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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281 - Chapter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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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1화

한편 성형병원.“당장 나오지 못해? 나오라고!”맑고 깨끗하지만 박력 있는 목소리가 성형병원 안에 울려 퍼졌다. 배경윤은 차성철이 들어갔던 수술실을 향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나와서 설명하지 않는다면 나올 때까지 여기서 소란을 피울 거야. 성형병원도 망하고 당신들도 직장 날리는 거라고!”차설아와 병원에서 헤어진 날, 배경윤은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고 의사한테 물어보았다. 그래서 차성철의 상황은 허점투성이였고 체질 문제거나 의료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배경윤이 차설아한테 차성철의 흉터 회복 수술을 제안했고 사도현을 찾아가서 성형병원 의사 연락처까지 얻어냈기에 자신한테 80퍼센트 정도 책임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성형병원에 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려고 한 것이다.차성철의 흉터 회복 수술을 책임진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배경윤 씨, 저희도 큰 사고로 마음이 편치 않아서 거액 배상금을 드리기로 했어요. 이것으로 실수를 만회할 수 없는 건 알지만 더 이상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성형병원도 곧 망할 거라고요.”“거액 배상금?”배경윤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차성철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 성심 전당포 사장이라 전당포 물건 중에 아무거나 들고나와도 수천억이야. 그런데 그깟 배상금으로 날 내쫓겠다고?”“흉터 회복 수술을 한 환자가 성심 전당포 사장이라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무서워서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던 자정 살인마란 뜻이에요?”“그걸 이제야 알았어?”배경윤이 씩씩거리면서 말을 이었다.“지금 성심 전당포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어. 진정한 보물만 취급하고 사장도 자정 살인마라는 타이틀을 떼어내려고 노력했지. 하지만 차성철의 실력은 여전해. 당신들이 차성철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성심 전당포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천만에! 작정하고 미친 듯이 날뛰면 너희들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까?”“성, 성심 전당포 사장님인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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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자, 이곳은 아무도 없으니 말해봐.”간호사 이서연은 커피잔을 잡더니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날 수술은 저도 좀 이상했어요. 오승준 선생님은 세심한 성격이라 리스크가 낮은 마취제만 조금 쓰거든요. 그날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의학계에서 이미 금기된 마취제를 쓰겠다는 거예요. 비록 효과는 좋지만 환자가 쇼크 하거나 오랫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서 뇌사 판정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금기된 마취제라고?”배경윤은 이서연의 말에 깜짝 놀랐다. 금기된 마취제를 대놓고 사용할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설아 말대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꾸민 사고였어.’“처음에는 이 마취제를 쓰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오승준 선생님은 병원에 있는 마취제를 다 써서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게다가 이 수술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으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다른 성형병원에서는 이 마취제를 몰래 쓰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피해자도 없었고 저는 그저 잡일이나 하는 간호사라서 협조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가난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나서...”이서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배경윤한테 말했다.“정말 죄송해요. 고의로 그런 건 아닌데 정말 이럴 줄 몰랐어요. 환자분이 의식을 잃을 줄 알았다면 그때 마취제를 쓰지 못하게 말려야 했는데... 제발 살려주세요! 집에 자식이라고는 저밖에 없어서 저마저도 죽으면 우리 부모님은 버티지 못할 거예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먼저 울지 말고 내 말 들어봐. 네가 무고하다면 너한테 손대는 일 없을 거야.”배경윤은 울고 있는 이서연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줄게. 수술실에서 오승준이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이 있는지 다시 떠올려봐. 