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문이 열리자, 방 안의 모든 조명이 터졌고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순식간에 방 전체를 뒤덮었다.“누구야? 어떤 개자식이 감히 내 일을 망쳐?!”여호준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았으나 사방이 어두워 그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여호준! 당신 죽고 싶어 환장했어?”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왔고, 창밖으로 비치는 한 줄기 달빛을 빌려 여호준은 마침내 그 사람이 누군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유진우다!‘너였구나!’여호준은 표정이 변하더니 재빨리 침대 옆 서랍장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내며 소리쳤다.“개자식! 번번이 내 일을 망친 걸 되갚아주려고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마침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네!”이청아는 허약한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진우! 가... 빨리 가라고! 나 신경 쓰지 마...”유진우를 처음 봤을 때 모든 게 끝났다며 안도감을 느꼈지만, 여호준이 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그녀는 오히려 당황하기 시작했다.“여씨 가문이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 한다며 큰소리칠 때는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나 봐? 어때? 이제 겁나지?”여호준은 총을 들고 싸늘하게 말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 앞에 무릎 꿇어. 안 그러면 내가 쏴 죽일 거야!”유진우의 눈빛은 섬뜩했다.“무릎을 꿇으라고? 당신 같은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지?”“싫다는 거야?”“탕탕!”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쏜 두 발의 총은 유진우의 발 근처에 떨어졌고 여호준은 그를 위협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내 앞에 무릎 꿇는 것뿐만 아니라, 당신이 지켜보는 앞에서 청아를 갖고 놀 거야!”“야... 이 비겁한 자식아!”화가 난 이청아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빨리 뛰었다.약효 때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로 화를 내니 더 매혹적이었다.“맞아, 난 비겁한 인간이야.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저 자식은 나중에 상대하고 일단 우리 한번 놀아볼까?”여호준의 표정은 험악했다.“시원
“이 자식이...”이현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 화를 내려고 고개를 들었으나 그때 유진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젠장! 달리기라도 빨라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오늘 그 자식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도망가봤자 손바닥 안이야. 짐승만도 못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으니 내가 반드시 감옥에 처넣을 거야!”장경화는 이를 갈며 말했다.“맞아요! 절대 이대로 넘어가면 안 돼요!”단소홍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유진우의 비열하고 파렴치한 행동은 이미 철저히 그들의 마지노선을 밟았다.“음...”이때 잠을 자던 이청아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딸! 드디어 깼네?”장경화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괜찮아?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엄마가 왜 여기 있어요?”이청아는 아픈 머리를 문지르며 기억을 더듬었으나 흐릿했다.“네가 위험에 처한 것 같다고 장 비서한테 연락이 와서 미친 듯이 찾으러 다녔어. 우리가 제때 와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네가 유진우 그 짐승 같은 놈한테 당할 뻔했어!”말을 이어가던 장경화는 또 분통을 터뜨렸다.“유진우?”이청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물었다.“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요?”“걱정하지 마. 우리가 이미 내쫓았어.”장경화는 그녀를 위로했다.“맞아! 우리가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그 자식은 반드시 잡힐 거야.”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왜 잡아? 진우가 방금 날 구해줬어!”이청아가 말했다.“뭐라고? 유진우가 널 구했다고?”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듯 서로 눈빛만 주고받았다.“딸, 지금 농담하는 거야? 그 자식이 끔찍한 짓 저지르려고 함부로 대하는 걸 우리가 방금 봤다니까?”장경화는 아예 믿지 않았다.“맞아. 누나가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그 자식이 옷까지 벗겼어!”이현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듯 과장하며 말했다.“유진우가 한 게 맞아요! 저희도 증명할 수 있어요!”단소홍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아니! 절대 아닐 거야! 진우는 그런 사람 아니
