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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Author: 배시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2 18:30:00
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그저 오빠가 의식을 되찾으면 돼.”

차설아는 이번 일을 통해 겉모습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예쁘든 못생기든 상관없이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네가 기운을 차려야 형도 깨어날 거 아니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돼. 의사가 곧 깨어난다고 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다리면 되잖아.”

바람이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해 주었다. 바람의 신분과 지위로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아부에 익숙해졌지만 바람이 누군가를 위로해 주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위로에 관한 단어와 말도 점점 소진되었고 차설아가 계속 속상해하면서 운다면 바람은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이때 차설아가 심호흡하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이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 위로해 주지 않아도 돼. 네가 애쓰는 모습이 자꾸 보여서 괜히 미안해지잖아. 나 힘낼게, 너도 고생했어.”

“아, 그걸 언제 눈치챈 거지? 결국 들켰네.”

바람은 머쓱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사람을 위로해 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더라고... 계속 위로하다가는 괜히 너한테 장난쳐서 화나게 할까 봐 사실 좀 겁났어.”

“괜찮아, 네 말이 큰 위로가 되었어. 네 덕분에 오빠가 이렇게 치료받을 수 있는 거잖아. 의사 선생님도 의학계에서 유명한 것 같던데, 그분 실력이라면 우리 오빠를 살려낼 수 있을 거야.”

“그럼 내가 오늘 한 일들을 따져보면 네 마음을 얼마나 얻은 건지 알려줄 수 있어? 난 네 마음을 전부 얻고 싶거든.”

바람은 침을 꿀꺽 삼켰고 잔뜩 긴장한 채 차설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너 진짜 웃기는 놈이구나? 위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장난질이지? 너도 참 너답다니까.”

차설아는 바람의 말에 깜짝 놀랐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바람을 비난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지 말고 단순히 네 대답이 듣고 싶어. 나도 네 생각보다 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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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설아는 다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커다란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온통 흰색 인테리어인 낯선 이곳은 영안실에 온 기분이었다.“드디어 깨셨군요, 약효가 너무 강해서 무려 사흘 동안 혼수상태였어요. 이러다 죽어버리는 줄 알았어요...”창가에서 한 여자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에게는 생과 사가 그저 자거나 깨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경계 태세로 창가를 바라보던 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당신이었어요?”그날 밤 병원에서, 몰래 차설아의 병실로 들어간 그녀였다.“저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네요. 영광이에요.”박서영은 창가에 앉아 꽃다발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녀의 옆에 놓인 꽃병에는 이제 막 정원에서 따온 해바라기가 꽂혀있었다.박서영은 황금빛으로 만개한 해바라기 줄기를 비스듬히 잘라 하나씩 예쁘게 꽃병에 꽂아 넣었다.“저희 주인님께서는 설아 씨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해바라기라면서 정원에 해바라기를 심으라고 했어요. 이제는 만개했는데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마치 다른 사람한테 보이지 않는 주인님의 마음처럼 말이에요.”이때 박서영은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꽃가지를 단단히 잘라버렸다.“주인님이라 하면 성진을 말씀하시는 거예요?”차설아는 사고가 날카로운 사람이라 바로 상대방을 추측해 냈다.그녀의 기억 속에서 일편단심이면서 실명한 사람은 성진뿐이었다.“도련님을 아직 기억하고 계셔서 다행이네요. 도련님 정성이 헛되지 않았네요.”박서영은 차설아가 성진을 아직 기억하고 있어 그나마 그녀를 향한 증오가 줄어드는 듯했다.“정말 성진이에요?”차설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려 했지만, 온몸이 무기력해 마치 마비된 것처럼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박서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저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마취제 때문에 잠깐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었을 뿐이니까요.”차설아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아무리 일어나고 싶어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2화

