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한 상황이었기에 차설아는 당장 출발하고 싶었다. 늦게 출발할수록 차성철의 상태가 악화할 것이다. “모터보트면 운전 요금을 더 지불해야 하거든요.”센터 담당자가 차갑게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직접 운전하면 돼요.”“직접 운전한다고요? 여자가 보트를 운전한다는 건 처음 들어봐요.”“요트 면허증도 땄는데, 뭐 문제 있어요? 센터 직원보다 제가 운전을 더 잘할 거예요.”“당신처럼 이상한 여자는 처음이에요. 열쇠 가져가세요.”센터 담당자가 빌려준 모터보트는 아주 작았고 오래된 보트라 액셀을 밟자마자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가장 저렴한 보트를 렌트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차설아는 검은 연기 때문에 계속 기침했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다급히 출발했다.그리고 센터 담당자가 알려준 위치로 향했고 보트 뒤로 물결이 출렁거렸다. 파도를 가르면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이 어쩐지 멋있어 보였다. 28마일 정도면 바다로 멀리 나간 것이었기에 값비싼 물고기를 낚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출항 비용이 많이 들었기에 사람이 적었다. 차설아는 어렴풋이 보이는 고급 요트를 바라보면서 그 요트에 박성훈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차설아는 재빨리 요트 쪽으로 향했고 요트 갑판 근처에서 멈추었다. 그러고는 요트 위에 있는 사람들한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안녕하세요. 낚시하러 오셨나 봐요?”요트는 두 층으로 된 구조였고 호화로운 장식과 작은 수영장이 눈에 띄었다. 그에 비해 요트 옆에 세워진 차설아의 보트는 한없이 초라했다. 요트의 수영장 옆에 누워있던 여자들은 차설아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저건 또 뭐야? 요트 센터에서 보낸 직원 아니야?”“요트를 운전하는 여자는 처음 봐. 설마 여장한 남자 직원은 아니겠지?”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은 계속 떠들어대자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보디가드가 입을 열었다.“두 분이 낚시할 때는 조용히 하세요.”그러자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은 입을 다물었고 서로 눈치만 보기
“당연히 어디에서 본 것 같은 얼굴이겠지.”단발머리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휴대폰으로 해안시 8대 명문가 중 제일 명문가 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을 검색해 봐. 성대 그룹 대표 성도윤이잖아!”“서, 설마 박 선생님 옆에 있는 남자가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좋아했다는 그 성도윤이라고?”긴 생머리 여자가 입을 틀어막은 채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러고는 한참 후에야 말을 이었다.“성 대표님과 이렇게 만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어. 예전에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많았잖아. 여자가 아무리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왜 갑자기 요트 아가씨인 우리를 불러서 바다 낚시하는 거래?”“재벌가 사람은 뻔하지 뭐... 이제는 아무 여자나 안고 싶은 거겠지.”“그럼 우리도 이제는 부자 될 일만 남은 거야?”“그렇긴 한데 우리가 아니라 물고기한테만 집중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괜찮아. 저 남자들은 물고기를 유혹하고 우리는 두 남자를 유혹하면 돼.”두 여자는 귓속말로 작전을 짜고는 비키니 끈을 헐렁하게 묶은 채 갑판 앞으로 걸어갔다.“박 선생님, 술 한잔하실래요?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이렇게 많이 낚으신 거예요?”“성 대표님, 배고프지 않으세요? 금방 씻은 딸기 드셔보세요.”단발머리 여자가 술잔을 든 채 박성훈 곁에 앉았고 긴 생머리 여자는 성도윤 옆에 앉아 딸기를 입에 넣어주었다. 하필 이때 차설아가 그 상황을 보게 되었다.‘나쁜 놈, 여자들과 놀 거면서 왜 나한테는 그랬던 거야!’차설아는 오늘 재수가 없는 날이라서 성도윤과 마주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성훈을 설득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참아야만 했다. 차설아는 오태섭이 준 사진을 들고 성도윤 곁에 앉아 바다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그 남자가 박성훈이라는 게 확실해졌다. 차설아가 씩 웃더니 입을 열었다.“박 선생님, 여기 참치가 엄청 많아요! 저의 보트에서 낚으실래요?”차설아는 요트 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구조 요청 연막총을 하늘에 대고 쏘
