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그날 밤: Chapter 461 - Chapter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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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어떻게...”고훈은 충격에 휩싸여 말을 잇지 못했다. 송연아가 입을 였었다. “미디브 배후에 있는 투자자예요.”송연아의 말에 고훈이 대답했다. “네. 그래 보여요. 로픽도 유명한 재벌가예요. 19세기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인류역사상 첫 억만장자예요. 지금까지 로픽 패밀리가 미국 석유를 독점한 기간이 85년이예요. 이 외에도 여러 분야에 나뭇가지처럼 많이 분포되어 있어요.”고훈은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들어 송연아에게 물었다. “이것을 나에게 보여준 이유는요?”고훈의 물음에 송연아가 대답했다.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미디브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여기 일하는 분위기도 너무 좋고요. 오늘 미디브 앞에 있던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왕호경이에요. 제약 쪽 기업인이죠. 포부도 있고 꿈도 큰 사람이에요. 여기 온 이유가 아마 미디브 연구 성과가 전 세계에서 독점하는 것을 막기위해서...”송연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런데 절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제 생각은 고훈씨가 미디브 배후에 있는 투자를 분산시킬 수 없을지 해서요. 이러면 한 곳에서 독점하는 것은 막을 수 있어요.”고훈은 바로 대답했다. “나는 안 돼요.”그리고 바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강세헌은 가능하죠. 연아 씨가 모를 수도 있는데 연아 씨가 없어진 이후부터 강세헌은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일이 년만 더 있으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어요.”고훈말을 들은 송연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연예인도 아닌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는 말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아 씨가 강세헌 만나러 못 가니까 이 일은 나에게 맡기세요.” 고훈이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송연아는 자료를 건네며 말했다. 고훈은 웃으며 대답했다. “도움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네요.”고훈은 송연아가 왜 외부에 본인이 죽었다고 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얘기를 하지 않는 데는 송연아만의 생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한가지, 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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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송연아는 이른 아침부터 펼쳐진 황당한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송연아는 고훈의 행동이 어이가 없어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아침 사 왔어요. 이제부터 날마다 아침 배달하러 올게요.” 고훈은 묻지도 않고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송연아는 하얀 레이스가 달린 빈티지 스타일의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발목까지 오는 치마 길이는 송연아의 배를 전부 감싸고 있었다. 송연아는 배를 만지며 고훈을 따라 주방으로 걸어갔다. “나에게 아침 배달할 시간에 귀국해서 강세헌이나 설득해요.”송연아의 말에 고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재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듣고 싶지 않았다. “오늘 아침같이 먹으면 갈게요.”송연아는 천천히 걸어와 의자에 앉아 고훈을 보며 말했다. “고훈 씨. 어린애 아니잖아요. 유치하게 행동하지 마세요.”고훈은 불쾌한 듯 대답했다. “뭐가 유치한데요?”고훈은 진짜 아침만 배달해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딘가에서 여자들은 자상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이렇게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 하는 행동들이 유치하다고요.” 송연아가 대답했다. 고훈은 눈을 깜박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오늘 아침이 입에 안 맞는다는 뜻이죠? 다음번에는 다른 메뉴로...”“고훈 씨...”“됐어요. 빨리 앉아 아침이나 먹어요. 저 비행기 시간 늦어요.” 고훈은 송연아 말을 끊었다. 송연아는 한숨만 내쉬었다. “한숨 자주 쉬면 태아에 안 좋아요. 빨리 밥이나 먹어요.” 고훈은 송연아를 재촉했다. “양치만 하고 올게요.” 송연아가 대답했다.....고훈이 귀국했다. 그리고 왕호경도 귀국했다. 고훈과 같은 비행기였다. 더 교묘한 것은 고훈이 강세헌 회사에 왔을 때 왕호경도 있었다.왕호경이 고훈보다 한발 먼저 도착한 듯했다. 왕호경의 실행계획서는 이미 다 완성되었다.