    진찬영은 배경윤에게 핸드폰을 건네면서 이 둘의 말다툼을 중단시켰다.“고마워요. 찬영 오빠는 역시 최고예요.”배경윤은 배시시 웃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차설아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정말 제가 좋다면 이제는 찬영 오빠라고 부르지 마요...”진찬영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찬영 씨라고 불러요.”“아, 그게...”배경윤은 진찬영의 갑작스러운 감정변화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심지어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찬영 오빠는 팬분들이 불러주는 호칭인데 저희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 이제부터는 찬영 씨라고 부르는 거 어때요?”“알았어요. 찬영 씨...”호칭을 바꿔 부른 배경윤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왜 이렇게 부끄럽지?’역시 호칭은 알게모르게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지 설명할 수 있었다.찬영 오빠라고 부를 때에는 팬이 연예인에 대한 애정으로 별로 부끄럽지 않았는데 찬영 씨라고 부르니 확 부끄러워지는 느낌이었다.옆에 있던 사도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지금 저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거예요?”지금 사도현이 비꼬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느낄수 있었다.“너랑 무슨 상관이야. 보기 싫으면 나가든가.”배경윤의 말을 비수처럼 심장에 박혔고, 사도현의 체면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흥! 누가 설아에 대해 나쁜 말을 하라고 했어?’배경윤은 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해서 무응답 상태였다. 반복해서 네다섯 번을 걸었지만,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았다.“무슨 일이지?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지? 뭔가 잘못됐어.”비경윤은 불안한 예감에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지금쯤 병원에 있어야 하는 설아는 원래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언제나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왜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 분명 무슨 일이 있어!’배경윤이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일어나려 한다.“제발 가만히 있어!”사도현이 다시 그녀를 침대에 눕히면서 말했다.“설아가 어린애야? 실력도 좋은데 무슨 일이 있겠어.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1화

    “두세 시간 뒤에요.”진찬영이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모든 독소를 제거하려면 세 시간 후에 전신 마취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물을 마시면 안 돼요.”“아직 시간이 많네요...”배경윤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제 핸드폰은 어디 있어요? 설아에게 안부를 전해야 하거든요.”사도현이 배경윤을 다시 침대에 눕히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지금이 어떤 때인데, 너나 잘 챙겨. 설아를 챙기는 사람은 많고도 많아.”“누군데? 설마 너의 그 쓰레기 같은 친구 성도윤은 아니지?”배경윤이 무례하게 반박했다.“난 그 자식이 방해할까 봐 걱정돼서 설아랑 계속 연락하려고 하는 거야.”사도현은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도윤이 형이 대체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그래?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그 두 사람은 딱봐도 재능과 미모를 갖춘 천생연분인데, 그냥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을 뿐이잖아. 우리 도윤이 형을 바람둥이라고 단정 짓지는 말지?”“그 사람이 바람둥이 아니면 누가 바람둥이인데!”배경윤은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사도현과 따지려고 했다.“혼인 중에 바람을 피우고, 다른 여자를 임신시키고, 겨우 설아 마음을 되돌리더니 또 다른 재벌 딸과 약혼하고. 이게 바람둥이가 아니면 뭔데?”“설아도 너의 오빠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잖아. 요즘에는 선우 가문 도련님과도 뜨겁게 보내더니. 그리고 도윤이 형은 왜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실명하고 기억을 잃게 되었는지 설아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거야?”“그건 그냥 사고일 뿐인데 설아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원망할 거면 하느님을 원망해. 누가 그런 악행을 많이 저지르라고 했어. 하느님도 노해서 가만두지 않은 거지.”“배경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나한테 막말은 해도 도윤이 형한테는 그러면 안 되지.”“내가 뭘 어쨌다고? 너도 방금 우리 설아한테 뭐라고 했잖아!”두 사람은 마치 싸움닭처럼 감정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다.이것은 두 사람이 계속 다투게 되는 주제라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0화

