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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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당신이 바로 그 의술이 아주 뛰어나다는 유진우 씨죠? 오늘 보니까 역시 명불허전이네요.”손기태가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예를 표했다.“회장님께서 마음에 담아두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들고 말했다.아내가 바람이 났는데 어떤 남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래도 진우 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죠. 진우 씨의 예리한 안목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평생 속고만 살았을 겁니다.”손기태가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 오랜 시간 동안 괴로움을 견디느니 한순간 고통을 참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비록 체면이 조금 깎이긴 하겠지만 속고 사는 것보다는 나았다.“회장님, 주제넘은 질문이지만... 혹시 전에 말씀하셨던 말 못 할 병이라는 게 바로 이건가요?”조선미가 떠보듯 물었다. 손 부인이 그 병에 걸렸다면 손기태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그게... 저는 아마 괜찮을 거예요.”손기태가 난감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일이 하도 바빠서 와이프랑 잠자리 못 한 지 반년이 됐어요.”“다행이네요.”조선미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진우 씨, 제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진단할 수 있나요?”손기태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회장님, 요즘 혹시 허리와 무릎이 저리고 화도 잘 내고 불면증에 시달리나요?”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아셨어요?”손기태가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당연히 척 보면 알죠.”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회장님은 몸이 허해서 쉽게 병에 걸릴 뿐만 아니라 허리도 안 좋다는 거 알고 있어요. 몇 년 전에 허리를 다친 적이 있죠?”손기태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고 유진우를 쳐다보는 눈빛마저 사뭇 달라졌다.유진우의 말대로 몇 년 전에 다친 적이 있었다. 그때 사업 때문에 출장 갔다가 킬러의 기습으로 허리에 칼을 맞았었다. 가까스로 운 좋게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그 후로 다친 곳이 계속 쿡쿡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이 일을 그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유진우는 어떻게 알았을까?“역시 진우 씨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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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손기태는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지금까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그지만 이 순간만큼은 어쩔 바를 몰랐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뒤에 더 큰 ‘서프라이즈’ 가 숨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아들이 친아들이 아니라고? 아내의 외도보다 충격이 몇 배는 더 컸다.“진우 씨, 확... 확신해요?”손기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마지막 일말의 희망까지 다 버리진 않은 모양이다.“회장님, 듣기 거북하시겠지만 지금 몸 상태를 봐서는 오래전에 이미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태예요. 만약 못 믿으신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 봐도 돼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젠 그마저도 손기태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비록 재산이 많긴 하지만 아내가 외도한데다가 아들까지 친아들이 아니라니... 이런 이중 충격은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알았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진우 씨. 여기 보는 눈이 많아서 그러는데 우리 자리를 옮겨 얘기하는 건 어떨까요?”손기태가 무표정으로 말했다.“그래요.”유진우와 조선미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조 기사, 선미 씨랑 진우 씨를 먼저 시크릿 가든에 모셔다드려. 난 이따가 바로 갈게.”손기태가 운전기사에게 분부했다.“네.”대답을 마친 운전기사는 유진우와 조선미를 밖에 세운 롤스로이스 자동차로 안내했다.두 사람이 떠난 후에야 손기태의 낯빛이 굳어졌다. 아들이 친아들인지 아닌지는 유전자 검사만 하면 모든 게 밝혀진다.아내의 외도까지는 용서할 수 있지만 남의 자식을 키운다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오후 시크릿 가든.유진우와 조선미는 정원을 같이 거닐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두 사람 뒤로 몇몇 도우미들이 디저트와 음료를 들고 항시 대기했다.