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윤은 차설아를 잡았던 손을 내려놓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당신 말대로 내가 당신한테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어. 당신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고 당신이 날 쳐다보는 눈빛, 행동 그리고 하는 말까지 전부 날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어. 내가 자제력이 없어서 당신한테 반한 건 내 잘못이니까 이렇게 사과할게, 미안해.”“지, 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차설아는 성도윤이 낯부끄러운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성격인 줄 몰랐다. 성도윤은 차설아한테 반했다는 말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말했고 오만하게 굴던 평소와 달리 차설아가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성도윤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내가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 같아. 당신은 매력적인 여자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의 시선은 항상 당신을 향하게 돼. 내가 당신한테 그런 짓을 저지른 건 당신 탓도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야.”성도윤은 다시 한번 차설아에 대한 마음을 늘어놓았다. 부끄러워서 볼이 빨개진 차설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요? 나도 이렇게 멋진 여자가 될 줄 몰랐는데, 다음에는 최대한 바보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해 볼게요. 괜히 예쁜 나를 보고 당신이 또...”“1절만 해.”성도윤은 차설아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고 진지하게 물었다.“이번에는 당신 차례야, 아까 상황 설명해 봐.”성도윤의 옅은 체향이 맡아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차설아는 싱긋한 풀 냄새에 미소를 지었고 또다시 성도윤에게 반하게 되었다.“뭘 설명하라는 거죠?”차설아는 성도윤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은 당장 이곳에서 입을 맞출 것 같았기 때문이다.“당신과 선우 시원이 무슨 사이이고 왜 안고 있는지 설명해.”성도윤은 베테랑 사냥꾼처럼 이미 덫에 걸린 차설아를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 차설아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당장 이 여자를 품에 가두고 싶었다.하지
성도윤이 잘 짜놓은 그물에 걸린 차설아는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가 없었다.“시아주버님과 제수씨라고요?”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고상한 시아주버님, 한쪽으로 제수씨인 나랑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성진 여자 친구가 바람날까 봐 걱정되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요?”“내 말이 틀렸어?”성도윤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노려보았다.“나랑 성진은 모두 성씨 가문 사람이니 내가 당신한테 마음이 있다고 해도 가문의 얼굴에 먹칠할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선우 시원은 선우 가문 사람이고 성씨 가문의 원수잖아, 당신이 선우 가문 사람과 이상한 소문이 나면 안 된다고!”“당신이 안 된다면 안 되는 건가요? 내가 당신한테 팔려 간 노예도 아닌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죠?”차설아는 참아왔던 화가 솟구쳐 올랐고 성도윤을 밀어내면서 옷깃을 툭툭 털었다.“선우 시원은 지금 나한테 열렬히 구애하고 있고 느낌이 없던 데로부터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더군다나 당신 같은 사람이랑 정반대로 다정한 사람이라 더 눈에 들어왔고요. 시원이랑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 번 만나볼 생각이에요.”성도윤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한 번 만나보겠다고? 내가 가만히 내버려둘 것 같아?”“마음대로 하세요, 날 어쩌지도 못하면서 목소리만 크네요.”차설아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성도윤은 사라지는 차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무기력감을 느꼈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성도윤은 왜 저런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 병원 원장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뛰어왔고 주치의들이 뒤따라 몰려왔다.“성 대표님, 오늘 병원으로 오신다기에 환영식을 준비해 두었는데 대표님이 보이지 않아서 한참 찾았어요. 여기에 있을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왔을 거예요.”병원 원장은 굽신거리면서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 성대 그룹이 이 병원에 4
