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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화

배경윤은 투덜거리면서 사도현의 뒤를 따라갔다. 유일하게 남은 방에는 낡은 나무 침대가 있었고 그 위에 새로 산 것 같은 이불이 놓여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닥과 비가 내리면 물이 떨어질 것 같은 지붕이었지만 외양간보다 훨씬 나았다.

하지만 씻으려면 항아리에 받아놓은 물로 씻어야 했고 수돗물이 없어서 뜨거운 물을 쓰려면 씻을 때마다 물을 끓여서 써야 했다.

“나 어쩐지 윤설 마음을 알 것 같아.”

배경윤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이런 환경이면 밖으로 나갈 만도 해. 각오하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지낼 수 없을 거야.”

“난 오히려 좋은데?”

사도현은 피식 웃더니 침대로 올라갔고 두 팔을 베개 삼아 누웠다. 사도현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좋은 거지. 누우면 하늘의 별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낭만적이야!”

“그래? 미안하지만 난 낭만적인 거라면 딱 질색이거든.”

배경윤은 한숨을 내쉬더니 의자에 앉아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눈을 감았다.

“난 이 자세로 잘 거니까 건드리지 마.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거든.”

사도현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배경윤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왕 온 김에 편하게 쉬지 그래? 제일 낭만적인 건, 눈만 뜨면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다는 거야. 그곳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면 행복해.”

“웩! 이상한 말 하지 마. 아무것도 안 먹어서 토할 것도 없단 말이야.”

배경윤은 침대에 누워있는 사도현을 힐끗 쳐다보았다.

‘언제부터 낭만을 추구했다고 저러는 거야.’

사도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지금 씻을래? 내가 물 끓여올게.”

“좋아.”

배경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끓이는 김에 많이 끓여줘. 샤워도 해야 하잖아.”

“알겠어.”

사도현은 문을 열고 나갔다. 이곳의 조건이 좋지 않았기에 어릴 적부터 손에 물 한 번 묻히지 않은 재벌가 아가씨 배경윤이 적응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도현은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배경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내기를 바랐다.

주방으로 들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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