동틀 무렵, 여씨 가문의 별장 안.여동남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거실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유난히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어젯밤 여호준이 떠난 후로 지금껏 아무 소식도 못 들었다.전화도 안 되고 연락도 없고, 실종된 것 같다는 생각에 그를 찾으러 경호원을 보냈지만, 아직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 정말 이상하다!“딩동!”현관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여동남은 밖으로 나갔고 문 앞에는 검은색 미니밴이 주차되었다.갑자기 차 문이 열리면서 사람이 담긴 포대자루가 거칠게 던져지더니 차는 곧바로 떠났다.“응?”여동남은 놀란 표정으로 입구에 있는 경호원 두 명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경호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둘러 다가가 포대자루를 열어봤다.시퍼렇게 멍든 얼굴에 상처투성이의 벌거벗은 남자가 보였다.“아빠...”남자는 간신히 눈을 뜨더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호준이?!”여동남은 남자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이내 경악을 금치 못했다.“너... 왜 이렇게 다쳤어?”“그... 유진우가... 그 인간이... 날...”말을 이어가던 여호준은 울부짖으며 목이 메었다.밤에 그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무도 모른다.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여러 번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죽고 싶지만 죽을 수조차도 없는 상황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그도 기억이 안 났고 그저 일분일초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다.“울지 마. 무슨 일 있었는지 천천히 말해봐. 뒷일은 아빠가 알아서 할게!”여동남은 말하면서 경호원을 시켜 여호준을 집안으로 들여보냈다.그래도 에피네프린 주사를 맞은 덕분에 몸은 상처투성이지만 의식은 또렷했고, 여동남의 질문에 그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세하게 얘기했다.물론 자기한테 불리한 이야기는 쏙 빼놓았다.“유진우, 이 빌어먹을 개자식! 감히 너한테 그런 짓을 했다고?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그의 말을 듣고 난 여동남은 화가 나서 테이블을 내리쳤고 여호준이 당한 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두피가 저릴 지경이었다.“아빠!
지금 이 순간 여동남은 누구보다도 당황하고 무서웠다.눈앞에 보이는 볼품없는 노인이 전설의 인간 도살자인 줄은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곳까지 오신 거지?’그때 정신을 차린 여호준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대뜸 화를 냈다.“감히 날 때려? 당신들은 오늘 내 손에 죽을 거예요! 여봐라, 저 인간들 싹 다 처리해!”여동남이 고함을 지르며 그를 말렸다.“그만!”이내 ‘털썩’ 하고 한복 입은 어르신을 향해 무릎을 꿇었고 겁에 질린 채 입을 열었다.“어르신! 저희의 어떤 무례한 행동이 심기를 상하게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번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아빠! 미쳤어요? 왜 저 인간한테 무릎 꿇어요?”여호준은 승산이 있는 싸움인데 갑자기 무릎 꿇고 사과하는 여동남이 이해되지 않았다.“네가 뭘 알아! 이분들은 우리가 건드릴 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얼른 너도 무릎 꿇어!”여동남은 눈치 주며 말했으나 여호준은 무서운 줄 몰랐다.“싫어요! 못 건드릴 게 뭐 있어요? 저쪽은 세 명밖에 없고 우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이 정도면 누워서 떡 먹기죠!”“야... 너... 이 빌어먹을 자식아!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기는 해? 눈앞의 이분은, 그 유명한 인간 도살자란 말이야!”여동남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살이고 뭐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으니까 저 인간들은 오늘 내 손에 죽을 거예요!”여호준은 여전히 건방졌다.“하하하...”그의 말에 한복 입은 어르신은 웃음을 터뜨렸다.“참 재밌네요. 이대로 죽이기 아까울 정도로.”“날 죽인다고요? 고작 당신 같은 인간들이? 참 주제도 모르고 덤비시네요.”여호준은 사악하게 웃었다.하룻밤의 고문 끝에 그의 마음은 이미 심하게 뒤틀려졌고 격하게 분풀이할 상대가 필요했다!“망했다... 이제 다 끝났어...”여동남은 잿빛이 된 얼굴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여호준을 바라보며 멍청한 자식을 낳은 자신을 원망했다.“인원수가 많다고 느끼는 거죠?