그들은 한 바퀴 쭉 둘러본 후에 정자에서 잠시 쉬었다.“선미 씨, 손 회장님께서 이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유진우가 불쑥 물었다. 만약 손 부인이 눈에 거슬리는 짓만 하지 않았더라도 그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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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커다란 가업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없다는 건 참으로 비참한 일이었다.“회장님,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칼에 찔려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지만 치료할 수 있어요. 몸이 다 회복되면 아들 하나가 아니라 열 명 낳는 것도 문제없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그게 정말입니까?”손기태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기대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반년 동안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주요하게 그의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그 사실을 계속 숨겨왔었다. 그런 그가 다시 예전처럼 일어설 수 있다는데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회장님, 전 불가능한 일은 입 밖에 꺼내지 않습니다.”그러고는 단약 한 알을 꺼냈다.“이건 제가 제조한 우금환인데 막힌 혈도 뚫어주고 내상을 치료하는 데 아주 좋아요. 일단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네!”손기태는 두말없이 바로 우금환을 꿀꺽 삼켰다.우금환을 삼키자마자 따뜻한 기운이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그 순간 손기태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전에 계속 있었던 허리 통증도 많이 완화되는 것 같았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이 단약이 정말 대박인데요, 진우 씨?”몸속의 신기한 변화를 느끼며 손기태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순식간에 환골탈태한 기분이었다.전에는 유진우의 의술을 의심했었지만 이젠 완전히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 아무리 명성이 자자한 명의든 교수든 유진우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회장님, 우금환을 사흘에 한 알 복용하시면 한 달 후에는 완치될 겁니다.”유진우가 약병 하나를 손기태에게 건넸다. 그 약병 안에 우금환이 가득 담겨있었다.“고마워요, 진우 씨.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손기태는 흥분한 나머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얼른 일어나세요, 회장님... 별거 아닌 일인데요, 뭐. 이러지 마세요.”유진우는 재빨리 그를 일으켜 세웠다.이 일은 그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손기태의 병을 치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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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그 시각 가든 응접실.“아빠, 회장님께서 우리한테 돈을 빌려주실까요?”여호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회장님은 통이 크시고 평소 선행을 좋아하시는 분이야. 게다가 우리 여씨 가문이랑 관계도 괜찮아서 돈을 빌리는 것쯤은 아무 문제 없을 거야.”여동남이 차를 마시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비록 여씨 가문이 예전보다는 많이 기울었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고 밖에 나가면 그래도 어느 정도 체면은 섰다.“우리 자금만 끊이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리지 않았어요. 이게 다 사업이 망한 탓이에요.”여호준이 자기 신세를 한탄했다.얼마 전 그들은 비보를 전해 들었는데 그들과 손을 잡은 수많은 대표들이 갑자기 자금을 철수하기 시작했고 전에 얘기를 다 마쳤던 프로젝트마저도 전부 어그러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가문 전체가 순식간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지금 거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보름도 안 되어 여씨 가문이 망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손기태밖에 없다.“이 일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해. 투자자들이 갑자기 전부 자금을 철수했어. 아무래도 누군가 뒤에서 우리 여씨 가문을 상대로 손을 쓴 것 같아.”여동남이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식이 대체 누군데 감히 우리 여씨 가문을 건드려요?”여호준이 불같이 화를 내며 책상을 탁 쳤다.원래는 비연단의 처방전을 손에 넣은 후 자금을 투자하여 스스로 연구할 계획이었다. 일이 계획대로만 진행되었더라면 여씨 가문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계획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아직 누군지는 알아내지 못했어. 