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261 - Chapter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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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1화

차설아가 간호사 곁으로 다가가면서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마취제를 주입한 뒤에 차성철 씨가 갑자기 혼수 상태에 빠져서 위급상황이에요. 응급처치하는 중이고 병세 위급 통지서에 사인해야 하는데, 어느 분이 하실 거예요?”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이 세상에서 마취제에 의식을 잃을 가능성은 만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동안 여러 수술을 진행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뭐라고요?”차설아는 머리가 어질했고 간호사의 팔을 잡으면서 덜덜 떨었다.“마취제가 어쨌다고요? 병세 위급 통지서라니, 지금 장난하는 건가요? 드라마가 아닌 이상 이럴 리가 없다고요!”“차설아 씨, 죄송하지만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먼저 통지서에 사인하고 마음의 준비를...”“사인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요?”차설아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기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그러고는 수술실로 달려가면서 울부짖었다.“지금 당신들 사람을 죽인 거야! 난 살인마 따위 두렵지 않다고!”“설아야, 아직 수술이 끝나지 않았으니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먼저 진정하고...”“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데 진정하라고?”차설아는 눈시울을 붉혔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말했다.“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병세 위급 통지서가 아니라 사망통지서에 사인할까 봐 두려워...”“하, 하지만...”배경윤은 어쩔 줄 몰라서 눈물을 흘렸고 차설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배경윤은 수술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바람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미친 듯이 울부짖는 차설아를 막아서고는 차갑게 말했다.“우리 할아버지 수술을 담당한 의사한테 연락했고 지금 이곳으로 오는 중이야. 제일 대단한 외과 의사니까 걱정하지 마. 형 괜찮을 거야.”“의사고 뭐고 다 믿을 수 없어,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절대 믿을 수 없어! 우리 오빠 멀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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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알겠어, 그러니까 울지마. 내가 도와줄게.”바람은 차설아를 부축해서 복도 의자에 앉힌 뒤, 수술실 문을 발로 걷어찼고 문이 열렸다.“동작 그만, 지금부터 손가락 까딱했다가는 여기서 나가지 못할 줄 알아.”“살려주세요, 절대 움직이지 않을게요!”성형외과 의사와 보조 의사는 메스를 내려놓았고 두 손을 든 채 수술실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사실 흉터 회복 수술은 끝났지만 수술 부위를 봉합할 때, 수면마취 했던 차성철이 갑자기 혼수 상태에 빠질 줄 몰랐다. 수술이 중단되고 나서 몇 분 후, 바람이 연락한 의사 장태호가 허겁지겁 뛰어왔다.“도련님, 저 늦지 않았죠? 도련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기겁했어요.”바람은 인상을 찌푸린 채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장태호를 향해 말했다.“장 선생님, 이 수술은 전적으로 선생님께 맡길게요. 이 환자를 살린다면 선우 가문의 은인이나 마찬가지기에 사례금은 섭섭지 않게 드릴 테니 이렇게 부탁할게요.”“걱정하지 마세요, 무조건 살릴 수 있어요.”장태호는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뒤 수술실로 들어갔다. 차설아는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바람아, 네가 연락한 의사한테 맡겨도 되는 걸까? 오빠가 잘못되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죽어도 이 실수를 돌이킬 수 없어...”“장 선생님이 살리겠다고 했으니 믿어보자.”얼마 후, 수술실에서 나온 장태호의 표정이 굳어있었다.“장 선생님, 우리 오빠 어떻게 되었어요? 오빠 괜찮아요?”차설아는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덜덜 떨었고 겨우 용기 내어 물었다.“그게... 괜찮다고 할 수가 없네요.”장태호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만 내쉬었다.“아, 잘못된 거구나... 오빠가 나 때문에 잘못된 거라고!”차설아는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의사가 이런 표정을 하고 수술실을 나왔다는 건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차설아는 차성철이 죽은 줄 알았다.“장 선생님, 뜸 들이지 말고 알려주세요. 성철 형은 살아있어요?”바람은 장태호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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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5년, 10년 걸릴 수 있다고요?”