네 말대로라면 수술 경험이 많은 오승준이 일부러 환자한테 장난질했을 리 없잖아.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움직였을 거야.”“그, 그게...”이서연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오승준 선생님이 이상한 행동을 하긴 했는데, 그저 제 생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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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윤설은 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큰 팬덤으로 유명해졌지만 수익은 기대치만큼 높지 않았다. 그래서 윤설의 행적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인맥을 동원해도 알 수 없었다. 배경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윈스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배경윤은 사도현한테 윤설을 불러내라고 할 생각이었다. 윤설은 사도현의 첫사랑이니 사도현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윈스 엔터테인먼트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배경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반갑게 인사했다.“배경윤 씨, 대표님을 찾으러 온 거죠? 지금 사무실에 계시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시면 돼요. 배경윤 씨는 사전 방문을 위해 전화하거나 예약할 필요 없어요.”“아, 그래요? 고마워요.”배경윤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환하게 웃는 카운터 여직원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도현과 배경윤은 비밀 연애를 했기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매번 윈스 엔터테인먼트에 올 때면 여러 절차를 거쳤고 만나기 어려웠다. 사도현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오늘따라 윈스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은 배경윤한테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지그시 쳐다보면서 정신을 놓고 있다가 서로 부딪힐 정도였다. 그러다가 배경윤과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곧바로 고개를 숙이면서 딴청을 피웠다. 어둠이 드리운 건물에서 직원들은 혹여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일했다. 그러나 배경윤은 으스스한 건물에 햇빛을 드리웠고 직원들을 살려줄 구세주가 되었다.“배경윤 씨, 이쪽으로 오세요.”또 다른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면서 엘리베이터로 안내했고 티슈를 건네면서 말했다.“배경윤 씨, 조금 있다고 쓰게 될 수도 있으니 받아주세요.”“네?”배경윤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지옥에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여직원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회사 직원들이 잔뜩 긴장한 채 업무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설마 이 건물에 테러범이 들어와서 직원들을 인질로 삼았나요?”“아, 그게...”여직원이 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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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엘리베이터가 제일 꼭대기 층에 멈춰 섰고 문이 열렸다. 배경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여직원은 버튼을 연속 누르면서 미소를 지었다.“배경윤 씨, 힘내세요! 저는 여기까지 배웅해 드릴게요.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불러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 볼게요.”배경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여직원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배경윤은 어쩐지 전쟁터로 가는 전사 같았다. 사도현의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사도현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다.“마케팅팀 직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딴 사람이랑 계약한 거죠? A 국에서 흔한 연습생을 데려오면 어쩌자는 거예요! 길가에 나가서 아무 사람이나 데리고 와도 그 연습생보다는 낫겠어요.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나가요!”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서류가 복도에 내팽개쳐졌고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걸어 나와서 서류를 주웠다. 그 중년 남자가 쭈그리고 앉자 종잇장을 하나씩 줍는 모습이 짠해 보였다. “같이 주워요.”배경윤도 쭈그리고 앉아 서류를 주웠다.“고, 고마워요.”중년 남자가 배경윤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지금 대표님을 뵈러 들어가실 거면 보험이라도 하나 들고 가는 게 좋을 거예요. 아무도 대표님을 감당할 수 없어요.”“그 정도라고요?”“믿기지 않으면 들어가 보세요. 