일단 자금부터 마련하고 고비를 넘긴 후에 그놈이 누군지 잡아내야지!”여동남의 두 눈에 싸늘함이 스쳐 지나갔다.“아빠, 우리 지금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대략 얼마 정도 필요해요?”여호준이 떠보듯 물었다.“적어도 6천억은 있어야 해!”여동남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나 많이요?”여호준의 낯빛이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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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그는 비연단의 처방전을 무슨 일이 있어도 손에 넣어야만 했다.“날 오해했군.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손기태가 싸늘하게 말했다.“네?”여동남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그럼 방금 무슨 뜻이었어요?”“두 사람 오늘 나한테 돈 빌리러 왔지?”손기태는 그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한 채 되물었다. 그러자 여동남이 멋쩍게 웃었다.“우리 여씨 가문이 요즘 자금 문제가 생겨서 회장님께 부탁드리러 왔어요.”“얼마나 필요한데?”“대략 6천억이요.”“6천억?”손기태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미안한데 그 돈 못 빌려줘.”“못 빌려준다고요?”여동남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6천억이면 회장님께는 아무것도 아닐 텐데 왜 못 빌려준다는 거죠?”“정확히 말하면 난 그 돈을 진우 씨한테 빌려줬어. 당신들이 빌리고 싶으면 진우 씨한테 부탁해.”손기태가 조롱 섞인 얼굴로 말했다.“네? 유진우 씨한테 빌려줬다고요?”그의 말에 두 부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6천억이나 되는 큰돈을 저 쓸모없는 유진우한테 빌려줬다고? 말도 안 돼!’“회장님, 지금 장난하시는 거 아니죠? 그 큰돈을 저 사람한테 빌려주셨다고요?”여동남이 두 눈을 부릅떴다.“그러게 말이에요, 회장님. 그 돈을 저 사람한테 빌려주면 저희는 어떡해요?”여호준도 경악하긴 마찬가지였다.“당신들이 어떡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손기태는 그들의 사정 따위 전혀 봐주지 않았다.“회장님,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잊었어요? 저런 사람한테 돈을 빌려줄지언정 우리한테는 빌려주지 않겠다니, 정말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우리 여씨 가문의 체면이 저 사람보다 못하단 말입니까?”여동남이 불만을 토로했다. 어쨌거나 여씨 가문은 명문가였다. 세력으로 보나 인맥으로 보나 유진우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주제가 못 되었다.바보가 아닌 이상 둘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다 알 것이다.“지금 이 자리에서 똑똑히 얘기하는데 난 당신들이랑 아무 친분이 없어. 내 돈을 내가 빌려주고 싶은 사람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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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회장님, 유진우가 대체 뭐라고 저희 여씨 가문이랑 등을 돌리는 겁니까?”여동남의 낯빛이 말이 아니게 어두워졌다. 자신만만하게 왔다가 대차게 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솔직하게 얘기할게. 진우 씨는 내 은인이자 귀한 손님이야. 진우 씨와 껄끄러운 사이라면 나와도 껄끄러운 사이인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진우 씨한테 잘못했다고 사과하든지, 여씨 가문이 망하길 기다리든지 알아서 선택해.”손기태가 전에 없던 날카로운 기세로 무섭게 몰아붙였다.“지금 유진우 씨한테 사과하라고요? 말도 안 돼요!”여호준이 분노를 터뜨렸다. 여씨 가문 도련님이 어찌 저런 촌놈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단 말인가?“사과 못 하겠으면 꺼져! 당신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손기태가 그들을 대놓고 내쫓았다.“손 회장님! 세상사는 다 돌고 도는 법인데 사람을 이렇게 내쳐서는 안 되죠! 언젠가는 후회하는 날이 올 겁니다!”여호준이 이를 꽉 깨물고 한마디 내뱉고는 씩씩거리며 나가버렸다.“회장님, 우리 여씨 가문이랑 완전히 등을 돌리겠다 이거죠? 우리가 고작 6천억을 어디 가서 못 빌릴 것 같아요?”여동남도 그를 무섭게 째려보고는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다.“제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손기태가 코웃음을 쳤다.그가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한 마당에 남성 전체에서 누가 감히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겠는가?...집으로 돌아온 여씨네 부자는 여전히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손기태 오늘 약을 잘못 처먹었대요? 그런 놈 때문에 지금 우리랑 맞선다는 게 말이 돼요?”여호준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 자식 뒤에 아무래도 엄청난 조력자가 있는 것 같아.”여동남이 눈살을 찌푸리고 고민에 빠졌다.“조력자는 무슨, 한낱 기생오라비에 불과해요. 지금 조선미만 믿고 저렇게 나대는 거예요. 손기태도 아마 조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우리랑 등을 돌린 게 분명해요.”여호준이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조씨 가문도 참 골칫덩어리야. 