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전화를 받은 지 얼마 안 돼 강세욱에게 가로막혀버렸다.“세욱 도련님...”의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세욱은 덥석 그의 멱살을 잡았다.“잔말 말고 똑바로 얘기해. 할아버지 오늘 병원에 왜 오셨어?”“회장님은 건강검진 받으러 오셨어요...”“한 번만 더 묻는다!”강세욱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내가 만만해 보여?”의사는 몸을 벌벌 떨었지만 회장님의 지시가 있어 감히 말을 내뱉지 못했다.다만 눈앞의 강세욱도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다. 의사는 중간에 끼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제가 어찌 감히요.”강세욱이 말했다.“날 진짜 바보로 아네? 할아버지가 건강검진 받으시는데 왜 혈액 검사실 앞에 계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이 병원엔 우리 강씨 집안 사람들의 모든 DNA가 있어. 만에 하나 병 걸리면 바로 쓸 수 있게 말이야. 할아버지는 방금 아기를 안고 계셨는데 유전자확인 검사가 아니면 뭔데?”“맞는 말씀이지만 유전자확인 검사는 절대 아니에요...”강세욱은 코웃음 치며 의사를 내팽개쳤다.“그 아이 강세헌 아이가 틀림없어!”의사는 뒤로 두 발짝 물러나 문에 부딪히고 나서야 바로 섰다.“저는 몰라요, 정말 모른다고요. 제발 저희 같은 사람들을 난처하게 하지 말아요.”의사가 괴로움을 호소하자 강세욱은 더 확신에 찼다.할아버지가 명령을 내리니 의사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은 분명 숨기는 게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영원히 숨겨질까? 천만에!강세욱은 계략을 세우며 병원을 나섰다....천주그룹.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강세헌은 송연아를 지키던 부하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녀가 문을 마구 두드리고 물건을 내던진다고 했다. 다들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안 나 강세헌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세헌은 곧바로 돌아갔다.침실 문을 열자 방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송연아는 밧줄에 묶인 채 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머리는 잔뜩 헝클어졌고 입고 있는 셔츠는 상반신만 가린 채 가늘고 긴 다리가 밧줄에 묶여 훤히 드러냈다. 그녀는 인기척 소리를
송연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괴로운 표정으로 마지못해 대답했다.“원래 안 알려주려고 했어요. 세헌 씨가 아이의 존재를 영원히 모르게 할 생각이었어요. 이걸로 바람기 많은 세헌 씨에게 복수하려 했거든요.”강세헌은 그녀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지금 한 말 다 진짜야?”“내가 당신 속여서 뭘 해요?”그녀는 김빠진 공처럼 강세헌의 몸에 축 늘어졌다.“그때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최지현이 양수천자를 하다가 감염됐어요. 그 일이 아니더라도 그 아기는 지켜내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다른 한 명은 지켜냈어요. 내가 사라진 몇 개월 동안 바로 아이 낳으러 갔어요.”강세헌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댔다.그는 호흡도 가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손을 들고 싶었지만 갑자기 몸에 기운이 쭉 빠져 들 수 없었다. 강세헌은 잠긴 목소리로 겨우 물었다.“아이는?”송연아는 울먹이며 답했다.“고훈이 잡아갔어요. 아이로 날 협박하며 결혼해달라고 했어요.”강세헌의 얼굴에 띈 놀라움과 희열이 한순간에 싹 사라졌다!“뭐라고?”그는 한없이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였다.“그러니까 이것 좀 풀어주라고요. 나 그 인간 찾아가야 해요...”강세헌은 그녀의 허리를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둘은 순간 위치가 바뀌었다.“임 비서한테 옷 가져달라고 할게. 아이 일은 나한테 맡겨.”말을 마친 강세헌은 곧바로 문밖을 나섰다.그는 지금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한다!송연아가 그를 불러세웠다.“아이가 아직 너무 어려요. 아기 다치지 않게 해줘요.”그녀는 강세헌이 경솔하게 굴어 고훈의 심기를 건드리고 아이까지 연루될까 봐 걱정했다.강세헌이 대답했다.“내가 알아서 해.”말을 마친 강세헌은 자리를 떠났다.그는 가장 먼저 고훈을 찾아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찾아갔다.강세헌은 전혀 이런 적이 없다.확신이 없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다.어쩌면 걱정이 앞서 마음이 혼란스러워진 듯싶다.또 어쩌면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차분하게 생각할 수 없는 듯싶다