아무쪼록 행운이 깃들기를 바랄게요.”중년 남자는 서류를 주운 뒤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배경윤은 별다른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고 두꺼운 서류가 배경윤 쪽으로 날아왔다.“왜 다시 들어온 거죠? 이 기획안은 정말 역사에 남을 쓰레기군요!”“아, 아파!”배경윤이 말하기도 전에 서류가 날아왔고 얼굴에 부딪혀서 곡소리를 냈다.“경윤아, 여기는 왜 온 거야?”사도현은 배경윤이 다시 찾아올 줄 생각하지 못했기에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당황해했다. 그러고는 정신이 퍼뜩 들었는지 배경윤을 부축했고 얼굴을 살펴보면서 말했다.“괜찮아? 병원에 같이 가줄까? 경윤아, 나 좀 봐봐.”“비켜!”배경윤은 사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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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미, 미안해...”사도현은 배경윤의 말을 듣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어린아이처럼 조심스럽게 말했다.“직원들은 내가 욕해도 신경 안 썼어. 그리고 욕해도 잘못한 것을 바로 잡지지 않으니까 일단 욕부터 하는 게 습관 되었나 봐.”“신경 쓰지 않을 리가 있어? 네가 폭력적으로 구니까 반항하지 못하는 거지!”배경윤은 사도현을 노려보더니 이마에 난 상처를 만지면서 소리를 질렀다.“난 널 만나고 나서부터 왜 이렇게 재수 없는 일만 생기는지 몰라.”“이리 와봐.”사도현은 배경윤의 손을 떼어내고는 이마에 난 상처를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김을 불어주더니 상처 위에 입을 맞추었다.“잠깐만 기다려줘. 나한테 연고랑 밴드가 있거든. 내가 연고 발라줄게.”사도현은 배경윤을 소파에 앉힌 뒤, 재빨리 서랍에서 약상자를 꺼냈다. 사도현은 평소와 다르게 무척 다정했고 상처에 연고를 천천히 바른 후에 밴드를 붙여주었다. “그만해. 나는 누구처럼 연약한 여자도 아니잖아. 조금만 지나면 아물 상처인데 뭘 굳이 연고까지 바르고 그래...”배경윤은 사도현한테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까 봐 일부러 도도하게 말했다. 사실 사도현이 이마에 뽀뽀해 준 뒤부터 자꾸 사도현한테 눈길이 갔고 당장이라도 사도현을 끌어당겨 키스를 퍼붓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나쁜 놈, 우린 이미 헤어졌는데 왜 애틋하게 쳐다보는 거야! 넌 태어날 때부터 바람둥이였구나.’소파에 앉아 있던 배경윤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래서 사도현이 다가올 때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단단한 머리로 사도현의 턱을 들이받았다.“아!”사도현은 밀려오는 통증을 못 이기고 곡소리를 내면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내 턱 어디 갔어? 뾰족하고 멋진 내 턱! 너무 아파서 사라진 줄 알았잖아. 아직 붙어있어서 너무 다행이야.’“시끄러우니까 입 다물어. 지나가는 사람이 들었으면 내가 널 때린 줄 알 것 아니야. 조용히 하라고!”배경윤은 턱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는 사도현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배경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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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잔말 말고 이리 오지 못해? 안 아프게 해줄게!”배경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사도현의 얼굴을 붙잡았다. 한 손으로 턱을 잡고 대학교 교양 수업 때 배웠던 턱관절 복원법을 회억하면서 힘을 주어 비틀었다.뚜두둑!“이제는 괜찮을 거야. 천천히 움직여봐.”배경윤은 손을 툭툭 털면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사도현은 천천히 턱을 움직였고 통증이 사라진 것을 보아 제대로 복원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일부러 아픈 척했다.“아, 아파! 내 잘생긴 얼굴 이제는 어떡해? 경윤아, 네가 날 평생 책임질 거야?”“아직도 아플 리 없는데...”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가더니 사도현의 얼굴을 다시 한번 붙잡았다.“내가 다시 해줄까?”“아, 아니! 이제는 아프지 않아.”사도현은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한 번 더 배경윤의 손맛을 봤다가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는 게 아니라 목숨마저 잃을 수 있었다. 배경윤은 사도현이 거짓말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화를 냈다.“넌 좀 진지하게 굴면 안 돼? 나한테 장난치면 재밌어?”“재밌지!”사도현은 미소를 짓고는 씩씩거리는 배경윤한테 다가갔다.“넌 너랑 티키타카 하는 게 재밌어. 너 말고 다른 사람은 나한테 함부로 그러지 않거든. 너랑 헤어진 뒤에 날 약 올리는 사람도 없으니까 너무 지루하더라고...”“내가 네 웃음거리란 뜻이구나? 그리고 내가 없다고 해도 직원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지!”“그런 말이 아니잖아. 네가 날 화나게 했으니까 어쩌다 보니 직원한테 화풀이하게 된 거야. 사실 직원들이 이렇게 힘든 것도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직원들을 힘들게 한 거라고! 직원들한테 사죄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사도현, 적당히 해.”