    진찬영은 사도현이 지금까지 만난 가장 자아도취적이고 오만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경윤 씨한테 물어봤어요? 당신과 저 사이에 도대체 누가 외부인인지.”사도현은 말을 끝내자마자 진찬영의 품에서 배경윤을 뺏어오려고 했다.이때 이미 힘이 풀린 배경윤이 입술이 약간 창백해져서 말했다.“싸우지 않으면 안 돼요? 계속 싸웠다간 제가 죽을지도 몰라요. 빨리... 저 좀 병원에 데려다줘요!”배경윤은 눈앞이 어두워지면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근처 병원의 환자 침대에 누워있었다.병상 앞에는 사도현과 진찬영이 앉아있었고, 분위기는 쓰러지기 전과 같았다.하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죽은 목숨이 아니었다.“경윤아, 깼어? 목말라? 물 따라줄까?”배경윤이 눈을 뜨자, 진찬영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이틀 동안 혼수상태였는데, 목마르냐고 묻는 시간에 이미 다 마셨겠어요.”사도현이 이 말을 할 때, 진찬영은 이미 따뜻한 물을 배경윤한테 건넸다.배경윤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오른손에 아무런 감각도 없어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다.“내... 내 손...”그녀는 침을 삼키면서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손을 절단해야 하는 건가? 이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걸까?’“걱정 안 해도 돼요. 괜찮아요. 독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마비된 느낌이 들 거예요.”진찬영은 부드럽게 그녀의 마음을 안심시켰다.“아... 깜짝 놀랐잖아요.”배경윤은 절단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도현은 배경윤에게 직접 물을 먹여주면서 대뜸 말했다.“24시간 이내에 독을 깨끗이 배출하지 못하면 신경이 마비되어 절단해야 할수도 있어.”“푸!”배경윤은 물을 다 마시기도 전에 뿜어내고 말았다.“뭐라고?”긴장한 채로 사도현을 쳐다보던 배경윤은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만약 손을 정말 절단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아직도 이해 못 했어? 독이 말끔히 없어지기 전까진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9화

    야맹주를 확인한 배경윤은 신속히 잠수했다.“천천히 가!”사도현은 그녀가 걱정되어 조심하라고 말했다.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산호바다였지만 단면이 너무 높아 일부 산호는 쉽게 만졌다가 위험할 정도로 날카로웠다.하지만 이때,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 배경윤은 마치 큰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하면서 야맹주 위에 덮여 있던 산호초를 맨손으로 제거했다.그녀는 차설아가 평안 무사할수 있도록 이 야맹주를 선물하고 싶었다.“아!”배경윤이 야맹주에 손을 대려는 순간, 갑자기 산호초 틈새에서 은색 원형 물체가 튀어나와 그녀의 손등을 덥석 물었다.“바다뱀이야!”바다뱀이 배경윤을 물고 옆을 쓱 스쳐 자나가자 머릿속이 하얘진 사도현은 급히 잠수하여 그녀의 손을 잡았다.“봐봐...야맹주!”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배경윤은 그저 벌레에게 물렸다고 생각하면서 순진하게 사도현에게 야맹주를 자랑했다.“입 다물어!”사도현은 눈앞의 이 덜렁거리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 그녀는 과연 이런 바다뱀이 독성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진찬영은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긴 팔로 배경윤의 허리를 감싸고, 긴 다리를 쭉 뻗어 빠르게 수면으로 올라갔다.진찬영과 하늘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차례로 수면으로 떠올라 잠수 마스크를 벗었다.“여기 도와주세요! 보트를 준비해 주세요. 병원으로 가야겠어요!”사도현의 잘생긴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고, 잠긴 목소리로 육지에 있는 안전요원에게 외쳤다.“무슨 일이에요?”진찬영이 신속히 배경윤 곁으로 다가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벌레에게 물렸을 뿐이에요...”배경윤은 뱀에게 물린 손등을 들면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보였고, 오히려 사도현이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일반적으로 뱀에게 물리면 독이 체내에 바로 퍼지지 않아 아직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그녀는 다시 야맹주를 들어 올리며,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다들 이것 좀 보세요, 제가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8화