“저야 너무 영광이죠. 감사해요!”차설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계단을 올랐지만 속으로는 성도윤을 엄청나게 욕하고 있었다. 다른 여자와 노는 것도 모자라서 박성훈한테도 요트 아가씨를 배정해 주었다. 이 요트 위에 얼마나 많은 아가씨가 탔을지, 얼마나 더럽고 비겁한 짓을 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박성훈을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절대 이 요트에 타지 않았을 것이다.차설아가 요트 위에 올라가자마자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이 비웃었다.“어머, 언니는 옷차림이 왜 이래? 없는 가슴 드러내기 두려워서 그런 거야? 아무도 보지 않을 텐데 지레 겁먹는 꼴이 더 웃겨.”“우리는 성 대표님과 박 선생님을 즐겁게 하기 위해 올라왔어. 당신은 보트를 타고 쫓아왔으면서 뭘 또 아닌 척하고 그래? 가식 그만 떨어.”“성 대표님, 분위기 흐리는 이 여자를 쫓아내면 안 돼요?”성도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차설아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예전에 내가 너무 섹시해서 남자들이 줄을 설 때, 너희들은 성형병원에서 가슴 수술이나 받았겠지. 박 선생님을 즐겁게 해주겠으면 개그 코너나 하나 짜든지 그래? 그리고 가식 떠는 건 나보다 너희들이 너 잘하지 않아? 남자 품에 안기고 싶어서 안달 난 년들이 뭔 말이 많아!”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은 말문이 막혔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성 대표님, 저 여자 좀 보세요. 오자마자 분위기나 흐리는 걸 보면 성 대표님과 박 선생님 심기를 건드리러 온 게 분명해요. 아무래도 쫓아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성도윤에게 딸기를 먹여주던 긴 생머리 여자가 성도윤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딸기를 건넸을 때 성도윤이 거절하지 않았기에 이미 넘어온 줄 알고 주제넘은 요구를 했던 것이다. 성도윤은 긴 생머리 여자를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지금 내 심기를 건드리는 건 너야.”그러자 긴 생머리 여자가 깜짝 놀라더니 손을 거두고는 말했다.“죄, 죄송해요. 성 대표님의 뜻에 따를게요. 주제를 모르고 함부로 말해서 죄송해요.”“지금부터 그 입 다물어. 내 허
박성훈은 성도윤을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위대한 성도윤 대표님이 저를 위해 바다낚시까지 같이 해주셨는데 당연히 도와줘야죠. 주제를 알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네요. 지금 환자 어디에 있죠? 얼른 가서 치료해 줄게요.”성도윤은 차성철이 있는 병원을 알려주었다.“지금 가면 딱 되겠네요. 도윤 씨를 도와주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에요.”박성훈은 시계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차설아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오빠를 구하러 간다고요?”차설아는 그제야 성도윤이 박성훈과 바다낚시를 나온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성도윤도 차설아와 마찬가지로 차성철을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차설아와 성도윤은 사이가 틀어졌고 차성철과 성도윤은 원수 사이였다. 성도윤이 굳이 고개를 숙이면서 의사한테 잘 보이고 바다낚시를 같이 하면서 원수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할 리가 없었다. 차설아가 알고 있는 성도윤은 교활한 여우 같은 사람이었기에 손해를 보면 미친 듯이 보복했다. 그런데 오늘 성도윤은 어쩐지 원수한테도 도움을 주는 착한 사람 같았다.“내가 언제 그렇다고 말했어?”성도윤은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거만하게 말했다.“당신 오빠를 도와주려는 것이 아니라 실험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그런 표정은 집어치워.”“실험한다고요?”차설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성도윤은 입술을 깨물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박성훈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차설아 씨라고 했죠? 도윤 씨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차설아 씨의 오빠를 치료해서 다 나으면 도윤 씨의 뇌수술도 저한테 맡길 거래요. 말로는 저의 의학 실력을 검증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은 차설아 씨의 오빠를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부끄러워서 괜히 차갑게 말한 거고요. 도윤 씨가 은근히 마음이 여리다는 걸 차설아 씨가 알아야 할 텐데...”“성훈 씨, 저는 그 두 사람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니까요. 도와주는 게 아니라