장태호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큰 충격으로 인해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그대로 쓰러졌다.“스파크!”바람은 차설아를 부축했고 다리를 들어 올려 품에 꼭 안았다.“설, 설아야! 괜찮아?”깜짝 놀란 배경윤은 떨리는 손으로 차설아의 손을 붙잡았다.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던 배경윤이 울먹이면서 말했다.“다 내 탓이야, 내가 괜히 수술 제안을 해서 이렇게 된 거라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성철 오빠는 혼수 상태에 빠지지도 않았을 거야. 만약 오빠가 이대로 깨어나지 못한다면 난 내 목을 직접 긋겠어! 정말 미안해...”“리스크 없는 수술은 없고 아무도 이렇게 될 줄 몰랐을 뿐이야. 너도 스파크랑 마찬가지로 진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자책하지 말고 진정해, 일단 같이 병원으로 가자.”바람은 배경윤을 위로해 주었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품에 안긴 차설아를 바라보았다.‘스파크, 어떤 일이 있어도 성철 형을 구해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바람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차성철을 해안시에서 가장 좋은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고는 장태호와 그 병원의 최고 의료진을 응급팀으로 임명했고 빠른 시간 안에 차성철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차설아가 천천히 눈을 떴고 하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일이 꿈처럼 느껴졌고 흐릿한 시야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졌다.“설아야,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설아야, 내 말 들려?”침대맡에서 간호하던 배경윤은 눈이 퉁퉁 부은 채 말했다.“난 네가 어떻게 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야.”차설아는 배경윤의 손을 잡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 큰 어른이 겁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한잠 자고 일어났을 뿐이니까 걱정하지 마.”응급팀과 회의를 마친 바람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깨어난 차설아를 보자마자 환한 미소로 반겼다.“다행이다, 네가 깨어나지 않으면 응급팀을 하나 더 만들 생각이었어.”바람은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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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링거 다 맞고 같이 가자.”“아니, 나 혼자 가도 돼.”“그럴 순 없지, 이번에는 내 말 들어야 해. 링거를 다 맞지 않으면 성철 형이 어느 중환자실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을 거야.”“바람아, 너...”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누웠고 간호사가 들어와서 링거 주삿바늘을 꽂아주었다. 배경윤은 멀쩡한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한시름을 놓았고 이를 악물면서 큰 결심을 한 것 같았다.“설아야, 성철 오빠가 깨어날 때까지 푹 쉬고 있어. 성철 오빠 곧 깨어날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차설아는 배경윤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평소에는 쾌활하고 밝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우중충한 분위기였기에 차설아는 그런 배경윤이 걱정되었다.“경윤아, 너 혹시 무슨 일 있어? 만약 오빠 때문에 그런 거라면 자책하지 마. 너도 오빠를 위해서 그런 제안을 한 거고 선택은 나랑 오빠가 한 거니까 그 결과도 우리가 감당해. 절대 자책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어.”“그, 그런 거 아니야!”배경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사적인 일로 가봐야 해서 그래. 내가 올 때까지 푹 쉬고 있어.”차설아가 더 묻기 전에 배경윤은 병실 문을 열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배경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차설아는 한숨만 내쉬었다.“경윤이는 내가 잘 아는데, 분명 자책했을 거야. 엉뚱한 짓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네가 다른 사람 걱정만 하니까 이런 거잖아. 걱정은 좀 집어치우고 너부터 돌보면 안 돼? 네 몸부터 돌보고 네 마음을 위로해 주라니까...”바람은 차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마음 아파했다. 바람이 알고 있는 여자들은 넝쿨처럼 큰 나무에 올라타면서 의지했다.하지만 차설아는 넝쿨이 기대는 큰 나무처럼 아무한테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그 자리에 우뚝 솟았다. 그래서 바람은 차설아가 연약한 면을 드러내길 바랐고 남자로서 차설아를 보호해 주고 돌보고 싶었다.반 시간 뒤, 링거를 다 맞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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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그저 오빠가 의식을 되찾으면 돼.”