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왕호경은 인공심장 관련 지식과 개념을 많이 알게 되어 더 자신이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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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얘기 다 했어?”고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어느 정도...”“그럼 꺼져!”강세헌은 낮은 목소리로 말 했지만 화가 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훈은 자신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강세헌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세헌. 네가 없으면 일이 안 될 거라는 생각 따윈 집어치워. 이번 일은 내가 할 거야. 돈 많이 벌어. 나중에 죽은 후에 써보지도 못한 채 돈만 잔뜩 남아있게.”말이 끝나자마자 고훈은 사무실을 나갔다. 강세헌이 대꾸할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강세헌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강세헌이 어떤 성격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무조건 가차 없이 공격당할게 뻔했다. 고훈이 바보 멍청이가 아닌 이상 강세헌이 공격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 안에서 강세헌은 손에 쥔 볼펜을 내려 놓고 눈살을 찌푸렸다. 고훈의 말들이 신경 쓰였는지 마음이 심란해 보였다.강세헌은 내선 전화 버튼을 누르고 말해다. “진원우보고 들어오라고 해.”전화기 너머로 장 비서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원우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강 대표님.”강세헌은 진원우가 들어오자마자 자료를 건네며 말했다. “로픽 패밀리를 조사해 봐. 사소한 것까지 전부.”진원우는 두 눈을 깜박이며 중얼거렸다. “저희와 비즈니스 관계가 없는데…”진원우는 회사 업무를 빠짐없이 전부 파악하고 있다. “토 달지 말고 해 .” 강세헌은 귀찮아하며 대답했다. 마음이 복잡해서인지 아니면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강현우는 자주 두통을 앓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 참고는 있지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빛에 비쳐 유난히 더 눈에 띄었다. 송연아가 죽은 후, 강세헌은 정서가 불안정해져 쉽게 화냈고 성격도 더 거칠어졌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송연아를 빨리 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진원우 머릿속에 맴돌았다.진원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사무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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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고훈은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몸을 돌렸고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뒤에서 남의 흉이나 보고 일부러 먹칠하고 헐뜯는 사람이 더 못된 사람 아니에요? 우리 강 대표님, 성격은 안 좋아도 고훈 씨 보다는 훨씬 더 남자다워요!”진원우가 강세헌의 심부름을 하러 가는 길에 회사를 나왔다가 듣게 되었다. 회사 대문을 이제 막 나왔는데 고훈의 터무니 없는 말들이 들려 말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던 것이다.고훈이 하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훈 씨. 남자로 태어나서 입이 왜 이렇게 가벼워요. 비즈니스가 항상 강 대표님보다 안 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아요?”고훈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무엇 때문인데요?”묻자마자 고훈은 후회했다. 이유를 묻는다는 것은 본인이 강세헌보다 못났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물었던 말을 다시 번복하려 할 때 진원우가 먼저 대답했다. “고훈씨는 비열하고 옹졸해요. 무능하고 뻔뻔하면서도 교활하고 어리석어요.”고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진원우 씨! 머리에 똥만 들었어요?”“나는 고훈씨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드린 것뿐이에요. 머리에 똥이 들어가 있는 게 누군지 본인에게 물어봐요.” 진원우는 하찮은 표정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같이 한가한 인간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말을 끝내고 진원우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잠깐! 고훈은 갑자기 방금까지 했던 전화를 끊지 않은 게 생각났다. 진원우와 한 대화를 송연아가 들었을 생각을 하니 고훈은 당장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천천히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을 보니 통화 중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방금 한 얘기들을 송연아가 전부 들어버렸다. 고훈은 송연아 앞에서 이미지만 더 깎이는 꼴이 됐다. 