했고 이연정이 먼저 다가가 불을 켰다.이윽고 눈 앞에 펼쳐진 화면은 모두를 얼어붙게 하고 말았다.거의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이 카펫에 매달려 있었고 남자는 눈 밑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얼굴은 온통 흥분되어 있었다. 반면, 여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하얀 피부는 붉은 자국으로 가득했다.그녀는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몇 걸음 기어 나오자마자 다른 사람에게 머리채를 잡혀 다시 끌려오게 되었다.그 순간, 갑작스러운 눈 부신 불빛에 방 안의 두 사람은 모두 시선을 보내왔다.고주영은 낭패한 몰골과 멍든 얼굴까지 하고 마치 구원자를 보는 듯 입구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아버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예상치 못한 장면에 비주얼 쇼크는 어마어마했고 이는 고정남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고 말았다.이윽고 그는 몇 걸음 달려가더니 김재운을 걷어찼다.이연정은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서둘러 작은 담요를 들고 앞으로 가서 훤히 드러난 고주영의 몸을 가려주었다...“어머, 이게 다 무슨 일이래?”“고주영 이 바보 도련님은 어쩌다가 저 여자와 같이 있게 된 거지?”“이 꼴을 보니 저 바보는 맞아 죽어야 할 것 같은데? 고씨 가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