“네?”여동남은 온몸이 굳어지며 울상을 지었다.“어르신! 저희는 정말 어르신한테 원한 맺은 적도 없고 너무 억울합니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원한 없는 게 사실이지만, 당신들은 우리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이대로 용서할 수는 없어요.”“아니...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저희가 어떻게 감히 유씨 가문의 도련님을 건드릴 수가 있겠습니까!”말을 이어 가던 여동남은 순간 멈칫했다.“유씨 가문? 유진우? 설마... 유진우가 도련님...?”“맞아요. 정답! 저희 가문 큰 도련님이에요. 유장혁.”어르신은 인자하게 웃었다.“유... 유장혁?! 말로만 듣던 그 천재?!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여동남의 얼굴은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당장이라도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그가 조사한 바로는 정말 별 볼 것 없는 사람이었고, 조씨 가문의 지원으로 먹고사는 인간이었는데 유씨 가문의 천재 도련님이라니 정말 믿을 수 없었다!모두가 알다시피 유장혁은 망국 전쟁을 일으킬 뻔한 존재였고 10년 전부터 전설적인 악마라고 불리던 사람이다!여동남은 이제야 그들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건드린 사람은 유장혁이었다...“이제 선택해요. 당신이 죽을지 아니면 아들이 죽을지?”한복 입은 어르신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그 웃음은 여씨 부자의 눈에 악마처럼 비쳤다.“아빠!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죽으면 안 돼요! 아직 젊고 앞으로 살날도 많은데,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여호준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고 어느새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다.여동남은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보아하니, 내가 호준이를 위해 이 목숨을 바쳐야겠네...’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려던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칼이 들어와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억...”여동남은 얼어붙은 채 자기 가슴을 관통한 날카로운 칼을 보았고, 고개를 돌리자 광기 어린 얼굴의 여호준을 볼 수 있었다.그는 충격을 금치 못했
오전, 공항.강천호와 강향란 두 사람은 레스나이스 앞에 서서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빠,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오빠는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죠?”강향란은 불안한 듯 주위를 살폈고 어딘가 조급해 보였다.“비행기 연착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강천호는 침착하게 말했다.어젯밤, 강천호는 갑자기 아들로부터 세관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전화를 받았고 이것은 강씨 가문의 가장 큰 비장의 카드가 될 것이다.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젊은 남녀가 입구에서 걸어 나왔다.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우아한 자태까지 더해지자 마치 한 자루의 검처럼 위엄있어 보였고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옆에 있는 빨간 옷차림의 여자도 예사롭지 않았다.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와 고상한 분위기에 더불어 강한 기운까지 뿜어져 나왔다.“아빠! 오빠 나왔어요!”강향란은 눈이 반짝 빛났고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드디어 손꼽아 기다렸던 오빠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준혁아, 드디어 돌아왔구나!”강천호는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아빠, 오래 기다리셨어요...”강준혁은 싱긋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를 옆으로 당겼다.“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이분은 제 약혼자 선우현정이에요.”“선우현정?”깜짝 놀란 강천호는 머뭇거리며 물었다.“그럼... 선우 가문의 셋째 아가씨?”“맞아요.”강준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버님, 안녕하세요.”선우현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그래... 선우 가문의 아가씨답게 타고난 미인이네. 참 우아하고 이쁘구나!”강천호는 아들이 선우 가문의 아가씨와 만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행복한 듯 미소를 지었다.서울에는 다섯 개의 명문 가문 외에 “탑 쓰리” 도 있었다. 선우 가문은 그중의 하나였고 명문 가문을 뛰어넘는 최고의 귀족 가문이었다!선우 가문의 사위가 된다면 승승장구하며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다!차에 오르자, 강준혁은 마침내 입을 열었
