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201 - 챕터 210

1265 챕터

제201화

너무 싫었다!“그렇게 부르지 마, 내 이름 불러.”강세헌이 명령 조로 말했다.“싫어요...”송연아가 이제 막 거절하려고 할 때 강세헌이 그녀에게 키스하며 입을 막아버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그가 더 침범하는 걸 거부했다!강세헌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자 송연아는 두 눈을 부릅뜨고 그를 째려봤다.“내가 키스하는 게 싫어? 그럼 누가 해주길 바라는데?”그가 쓴웃음을 지었다.“고훈?”송연아는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분명 아니지만 억지 부리며 대꾸했다.“그래요.”강세헌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그는 코웃음 치며 쏘아붙였다.“꿈 깨!”이어서 강세헌은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송연아는 여전히 거부했고 그는 더 세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읍...”그녀는 고통을 호소하며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화가 난 송연아는 일부러 맞춰주는 척했고 이에 깜빡 속은 강세헌은 흠칫 놀라더니 적극적인 그녀의 제스처를 즐기려 했다. 다만 그녀는 일 초 만에 그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세헌이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을 때보다 훨씬 더 세게 물었다.강세헌은 거부하지 않고 미간조차 찌푸리지 않은 채 그녀의 분노를 전부 감수했다.아마도 살이 찢겼는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강세헌이 너무 잘 참으니 그녀는 지루해서 바로 놓아줬다.“왜? 내가 안쓰러워?”그의 물음에 송연아가 비난 조로 쏘아붙였다.“천만에요!”“네가 얌전히 굴면 놓아줄 생각이었는데 눈치가 너무 없네.”강세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곧게 폈다.송연아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계속 날 여기에 가둬두려고요?”“넌 말을 너무 안 들어.”그가 간단하게 설명했다.송연아는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렇게 갇혀있을 수 없어. 게다가 대체 날 얼마나 더 가둬놓을 생각이야? 안돼! 이럴 순 없어!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송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강세헌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확 잡아당겼다. 그녀는 강세헌의 품에 와락 안겨 얇은 천을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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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이지안 씨가 계열사로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맞았어요.”강세헌이 대답했다.“네가 알아서 처리해.”“매우 심하게 다쳐서 대표님을 못 뵈면 치료를 안 받겠대요.”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알았어.”그리고 전화를 꺼버렸다!임지훈은 그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옆에서 이지안이 또다시 미쳐 발광하기 시작했다.그는 한참 생각한 후 강세헌에게 문자로 주소를 보냈다!주소를 보면 올 수도 있으니까!그가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 도저히 처리할 수가 없었다.임지훈은 인제 강세헌이 이지안을 안 좋아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계열사로 보내지도 않았겠지.그녀를 남겨둔 건 단지 옥패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였다!하여 임지훈은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결국 강세헌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강세헌은 한참 고민하다가 끝내 송연아에게 말했다.“얌전히 있어. 나 금방 나갔다 올게.”송연아는 좀 전에 이지안의 이름을 들었었다.지금 이지안을 보러 나가겠다는 걸까?웬일인지 강세헌이 딴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하니 그녀는 저도 몰래 기분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곧바로 이러면 안 된다고 저 자신을 단속했다.강세헌은 그녀가 신경을 쓸 가치가 없다.송연아는 덤덤한 척하며 비난 조로 쏘아붙였다.“이렇게 묶어놨는데 뭘 더 할 수 있겠어요?”그녀가 버럭 화를 냈지만 강세헌은 그저 자신이 감금한 것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여겼다.“알면 됐어. 내가 풀어준대도 넌 도망 못 가. 밖에 지키는 사람들이 있으니 도망칠 생각은 꿈도 꾸지 마!”강세헌은 그녀를 힐긋 노려보고는 옷을 입고 문밖을 나섰다.송연아는 방금 그의 입술을 너무 가볍게 깨문 게 후회됐다.설마 또 하루를 갇혀있어야 하는 걸까?게다가 계속 더 굶기려고?종일 음식을 안 줄 예정일까?방금 음식을 먹어서 배고프지 않지만 허기진 느낌이 어떤 건지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다.방금 물을 많이 마셔서 화장실이 급하면 어떡하지?설마 참아야 하는 걸까?