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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릴리는 코가 찡하고 목이 메었다. 입을 삐죽이고 눈물이 나려던 참에 바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네가 함부로 행동하여 네 언니한테 폐를 끼친다면 나는 네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다.”

“...”

넘쳐흐를 것 같던 눈물이 일 초 만에 쏙 들어갔다.

릴리는 앞에 서 있는 엄숙한 늙은 남자를 쳐다보다가 뒤에 서 있던 강유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친 딸이라 이거죠? 벌써부터 차별 대우예요? 좋아요, 좋아...”

“손가락질하지 마라. 황실 의례는 괜히 배웠느냐?"

바론은 언짢은 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릴리는 손가락을 거두고 손을 움켜쥔 채 억울해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릴리의 억울함에 비해 강유리는 두 사람의 이런 케미가 은근 부러웠다.

어쩌면 릴리가 그녀보다 더 관대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 사이가 더 친밀해서인지 강유리는 그들이 더욱 친 부녀처럼 느껴졌다.

커다랗고 따뜻한 손이 강유리의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 강유리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깊고 부드러운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쪽 일이 잘 처리되면 우리도 Y국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자.”

강유리는 미소를 지었다. 육시준은 그녀가 바론이 떠나는 게 아쉬워서 그런 표정을 지은 줄 아는 것 같다.

“괜찮아. 급할 것 없어. 더 자세히 계획을 세우고 가도 돼.”

강유리는 덤덤한 말투로 무심코 답했다.

“원래는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사소한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겼어.”

“괜찮아. 나도 마침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 결혼식의 홍보 효과가 좋아서 드레스 예약주문도 많이 들어왔고 신작도 준비해야 되...”

육시준이 말을 하자 바론은 생각을 접고 귀를 쫑긋 세우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화제의 흐름이 날짜를 잡고 Y국으로 가는 것일 줄 알았는데 왜 신작 얘기가 나왔는지 바론은 이해가 안 갔다.

딸은 사업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3년 전에도 그랬는지라 바론은 잘 알고 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바빠야 한다니. 게다가 언제까지 바쁠지도 모른다.

“너희들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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