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고 차설아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이 잘 끝나는 일만 남자 성도윤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잠깐만요.”차설아는 성도윤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성도윤은 멈춰서더니 뒤돌아보면서 거만하게 말했다.“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다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고마워요.”그러고는 심호흡하더니 말을 이었다.“차씨 가문과 성씨 가문 예전부터 사이가 좋았어요. 그런데 우리 세대부터 이상하게 싸움이 잦았고요. 그래서 오빠가 다 나으면 차씨 가문, 성씨 가문 그리고 선우 가문까지 세 가문이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가문 어르신들이 알게 되면 기뻐하실 거예요.”성도윤은 차설아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차갑게 웃었다.“당신은 나한테 할 말이 고작 가문의 평화, 그딴 말밖에 없어?”“그, 그럼 무슨 말을...”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생각해 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도윤을 어떤 감정으로 대해야 할지 몰랐다. 지난 과거가 눈에 밟혀서 성도윤과 가까이하고 싶었지만 애매한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갈 수도 없었다.“아니, 필요 없어졌어.”성도윤은 차설아를 비웃는 동시에 스스로 미련하다고 비난했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 병원을 나섰다. 성도윤은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다.‘차설아 오빠를 위해서 의사를 찾아다니고 같이 바다낚시까지 하다니... 지금 무슨 일을 벌인 거지? 서은아랑 데이트할 시간에 도대체 왜 그 여자를...’서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같은 목표를 지향하면서 협력하는 사이였고 이익공동체로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서은아가 성도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명예와 재산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성도윤은 서은아한테 더 잘해주어야겠다고 여겼다.성도윤이 떠난 뒤, 차설아는 성도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바람은 곁에서 차설아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같이 있을 때는 차갑게 말하더니 가버리니까 또
한편 성형병원.“당장 나오지 못해? 나오라고!”맑고 깨끗하지만 박력 있는 목소리가 성형병원 안에 울려 퍼졌다. 배경윤은 차성철이 들어갔던 수술실을 향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나와서 설명하지 않는다면 나올 때까지 여기서 소란을 피울 거야. 성형병원도 망하고 당신들도 직장 날리는 거라고!”차설아와 병원에서 헤어진 날, 배경윤은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고 의사한테 물어보았다. 그래서 차성철의 상황은 허점투성이였고 체질 문제거나 의료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배경윤이 차설아한테 차성철의 흉터 회복 수술을 제안했고 사도현을 찾아가서 성형병원 의사 연락처까지 얻어냈기에 자신한테 80퍼센트 정도 책임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성형병원에 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려고 한 것이다.차성철의 흉터 회복 수술을 책임진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배경윤 씨, 저희도 큰 사고로 마음이 편치 않아서 거액 배상금을 드리기로 했어요. 이것으로 실수를 만회할 수 없는 건 알지만 더 이상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성형병원도 곧 망할 거라고요.”“거액 배상금?”배경윤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차성철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 성심 전당포 사장이라 전당포 물건 중에 아무거나 들고나와도 수천억이야. 그런데 그깟 배상금으로 날 내쫓겠다고?”“흉터 회복 수술을 한 환자가 성심 전당포 사장이라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무서워서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던 자정 살인마란 뜻이에요?”“그걸 이제야 알았어?”배경윤이 씩씩거리면서 말을 이었다.“지금 성심 전당포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어. 진정한 보물만 취급하고 사장도 자정 살인마라는 타이틀을 떼어내려고 노력했지. 하지만 차성철의 실력은 여전해. 당신들이 차성철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성심 전당포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천만에! 작정하고 미친 듯이 날뛰면 너희들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까?”“성, 성심 전당포 사장님인 줄 알았