배경윤은 사도현과 말싸움해서 이겨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아예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차피 두 사람은 헤어진 사이이기에 사도현이 무슨 짓을 하든 배경윤과 상관없는 일이었다.사도현은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배경윤의 상처를 매만지면서 물었다.“그런데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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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울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사도현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울먹이는 배경윤을 위로해 주었다.“네가 어떤 마음인지 잘 알아. 하지만 이 일은 네 생각처럼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일단 윤설과 차성철은 만난 적도 없고 엮일 일도 없었어. 윤설은 목숨과 연예인으로서의 앞날을 잃을 각오까지 하면서 차성철을 해하려 들지 않았을 거야.”“하, 결국 너도 윤설 편이야?”배경윤은 사도현의 말에 당장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사도현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배경윤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을 이었다.“그 의사가 수술 전에 윤설과 전화하면서 실수 없이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걸 들은 사람이 있어! 그런데도 너는 윤설이 그럴 이유가 없다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고 하는 거야? 아니, 그 여자는 네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아! 넌 윤설을 그저 맑고 순진한 첫사랑으로 기억하고 싶은데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잖아.”“아니, 이번에는 네가 틀렸어.”사도현이 싸늘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난 윤설이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인지 누구보다 잘 알아. 그래서 윤설을 내 곁에서 떼어놓은 거야. 난 네가 이성적으로 누가 진정한 범인인지 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사도현은 냉정하게 말했다. 이 상황에서 성형병원 의사한테 연락한 사람이 윤설이 아닌 다른 사람이더라도 사도현은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배경윤은 그제야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윤설이 범인이든 아니든 이 사고에 연루된 건 사실이야. 그럼 윤설을 찾아서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야?”사도현은 턱을 매만지면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랑 같이 가자.”“왜? 내가 네 첫사랑한테 해코지라도 할까 봐?”사도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 윤설이 널 해코지할까 봐 그래. 너처럼 솔직하고 단순한 사람을 괴롭히기 좋아하거든.”“내가 단순하다고?”“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일 정도거든. 내가 네 옆에 있어서 안심이 될 것 같아.”사도현은 곧바로 관리팀한테 전화를 걸어 물었다.“윤설 스케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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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사도현은 지프차를 준비했고 가기 전에 트렁크에 배경윤이 좋아하는 과일과 간식을 가득 사 넣었다. 배경윤은 대표가 되어서도 직접 움직이는 사도현을 보면서 설렜다.배경윤은 차에 기대서 사도현에게 티슈를 건넸다.“이미 헤어진 마당에 뭘 이렇게 잘해주고 그래. 난 네가 나한테 미련 남은 줄 알고 오해할 뻔했잖아!”배경윤은 장난하려다가 분위기가 싸해진 것을 눈치채고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장난이니까 오해하지 마. 난 헤어진 후에 전 남자 친구와 잘 지내는 사람 아니야!”“나도 아니야.”사도현은 차갑게 말한 뒤, 배경윤이 제일 좋아하는 과자 한 상자를 트렁크에 던졌다.쾅!‘화나고 짜증 나는데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안고 싶은 느낌이 들어. 이 짜릿함을 못 잊어서 사랑하는 거지.’두 사람은 차에 올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조수석에 앉은 배경윤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설아야, 몸은 어때? 성철 오빠는 괜찮아?”“신경과에서 제일 유명한 의사가 오빠 수술을 맡았어. 곧 깨어날 것 같아.”“그래, 정말 다행이야.”배경윤은 마음에 걸린 돌멩이가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칠 동안 연락 못 할 것 같으니까 밥도 잘 먹고 기운 차려야 해. 급해하지 말고 걱정하지 마. 성철 오빠 곧 깨어날 거야.”“왜? 어디 멀리 가는 거야?”“응, 촬영장 구경하러 다녀올게.”배경윤은 차설아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했다.“너도 고생 많았는데 푹 쉬어.”“우리 모두 수고 많았어. 곧 다시 만나.”두 사람은 30분 동안 얘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듣던 사도현은 운전하면서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여자들은 어떻게 아무리 말해도 끝이 없을까?”“여자는 고급 동물이라 그래. 남자는 신체만 사람이고 사상은 여전히 동물처럼 본성에 따른다니까!”“아니, 왜 말이 갑자기 그쪽으로 튀어?”“내 말이 틀렸어?”