그렇다면 선천 무사는 내적인 힘을 밖으로 밀어내 사람을 눈에 보이지 않게 죽일 수 있다!하나는 하늘, 하나는 땅, 둘은 차원이 다르다.아무리 뛰어난 인재들이 숨어있는 서울이라 할지라도 손꼽을 정도의 능력이었다.‘어쩐지 선우 가문에서 준혁이를 마음에 들어 하더라니. 이런 잠재력과 천부적인 재능을 어느 가문이 부러워하지 않겠는가?’“아빠, 선천 무사가 대단한 거예요? 유진우를 상대할 만큼?”강향란은 머뭇거리며 떠보듯이 물었다.“손가락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지!”강천호는 의기양양하며 말했다.“너무 잘됐다! 오빠가 이번 기회에 그 자식 혼내줘!”강향란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유진우는 개미 죽이듯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일단 지금은 밥부터 먹자!”“네, 일단 집으로 돌아가요...”...그시각 평안 의원.유진우는 갑자기 조아영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형부, 회사 지금 큰일 났어요. 얼른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큰일? 무슨 일이요?”유진우는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회사에 와서 비연단 주식을 사고 싶다고 난리피우고 있어요.”“그래요? 언니는요? 언니가 결정해도 되는 일 같은데요?”“언니 어젯밤에 서울 가서 지금 못 와요. 형부가 결정하면 된다고 해서 이렇게 연락드렸어요.”조아영이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유진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뒤 운전해 조신 의약으로 갔다.20분 후.유진우가 회의실에 들어섰을 땐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왼쪽에는 진서현, 조준서, 조아영, 황 선생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는 청년이 앉아있었다.“진우 씨, 이쪽으로 앉으세요.”조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며 그를 맞이했고 다른 사람들은 무덤덤한 표정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무슨 일이죠?”유진우는 주위를 살피고선 의아한 듯 물었다.“안 그래도 말하려던 참이었는데...”진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 딸이 당
“뭐죠? 손이라도 쓸 계획인가 봐요?”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경호원을 보며 유진우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말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법을 쓰다니, 유진우도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 재수 없는 자식!”조준서는 기세가 등등했다.첫 만남 때부터 굴욕을 당했던 그는 늘 유진우가 눈에 거슬렸고, 조선미만 없었더라면 이미 진작에 복수했을 것이다.그는 조선미가 없는 지금이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야! 조준서! 적당히 해!”조아영도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주식을 팔든 안 팔든 그건 진우 씨 마음이잖아. 너 계속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조아영! 네가 끼어들 일 아니니까 얌전히 있어!”조준서는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너...”화를 내려던 찰나 진서현이 그녀를 말렸다.“진우 씨, 전 상황 파악을 잘하는 사람이 진짜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많은 주식을 혼자 감당하지도 못할 텐데 양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진서현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능력과 신분에 어울리지 않은 걸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요!”“아주머니 지금 협박하시는 건가요?”유진우는 무덤덤하게 물었다.“충고 한마디만 더 할게요. 사람은 자기 주제를 잘 알아야 해요. 내 딸이 당신을 감싸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런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진서현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선미 씨가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만,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누구에게도 의존한 적 없습니다.”유진우는 싸늘하게 말했다.“비연단에 관련해서 말 똑바로 하세요. 처방전도 제가 제공했고 처음 개발 성공한 사람도 저예요. 비록 주식 지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그렇다고 당신들이 함부로 다룰만한 건 아니에요.”“건방진 것!”그의 말에 진서현은 순식간에 화가 났다.“유진우 씨! 충고하는데 욕심 그만 부려요!