“성 대표님, 송지아 씨의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아마 일주일 정도 지나면 퇴원해도 될 거예요.”송지아 주치의가 조심스럽게 상황을 보고했다.“하지만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지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고...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살고 싶어 하는 생각이 없어 보였어요. 그래서 대표님 말씀대로 준비한 최고급 음식을 입에 대지 않으셨고 영양 주사로 버티고 있어요. 대표님이 송지아 씨를 설득해 주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수고했어요.”“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의사와 주치의들이 성도윤과 함께 송지아가 있는 병동으로 향했다. 성도윤은 이제는 그만 가봐도 좋다고 말하려 하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라서 물었다.“차설아라는 여자는 왜 갑자기 이 병원에 온 거죠?”“차설아 씨라면...”병원 원장은 차설아와 같이 온 선우 시원에 대한 인상이 깊었다.“선우 시원 도련님과 함께 오셨는데 차설아 씨 오빠가 수술받던 중에 사고가 난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병원에 이송되었고 선우 시원 도련님이 직접 배정한 주치의와 저희 병원 의사들이 모여서 응급팀을 구성했어요.”“수술받던 중에 사고가 났다고요?”성도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계속해서 물었다.“어떻게 되었는데요?”“흉터 회복 수술은 받던 중에 환자분이 마취제에 심한 반응을 보이다가 혼수 상태에 빠졌고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못했어요.”응급팀에 참여한 의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런 일이 있었군요.”성도윤은 그제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차성철이 혼수 상태에 빠져서 차설아가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선우 시원이 나서서 도와주었고 감동한 차설아가 고마운 마음에 선우 시원을 안아주었던 것이다. 성도윤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여자는 쉽게 감동해서 다른 사람이 조금만 도움을 주어도 은인처럼 모신다고 생각했다. 선우 시원이 별로 도움 되지 않았는데도 감동한 차설아가 우스웠다. 만약 성도윤이 명의를 데리고 온다면 차설아가 성도윤의 여자로 살
병원 원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 그 유명한 의사를 알고 있긴 하지만 응급팀은 이미 구성되었고 선우 시원 도련님이 매일 보고받고 있기에 갑자기 해산하면 저희 입장이 난처해질 것 같아요.”“내 부탁을 거절하면 병원에 준 투자금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나요?”성도윤이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면서 반문하자 병원 원장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죄, 죄송해요. 이 일은 저에게 맡겨주세요.”“나는 속도와 효율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선우 시원보다 더 빨리 대처할 수 있게 하세요.”“성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최선 다해서 맡겨주신 대로 할게요.”병원 원장은 모든 인맥을 총동원할 생각이었다. 해안시는 성씨 가문이 주름잡고 있는 곳이었기에 선우 가문을 등지고 성씨 가문에 잘 보여야 했다. 그제야 성도윤은 환하게 웃었고 머릿속은 차설아 생각으로 가득 찼다.‘차설아, 너무 감동해서 나랑 결혼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차설아는 다시 차성철이 있는 중환자실로 향했고 기다리고 있던 바람과 마주쳤다. 바람은 차설아를 자세히 훑어보다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차설아는 소름이 돋아서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할 말 있으면 빨리할 것이지, 왜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야?”바람은 입술을 깨물더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네가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차설아는 곧바로 주먹을 들었고 바람의 멱살을 잡았다.“다시 한번 말해볼래?”“아, 잘못했어!”바람은 차설아의 손목을 잡고는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나는 네가 그놈이랑 멀어진 것 같아서 기분 좋아. 예전처럼 그놈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지 않으니 네 마음속에 내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거든. 지금은 네 마음이 몇 퍼센트 나에게로 향하고 있어?”차설아와 성도윤 사이에서 주도권은 늘 성도윤이 잡고 있었다. 진도를 나갈지 말지, 오늘 만날지 말지는 전부 성도윤이 정했고 차설아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의 지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차설아는 성도윤을 쥐락펴락했고