“자, 이곳은 아무도 없으니 말해봐.”간호사 이서연은 커피잔을 잡더니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날 수술은 저도 좀 이상했어요. 오승준 선생님은 세심한 성격이라 리스크가 낮은 마취제만 조금 쓰거든요. 그날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의학계에서 이미 금기된 마취제를 쓰겠다는 거예요. 비록 효과는 좋지만 환자가 쇼크 하거나 오랫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서 뇌사 판정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금기된 마취제라고?”배경윤은 이서연의 말에 깜짝 놀랐다. 금기된 마취제를 대놓고 사용할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설아 말대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꾸민 사고였어.’“처음에는 이 마취제를 쓰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오승준 선생님은 병원에 있는 마취제를 다 써서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게다가 이 수술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으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다른 성형병원에서는 이 마취제를 몰래 쓰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피해자도 없었고 저는 그저 잡일이나 하는 간호사라서 협조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가난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나서...”이서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배경윤한테 말했다.“정말 죄송해요. 고의로 그런 건 아닌데 정말 이럴 줄 몰랐어요. 환자분이 의식을 잃을 줄 알았다면 그때 마취제를 쓰지 못하게 말려야 했는데... 제발 살려주세요! 집에 자식이라고는 저밖에 없어서 저마저도 죽으면 우리 부모님은 버티지 못할 거예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먼저 울지 말고 내 말 들어봐. 네가 무고하다면 너한테 손대는 일 없을 거야.”배경윤은 울고 있는 이서연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줄게. 수술실에서 오승준이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이 있는지 다시 떠올려봐. 네 말대로라면 수술 경험이 많은 오승준이 일부러 환자한테 장난질했을 리 없잖아.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움직였을 거야.”“그, 그게...”이서연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오승준 선생님이 이상한 행동을 하긴 했는데, 그저 제 생각일 뿐
윤설은 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큰 팬덤으로 유명해졌지만 수익은 기대치만큼 높지 않았다. 그래서 윤설의 행적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인맥을 동원해도 알 수 없었다. 배경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윈스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배경윤은 사도현한테 윤설을 불러내라고 할 생각이었다. 윤설은 사도현의 첫사랑이니 사도현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윈스 엔터테인먼트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배경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반갑게 인사했다.“배경윤 씨, 대표님을 찾으러 온 거죠? 지금 사무실에 계시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시면 돼요. 배경윤 씨는 사전 방문을 위해 전화하거나 예약할 필요 없어요.”“아, 그래요? 고마워요.”배경윤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환하게 웃는 카운터 여직원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도현과 배경윤은 비밀 연애를 했기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매번 윈스 엔터테인먼트에 올 때면 여러 절차를 거쳤고 만나기 어려웠다. 사도현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오늘따라 윈스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은 배경윤한테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지그시 쳐다보면서 정신을 놓고 있다가 서로 부딪힐 정도였다. 그러다가 배경윤과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곧바로 고개를 숙이면서 딴청을 피웠다. 어둠이 드리운 건물에서 직원들은 혹여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일했다. 그러나 배경윤은 으스스한 건물에 햇빛을 드리웠고 직원들을 살려줄 구세주가 되었다.“배경윤 씨, 이쪽으로 오세요.”또 다른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면서 엘리베이터로 안내했고 티슈를 건네면서 말했다.“배경윤 씨, 조금 있다고 쓰게 될 수도 있으니 받아주세요.”“네?”배경윤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지옥에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여직원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회사 직원들이 잔뜩 긴장한 채 업무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설마 이 건물에 테러범이 들어와서 직원들을 인질로 삼았나요?”“아, 그게...”여직원이 침을