배경윤이 말을 이었다.“너랑 성도윤은 둘 다 나쁜 놈이야. 품에 안은 여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자를 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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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진흙 길인 데다가 비가 내려서 사람이 걷기 어려울 정도로 질퍽거렸기에 차로 들어갈 수 없었다.“이럴 줄 알았어. 지금이라도 돌아갈까?”사도현은 진흙 길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고 차를 돌리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재벌가 아가씨 배경윤이 이런 험한 길로 걸어가려고 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 가고 뭐 해?”배경윤은 고민도 없이 바지를 걷어 올리더니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사도현의 예상과 달리 배경윤은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이런 진흙 길에서 언제 또 걸어보겠어? 영화에서만 보던 길 위를 걸을 수 있는데 돌아가라니... 왔던 바에 진흙 길이 어떤지 직접 들어가 보겠어!”배경윤은 곧바로 신발을 벗어 던지고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진흙 길로 들어섰다.“아니, 너 정말 여자 맞아? 흙이 묻어서 더러울 텐데, 넌 괜찮은 거야?”사도현은 멀리까지 걸어간 배경윤의 뒷모습을 보면서 머뭇거렸다. 결벽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맨 발로 질퍽한 진흙을 딛고 가려고 하니 어쩐지 속이 울렁거렸다.“거기서 뭐 해? 남자라는 놈이 약해빠져서는... 빨리 와! 진흙이 묻으면 나중에 씻으면 되는데 뭘 망설이는 거야?”배경윤이 100미터 정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사도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머뭇거리는 사도현의 모습을 보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예전에는 왜 저놈이 이렇게 약해빠진 놈인 줄 몰랐었지?’성별을 막론하고 사람이라면 나약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배경윤이 아는 사도현과 지금 눈앞의 사도현은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사도현이 진흙 길을 맨 발로 걷지 못해서 쭈뼛거리자 배경윤은 콩깍지가 벗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저런 놈을 뭐가 좋다고 따라다녔는지 몰라. 난 남자 보는 눈이 없다니까.’“거기 약해빠진 분, 셋 셀 때까지 안 오면 나 혼자 갈 거야. 하나!”배경윤은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미간을 찌푸렸다. “너 딱 기다려! 그 마을에 도착하면 아주 혼을 내줄 거야. 지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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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난 강아지가 제일 무섭단 말이야! 강아지가 벌써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지?”사도현은 배경윤의 뒤에 숨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키가 190센티미터나 되는 성인 남자가 드라마 속 청순가련 여주인공보다도 연약했다.배경윤은 입술을 깨문 채 겨우 웃음을 참더니 말했다.“우리 도현이 무서웠어? 괜찮아. 이 누나가 있는 한, 강아지는 널 어쩌지 못할 거야. 누나 따라 빨리 와야 해. 또 소리 지르면 강아지들이 한 번에 몰려올 거야.”배경윤은 사도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어린아이 달래듯 말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걷기 힘든 진흙 길을 걸었고 예능 >의 촬영 장소에 겨우 도착했다.“드디어 다 왔어! 드디어...”사도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았다. 지옥에서 도망친 것 같은 사도현의 모습에 배경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엄살 부리지 마.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면 도시처럼 잘 닦인 길이 없을 수도 있어. 이런 마을에서 강아지와 진흙 길은 아주 흔한 거라고! 그렇게 무서워할 거면 왜 나 따라온 거야?”“그걸 몰라서 물어?”사도현은 강가로 가서 발에 묻은 흙을 씻었고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내가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서 널 따라온 것 같아?”“그런 것 같은데?”배경윤의 말에 사도현은 어이가 없었다.“난 누가 또 칠칠치 못하게 물건을 잃어버리고 다닐까 봐 옆에서 보살펴 주려고 했어. 그런데 이 고생을 하고도 듣는 말이 죄다 잔소리라니... 잘해줘도 소용없나 봐. 나만 바보처럼 간이고 쓸개고 다 바쳤지!”“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 이곳으로 오는 동안 내가 널 보살폈어! 네가 소리 지르고 징징대지 않았으면 난 진작에 촬영 장소에 도착했을 거라고!”“그래.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 너한테 민폐 끼쳤어. 정말 미안하다. 됐어?”사도현은 화가 솟구쳐 올랐다. 배경윤을 돕기 위해 모든 일을 뒤로 하고 직접 운전해서 마을까지 왔는데 배경윤한테서 고맙다는 말 대신 빈정 상하는 말만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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