차설아는 이번 일을 통해 겉모습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예쁘든 못생기든 상관없이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네가 기운을 차려야 형도 깨어날 거 아니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돼. 의사가 곧 깨어난다고 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다리면 되잖아.”바람이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해 주었다. 바람의 신분과 지위로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아부에 익숙해졌지만 바람이 누군가를 위로해 주기는 처음이었다.그래서 위로에 관한 단어와 말도 점점 소진되었고 차설아가 계속 속상해하면서 운다면 바람은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이때 차설아가 심호흡하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이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 위로해 주지 않아도 돼. 네가 애쓰는 모습이 자꾸 보여서 괜히 미안해지잖아. 나 힘낼게, 너도 고생했어.”“아, 그걸 언제 눈치챈 거지? 결국 들켰네.”바람은 머쓱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다른 사람을 위로해 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더라고... 계속 위로하다가는 괜히 너한테 장난쳐서 화나게 할까 봐 사실 좀 겁났어.”“괜찮아, 네 말이 큰 위로가 되었어. 네 덕분에 오빠가 이렇게 치료받을 수 있는 거잖아. 의사 선생님도 의학계에서 유명한 것 같던데, 그분 실력이라면 우리 오빠를 살려낼 수 있을 거야.”“그럼 내가 오늘 한 일들을 따져보면 네 마음을 얼마나 얻은 건지 알려줄 수 있어? 난 네 마음을 전부 얻고 싶거든.”바람은 침을 꿀꺽 삼켰고 잔뜩 긴장한 채 차설아의 대답을 기다렸다.“너 진짜 웃기는 놈이구나? 위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장난질이지? 너도 참 너답다니까.”차설아는 바람의 말에 깜짝 놀랐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바람을 비난했다.“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지 말고 단순히 네 대답이 듣고 싶어. 나도 네 생각보다 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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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바람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차설아가 물었다.“상을 달라고? 어떤 걸 말하는 거지?”“그, 그냥 너를 안아보고 싶어. 네가 나무처럼 혼자서 버티고 있지만 나한테 기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거든.”바람은 솔직하게 말했다. 예전에 이런 말을 꺼냈다면 바람은 차설아한테 진작에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차설아의 마음을 3퍼센트나 얻었으니 차설아를 안고 싶다고 하면 허락할 수도 있었다. “그래.”차설아를 고개를 끄덕였고 두 팔을 벌렸다.“이리와, 안아줄게.”차설아는 바람이 기특해서 이런 요구쯤은 들어줄 수 있다고 여겼다. 예전에 바람을 마구 때린 것이 마음에 걸렸고 이 포옹은 사과의 뜻도 있었다. “이게 아닌데...”바람은 차설아가 아들을 안으려는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투덜거렸다.“나는 네가 나한테 기대길 바라서 안으려는 건데, 이 박력 넘치는 자세는 뭔데? 누가 보면 내가 위로받는 줄 알겠어. 그러니까 자세 바꿔줘.”“포옹이 원래 이렇지, 뭔 자세를 바꿔? 우리 원이는 내가 팔을 벌리면 좋아서 뛰어오던걸?”바람은 어이가 없었다.“아니, 난 네 아들이 아니잖아!”“잔말 말고 이리와, 아니면 포옹하지 않을 생각이야? 나 팔이 슬슬 아프거든, 쭈뼛거리면 또 예전처럼 때릴 거야.”“그래, 아들이든 뭐든 너한테 안기면 된 거지.”바람은 입을 삐죽 내밀면서 차설아의 품에 안겼고 여두목이 먹여 살리는 남자 친구 같았다. 오늘따라 바람의 뒷모습이 가냘파 보였다.“바람이 착하지, 앞으로 사고 치지 않으면 누나가 사탕 사줄게.”차설아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바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일부러 바람을 놀렸다.큰 나무처럼 아무한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돈을 많이 벌면 잘생긴 남자 친구를 열 명 정도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 사이에 분홍색 기류가 흐르고 있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에서 정장 차림을 한 성도윤이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안고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고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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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뭐 눈에는 뭐가 보인다더니, 성도윤이 딱 그러했다. 차설아는 성도윤의 말에 심기가 불편했고 발로 걷어차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도윤 씨는 재벌가 도련님인데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네요. 내가 무슨 짜릿함을 맛보았다는 거죠?”