엘리베이터가 제일 꼭대기 층에 멈춰 섰고 문이 열렸다. 배경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여직원은 버튼을 연속 누르면서 미소를 지었다.“배경윤 씨, 힘내세요! 저는 여기까지 배웅해 드릴게요.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불러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 볼게요.”배경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여직원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배경윤은 어쩐지 전쟁터로 가는 전사 같았다. 사도현의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사도현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다.“마케팅팀 직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딴 사람이랑 계약한 거죠? A 국에서 흔한 연습생을 데려오면 어쩌자는 거예요! 길가에 나가서 아무 사람이나 데리고 와도 그 연습생보다는 낫겠어요.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나가요!”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서류가 복도에 내팽개쳐졌고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걸어 나와서 서류를 주웠다. 그 중년 남자가 쭈그리고 앉자 종잇장을 하나씩 줍는 모습이 짠해 보였다. “같이 주워요.”배경윤도 쭈그리고 앉아 서류를 주웠다.“고, 고마워요.”중년 남자가 배경윤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지금 대표님을 뵈러 들어가실 거면 보험이라도 하나 들고 가는 게 좋을 거예요. 아무도 대표님을 감당할 수 없어요.”“그 정도라고요?”“믿기지 않으면 들어가 보세요. 아무쪼록 행운이 깃들기를 바랄게요.”중년 남자는 서류를 주운 뒤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배경윤은 별다른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고 두꺼운 서류가 배경윤 쪽으로 날아왔다.“왜 다시 들어온 거죠? 이 기획안은 정말 역사에 남을 쓰레기군요!”“아, 아파!”배경윤이 말하기도 전에 서류가 날아왔고 얼굴에 부딪혀서 곡소리를 냈다.“경윤아, 여기는 왜 온 거야?”사도현은 배경윤이 다시 찾아올 줄 생각하지 못했기에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당황해했다. 그러고는 정신이 퍼뜩 들었는지 배경윤을 부축했고 얼굴을 살펴보면서 말했다.“괜찮아? 병원에 같이 가줄까? 경윤아, 나 좀 봐봐.”“비켜!”배경윤은 사도현
“미, 미안해...”사도현은 배경윤의 말을 듣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어린아이처럼 조심스럽게 말했다.“직원들은 내가 욕해도 신경 안 썼어. 그리고 욕해도 잘못한 것을 바로 잡지지 않으니까 일단 욕부터 하는 게 습관 되었나 봐.”“신경 쓰지 않을 리가 있어? 네가 폭력적으로 구니까 반항하지 못하는 거지!”배경윤은 사도현을 노려보더니 이마에 난 상처를 만지면서 소리를 질렀다.“난 널 만나고 나서부터 왜 이렇게 재수 없는 일만 생기는지 몰라.”“이리 와봐.”사도현은 배경윤의 손을 떼어내고는 이마에 난 상처를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김을 불어주더니 상처 위에 입을 맞추었다.“잠깐만 기다려줘. 나한테 연고랑 밴드가 있거든. 내가 연고 발라줄게.”사도현은 배경윤을 소파에 앉힌 뒤, 재빨리 서랍에서 약상자를 꺼냈다. 사도현은 평소와 다르게 무척 다정했고 상처에 연고를 천천히 바른 후에 밴드를 붙여주었다. “그만해. 나는 누구처럼 연약한 여자도 아니잖아. 조금만 지나면 아물 상처인데 뭘 굳이 연고까지 바르고 그래...”배경윤은 사도현한테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까 봐 일부러 도도하게 말했다. 사실 사도현이 이마에 뽀뽀해 준 뒤부터 자꾸 사도현한테 눈길이 갔고 당장이라도 사도현을 끌어당겨 키스를 퍼붓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나쁜 놈, 우린 이미 헤어졌는데 왜 애틋하게 쳐다보는 거야! 넌 태어날 때부터 바람둥이였구나.’소파에 앉아 있던 배경윤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래서 사도현이 다가올 때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단단한 머리로 사도현의 턱을 들이받았다.“아!”사도현은 밀려오는 통증을 못 이기고 곡소리를 내면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내 턱 어디 갔어? 뾰족하고 멋진 내 턱! 너무 아파서 사라진 줄 알았잖아. 아직 붙어있어서 너무 다행이야.’“시끄러우니까 입 다물어. 지나가는 사람이 들었으면 내가 널 때린 줄 알 것 아니야. 조용히 하라고!”배경윤은 턱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는 사도현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배경윤은