    진찬영은 이런 중요한 기회를 사도현을 놓칠 수가 없었다.“저는 저의 파트너로 하늘 씨를 선택하고 싶어요.”진찬영이 사도현을 쳐다보지도 않고 안전요원에게 이렇게 말하자 사도현과 배경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자식 뭐하는 거야. 포기라도 하는 거야?”사도현은 믿기지 않는지 진찬영을 째려보면서 말했다.“어떻게 하늘 씨를 선택할 수 있어요? 어쩌다 정면으로 승부를 겨룰 기회가 생겼는데 왜 포기하는 거예요?”진찬영이 사도현을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잠깐 경윤 씨를 도현 씨한테 맡길게요. 꼭 잘 지켜주셔야 해요.”사도현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잠수복을 입고 하늘과 함께 바다로 뛰어드는 진찬영을 쳐다보았다.“왜 저래?”제대로 한판 붙어볼 줄 알았는데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자기뿐이라 갑자기 김이 새는 느낌에 불쾌하기만 했다.“갑시다. 파트너님.”사도현은 더는 생각하기도 싫어 멍한 표정의 배경윤한테 터벅터벅 걸어갔다.“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너랑 짝이 된 거야.”배경윤은 싫증난 표정을 하고있었다.진찬영과 손잡고 바다 경치를 즐길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아무리 봐도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도현한테 자기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아까 등산할 때까지만 해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는데 이 타이밍에 진찬영이 뒤로 물러설 줄 몰랐다.“난 다이빙 챔피언까지 땄던 사람이야. 기다려 봐. 오늘 야맹주를 꼭 찾아줄게.”사도현의 오늘 주요 목적은 야맹주를 찾는 것이었다.비록 전설일 뿐이었지만 만약 정말 찾아서 배경윤한테 준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고 로맨틱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사람들은 하나둘씩 바다에 뛰어들었다.하트섬은 물고기 떼, 가지각색의 산호초가 훤히 보일 정도로 수질이 좋았다. 더 깊이 내려가면 잭피시가 보이기도 했다.배경윤은 산소 호흡기를 꽉 깨물고 천천히 밑으로 향했다.파트너인 사도현은 그녀에게 무슨 사고라도 일어날까 봐 옆에 꼭 붙어있었다.진찬영은 몇 미터 밖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중이염을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7화

    이들은 어제저녁 약속한 대로 섬 근처에 있는 청정지역에서 스토클링하기로 했다.이때 감독 최빈이 말했다.“이 섬은 모양이 하트로 되어있어 하트섬이라고 불리는데 물이 맑아 산호초와 열대 물고기를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다들 오늘 운이 좋으면 하트섬 특유의 야맹주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밤이면 빛이 나는 그런 야맹주요.”“정말 야맹주가 있는 거예요?”배경윤이 이번 스노클링이 점점 더 기대되었다.사실 그녀는 일찍 하트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섬 중앙에는 고가의 진주가 들어있는 천연 조개가 많다고 했다. 최빈이 언급한 야맹주는 그저 전설일 뿐이었다.전설 속에서는 야맹주를 찾은 사람이 평생 행복할 거라고 했다.신난 배경윤은 야맹주를 찾아서 차설아한테 선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존재하는지, 아니면 호객행위인지 몰랐다.“당연히 있죠. 수년 전에 섬에서 살던 분들이 발견했대요. 찾을 확률은 낮지만, 없는건 아니에요.”최빈이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그럼 뭘 기다려요. 저희 얼른 가요...”조급해 난 배경윤이 이때 대담하게 제의했다.“저희 스노클링하지 말고 아예 다이빙하는 거 어때요? 6미터 가까이 되는 그런 다이빙을 하면 야맹주를 찾을 수 있는 확율이 더욱 높지 않을까요?”“좋아요.”사도현이 손을 들면서 말했다.“스노클링을 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다이빙해야 얻고 싶은 걸 얻을 수 있죠.”“저도 좋아요. 저는 폐활량이 좋아서 물속에서 산소통이 없어도 몇 분씩이나 있을 수 있다고요.”하늘도 찬성의 의미도 손을 들었다.올림픽 금메달 수영선수로서 물을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았다.오직 진찬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찬영 씨는 스노클링하실 거예요? 아니면 다이빙하실 거예요?”최빈이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진찬영에게 물었다.“저는 경윤 씨랑 같은 걸 할게요.”진찬영의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은 전에 중이염 수술을 받은 적 있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너무 깊게는 내려가지 못했다. 5미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6화