조이준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미지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로 땅에서 오령정을 줍고 있었다.이것들은 천금 같은 보물이어서 팔든 직접 사용하든 모두 좋은 선택이었다.“오령정? 이게 모두 오령정이라고?”“어서 와. 빨리 주워.”이 순간 많은 사람이 땅 위에 널려 있는 검은 결정체의 정체를 알고 하나둘씩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더라도 모두가 빼앗는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쟁탈 대열에 합류했다.“이 오령정은 내가 먼저 본 거야, 이리 내놔.”“헛소리 집어치워, 지금은 내 손에 있으니 바로 내 것이야. 인정하기 싫으면 한판 붙던가.”“제기랄, 누가 감히 나한테서 뺏어간다면 다 죽을 줄 알아.”이익이 있는 곳에는 항상 싸움이 따르기 마련이다.오령정의 가치를 알게 된 후 각 세력은 미친 듯이 경쟁하기 시작했으며 실력이 강한 사람은 몇 개를 더 얻을 수 있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은 남은 찌꺼기만 조금 주워가며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을 유감없이 정교하게 보여주었다.만약 양측의 실력이 모두 강하고 아무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면 큰 싸움으로 승패를 나누었고 불과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바로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화롭던 곳에서 이미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네.”사방에서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것을 본 이청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겨우 몇 조각의 오령정으로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다니, 만약 이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이 나온다면 또 어떤 장면일까?“이봐요,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을 내놔요. 아니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세요.”그때 갑자기 두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청성이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에 시선을 고정하며 앞뒤로 그녀를 에워싸면서 말했다.“어디서 감히 아가씨를 협박해! 너희들 다 뒤지고 싶어?”상황을 목격한 이청성 주변에 있던 근위병들은 바로 칼을 빼 들며 말했다.그들은 모두 반은 종사급 고수들이니 무림인들의 세계 부하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
갑작스러운 폭발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에너지파가 휩쓸면서 적지 않은 무사들이 사방으로 날려 아수라장이 되었다.다행히 서지석과 제자들이 빨리 달린 탓에 피해를 면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더라면 그들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모든 먼지가 다 떨어질 때쯤 다들 시선을 집중하고 보니 마을 이장의 집은 이미 평지로 변해 있었고 사방의 무너진 담벼락에 의해 온 땅이 어질러져 있었다.허공에 매달렸던 바람은 나무와 함께 완전히 사라졌고 곤룡띠만 덩그러니 땅에 떨어져 있었으며 그 외에도 땅에는 정체 모를 검은 결정체들이 마치 조약돌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유진우는 분명히 바람의 몸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물건이라고 확신했다.결정체에서 나오는 피비린내는 아마도 혈액에 의해 녹아서 나는 냄새일 것이고 정상인의 피는 액체 상태이지만 바람이 죽기 전의 피는 고체 상태로 결정체가 되어버렸으니 확실히 이상한 점들이 있어 보였다.유진우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식견이 넓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바람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그의 인식을 뛰어넘었다.처음에는 이유 없이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그 뒤로 신체 소질이 갑자기 배로 강해져 고통과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마리의 미친 짐승과도 같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몸에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날카로운 이빨, 칼날 같은 손톱, 갑자기 몸에 생겨난 검은 비늘은 칼로도 베기 힘들 정도였고 총적으로 바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보였으며 현재 땅에 널려진 검은색 고체 상태의 결정체들만으로도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도대체 무엇이 바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도 바람은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는데 왜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인지.혹시 그가 뭐라도 빠뜨린 것이라도 있었는지.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하였고 비록 무슨 원인인지 모르지만 바람이 짐승처럼 변한 것은 분명 그 괴상한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안타깝게도 바람은 이미 죽었으니 더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조이준은 몇 번이고 거절당한 유진우한테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생사를 가를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고 더는 조르지도 않았다.“당신들은 여기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서 서지석 씨를 도와줘요.”