“잔말 말고 이리 오지 못해? 안 아프게 해줄게!”배경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사도현의 얼굴을 붙잡았다. 한 손으로 턱을 잡고 대학교 교양 수업 때 배웠던 턱관절 복원법을 회억하면서 힘을 주어 비틀었다.뚜두둑!“이제는 괜찮을 거야. 천천히 움직여봐.”배경윤은 손을 툭툭 털면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사도현은 천천히 턱을 움직였고 통증이 사라진 것을 보아 제대로 복원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일부러 아픈 척했다.“아, 아파! 내 잘생긴 얼굴 이제는 어떡해? 경윤아, 네가 날 평생 책임질 거야?”“아직도 아플 리 없는데...”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가더니 사도현의 얼굴을 다시 한번 붙잡았다.“내가 다시 해줄까?”“아, 아니! 이제는 아프지 않아.”사도현은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한 번 더 배경윤의 손맛을 봤다가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는 게 아니라 목숨마저 잃을 수 있었다. 배경윤은 사도현이 거짓말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화를 냈다.“넌 좀 진지하게 굴면 안 돼? 나한테 장난치면 재밌어?”“재밌지!”사도현은 미소를 짓고는 씩씩거리는 배경윤한테 다가갔다.“넌 너랑 티키타카 하는 게 재밌어. 너 말고 다른 사람은 나한테 함부로 그러지 않거든. 너랑 헤어진 뒤에 날 약 올리는 사람도 없으니까 너무 지루하더라고...”“내가 네 웃음거리란 뜻이구나? 그리고 내가 없다고 해도 직원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지!”“그런 말이 아니잖아. 네가 날 화나게 했으니까 어쩌다 보니 직원한테 화풀이하게 된 거야. 사실 직원들이 이렇게 힘든 것도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직원들을 힘들게 한 거라고! 직원들한테 사죄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사도현, 적당히 해.”배경윤은 사도현과 말싸움해서 이겨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아예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차피 두 사람은 헤어진 사이이기에 사도현이 무슨 짓을 하든 배경윤과 상관없는 일이었다.사도현은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배경윤의 상처를 매만지면서 물었다.“그런데 갑자기
“울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사도현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울먹이는 배경윤을 위로해 주었다.“네가 어떤 마음인지 잘 알아. 하지만 이 일은 네 생각처럼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일단 윤설과 차성철은 만난 적도 없고 엮일 일도 없었어. 윤설은 목숨과 연예인으로서의 앞날을 잃을 각오까지 하면서 차성철을 해하려 들지 않았을 거야.”“하, 결국 너도 윤설 편이야?”배경윤은 사도현의 말에 당장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사도현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배경윤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을 이었다.“그 의사가 수술 전에 윤설과 전화하면서 실수 없이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걸 들은 사람이 있어! 그런데도 너는 윤설이 그럴 이유가 없다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고 하는 거야? 아니, 그 여자는 네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아! 넌 윤설을 그저 맑고 순진한 첫사랑으로 기억하고 싶은데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잖아.”“아니, 이번에는 네가 틀렸어.”사도현이 싸늘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난 윤설이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인지 누구보다 잘 알아. 그래서 윤설을 내 곁에서 떼어놓은 거야. 난 네가 이성적으로 누가 진정한 범인인지 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사도현은 냉정하게 말했다. 이 상황에서 성형병원 의사한테 연락한 사람이 윤설이 아닌 다른 사람이더라도 사도현은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배경윤은 그제야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윤설이 범인이든 아니든 이 사고에 연루된 건 사실이야. 그럼 윤설을 찾아서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야?”사도현은 턱을 매만지면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랑 같이 가자.”“왜? 내가 네 첫사랑한테 해코지라도 할까 봐?”사도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 윤설이 널 해코지할까 봐 그래. 너처럼 솔직하고 단순한 사람을 괴롭히기 좋아하거든.”“내가 단순하다고?”“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일 정도거든. 내가 네 옆에 있어서 안심이 될 것 같아.”사도현은 곧바로 관리팀한테 전화를 걸어 물었다.“윤설 스케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