차설아는 성도윤 앞으로 다가가면서 차갑게 웃었고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리고 내가 다른 남자랑 무슨 짓을 하든, 도윤 씨랑 아무 상관 없는 일 아닌가요? 무슨 자격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네요.”“자격이라...”성도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고민하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어떻게 보면 내가 당신 시아주버님인데, 내 사촌 동생의 여자가 다른 남자랑 안고 있는 장면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어.”“시아주버님이라고요?”차설아는 어이가 없었고 분위기는 극도로 어색해졌다. 차설아는 성도윤이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뭐 문제 있어?”성도윤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거만하게 물었고 판사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쳐다보면서 심판하는 것 같았다.“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는 내 사촌 동생이랑 뜨겁게 사랑한다고 들었어. 그런데 왜 갑자기 다른 남자랑 애정 행각을 벌이는지 이유라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어?”“도윤 씨, 웃기지 마세요. 나를 제수씨라고 부르기 전에 먼저 나한테 한 짓부터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촌 동생의 여자한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기억 안 나세요?”차설아는 성도윤의 태도에 지쳤다.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고 본인은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남녀에 대한 소문이 돌면 두 사람의 진도에 대해 궁금해하기 마련인데 차설아와 성도윤은 이미 갈 데까지 간 사이였다.“설명이 필요하단 말이지?”성도윤은 차설아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나랑 가자, 내가 다 설명할게.”성도윤이 차설아를 끌고 반대편으로 가자 차설아가 발버둥 쳤다. “당신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이거 놔요!”차설아는 갑자기 설명하겠다면서 순순히 협조하는 성도윤이 평소랑 너무 달라서 당황했다. 성도윤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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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바람이 피식 웃더니 성도윤을 도발했다.“성도윤 씨가 잊은 것 같은데 최근 2년 동안 성대 그룹이 손해를 많이 입었어요. 그래서 서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통해 위기를 넘겼으면서 성씨 가문이 해안시를 주름잡고 있다고 할 수 있나요?”“그렇다고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해보면 알죠. 성씨 가문은 여러 가문을 상대로 싸웠기에 선우 가문과 적이 된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거든요.”두 남자는 기세가 어마어마했고 누구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주위를 맴도는 팽팽한 긴장감에 차설아는 눈치를 보다가 결국 나서서 말렸다.“두 사람 유치하게 뭐 하는 거예요? 각자 한 걸음씩 물러나서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데 굳이 싸워야 직성이 풀려요? 케이크를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나눈다면 평화롭게 지낼 텐데, 왜 자꾸 죽고 살기로 달려들어서 아무도 케이크를 먹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몇십 년간, 선우 가문과 성씨 가문은 원수 사이였지만 차씨 가문이 중간에서 두 가문을 잘 인도했기에 그동안 큰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차설아는 이제 와서 두 가문이 서로 물고 뜯길 바라지 않았다.“성씨 가문과 선우 가문은 사업 범위부터 완전히 다르고 서로 엮일 일이 아예 없어요. 모두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고 있는 것이니까 각자 할 일만 잘하면 돼요. 싸우지 말고 협력해서 두 가문이 함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 아니겠어요?”차설아는 두 사람을 뜯어말렸고 평화롭게 지내길 바랐다. 하지만 바람이 차설아를 쳐다보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아니, 네가 틀렸어. 선우 가문은 돈을 벌 만큼 벌었고 성씨 가문과 싸운 건 절대 돈 때문이 아니야.”바람이 성도윤을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만약 성도윤 씨가 선우 가문에서 원하는 걸 내어준다면 선우 가문은 손해를 얼마 보든지 상관없어요.”성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바람을 노려보았고 거만하게 말했다.“내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갖고 싶다면 뺏든지, 그럴 능력이 없으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예요.”차설아는 두 사람이 주먹싸움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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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성도윤은 차설아를 잡았던 손을 내려놓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당신 말대로 내가 당신한테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어. 