‘맙소사, 누가 나 좀 구해줘 봐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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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강세헌은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며 그녀를 피했다.이지안은 그에게 안기지 못하자 기분이 확 잡쳤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개져서 강세헌에게 쏘아붙였다.“나한테 왜 이래요?”강세헌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내가 적어도 대표님 구해줬잖아요! 아까 하마터면 건달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어요.”이지안이 서글프게 울었지만 강세헌은 짜증 섞인 얼굴로 미간을 확 구겼다.“난 계열사 안 갈래요. 죽어도 못 가요!”그녀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넌 줄곧 해외에서 자랐으니 그쪽으로 다른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어.”강세헌이 말했다.이지안이 이렇게까지 발악해도 강세헌은 끝까지 받아주지 않았다.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렇게 독할 수 있지? 내 얼굴에 상처 난 거 안 보이냐고? 왜 한사코 날 떠나보내려는 건데?’“왜 난 회사에 남을 수 없어요? 부족한 점 있으면 고칠게요...”“너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준 건 할아버지 때문이고 또한 네가 그 옥패의 주인이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여기 올 것 같아? 일자리를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정 싫다면 거절해도 돼.”이지안은 말문이 막혔다.이건 그녀가 원하는 전개가 아니었다!“싫다는 게 아니라 난 그저...”“원하는 게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게.”강세헌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는 더이상 이지안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루빨리 떠나보내고 싶었다.이지안은 머리를 내저었다. 그녀의 집안이 강씨 일가보다 못하고 부모도 일찍 여의었다지만 나름대로 넉넉한 집안 조건이라 돈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그녀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강세헌 바로 이 남자였다!“돈은 필요 없어요.”그녀는 전 집사의 말을 떠올렸다. 쉽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던 그 말, 중요한 순간에 눈물을 무기로 쓰라던 그 말.지금 그녀의 처지야말로 충분히 비참할 따름이다!왜 강세헌은 가녀린 그녀를 안쓰러워하지 않는 걸까?!지금 안 울면 언제 울란 말인가?아직도 눈물을 참아야 하는 걸까?이지안은 또다시 서운함이 밀려왔다.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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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저건 주혁이잖아요!”임지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최지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최지현 없으면 못 살 것처럼 굴더니 이렇게 빨리 딴 여자랑 결혼하는 거예요?”강세헌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너보고 감시하라고 했는데 결혼하는 것조차 모르네?”그는 주혁이 최지현 일로 아무 때나 복수하러 올까 봐 임지훈에게 항상 그의 동향을 살피라고 했었다.임지훈이 바로 해명했다.“사람 시켜서 감시하고 있는데 줄곧 얌전하게 지냈어요. 이 여자조차 누군지 몰랐다니까요. 대표님, 이 여자 최지현 닮지 않았어요?”임지훈이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그는 강세헌이 책임을 추궁할까 봐 두려웠다. 어쨌거나 맡겨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니까.“대역을 찾은 건 아닐까요?”강세헌은 주혁이 어떤 여자를 찾았는지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이렇게 빨리 딴 여자랑 결혼한 사실에 놀랐을 뿐이다.전에는 최지현을 위해서 감히 그에게 맞섰고, 최지현을 향한 진심이 조금은 느껴질 정도였다.“앞으론 감시할 필요 없어.”강세헌이 담담하게 말했다.“출발해.”주혁이 결혼했다는 건 그가 이미 최지현을 내려놨다는 뜻이다.이렇게 되면 주혁은 더는 뒤에서 꼼수를 부리지 않을 것이고 강세헌도 굳이 더 근심할 필요가 없다.“네.”임지훈이 대답하며 차 시동을 걸었다.한편 그들의 차가 호텔 입구를 지날 때 주혁의 팔짱을 낀 신부가 그들의 차를 한참 동안 쳐다보며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고 증오에 찬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뭐 보는 거야?”주혁이 물었다.“강세헌 차를 봤어.”신부가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대답했다.주혁은 그녀의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결혼식 날이야. 강세헌 때문에 기분 잡칠 필요 없어.”신부도 알겠다며 머리를 끄덕였다.“그래.”...강씨네 본가.전 집사가 부랴부랴 방에 들어가 회장님께 보고했다.“분부하신 일을 다 처리했습니다.”