수술은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고 차설아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이 잘 끝나는 일만 남자 성도윤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잠깐만요.”차설아는 성도윤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성도윤은 멈춰서더니 뒤돌아보면서 거만하게 말했다.“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다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고마워요.”그러고는 심호흡하더니 말을 이었다.“차씨 가문과 성씨 가문 예전부터 사이가 좋았어요. 그런데 우리 세대부터 이상하게 싸움이 잦았고요. 그래서 오빠가 다 나으면 차씨 가문, 성씨 가문 그리고 선우 가문까지 세 가문이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가문 어르신들이 알게 되면 기뻐하실 거예요.”성도윤은 차설아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차갑게 웃었다.“당신은 나한테 할 말이 고작 가문의 평화, 그딴 말밖에 없어?”“그, 그럼 무슨 말을...”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생각해 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도윤을 어떤 감정으로 대해야 할지 몰랐다. 지난 과거가 눈에 밟혀서 성도윤과 가까이하고 싶었지만 애매한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갈 수도 없었다.“아니, 필요 없어졌어.”성도윤은 차설아를 비웃는 동시에 스스로 미련하다고 비난했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 병원을 나섰다. 성도윤은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다.‘차설아 오빠를 위해서 의사를 찾아다니고 같이 바다낚시까지 하다니... 지금 무슨 일을 벌인 거지? 서은아랑 데이트할 시간에 도대체 왜 그 여자를...’서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같은 목표를 지향하면서 협력하는 사이였고 이익공동체로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서은아가 성도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명예와 재산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성도윤은 서은아한테 더 잘해주어야겠다고 여겼다.성도윤이 떠난 뒤, 차설아는 성도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바람은 곁에서 차설아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같이 있을 때는 차갑게 말하더니 가버리니까 또
한편 성형병원.“당장 나오지 못해? 나오라고!”맑고 깨끗하지만 박력 있는 목소리가 성형병원 안에 울려 퍼졌다. 배경윤은 차성철이 들어갔던 수술실을 향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나와서 설명하지 않는다면 나올 때까지 여기서 소란을 피울 거야. 성형병원도 망하고 당신들도 직장 날리는 거라고!”차설아와 병원에서 헤어진 날, 배경윤은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고 의사한테 물어보았다. 그래서 차성철의 상황은 허점투성이였고 체질 문제거나 의료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배경윤이 차설아한테 차성철의 흉터 회복 수술을 제안했고 사도현을 찾아가서 성형병원 의사 연락처까지 얻어냈기에 자신한테 80퍼센트 정도 책임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성형병원에 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려고 한 것이다.차성철의 흉터 회복 수술을 책임진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배경윤 씨, 저희도 큰 사고로 마음이 편치 않아서 거액 배상금을 드리기로 했어요. 이것으로 실수를 만회할 수 없는 건 알지만 더 이상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성형병원도 곧 망할 거라고요.”“거액 배상금?”배경윤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차성철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 성심 전당포 사장이라 전당포 물건 중에 아무거나 들고나와도 수천억이야. 그런데 그깟 배상금으로 날 내쫓겠다고?”“흉터 회복 수술을 한 환자가 성심 전당포 사장이라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무서워서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던 자정 살인마란 뜻이에요?”“그걸 이제야 알았어?”배경윤이 씩씩거리면서 말을 이었다.“지금 성심 전당포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어. 진정한 보물만 취급하고 사장도 자정 살인마라는 타이틀을 떼어내려고 노력했지. 하지만 차성철의 실력은 여전해. 당신들이 차성철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성심 전당포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천만에! 작정하고 미친 듯이 날뛰면 너희들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까?”“성, 성심 전당포 사장님인 줄 알았