“강세헌, 너 무슨 짓이야?”고훈이 분노를 터트렸다.“아이는 어디 있어?”강세헌이 절박하게 물었다.고훈은 눈치가 빨라 그의 말을 바로 알아채고는 미간을 구겼다.“아이가 어디 있는지는 너희 할아버지한테 물어야지,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똑바로 대답하란 말이야!”임지훈이 앞으로 다가가 발로 걷어차려 하자 강세헌이 재빨리 그를 말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되물었다.“그 말 무슨 뜻이지?”“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어? 네 할아버지가 아이를 뺏어갔다고!”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강의건이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단 말인가?그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이가 고훈에게 있으면 할아버지 옆에 있는 것보단 안전할 텐데.강의건은 줄곧 강세욱 가족만 챙기고 있어 만에 하나 강세욱이 알게 된다면...강세헌은 돌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너무 신경 쓰다 보니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강의건에게 전화했다.“네 할아버지가 우리 엄마를 잡아가서 아이랑 교환하게 했어. 그렇지 않으면 나 절대 아이 안 줘.”고훈은 자리에 앉으려 했지만 손발이 묶여 꿈쩍할 수 없었다. 그는 임지훈을 쳐다보며 쏘아붙였다.“나 안 풀어주고 뭐 해?”임지훈은 아이가 그에게 없다는 걸 알고는 가슴이 움찔거렸다.‘괜히 두들겨 팼네!’임지훈은 곧바로 그를 풀어줬다.드디어 손발이 풀린 고훈은 서슴없이 임지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임지훈은 무방비 상태로 그에게 맞아 머리가 아찔거리고 입가에 피까지 흘러나왔다.“방금 네가 나 찼어? 그래?!”고훈은 일그러진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내가 아주 만만해 보이지?”그는 또다시 주먹을 날렸다.임지훈은 좀전의 주먹에 정신도 못 차린 채 또 한 방 더 맞으니 아예 피를 토하며 고통을 호소했다.그는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손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을 뿐 끝내 반격하지 않았다.“이걸로 퉁 쳐요.”“뭐라고? 너 방금 나 몇 번 찼어?”고훈은 여전히 씩씩거렸다.그는 아직도 배가 너무 아팠으니까.임지훈도 머리가 어
강의건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강세헌은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했다.“누구 짓이에요?”“나도 잘 몰라.”강의건은 말하면서 재빨리 강세헌의 팔을 잡았다.“일단 진정해. 아이는 무사할 거야...”“할아버지는 언제 아셨어요? 아이에 관한 일 말이에요!”강세헌은 할아버지의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강의건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세헌아...”“저희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고 제가 어떻게 물에 빠졌는지는 누구보다 할아버지가 제일 잘 아실 거예요. 줄곧 잠자코 있었던 건 그 일을 잊어서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더는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그들이 감히 내 아이를 건드리면 그땐 내가 매정하다고 원망하지 마세요.”강세헌은 문턱에 들여놓으려던 발을 걷고 몸을 홱 돌려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그는 가면서 임지훈에게 명령했다.“그쪽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아야겠어.”“네.”임지훈이 진지하게 대답하며 바로 분부에 나섰다.“세헌아...”강의건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직 이렇게 살아있는데 가족들이 서로 처절하게 싸우는 걸 정말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그는 손을 벌벌 떨며 물었다.“전 집사, 혹시 세욱이가 아이를 훔쳐 갔을까?”전 집사가 대답했다.“아닐 겁니다.”“아니, 무조건 세욱이 짓이야. 그날 유전자확인 검사할 때 병원에서 세욱이를 마주쳤잖아. 그때부터 의심했을 거야. 하마터면 들통날 뻔했잖아. 그날 밤에 세욱이가 집에 찾아왔고 얼마 안 지나서 아이가 사라졌어. 세욱이가 아니면 또 누가 그랬겠어?”강의건은 사실 다 알고 있지만 가끔 인정하기 싫었다.“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전 집사가 위로했다.강의건은 몸이 떨려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전 집사가 옆에서 그를 부축했다.“이번엔 나도 지켜주지 못해.”강의건이 나지막이 말했다.“하지만 그들도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요. 제가 듣기로 도련님이 결혼하실 때 장진희 씨가 사람을 시켜 도련님을 암살하려고 했다던데