유진우는 머리를 돌려 가만히 서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을 보고 말했다.그때 서지석은 한창 미쳐 발광하는 바람과 싸우고 또 싸우고 있었다.다만 기력이 소모됨에 따라 서지석은 속도와 힘이 현저히 느려지고 있었고 반면, 바람은 여전히 힘이 넘쳤고 지칠 줄을 몰랐다.이대로라면 서지석은 얼마 못 버티고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빨리 대선배를 도우러 가요.”금도문의 몇 명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곧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돌진하려 했다.“잠깐만요, 이걸 가지고 가요.”그때 이청성은 갑자기 금빛 밧줄을 꺼내며 금도문 제자에게 던져주었다.이 금색 밧줄은 매우 단단했고 표면에 은은한 빛이 돌고 있어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뭐죠?”금색 밧줄을 본 조이준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며 물었다.“이것은 말로만 듣던 곤룡띠가 아니에요?”“조 선배님 눈썰미가 참 대단하시네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뭐라고요? 곤룡띠라고요?”곤룡띠에 대해 들은 적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은 그 가치를 알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곤룡띠는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유명한 보물로 매우 보기 드문 물건이었고 어떠한 칼로도 상처를 내기 힘들고 물과 불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매우 단단하고 질긴 것으로 설령 무도 종사를 묶어 두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곤룡띠는 너무 희귀해서 무림인들의 세계에서도 가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게다가 가진 자는 모두 최고의 대문 파인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 이런 보물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 여인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그만 쳐다보고 빨리 서지석 씨를 도우러 가요.”이청성은 재촉하며 말했다.“네, 그래야죠.”금도문 제자들은 잠깐 꿈에서 깨어난 듯 그제야 정신을
툭!손이현의 머리가 그대로 땅에 떨어져 마치 공처럼 몇 바퀴 굴러다니더니 마침 몇몇 금도문 제자들의 발밑에서 멈추었다.이 상황에 충격을 받은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서 있었다.손이현은 죽기 전까지도 자신이 미쳐 날뛰는 바람의 손에 죽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서 있던 유진우에게 목이 잘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손이현은 도명창으로 명성이 자자했고 총잡이 원호를 사부로 모시고 있었으며 배경이 좋아 앞길도 창창하였고 죽음의 사막으로 온 이유는 보물을 찾아 내공을 높여 온 천하에 이름을 날리려는 목적이었다.자신은 분명 주인공이 될 운명이었고 여태까지 운수가 좋았으며 이번에도 제일 먼저 보물을 찾아 사람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고 작은 마을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목숨이 끊어질 줄이야.아니야, 내가 원한 건 이런 것이 아니었어!손이현은 마음속으로 울부짖었지만 결국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고 그의 휘황찬란한 인생은 마치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그는 어려서부터 타고난 재능이 남달랐고 또 뜻밖의 인연이 끊기지 않아 무슨 일을 하든지 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았다.사부님 원호의 말대로라면 그의 무도 재능은 미래의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온 천하가 존경하는 최고의 강자로 되였을 것이다.그렇게 아름다운 꿈이었고 그리워했던 일이었었는데 이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되어 버렸다.‘알고 보니 나는 주역이 아니었고 천명이 아니었으며 결국 나도 이렇게 죽는구나.’후회의 외침 속에서 손이현의 의식은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이게 뭐야?”땅에 떨어진 손이현의 머리를 마주한 몇몇 금도문의 제자들은 너무 놀라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바로 전에 그들이 가까스로 위험에서 구해낸 손이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시체가 분리된 상태로 눈앞에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어떻게 된 거지?몇몇 사람이 경악하며 뒤를 돌아보니 유진우의 손에 든
“너... 이놈!”손이현이 막 맞서려고 할 때 앞에서 갑자기 짐승 같은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눈여겨보니 바람은 이미 사납게 덮쳐오고 있었고 손발을 함께 사용하여 빠르게 달리며 매번 땅을 디딜 때마다 손톱이 땅에 맞닿으며 몇 줄의 깊은 흔적까지 남겼고 그 날카로운 정도가 강철 칼날에 불과했다.“거기 누구 없어? 빨리 날 구해줘! 이 괴물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손이현은 안색이 크게 어두워지며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랐다.“야, 이 제기랄. 빨리 손을 쓰지 않고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손이현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흉악한 얼굴로 유진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유진우는 꿈쩍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진우 씨, 지금은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요. 손이현이 죽으면 안 돼요.”옆에 있던 서지석이 급해하며 말했다.“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유진우는 여전히 움직이지도 않았다.“됐어요, 됐어요. 보아하니 제가 손을 쓸 수밖에 없겠네요.”