우리 여씨 가문의 자금이 끊긴 게 조씨 가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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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아빠, 어떻게 됐어요? 우리가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있어요?”여호준이 떠보듯 물었다.“X발, 개 같은 것들. 평소 콩고물이라도 있을 땐 누구보다 빨리 나타나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굴더니 우리가 곧 망하게 생기니까 전부 멀리 피하잖아. 배은망덕한 놈들!”여동남의 낯빛이 어둡기 그지없었다. 여씨 가문의 가주가 이 지경으로 타락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아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예요. 그런 개보다도 못한 놈이랑은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요. 우리 꼭 이번 고비를 넘겨서 그놈들이 땅을 치며 후회하게 만들어요!”여호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호준아, 아무래도 내 인맥으로는 안 될 것 같아. 이젠 너밖에 없어.”여동남이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아 참, 너 강천호의 딸이랑 아는 사이라고 하지 않았어? 걔한테 연락해서 돈 좀 빌릴 수 있는지 알아봐봐.”“아... 그걸 까먹을 뻔했네요. 강능 갑부인 강천호의 딸이라면 6천억쯤은 별거 아닐 거예요. 지금 당장 전화해 볼게요.”여호준은 재빨리 휴대 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어머, 호준 도련님 아니에요? 오늘은 나한테 전화할 시간이 있었나 봐요?”그녀의 한 맺힌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향란 씨도 참. 요즘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니까요. 시간이 나자마자 바로 향란 씨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요.”여호준이 웃으며 말했다. 여자의 마음을 달래는 데는 그야말로 선수였다.“흥, 그래도 양심은 있네요. 말해봐요,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날 찾았어요?”강향란이 웃으며 물었다.“당연히 향란 씨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죠. 안 그러면 뭐겠어요? 하루만 못 봐도 그렇게 보고 싶더라니까요.”여호준이 입에 발린 소리를 술술 했다.“하하... 그런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요? 계속 쓸데없는 얘기를 할 거면 전화 끊어요.”“아니요, 끊지 말아요... 사실 작은 부탁이 있긴 있어요.”여호준이 목청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말했다.“요즘 사업에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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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여... 여보세요?”여호준은 휴대 전화를 귀에 댄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유진우 얘기만 했을 뿐인데 왜 고양이를 본 쥐처럼 이렇게 깜짝 놀라는 거지?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여호준은 강향란이 유진우에게 뺨을 맞은 후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사실을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그리고 더 중요한 건 뺨을 맞은 다음에 복수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는 것이다.이 일은 강향란에게 있어서 치욕 중의 치욕이었고 평생 마음속에 박힌 두려움이 되고 말았다.강향란도 분통이 터진 건 사실이지만 유진우를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오빠가 돌아오기 전까지 강씨 가문은 그 어떤 복수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유진우는 아주 식은 죽 먹기로 용 관장을 이긴 고수이다. 이런 사람이 한번 미쳐 날뛴다면 하룻밤 사이에 강씨 가문을 피바다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하여 강씨 가문은 어쩔 수 없이 줄곧 참고 있었던 것이었다.그리고 이 또한 유진우의 이름을 듣자마자 강향란이 두려움에 떤 원인이기도 했다.그녀는 또 맞을까 봐 너무도 두려웠다.“호준아, 향란 씨 뭐래?”넋이 나간 아들의 모습에 여동남이 참다못해 먼저 물었다.“젠장, 유진우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는 돈을 못 빌려주겠대요.”여호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강씨 가문의 딸마저 그 자식을 두려워한다고? 설마 조씨 가문 때문이야?”여동남이 떠보듯 물었다.“그럴 가능성 있어요.”여호준이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유 말고는 다른 이유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이거 큰일이네...”여동남이 눈살을 찌푸렸다.“돈을 빌리지 못하면 여씨 가문은 얼마 못 버티고 망하게 돼. 정녕 그 유진우라는 놈한테 부탁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건가?”“부탁? 부탁은 개뿔!”여호준이 분통을 터뜨렸다.“우리가 그 자식한테 고개를 숙인다는 게 말이 돼요? 정 안 되면 호되게 패버리면 돼요!”“호준아, 절대 흥분해서는 안 돼!”