강세헌이 말했다.“나도 알아.”“그런데 딴 사람 집에 두고 와요?”송연아는 그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찬이가 싫은 거죠?”찬이?아이의 이름을 들은 강세헌은 가슴이 움찔거렸다.‘아이 이름이 찬이야?’“네가 지어준 이름이야?”강세헌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송연아는 마음이 초조해 그의 물음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아이뿐이다.“당장 데려와요. 아니면 그 친구 집 주소 알려줘요. 내가 가서 데려올게요. 찬이 내 아이예요. 세헌 씨가 딴 사람 집에 두고 올 자격이 없다고요. 설마 아이가 세헌 씨의 걸림돌이 될까 봐 두려운 건 아니겠죠? 세헌 씨랑 이지안 씨 사이를 방해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거라면 바로 얘기해요. 내가 평생 숨겨줄 테니까. 아무한테도 아이의 정체를 밝히지 않을게요. 계속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요...”강세헌의 낯빛이 점점 더 굳어졌다.“다 얘기했으면 그만 입 다물어. 아이는 내가 데려올 거야. 며칠만 더 시간을 줘...”“지금 당장 데려오라고요!”송연아는 일분일초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강세헌도 지금 아이의 행방을 모른다. 다만 그녀가 걱정할까 봐 얘기하지 않고 있다.하지만 그는 엄마의 애절함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진정해.”강세헌이 그녀를 안으려 했지만 송연아가 홱 뿌리쳤다.“아이 돌려줘요!”강세헌은 뒷걸음질 치며 입술을 앙다물고 그녀를 쳐다봤다.이때 송연아가 불쑥 말을 꺼냈다.“지금 아이를 뺏고 싶어서 일부러 나한테 친구 집에 뒀다고 하는 거예요?”강세헌은 몸을 돌렸다. 송연아는 이미 너무 격앙돼 있었다.그녀는 강세헌을 잡아당기며 계속 말을 이었다.“어디 가요? 마음이 찔렸어요? 아이도 뺏어오고 싶고 내가 아이 엄마란 사실도 인정하기 싫어서 일부러 속이는 거죠? 내 말 잘 들어요. 찬이 내 아이예요. 뺏어갈 생각 하지 말고 찬이한테 새엄마 만들어줄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요...”“송연아!”강세헌이 언성을 높였다. 그녀가 점점 미쳐 날뛰었으니!송연아는 전혀
전화기 너머로 임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사해봤는데 강세욱 씨가 본가에 다녀갔어요. 아이는 줄곧 본가에 있다가 세욱 씨가 다녀간 이후로 사라졌어요. 아마도 강세욱 씨가 훔쳐 간 것 같습니다. 전 집사님 말로는 회장님께서 숨기려 했는데 유전자확인 검사를 받을 때 세욱 씨랑 마주쳤대요...”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렸다.“유전자 검사라니?”“회장님은 강씨 일가의 혈육인 걸 더 확신하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가서 친자확인 검사를 하셨대요.”임지훈이 말했다.“검사 결과 아이는 정말 대표님 아이였고 게다가 남자아기였대요.”강세헌은 송연아가 그날 밤 그 여인이란 걸 알게 된 이후로 그녀가 낳은 아이의 정체를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송연아에겐 처음부터 끝까지 강세헌 한 남자뿐이었으니까.임지훈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아이가 강세욱 씨한테 있지만 저희는 지금 잡으러 갈 계기가 없어요...”애초에 강의건은 강세욱 가족을 보호하고 또한 강세헌이 화풀이할 수 있도록 둘째네 가족을 강씨 일가에서 내쫓았다. 게다가 강씨 일가의 그 어떤 재산도 남겨주지 않았고 회사 지분도 더더욱 없었다.장진희는 본인 저축으로 아들에게 ‘트랜스’라는 유흥업소를 차려주었지만 지난번 그녀가 강세헌을 암살하려고 한 바람에 강세헌이 가게 문을 닫아버렸다.그들은 현재 강윤석의 명의로 된 공장 몇 채의 임대와 일부 주식, 펀드에 의존해 살고 있다.“사람 시켜서 계속 그들을 미행하라고 해. 일단 수상한 낌새가 발견되면 바로 나한테 알려. 그리고 넌 일단 돌아와. 다른 일 시킬 거 있어.”강세헌은 마음속에 이미 계획이 잡혔다.“네.”임지훈이 바로 대답했다.강세헌이 전화를 끊자마자 송연아가 참지 못하고 질문을 건넸다.“강세욱 씨는 세헌 씨 사촌 동생 아니에요? 그 사람이 왜 찬이를 잡아가요?”송연아는 강의건에게 두 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한 명은 강세헌의 아빠이고 둘째는 그의 삼촌이다.그녀는 강세헌의 삼촌이 강씨 일가에서 살지 않는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강세헌과
