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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진흙 길인 데다가 비가 내려서 사람이 걷기 어려울 정도로 질퍽거렸기에 차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어.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사도현은 진흙 길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고 차를 돌리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재벌가 아가씨 배경윤이 이런 험한 길로 걸어가려고 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 가고 뭐 해?”

배경윤은 고민도 없이 바지를 걷어 올리더니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사도현의 예상과 달리 배경윤은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런 진흙 길에서 언제 또 걸어보겠어? 영화에서만 보던 길 위를 걸을 수 있는데 돌아가라니... 왔던 바에 진흙 길이 어떤지 직접 들어가 보겠어!”

배경윤은 곧바로 신발을 벗어 던지고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진흙 길로 들어섰다.

“아니, 너 정말 여자 맞아? 흙이 묻어서 더러울 텐데, 넌 괜찮은 거야?”

사도현은 멀리까지 걸어간 배경윤의 뒷모습을 보면서 머뭇거렸다. 결벽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맨 발로 질퍽한 진흙을 딛고 가려고 하니 어쩐지 속이 울렁거렸다.

“거기서 뭐 해? 남자라는 놈이 약해빠져서는... 빨리 와! 진흙이 묻으면 나중에 씻으면 되는데 뭘 망설이는 거야?”

배경윤이 100미터 정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사도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머뭇거리는 사도현의 모습을 보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예전에는 왜 저놈이 이렇게 약해빠진 놈인 줄 몰랐었지?’

성별을 막론하고 사람이라면 나약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배경윤이 아는 사도현과 지금 눈앞의 사도현은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사도현이 진흙 길을 맨 발로 걷지 못해서 쭈뼛거리자 배경윤은 콩깍지가 벗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런 놈을 뭐가 좋다고 따라다녔는지 몰라. 난 남자 보는 눈이 없다니까.’

“거기 약해빠진 분, 셋 셀 때까지 안 오면 나 혼자 갈 거야. 하나!”

배경윤은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미간을 찌푸렸다.

“너 딱 기다려! 그 마을에 도착하면 아주 혼을 내줄 거야. 지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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