차설아는 먼 곳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아니, 난 그 사람이랑 뜨겁게 사랑한 적 없어. 그동안 수많은 일을 겪었으니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차설아는 성도윤한테 목숨까지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지만 서로 엇갈리면서 사랑이 점점 옅어지게 되었다. 차설아는 그저 가족이 건강하길 바랐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이때 장태호가 사복 차림을 하고서 늘 지니고 다니던 상자를 들고 걸어왔다.“장 선생님, 오늘 우리 오빠 수술 맡으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차설아는 장태호를 바라보면서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차설아 씨, 도련님... 정말 죄송해요, 이 수술은 못할 것 같아요. 병원에서 이미 다른 의사를 배정했고 그 주치의가 곧 찾아올 거예요. 저는 집에 일이 생겨서 이만 가볼게요.”“그게 무슨...”차설아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장 선생님이 저의 오빠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왜 갑자기 주치의를 바꾸게 된 거죠?”바람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여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했다.“장 선생님, 무슨 일인지 알려주세요. 제가 준 돈이 부족하다면 원하는 만큼 드릴게요.”장태호가 머쓱하게 웃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도련님, 저는 선우 가문 어르신의 주치의로서 선우 가문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돈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상대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여서 저에게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으니 실력 있는 의사한테 수술을 맡기게 되었어요.”“상대가 강압적이라고요?”차설아가 다가가면서 물었다.“그 상대가 누군데요? 장 선생님을 협박하던가요?”“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거예요. 아무튼 상대도 환자분 치료를 위해 더 유명한 의사를 배정해 주었으니 틀린 선택은 아니죠. 걱정하지 마시고 새 주치의한테 맡기세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장태호는 상자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바람아, 이제 우리 오빠 어떡해? 장 선생님이 떠나면 응급팀도 해산된 거나 마찬가지잖아. 오빠는 아직 중환자실에 있는데
“원장님, 왜 갑자기 장 선생님을 응급팀에서 제외한 거예요? 저의 오빠 주치의 선생님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고 약속했는걸요.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세요.”차설아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서 물었다. 차성철이 이 병원에서 치료받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병원 원장 오태섭한테 큰 소리로 따져 물었을 것이다.“환자분을 위해서 더 훌륭한 의사를 찾았어요. 환자분께서 빨리 깨어날 수 있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저희 입장을 이해해 주세요.”오태섭은 진행 중인 일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고 성도윤의 뜻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장 선생님도 충분히 훌륭하신 분이에요. 그리고 저는 장 선생님을 믿기에 그분 말고 다른 의사는 필요 없어요. 장 선생님께 계속 맡겨보는 건 어때요?”차설아는 장태호가 주치의로 남기를 원했다. 차성철이 마취제에 반응을 보이면서 혼수 상태에 빠진 건 의료사고거나 체질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가 일부러 차성철을 죽이려고 작정한 것이라고 의심했었다. 그래서 바람의 소개로 와서 차성철을 살려낸 장태호가 아니라면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차설아 씨, 저를 믿어주세요. 장 선생도 훌륭한 의사지만 신경과에서 전설로 불리는 의사가 한 명 있어요. 환자분이 깨어나지 못하는 건 마취제 불내증뿐만 아니라 뇌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알고 있는 신경과 의사는 이 영역에서 아무도 능가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춘 분이고요. 그 의사라면 환자분을 빨리 깨어나게 할 수 있을 거예요.”오태섭은 차설아의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어떤 일이 일어나도 제가 책임질 테니 믿어주세요. 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요.”“하지만...”차설아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이때 바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원장님, 그 신경과 의사가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어요?”“바로 박성훈이에요. 신경과 의사 중에서 제일 유명한 분이세요.”오태섭이 말을 이었다.“박성훈은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젊은이예요. 각 병원에서 의학 강연을