유진우가 너무 고집을 부리자 서지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칼을 뽑아 들고 직접 손이현을 구하러 나섰다.하지만 실력이 자신보다 더 막강한 손이현도 바람을 굴복시킬 힘이 없는데 자신이 대신하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팍!바람은 피비린내에 이끌려 다시 손이현에게 달려들었다.“죽이지 마, 날 죽이지 마.”손이현은 너무 놀라 바짓가랑이는 이미 다 젖어 있었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버젓한 도명창마저 놀라 바지에 오줌을 쌀 지경이라니.“망할 놈, 그렇게 날뛰더니!”손이현이 갈기갈기 찢겨 부스러기가 될 뻔할 때 서지석이 그의 앞을 가로막아주며 바람과 혈투를 시작했다.바람의 신체가 더 크게 강화되어 그 상태에서 정면으로 맞서게 되면 서지석은 더는 상대하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바람은 이미 공격에 아무런 준비가 없이 이성을 잃었고 진기도 사용할 줄 몰랐기에 서지석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서지석은 민첩한 몸놀림과 함께 손에 쥔 보검으로 바람을 간신히 견제했다.그
“으르렁!”바람은 깊고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입에서는 알 수 없는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왜곡된 얼굴, 송곳니로 가득한 입, 그리고 사나운 표정은 마치 악마의 형상처럼 끔찍하게 변해 있었다.그와 눈이 마주친 손이현은 놀란 나머지 온몸을 움찔했다.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려버렸다.“야! 저기 누구! 어딜 가는 거야! 제발 나 좀 구해줘!”유진우가 등을 돌리고 가는 모습에 손이현은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해져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바람의 광기를 직접 목격한 손이현은 싸움의 의지를 잃었다. 그의 눈에 비친 바람의 존재는 이제 그저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다.“콧대가 높으시잖아요? 내가 못된 마음을 품었다고 했죠? 그럼 저도 이제는 신경 끌 게요. 그쪽이 알아서 하세요.”유진우는 차갑게 말했다.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은 자에게 더 이상 신경 쓸 가치를 느끼지 않았다. 손이현이 죽든 말든 그것은 유진우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멈춰! 당장 멈춰! 내가 명령한다! 이 미친놈을 빨리 쫓아내!”손이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소리쳤다.하지만 유진우는 그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 듯 아무런 반응도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야! 내가 누군 줄 알아? 난 도명창 손이현이야! 내 사부님은 서남 지방 5대 강자 중 하나인 원호야! 오늘 네가 내 목숨을 구하지 않으면 사부님은 절대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손이현은 죽을힘을 다해 소리쳤다. 협박이라도 할 셈이었다.서남 지방에서 원호라는 이름은 듣기만 해도 다들 숨을 죽이기 마련이었다.“뭐? 원호? 그 사람은 서남 지방에서 실력이 상위 3위 안에 드는 존재잖아!”“손이현의 스승이 원호라니! 그가 왜 그렇게 유명했는지 이제 알겠네.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겠지.”“원호는 성격이 포악하고 자기를 아끼는 사람에게는 무자비하다고 들었어. 만약 손이현이 죽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이 속속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원호의 명성은 사막의 교룡보다도 더 위세를
“응?”손이현이 뒤를 돌아보자 한 줄기 차가운 빛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속도는 엄청나게 빨랐고 그와 함께 피의 비린내가 짙게 맴돌았다.공격을 가한 자는 다름 아닌 바람이었다!나무에 박혀 몸을 움찔거리던 바람은 결국 두 손으로 창대를 붙잡고 비틀어 간신히 반 미터 정도 앞으로 몸을 끌어당겼다.그는 손이현에게 다가가며 그 날카로운 손톱을 펼쳐 내리치려 했다.그의 손톱은 마치 날 선 강철처럼 그 자체로도 무지하게 치명적이었다.“고작 이런 기술로 나를 공격하겠다고?”손이현은 갑작스레 다가오는 공격에 콧방귀를 끼며 팔을 휘둘렀다.“펑!”폭발적인 소리가 울렸다.손이현의 진기가 바람의 손톱에 의해 가볍게 찢어졌다. 손목마저 그대로 잘려 나가서 뜨거운 피가 튀며 바닥에 떨어졌다.현장은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다.“아악!”손이현은 떨어진 손목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가 곧이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그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바람의 손톱이 이렇게 날카롭고 강력할 줄을 말이다.한순간에 자신의 진기를 뚫고 손목을 자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내 손! 내 손!”손이현은 잘린 손을 붙잡고 고통과 당혹감에 휩싸여 있었다.그는 바람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으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펼쳐졌다. 바람은 그의 손목을 마치 두부를 베어내듯 손쉽게 잘라버렸다.갑작스레 다가온 공격에 손이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으르렁!”바람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손톱을 휘둘러 창대를 부러뜨리고 속박에서 벗어났다.그리고 다시 포효하며 손이현을 향해 달려들었다.“안 돼... 가까이 오지 마!”손이현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바람의 손톱에 이미 트라우마가 생긴 듯했다.잘린 손목은 아픈 데다 창은 나무에 고정되어 있어 바람을 제대로 막아낼 수도 없었다.그는 그저 극심한 통증 속에서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바람을 죽여버려야 했다.바람은 폭주해서 고통을 느끼지 못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너무 공포 그 자체였다.