“세헌 씨랑 나랑요?”송연아는 살짝 의외였다.“그럼 이지안은 어떡해요?”강세헌은 말문이 턱 막혔다.그녀는 왜 자꾸만 애틋한 분위기를 망칠까?“왜 항상 쓸데없는 사람을 언급해?”송연아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지금 이지안과 강세헌의 관계가 너무 거슬리고 생각만 하면 기분이 확 잡쳤다.“이미 임 비서한테 시켜서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부서를 바꿨어. 게다가 난 그 여자랑 아무 일도 없었다고.”강세헌이 손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하자, 송연아가 재빨리 머리를 돌렸다.“세헌 씨 일이니까 나한테 해명할 거 없어요.”강세헌의 손이 허공에 붕 떠 있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렸다.“넌 우리 아이한테 가정을 이뤄주고 싶지 않아?”강세헌이 물었다.송연아도 당연히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이뤄주고 싶었다. 찬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건강하고 씩씩하게 크길 바랐다.그건 찬이한테도 행복한 일이니까.그리고 그녀도 강세헌을 좋아한다.아이를 위해서 강세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게 아닐까?마침 이 남자도 호감을 표시하고 있으니...“네, 그러고 싶어요.”찬이를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든 이 행복을 쟁취해야 한다. 늘 피하고 움츠리는 건 잘못된 일이다!“아 참, 세헌 씨 사촌 동생이 왜 찬이를 잡아갔대요?”송연아가 물었다.“우리가 만났던 그 날 밤, 장진희가 사람을 시켜서 날 암살하려 했어. 장진희는 강윤석의 아내야. 강윤석은 우리 아빠의 동생이고.”그는 일부러 호칭을 피하며 이름을 불렀다.그들은 강세헌의 삼촌, 숙모가 될 자격이 없으니까.강세헌은 늘 대놓고 이름을 불렀다.똑똑...노크 소리가 들리자 강세헌이 말했다.“들어와.”비서가 커피를 들고 안에 들어왔다.비서는 커피를 탁자에 내려놓고는 바로 나갔다.강세헌은 커피에 설탕과 시럽을 추가하지 않는다. 커피의 진하고 쓴맛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니까.요 이틀 그는 바삐 돌아치느라 제대로 휴식하지 못해서 몹시 피곤해 보였다.송연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뒤로 걸어갔다
그는 재빨리 한마디 더 보충했다.“찬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만 위해서.”그는 송연아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송연아는 뒤에서 그의 목을 껴안더니 얼굴을 파묻고 가볍게 응했다.그녀는 강세헌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딴 여자랑 있는 게 화났다.송연아는 찬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이뤄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그녀 자신을 위해서도 강세헌을 쟁취하고 싶었다.이때 임지훈이 돌아왔다.그는 너무 급한 나머지 노크하는 걸 깜빡했는데 사무실에 들어오니 송연아가 한창 강세헌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뒤늦게 노크를 깜빡했다는 걸 알아챘다.이제 막 문을 닫으려는데 강세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의실에서 기다려.”“네.”말을 마친 임지훈은 문을 닫고 물러섰다.송연아는 살짝 뻘쭘한 듯 그의 목을 안고 있던 팔을 뺐다.“찬이 구출 대책을 논의해요?”강세헌이 대답했다.“맞아. 별일 없으면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서 임 비서랑 얘기 마치고 금방 돌아올게.”송연아는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조급한 마음을 억눌렀다. 그녀는 지금 강세헌을 귀찮게 굴면 안 된다. 찬이를 잡아간 건 강씨 일가의 사람이니 강세헌이 누구보다 잘 알아서 대책을 세울 것이다.이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강세헌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이다.하지만 착잡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강세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송연아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그가 보이지 않자 드디어 그녀도 걱정에 휩싸인 얼굴로 돌아왔다.좀 전엔 강세헌에게 부담을 줄까 봐 일부러 담담한 척했다.송연아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긴장을 풀어보려 했다.그녀가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다가가니 도시의 뷰가 한눈에 들어왔다.탁 트이는 전경에 그녀 마음도 한결 나아졌다.이때 비서가 불쑥 들어왔다.“대표님께서 송연아 씨를 모시고 회사를 둘러보라고 하셨습니다.”강세헌은 송연아가 홀로 사무실에 남아 잡생각을 할까 봐 비서한테 분부하여 그녀를 데리고 회사를 둘러보라고 했다.송연아도 이 회사의 구조를 아직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