    배경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거렸다.“급할 필요 없어요. 아직 시간은 많아요. 어제저녁 하늘 씨를 선택한 것은 저랑 사도현 씨의 모순을 와해시키려고 그랬다는 거 알아요. 그런데 오늘 저녁은 경윤 씨 마음에 따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진찬영은 배경윤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계속 지금처럼 애매모호하지 말았으면 했다.이런 명분 없는 사이가 싫기도 했고, 사도현의 맹렬한 공격하에 배경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했다.그래서 하루빨리 결정짓고 싶었다.“알았어요.”배경윤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저녁은 제 마음에 따라 더는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오늘 아침 진찬영과 함께 잠깐 아침햇살을 만끽하면서 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이 심한 생활이 아니라 평온한 생활을 기대했다.배경윤과 진찬영이 함께 하산할 때, 사도현도 마침 기상했다.사도현은 지금까지 스코어가 가장 높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배경윤과 방을 바꾸기로 하고 짐을 배경윤의 바다뷰 별장으로 옮기기로 했다.복식 별장에는 방이 네 개나 있었고, 모두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배경윤이 상냥하게 대해준다면 기꺼이 방을 하나 내어주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 모습만 상상해도 기분이 좋았다.입이 귀에 걸려있을 때, 배경윤과 진찬영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웃으면서 걸어오는 것이다.“어디 갔었어요?”사도현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제가 어딜 갔든 보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말했다.“그러다 저를 놓칠 수도 있어요. 지금 경윤 씨한테 방을 하나 내어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죠...”사도현이 턱을 만지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할수 있는 가장 진지한 말이었다.배경윤은 어이가 없었다.“유치하긴. 어차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디서 지내든 상관없어요. 도현 씨한테는 천장에 별이 가득 붙어있는 저 방이 어울릴 것 같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5화

    다음날.아침햇살이 비추는 섬은 몽롱하고 매력적이었다.아침 조깅하는 습관 있는 배경윤은 다들 자고 있을 때 이미 일어나 뛰고 있었다.산 주위를 따라 2킬로 정도 뛰면서 땀에 흠뻑 젖은 그녀는 개운한 느낌이었다.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 서서 파란 바닷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좋은 아침이에요.”배경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았더니 진찬영이었다.“이런 우연이. 찬영 오빠도 조깅하러 오셨어요?”진찬영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의 얼굴은 자기도 모르게 발그레해졌다.어제저녁 진찬영이 대놓고 고백하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의 장벽이 무너져 이제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우연이 아니라...”진찬영은 오늘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살짝 가르마를 탄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 청춘 로코물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잊지 못하는 킹카처럼 보였다.그는 난간을 잡고 옆모습으로 의미심장하게 배경윤을 쳐다보았다.“저번에 경윤 씨가 조깅하는 습관이 있다고 들어서... 일부러 만나려고 온 거예요.”배경윤과 이곳에서 만나려고 그녀보다 한 시간이나 더 일찍 일어난 것이다.그때는 아직 날도 밝지 않았던 때였다. 그는 혼자서 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와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속으론 배경윤과 함께 이 경치를 보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배경윤이 흔들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제가 이 코스를 달릴지 어떻게 알았어요? 그러다 못 만나면요?”“만나지 못해도 아쉬운 대로 아름다운 경치를 봤잖아요.”진찬영은 고개돌려 전방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저는 어떤 일이든 결과를 바라지 않아요. 과정만 아름다우면 된 거예요. 그리고 결국엔 경윤 씨를 만났잖아요.”배경윤은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렇다. 결과보다는 과정만 아름다우면 되었다.이 부분에서는 진찬영과 생각이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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