여동남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경고했다.“유진우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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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평안 의원.유진우가 한창 독서에 몰두하고 있던 그때 마이바흐 한 대가 의원 문 앞에 서서히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여동남이 선물을 들고 내렸다.“유진우 씨...”의원으로 들어오자마자 여동남은 웃으며 한껏 예의를 갖췄다. 전의 시건방진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무슨 일로 찾아오셨죠?”유진우는 덤덤한 얼굴로 그를 흘겨보았다.“오늘 일은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진우 씨. 저희가 엄청난 분을 몰라뵙고 함부로 나댔어요. 넓은 아량으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요?”여동남이 먼저 사과를 건넸다. 유진우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조씨 가문이 뒤에서 도와줄 뿐만 아니라 손기태와 친분을 맺은 걸 보면 절대 일반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여 6천억을 빌리려면 반드시 그의 용서를 먼저 구해야 했다.“나 같은 조무래기가 어찌 감히 여씨 가문의 사과를 받겠어요.”유진우는 그의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진우 씨는 젊고 대단한 능력을 지닌 인재잖아요.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제발 이번 한 번만 살려주세요.”여동남이 그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유진우가 아무 말이 없자 그는 이를 악물고 털썩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진우 씨, 제가 이렇게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앞으로 진우 씨는 저희 여씨 가문의 은인이에요. 저희 산업의 3분의 1... 아니, 2분의 1을 사죄의 의미로 진우 씨한테 드릴게요.”그러고는 머리까지 조아렸다.여동남이 이 정도로 자신을 내려놓을 줄은 유진우도 생각지 못했다. 체면을 버리고 머리까지 조아리며 사과하는 걸 보니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다.“윤아의 고양이를 죽인 건 어떻게 할 셈입니까?”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당연히 물어드려야죠! 열 마리든 백 마리든 기꺼이 배상하겠습니다.”여동남이 말했다.“코코는 이미 죽었어요. 아무리 배상해봤자 더는 코코가 아니에요.”옆에 있던 임윤아가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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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네?”여동남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볼을 움켜쥐었다....그 시각 발렌타인 호텔의 어느 한 룸.이청아가 침대에 축 늘어져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으며 의식도 조금 흐릿한 것 같았다.여호준은 그런 그녀 옆에 서서 음흉하게 웃으며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탐냈다.“청아야, 청아. 넌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자야. 몸매면 몸매, 얼굴이면 얼굴, 분위기면 분위기, 어느 것 하나 꿀리는 게 없어. 아주 대박이야! 솔직히 말해서 수많은 여자를 만나봤지만 너처럼 매력적인 여자는 처음이야. 물론 너처럼 예쁜 여자한테는 나같이 훌륭한 남자가 어울리긴 하지. 유진우 그 자식이 뭔데 감히 널 가져? 하지만 괜찮아. 오늘 밤이 지나면 넌 내 여자야.”여호준은 음흉하게 웃으며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벗기다 말고 뭔가 떠올랐는지 휴대 전화를 꺼내 이청아가 누워있는 침대 쪽으로 카메라를 옮긴 후 촬영 버튼을 눌렀다.“이런 아름다운 밤은 당연히 기록해야지. 전에 유진우랑 약속했었어. 너랑 사랑을 나누는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겠다고. 남자라면 약속을 지켜야지.”여호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비겁하고 파렴치한 놈! 오늘 날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감방에 처넣을 거야!”이청아는 이를 꽉 깨물고 힘겹게 욕설을 퍼부었다.“하하... 이 영상이 노출되는 게 두렵지 않다면 나도 상관없어. 너같이 예쁜 여자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깟 감옥살이 몇 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물론 그 정도까지 일을 크게 벌일 필요는 없어. 오늘 밤이 지나고 나랑 결혼한다면 명성도 더럽혀지지 않고 매일 밤 나랑 잠자리 할 수도 있어. 얼마나 좋아?”여호준은 그녀를 반드시 자기 여자로 만들겠다는 기세로 음흉하게 웃었다.“좋긴 개뿔! 내 말 명심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 같은 위선자랑은 절대 결혼 안 해!”이청아가 몸을 일으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몇 번이고 시도해봐도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얼굴도 발그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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