강 회장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전 집사에게 일을 분부할 때 사람을 시켜서 감시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고훈과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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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고훈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송연아한테서 소식이 온 줄 알고 곧장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너희 엄마가 우리 손에 있어. 엄마를 살리고 싶으면 회장님 뵈러 와.”“전 집사?”고훈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눈을 가늘게 떴다.“회장님이 우리 엄마를 잡아갔어요?”“그래.”전 집사가 대답했다.고훈은 이를 악물었다.“거기 지금 어디예요?”“부용원이야.”“바로 갈게요.”고훈이 험상궂은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그는 가끔 믿음직스럽지 못할 때가 있지만 부모를 향한 효심만큼은 지극하다. 특히 엄마에게 유독 지극정성이다.게다가 그는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니까!“차 대기시켜. 지금 바로 출발해야겠어.”고훈이 서두르자 수행비서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까는 헬기라더니 이번엔 차를 대기시키라고? 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대표님...”“차 대기시켜!”고훈이 외쳤다.수행비서는 곧바로 알아들었다.“네, 지금 바로 대기하겠습니다.”고훈은 짜증이 밀려와 목을 움켜잡았다. 송연아도 못 찾은 마당에 엄마까지 잡혀들어가다니, 화가 안 날 수 없었다. 생각만 해도 분노가 차올랐다!고작 며칠 사이에 그는 몸이 홀쭉해지고 밤을 새우다 보니 다크서클이 심했다!차로 이동하면서도 그는 몹시 화가 나 최 비서에게 빨리 몰라고 끊임없이 다그쳤다.부용원에 도착했지만 강 회장이 오지 않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원래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닌데 초조함이 밀려오니 낯빛이 저절로 어두워졌다. 고훈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시계만 끊임없이 들여다봤다.그가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려 할 때 강 회장이 천천히 걸어왔다.회장님은 지팡이를 짚고 전 집사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다가왔다.고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질문했다.“우리 엄마를 왜 잡아가요?”“네가 먼저 날 건드렸잖아!”강 회장이 쏘아붙였다.고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강 회장은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연아 아들 내놔. 그럼 네 엄마도 풀어줄게.”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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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그는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송연아의 아들을 보육원에 숨겨두고 전문 보육사를 청해 아이를 돌보았다. 고훈은 부랴부랴 보육원에 와서 절차를 밟고는 찬이를 안고 나갔다.그는 운전해야 해서 찬이를 뒷좌석에 눕혔다.다행히 아이는 방금 우유를 먹고 깊이 잠들었다.만약 깨어있으면 엉엉 울었을 것이다!고훈은 가끔 백미러로 아이를 쳐다봤는데 찬이는 송연아를 닮은 게 아니라 강세헌을 쏙 빼닮았다!여기까지 생각한 고훈은 또다시 기분이 잡쳤다.어렵게 아이를 잡아 와 송연아를 협박하려 했더니 한순간 물거품이 돼버렸다!고훈은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어쩔 수가 없었다.엄마를 내버려 둘 순 없으니까!그는 마지못해 아이로 회장님과 교환해야 한다.강 회장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수법이 그야말로 효과가 탁월했다.고훈을 단번에 낚아챘으니까.그는 회장님댁에 차를 세우고 찬이를 안고서 차에서 내렸다.강 회장은 다기가 놓인 탁자 앞에 앉아 차분하고 여유 넘치게 차를 음미했다.이때 가정부가 들어오며 회장님께 보고했다.“고훈 씨가 뵙자고 하십니다.”강 회장은 무덤덤한 얼굴로 차 한 모금 마시고 탁자에 내려놓으며 가정부에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잠시 후 고훈이 아이를 안고 걸어왔다.“경호원, 사람 풀어줘.”강 회장은 아이를 보더니 바로 명령했다.곧이어 고훈의 엄마가 풀려났다.회장님은 고훈의 엄마를 박대하지 않았다. 그녀를 붙잡아오긴 했지만 잘 먹이고 편히 쉬게만 했다.엄마를 본 고훈이 말했다.“여기요.”강 회장은 전 집사더러 아이를 안아오라고 했다.“훈아.”고훈의 엄마가 아들을 보더니 희열에 찬 얼굴로 말했다.강 회장은 경호원에게 그녀를 풀어주라고 했다.“엄마.”고훈은 얼른 달려가 엄마를 부축했다.“괜찮아요? 저 사람들 엄마 해치지 않았어요?”“아니야, 그런 일 없어.”고훈의 엄마가 말했다.그녀가 놀란 건 사실이다.어쨌거나 낯선 이에게 잡혀갔으니까 놀라기 마련이다.하지만 아들이 걱정할까 봐 괜찮다고만 대답했다.고훈은 회장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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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고훈의 엄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여기가 말할 곳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차에 탄 후에야 아들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이번 일로 그녀는 늘 마음이 불안했다.