전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에 스스로 뺨을 여러 대 때리고 싶었다. 왜 하필 강세헌 회사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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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송연아는 어리둥절했고, 잠시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익명으로 보냈는데 진원우가 이렇게 빨리 회신이 올 줄은 몰랐다. 불현듯 진원우가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진원우는 강세헌을 도와 모든 일을 처리한다. 익명 메일 하나 정도 확인하는 것은 진원우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진원우에게 자신이 송연아임을 알릴 수 없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에 또 한 통의 메일이 왔다. [도대체 누구예요? 내가 로픽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요?]메일로도 진원우가 경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송연아가 보낸 자료도 쉽게 믿지 않았다. 어떻게 답장할지 몰라 당황해하던 송연아는 갑자기 고훈을 떠올렸다. [저 고훈이예요.]누군지 대답하지 않으면 끝까지 추적할 것 같았다. 진원우도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고훈이라는 말에 의외인 느낌도 받은 듯했다.송연아는 오늘 고훈이 강세헌을 만나러 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내용으로 또 한 통의 메일을 썼다.[오늘은 강세헌에게 로픽패밀리와 미디브연구센터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만났어요.]진원우는 메일을 보고 나서야 강세헌이 갑자기 로픽을 조사하라고 한 것이 이해됐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데 왜 직접 휘두르지 않아요?] 진원우가 물었다. [능력이 안 돼서요.]송연아는 고훈을 못 믿는 게 아니다. 단지 일 처리하는 능력은 확실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송연아의 회신에 진원우는 소리내 웃었다.생각보다 고훈이 본인 주제 잘 알고 있는 듯했다.오늘 메일 내용은 진원우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진원우는 다시 답장을 보냈다.[고마워요.]송연아는 TV를 보면서 안도의 숨을 연신 쉬고 있었다. 어느 정도 얼렁뚱땅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배 속에 있는 아기도 엄마의 긴장감을 느꼈는지 조금 전까지 조용히 있다가 지금 다시 배 안에서 빠르게 움직였다.아기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할 정도로 배가 심하게 움직였다. 송연아는 자세를 고쳐 옆으로 누웠고 흉터가 있는 볼이 베개 아래에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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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강세헌은 계속된 불면증과 과도 복용한 수면제 때문에 두통이 심해졌다. 진원우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강세헌을 병원에 데려갔다. 검사해 보니 역시나 수면제 부작용이었다. 의사는 계속 이렇게 과다복용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의사가 진정제를 놓자, 강세헌은 그제야 잠이 들었다. 진원우는 병원 복도에 나와 임지훈에게 전화했다. “대표님 지금 병원에 있어. 의사 선생님 얘기로는 수면제를 더 이상 복용하면 안 된대. 물리적인 방법으로 잠이 들어야 한대. 그런데 너도 대표님 성격 알잖아...”진원우는 혼자서 어떻게 할지 몰라 임지훈에게 전화해 상의하고 있었다. 진원우가 복도 창문 앞에서 전화하며 서성일 때 송연아가 걸어왔다. 흰 가운을 입고 있었고 모자는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최대치로 푹 눌러썼으며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병문 앞에 멈춰선 송연아는 유창한 영어로 진원우를 향해 말했다. “환자분 잠깐 검진이 필요합니다.”“나 지금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 진원우는 임지훈에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진원우는 송연아 앞으로 걸어와 물었다. “방금 검진 다 하지 않았나요?”“저는 수면 깊이를 측정하러 왔습니다. 병실 들어오지 말아 주세요.” 송연아가 대답했다. 진원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송연아는 직업의 편리를 이용하여 순조롭게 병실에 혼자 들어갔다. 이 병원은 미디브 연구센터 소속 병원이다. 강세헌이 병원에 들어왔을 때 송연아는 이미 강세헌을 발겼했다. 단지 다른 의사가 담당하게 되어 송연아가 간섭할 수 없었다. 대신 추후 진료는 그 의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송연아가 하기로 했다. 사실 송연아는 수면 깊이를 측정하러 온 게 아니다. 강세헌은 오늘, 이 진정제를 맞고 하루 내내 푹 잘 수 있다. 단지 송연아는 이 핑계로 강세헌을 보고 싶었다. 송연아가 천천히 걸어와 강세헌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았다. 7개월 만이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송연아의 눈이 누워있는 강세헌 얼굴로 향했고 떨리는 눈빛은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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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진원우는 재빨리 다가가 설명했다. “이분은 제인입니다. 