“자, 이곳은 아무도 없으니 말해봐.”간호사 이서연은 커피잔을 잡더니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날 수술은 저도 좀 이상했어요. 오승준 선생님은 세심한 성격이라 리스크가 낮은 마취제만 조금 쓰거든요. 그날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의학계에서 이미 금기된 마취제를 쓰겠다는 거예요. 비록 효과는 좋지만 환자가 쇼크 하거나 오랫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서 뇌사 판정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금기된 마취제라고?”배경윤은 이서연의 말에 깜짝 놀랐다. 금기된 마취제를 대놓고 사용할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설아 말대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꾸민 사고였어.’“처음에는 이 마취제를 쓰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오승준 선생님은 병원에 있는 마취제를 다 써서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게다가 이 수술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으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다른 성형병원에서는 이 마취제를 몰래 쓰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피해자도 없었고 저는 그저 잡일이나 하는 간호사라서 협조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가난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나서...”이서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배경윤한테 말했다.“정말 죄송해요. 고의로 그런 건 아닌데 정말 이럴 줄 몰랐어요. 환자분이 의식을 잃을 줄 알았다면 그때 마취제를 쓰지 못하게 말려야 했는데... 제발 살려주세요! 집에 자식이라고는 저밖에 없어서 저마저도 죽으면 우리 부모님은 버티지 못할 거예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먼저 울지 말고 내 말 들어봐. 네가 무고하다면 너한테 손대는 일 없을 거야.”배경윤은 울고 있는 이서연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줄게. 수술실에서 오승준이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이 있는지 다시 떠올려봐. 네 말대로라면 수술 경험이 많은 오승준이 일부러 환자한테 장난질했을 리 없잖아.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움직였을 거야.”“그, 그게...”이서연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오승준 선생님이 이상한 행동을 하긴 했는데, 그저 제 생각일 뿐
윤설은 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큰 팬덤으로 유명해졌지만 수익은 기대치만큼 높지 않았다. 그래서 윤설의 행적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인맥을 동원해도 알 수 없었다. 배경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윈스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배경윤은 사도현한테 윤설을 불러내라고 할 생각이었다. 윤설은 사도현의 첫사랑이니 사도현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윈스 엔터테인먼트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배경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반갑게 인사했다.“배경윤 씨, 대표님을 찾으러 온 거죠? 지금 사무실에 계시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시면 돼요. 배경윤 씨는 사전 방문을 위해 전화하거나 예약할 필요 없어요.”“아, 그래요? 고마워요.”배경윤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환하게 웃는 카운터 여직원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도현과 배경윤은 비밀 연애를 했기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매번 윈스 엔터테인먼트에 올 때면 여러 절차를 거쳤고 만나기 어려웠다. 사도현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오늘따라 윈스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은 배경윤한테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지그시 쳐다보면서 정신을 놓고 있다가 서로 부딪힐 정도였다. 그러다가 배경윤과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곧바로 고개를 숙이면서 딴청을 피웠다. 어둠이 드리운 건물에서 직원들은 혹여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일했다. 그러나 배경윤은 으스스한 건물에 햇빛을 드리웠고 직원들을 살려줄 구세주가 되었다.“배경윤 씨, 이쪽으로 오세요.”또 다른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면서 엘리베이터로 안내했고 티슈를 건네면서 말했다.“배경윤 씨, 조금 있다고 쓰게 될 수도 있으니 받아주세요.”“네?”배경윤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지옥에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여직원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회사 직원들이 잔뜩 긴장한 채 업무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설마 이 건물에 테러범이 들어와서 직원들을 인질로 삼았나요?”“아, 그게...”여직원이 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