“훈아, 네 아빠가 가시면서 회사를 전부 네게 전수했어. 회사 일은 내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널 도울 수도 없지만 그간 네가 얼마나 힘들게 버텨왔는지는 잘 알아.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널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협박해서 결혼하면 안 돼. 그건 너한테도 불행이야.”고훈의 엄마는 아들이 저를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아들도 불행한 삶을 살 테니까!그녀도 여자인지라 협박당한 송연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하는 건 실로 비극일 따름이었다.“며느릿감으로 친절하고 사람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너희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거야. 그래야만 결혼 생활이 오래갈 수 있어. 내가 네 아빠랑 함께 가지 않은 것도 다 네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야.”고훈의 엄마는 아들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훈도 다 알고 있다.그는 엄마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용운시에 있으니 여기서 결혼식을 올린 후에 엄마한테 인사하러 가겠다고 했다.엄마가 협박 결혼을 눈치챌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너 듣고 있어?”아들이 대답이 없자 그녀는 언성을 살짝 높이며 고훈의 손을 두드렸다.고훈은 썩 달갑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대답했다.“네, 알아요.”“네 결혼을 다그치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그래야 행복해.”고훈의 엄마는 착한 어머니이다. 오롯이 아들의 행복만 위하는 어머니이다.고훈이 대답했다.“알았어요.”“네 아빠의 죽음이 너에게 큰 타격을 준 걸 엄마도 알아. 긴 시간 동안 아빠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지. 종일 술에 취해있고 온갖 여자들을 만나며 황당한 짓도 많이 벌였어. 하지만 엄마는 다 알아. 그건 너의 본의가 아니야. 넌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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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강의건은 미간을 찌푸린 강세욱을 보더니 손에 쥔 진단서를 접어서 옷 주머니에 넣었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친구랑 함께 병 보이러 왔어요...”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농염한 표정의 한 여자가 다가오더니 강세욱의 팔짱을 꼈다.강세욱은 바로 팔을 빼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리 가.”그 여자는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세욱 씨...”“가라는 말 안 들려?”강세욱의 눈빛이 한없이 싸늘해졌다.여자는 그제야 심각함을 깨닫고 고개 숙여 황급히 도망쳤다.“할아버지...”강세욱은 쪼르르 가버린 여자를 보며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너도 이젠 결혼할 나이가 다 됐는데 언제까지 쓸데없는 여자들을 데리고 다닐 거야?”강세욱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할아버지 말씀이 다 맞아요. 아 참, 방금 세헌이 형한테 아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에요?”그는 말하면서 경호원의 품에 안긴 아기를 쳐다봤다.강의건은 얼른 그의 말을 잘랐다.“네가 잘못 들었겠지. 네 형한테 무슨 애가 있어?”그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저 여자랑 병원에 무슨 일이야? 똑똑히 들어. 우리 강씨 집안은 혈통은 무조건 순수해야 해. 너도 반드시 조건이 맞는 여자를 만나서 애 낳아야 하고!”강세욱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할아버지...”방금 그 여자랑 함께 검진받으러 온 건 맞지만 임신은 절대 아니다.이것만큼은 강세욱이 확신할 수 있다.그의 결혼 상대는 반드시 일정한 집안 배경이 있어야 한다.좀 전의 여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잠시 데리고 놀뿐 결혼하진 않을 것이다.강자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는 도리를 강세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아내의 집안 능력을 발판으로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놀 땐 놀더라도 선을 넘진 마. 그리고 네 엄마, 아빠한테도 더는 사달을 벌이지 말라고 전해. 난 이젠 나이가 많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너희를 지켜줄 시간이 많지 않아...”“할아버지는 강씨 일가의 가업을 전부 세헌이 형한테 물려줬으면서 우리가 좀 더 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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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의사는 전화를 받은 지 얼마 안 돼 강세욱에게 가로막혀버렸다.