주치의예요.”강세헌은 제인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날카로운 눈빛이 당장이라도 마스크를 벗겨 제인 얼굴을 보려는 것 같았다.강세헌은 왜 의사가 이렇게 당황해하는지 의아했다. 마스크, 스카프, 무엇인가 위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송연아는 담담한 척 일부러 악센트까지 넣어 예전의 영어 발음과 전혀 다른 말투로 말했다. “저는 Jan이예요. 한글로 제인. 저를 어떻게 부르든지 상관없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 불면증이 이미 건강에 영향을 줬어요. 치료를 받아야...”“웁...”송연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세헌은 송연아 얼굴의 마스크를 벗겼다. 순식간에 발생한 상황에 송연아는 다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세헌은 흠칫 놀랐다. 너무 못생겼다는 느낌밖에 없었다.주근깨가 얼굴 전체에 퍼져있었고 흐릿해 보이는 남색 눈동자, 빨간 립스틱은 입술 주위에까지 묻어있었다. 개미 다리만 한 가짜 속눈썹을 하고 있었고 콧등의 점에는 털이 한 가닥 자라 있었다. 몸에는 문신까지 있는 듯했다. 강세헌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강세헌 평생 이렇게 비참한 여자의 얼굴은 처음이다. 왜 이렇게 꽁꽁 싸매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강세헌 옆에 있던 진원우는 구역질이 나는 듯했다.세상에 이 정도로 못생긴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진원우는 두 눈을 의심했다. 송연아는 강세헌이 불쾌해하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사실 송연아는 강세헌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주고 싶었다. 모자를 벗으니 광택도 없이 메말라 있는 금빛 파마머리는 새 둥지처럼 부풀어 있었고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주치의 바꿔줘.” 강세헌은 뒤돌아서 진원우에게 말했다. 강세헌의 요청을 진원우는 충분히 동감할 수 있었다. “지금 바로 다녀...”“이 선생님은 능력이 대단한 분이세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마세요.” 송연아는 다시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꼈다. “저는 임산부예요. 병원에서 임산부는 특별 케어를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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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눈앞의 거만한 여자에 진원우는 눈살을 심하게 찌푸렸다. 아직도 일이 제대로 잘 안 풀리고 있는 것 같았다.“또 약을 팔러 왔나...”진원우는 귀찮은 듯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약 파는 사람이면 당신은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스토커예요.” 구애린이 진원우 말에 대꾸했다. 진원우는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구애린은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약을 판다는 뜻을 정확히 알고 있자 진원우는 상당히 의아했다. 그녀는 진원우의 의아함이 눈에 보였는지 바로 대답했다. “여기서 생활하기는 했지만 아빠 엄마 모두 한국분이에요. 제가 한국말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해요?”구애린은 본인 입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옆에 있는 강세헌의 눈치를 봤다. 그녀를 상대조차 하기 귀찮아하는 것이 강세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구애린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제가 동생이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왜 항상 저를 볼 때마다 그런 표정 지어요? 제가 뭐 빚진 거라도 있어요? 저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알겠어요. 저도 눈앞에서 사라져 드릴 수 있어요. 단 엄마 산소가 어디 있는지는 알려주셔야...”구애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세헌은 차에 탔다. 구애린은 강세헌 뒤를 쫓아가 계속 얘기하려 했지만, 진원우가 가로막았다.“어이. 좀 조신하게 있는 게 어때? 여자가 말이야.”진원우의 말이 구애린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듯, 구애린은 갑자기 크게 화를 냈다. “조신이요? 본인이나 조신하세요. 설마 숫총각은 아니죠?”진원우는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미쳤나.”진원우는 살면서 훤히 밝은 대낮에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하는 경거망동한 여자는 처음봤다.“지금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예요?” 구애린은 진원우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원우도 구애린의 이런 모습에 화가 나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놔. 