“그, 그게...”오태섭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식은땀을 흘렸다. 모든 일이 끝나기 전까지 성도윤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들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차설아한테 들키기 일보 직전이었다.“사실 병원에 데이터 수집팀이 있어요. 지금까지 수집한 데이터에 의하면 완치율이 99퍼센트였고 병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박성훈을 설득하겠다는 뜻이에요.”오태섭은 재빨리 다른 핑계를 대서 위기를 넘겼다. 차설아는 단단히 믿는 눈치였고 박성훈을 어떻게 설득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원장님, 박 선생님이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아세요? 만약 병원 측에서 설득해도 소용없다면 제가 직접 가려고요.”차설아는 다른 사람에게 빚지고 싶지 않아서 직접 가려고 했다.“박성훈의 친구 말에 의하면 평소에 바다 낚시하는 걸 좋아해서 오늘도 낚시하러 갔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만약 물고기가 잘 잡혀서 기분이 좋으면 설득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힘들 거예요.”오태섭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성훈은 병원과 계약한 의사가 아니라 여러 병원의 부탁을 받아 가끔 환자를 보러 가곤 했지만 돈과 권력에도 끄떡없는 사람이라 종잡을 수 없었다. 병원 원장 오태섭의 전화를 받지 않는 박성훈이 연약해 보이는 차설아의 말에 넘어갈 리 없었다. “해안시에서 바다 낚시할 만한 곳은 남교구밖에 없죠. 제가 지금 그쪽으로 가볼게요.”차설아는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나랑 같이 가자.”바람이 차설아를 붙잡았다.“아니, 넌 남아서 성철 오빠를 보살펴야 해. 만약 누군가가 일부러 오빠를 죽이려고 했다면 우리가 자리를 비운 틈을 노릴 거야.”“배를 타고 바다까지 나가야 하는데 괜찮겠어? 너 혼자 보내려니까 마음이 안 놓여.”“상어만 아니라면 두려워할 것 없어.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괜찮아.”“넌 정말...”바람은 한숨을 내쉬더니 미간을 매만졌다. 강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바람은 도와주려고 해도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차설아는 재빨리 남교 부뚜막으로
긴급한 상황이었기에 차설아는 당장 출발하고 싶었다. 늦게 출발할수록 차성철의 상태가 악화할 것이다. “모터보트면 운전 요금을 더 지불해야 하거든요.”센터 담당자가 차갑게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직접 운전하면 돼요.”“직접 운전한다고요? 여자가 보트를 운전한다는 건 처음 들어봐요.”“요트 면허증도 땄는데, 뭐 문제 있어요? 센터 직원보다 제가 운전을 더 잘할 거예요.”“당신처럼 이상한 여자는 처음이에요. 열쇠 가져가세요.”센터 담당자가 빌려준 모터보트는 아주 작았고 오래된 보트라 액셀을 밟자마자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가장 저렴한 보트를 렌트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차설아는 검은 연기 때문에 계속 기침했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다급히 출발했다.그리고 센터 담당자가 알려준 위치로 향했고 보트 뒤로 물결이 출렁거렸다. 파도를 가르면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이 어쩐지 멋있어 보였다. 28마일 정도면 바다로 멀리 나간 것이었기에 값비싼 물고기를 낚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출항 비용이 많이 들었기에 사람이 적었다. 차설아는 어렴풋이 보이는 고급 요트를 바라보면서 그 요트에 박성훈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차설아는 재빨리 요트 쪽으로 향했고 요트 갑판 근처에서 멈추었다. 그러고는 요트 위에 있는 사람들한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안녕하세요. 낚시하러 오셨나 봐요?”요트는 두 층으로 된 구조였고 호화로운 장식과 작은 수영장이 눈에 띄었다. 그에 비해 요트 옆에 세워진 차설아의 보트는 한없이 초라했다. 요트의 수영장 옆에 누워있던 여자들은 차설아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저건 또 뭐야? 요트 센터에서 보낸 직원 아니야?”“요트를 운전하는 여자는 처음 봐. 설마 여장한 남자 직원은 아니겠지?”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은 계속 떠들어대자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보디가드가 입을 열었다.“두 분이 낚시할 때는 조용히 하세요.”그러자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은 입을 다물었고 서로 눈치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