당신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고 당신이 날 쳐다보는 눈빛, 행동 그리고 하는 말까지 전부 날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어. 내가 자제력이 없어서 당신한테 반한 건 내 잘못이니까 이렇게 사과할게, 미안해.”“지, 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차설아는 성도윤이 낯부끄러운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성격인 줄 몰랐다. 성도윤은 차설아한테 반했다는 말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말했고 오만하게 굴던 평소와 달리 차설아가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성도윤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내가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 같아. 당신은 매력적인 여자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의 시선은 항상 당신을 향하게 돼. 내가 당신한테 그런 짓을 저지른 건 당신 탓도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야.”성도윤은 다시 한번 차설아에 대한 마음을 늘어놓았다. 부끄러워서 볼이 빨개진 차설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요? 나도 이렇게 멋진 여자가 될 줄 몰랐는데, 다음에는 최대한 바보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해 볼게요. 괜히 예쁜 나를 보고 당신이 또...”“1절만 해.”성도윤은 차설아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고 진지하게 물었다.“이번에는 당신 차례야, 아까 상황 설명해 봐.”성도윤의 옅은 체향이 맡아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차설아는 싱긋한 풀 냄새에 미소를 지었고 또다시 성도윤에게 반하게 되었다.“뭘 설명하라는 거죠?”차설아는 성도윤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은 당장 이곳에서 입을 맞출 것 같았기 때문이다.“당신과 선우 시원이 무슨 사이이고 왜 안고 있는지 설명해.”성도윤은 베테랑 사냥꾼처럼 이미 덫에 걸린 차설아를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 차설아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당장 이 여자를 품에 가두고 싶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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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성도윤이 잘 짜놓은 그물에 걸린 차설아는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가 없었다.“시아주버님과 제수씨라고요?”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고상한 시아주버님, 한쪽으로 제수씨인 나랑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성진 여자 친구가 바람날까 봐 걱정되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요?”“내 말이 틀렸어?”성도윤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노려보았다.“나랑 성진은 모두 성씨 가문 사람이니 내가 당신한테 마음이 있다고 해도 가문의 얼굴에 먹칠할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선우 시원은 선우 가문 사람이고 성씨 가문의 원수잖아, 당신이 선우 가문 사람과 이상한 소문이 나면 안 된다고!”“당신이 안 된다면 안 되는 건가요? 내가 당신한테 팔려 간 노예도 아닌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죠?”차설아는 참아왔던 화가 솟구쳐 올랐고 성도윤을 밀어내면서 옷깃을 툭툭 털었다.“선우 시원은 지금 나한테 열렬히 구애하고 있고 느낌이 없던 데로부터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더군다나 당신 같은 사람이랑 정반대로 다정한 사람이라 더 눈에 들어왔고요. 시원이랑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 번 만나볼 생각이에요.”성도윤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한 번 만나보겠다고? 내가 가만히 내버려둘 것 같아?”“마음대로 하세요, 날 어쩌지도 못하면서 목소리만 크네요.”차설아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성도윤은 사라지는 차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무기력감을 느꼈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성도윤은 왜 저런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 병원 원장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뛰어왔고 주치의들이 뒤따라 몰려왔다.“성 대표님, 오늘 병원으로 오신다기에 환영식을 준비해 두었는데 대표님이 보이지 않아서 한참 찾았어요. 여기에 있을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왔을 거예요.”병원 원장은 굽신거리면서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 성대 그룹이 이 병원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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