“세욱 도련님...”의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세욱은 덥석 그의 멱살을 잡았다.“잔말 말고 똑바로 얘기해. 할아버지 오늘 병원에 왜 오셨어?”“회장님은 건강검진 받으러 오셨어요...”“한 번만 더 묻는다!”강세욱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내가 만만해 보여?”의사는 몸을 벌벌 떨었지만 회장님의 지시가 있어 감히 말을 내뱉지 못했다.다만 눈앞의 강세욱도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다. 의사는 중간에 끼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제가 어찌 감히요.”강세욱이 말했다.“날 진짜 바보로 아네? 할아버지가 건강검진 받으시는데 왜 혈액 검사실 앞에 계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이 병원엔 우리 강씨 집안 사람들의 모든 DNA가 있어. 만에 하나 병 걸리면 바로 쓸 수 있게 말이야. 할아버지는 방금 아기를 안고 계셨는데 유전자확인 검사가 아니면 뭔데?”“맞는 말씀이지만 유전자확인 검사는 절대 아니에요...”강세욱은 코웃음 치며 의사를 내팽개쳤다.“그 아이 강세헌 아이가 틀림없어!”의사는 뒤로 두 발짝 물러나 문에 부딪히고 나서야 바로 섰다.“저는 몰라요, 정말 모른다고요. 제발 저희 같은 사람들을 난처하게 하지 말아요.”의사가 괴로움을 호소하자 강세욱은 더 확신에 찼다.할아버지가 명령을 내리니 의사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은 분명 숨기는 게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영원히 숨겨질까? 천만에!강세욱은 계략을 세우며 병원을 나섰다....천주그룹.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강세헌은 송연아를 지키던 부하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녀가 문을 마구 두드리고 물건을 내던진다고 했다. 다들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안 나 강세헌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세헌은 곧바로 돌아갔다.침실 문을 열자 방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송연아는 밧줄에 묶인 채 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머리는 잔뜩 헝클어졌고 입고 있는 셔츠는 상반신만 가린 채 가늘고 긴 다리가 밧줄에 묶여 훤히 드러냈다. 그녀는 인기척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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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송연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괴로운 표정으로 마지못해 대답했다.“원래 안 알려주려고 했어요. 세헌 씨가 아이의 존재를 영원히 모르게 할 생각이었어요. 이걸로 바람기 많은 세헌 씨에게 복수하려 했거든요.”강세헌은 그녀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지금 한 말 다 진짜야?”“내가 당신 속여서 뭘 해요?”그녀는 김빠진 공처럼 강세헌의 몸에 축 늘어졌다.“그때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최지현이 양수천자를 하다가 감염됐어요. 그 일이 아니더라도 그 아기는 지켜내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다른 한 명은 지켜냈어요. 내가 사라진 몇 개월 동안 바로 아이 낳으러 갔어요.”강세헌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댔다.그는 호흡도 가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손을 들고 싶었지만 갑자기 몸에 기운이 쭉 빠져 들 수 없었다. 강세헌은 잠긴 목소리로 겨우 물었다.“아이는?”송연아는 울먹이며 답했다.“고훈이 잡아갔어요. 아이로 날 협박하며 결혼해달라고 했어요.”강세헌의 얼굴에 띈 놀라움과 희열이 한순간에 싹 사라졌다!“뭐라고?”그는 한없이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였다.“그러니까 이것 좀 풀어주라고요. 나 그 인간 찾아가야 해요...”강세헌은 그녀의 허리를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둘은 순간 위치가 바뀌었다.“임 비서한테 옷 가져달라고 할게. 아이 일은 나한테 맡겨.”말을 마친 강세헌은 곧바로 문밖을 나섰다.그는 지금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한다!송연아가 그를 불러세웠다.“아이가 아직 너무 어려요. 아기 다치지 않게 해줘요.”그녀는 강세헌이 경솔하게 굴어 고훈의 심기를 건드리고 아이까지 연루될까 봐 걱정했다.강세헌이 대답했다.“내가 알아서 해.”말을 마친 강세헌은 자리를 떠났다.그는 가장 먼저 고훈을 찾아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찾아갔다.강세헌은 전혀 이런 적이 없다.확신이 없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다.어쩌면 걱정이 앞서 마음이 혼란스러워진 듯싶다.또 어쩌면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차분하게 생각할 수 없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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