안 놓으면 나도 가만 안 있어.”구애린은 진원우가 손찌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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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방법을 찾은 구애린은 자신만만하였고 더 이상 진원우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녀는 뒷짐을 지고 혼자 웃으며 뒤돌아섰다. 오늘 구애린에게는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돌파구를 찾은 것 같았다. 그러나 진원우 입장은 또 달랐다. 앞으로 걸으면서 구애린이 또 따라올까 봐 계속 뒤돌아봤다.다시 그녀에게 걸리면 인생이 끝장날 것 같았다. ...저녁이 되자 송연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는 제인 주치의예요. 환자에게 약물치료 해 드려야 하는데, 지금 시간 되나요?”진원우는 대답했다.“네. 가능합니다. 저희는 오스턴 호텔 909호에 있습니다.”송연아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거울 앞에서 얼굴 상태를 보며 ‘빈틈’이 없음을 확인하고 현관을 나섰다. 오스턴 호텔.진원우는 강세헌 방으로 건너왔다. “대표님. 조금 있다가 제인 주치의가 와서 약물치료 해 드릴 겁니다.”강세헌은 창문 앞 소파에 앉아 다리에 노트북을 놓고 작업하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메일 한 통 보내고 나서야 컴퓨터를 덮었다. 그리고 몹시 피곤한 듯 손으로 어깨를 잡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진원우는 구애린 때문에 강세헌 차를 타지 못했기에 강세헌이 로픽 패밀리와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알 수 없었다.한참을 고민한 진원우가 물었다.“일이 잘 해결됐어요?”강세헌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어느 정도.”물론 상대방의 흠집을 잡고 있었지만 보자마자 칼을 들이밀며 위협하면 안 된다. 단단한 돌 두 개가 부딪히면 둘 다 망가지듯이 강한 자끼리 대책 없이 싸우면 쌍방 모두에게 손해였다. 자칫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게 더 유리할지 생각해야 한다. 적당히 둥글게 아니면 틀에 짜인 것처럼 아주 각지게, 둘 다 겸비해야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선만 잘 지키면 전반상황을 자연히 컨트롤할 수 있다. 서로 얼굴 붉히며 싸우는 것보다 조용히 앉아 얘기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을 누릴 수 있다. “그렇게 순조로웠어요?”진원우는 약간 의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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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강세헌이 토 나올 정도로 못생긴 여자 앞에서 옷을 벗을 생각을 하니 진원우는 저도 모르게 상상이 갔고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진원우는 방문을 닫고 복도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지금 이 순간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이렇게 생긴 여자를 마주하면 불면증이 더 심각해질 것 같았다. 어쩌면 악몽을 꿀지도 몰랐다. 진원우는 건강한 자신에게 더없이 고마웠다. 방 안에서는 강세헌이 옷을 벗으며 못 생김의 극치를 보여주는 여자를 향해 물었다 “내가 벗는 거 보고 있을 거예요?”송연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의사들 앞에서 누구나 다 똑같아요.”강세헌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이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세헌은 자포자기한 듯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하나, 둘...정갈한 쇄골과 건장한 가슴이 한눈에 들어왔다. 송연아는 눈을 피하며 속으로 욕했다. ‘강세헌, 미쳤어. 어떻게 여자 앞에서 이렇게 벗을 수 있어?’강세헌은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왜 다 똑같다면서요?”강세헌은 벗은 셔츠를 소파 위에 올려놓고 한 손으로 벨트를 풀며 욕실로 걸어갔다. 송연아는 욕실 안까지 볼 수가 없어 강세헌 뒤에 서서 말했다.“욕조에 들어가서 30분 정도 몸을 담그세요.”분위기가 확 달아올랐고 강세헌은 욕조에 누워 천천히 눈을 감았다. 송연아는 욕실 문 앞에서 말했다.“몸의 힘을 빼시고 생각을 비우세요.”강세헌은 쉽게 힘을 뺄 수가 없었다. 불면증에 시달린 이유가 눈만 감으면 송연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송연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강세헌의 몸과 마음 곳곳에 퍼져 있었다.반 시간 후, 강세헌은 깨끗이 샤워하고 흰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송연아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침대에 누우세요.”강세헌은 침대로 향했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만약 효과가 없으면 당신 병원에서 짤릴 거예요.”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 강세헌은 역시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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