바람은 그로 인해 계속 후퇴하며 포효했다.그는 이미 폭주한 상태였고 진기라는 보호막조차 거두어낸 채 오직 육체만으로 모든 것을 견디고 있었다.그리하여 손이현의 날카로운 창끝이 바람을 찔러대며 그의 온몸을 갈기갈기 베어가자 그의 피는 마치 폭포처럼 쏟아졌다.모두가 바람이 이번엔 쓰러질 거라 생각했을 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바람은 고통을 모르는 듯 자신에게 난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또다시 미친 듯이 손이현에게 달려들었다.가장 두려운 점은 그의 상처가 눈에 띄게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었다.그의 회복력은 그 자체로 공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놀라웠다.“흥! 죽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하는군! 한 방에 너를 끝장내겠다!”바람이 다시 달려들었으나 손이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긴 창을 한 손에 쥐고 떨자 은색 빛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주위를 밝게 밝혔다.“이 창이 세상을 놀라게 하리!”손이현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창을 뒤로 당기곤 그것을 무자비하게 앞으로 내질렀다.윙!웅장한 소리가 들렸다.그 순간, 창끝에서 은빛의 기운이 폭발하듯 터지며 마치 하늘을 가르는 용처럼 바람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일격은 너무나 빠르고 강력하여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와, 정말 멋진 창법이야! 기세가 정말 무서워!”“이게 바로 도명창의 실력인가? 역시 대단해!”“이 창 한 방이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바람은 이제 끝장났다고 봐야지!”사람들은 손이현이 내뿜은 은빛용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경외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그들은 손이현의 이름을 익히 들어왔지만 그가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이번에야 비로소 도명창 손이현의 위력을 깊이 체감하게 된 것이다.“으르렁!”손정의 공격을 마주한 바람은 여전히 피하지 않고 그대로 정면으로 돌진했다.“펑!”폭발적인 소리가 울려 퍼지며 손이현의 은빛 창이 바람의 배를 뚫고 들어갔다.창끝이 그의 배를 관통하고 몸을 뚫고 지나가며 온몸을 꿰뚫었다.하지만 기이하게도 창끝에 묻은 피는
“큰일이에요! 금실망이 곧 터질 거 같아요!”그때, 누군가가 외쳤다.모두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금실망에 갇힌 바람은 거대한 존재로 변해 가는 것처럼 보였다.그의 온몸은 검은 문양에 휩싸이게 되었다.그의 이빨은 날카로운 송곳처럼 치솟았고 손톱은 뾰족하게 변했다. 그의 눈은 붉은빛에서 칠흑처럼 깊고 검은색으로 변했으며 입에서는 짐승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그르렁! 으르렁! 크아악!”바람의 포효는 점점 더 커져갔고 그 표정 또한 야수처럼 흉측하게 일그러졌다.그의 등은 천천히 부풀어 올랐으며 팽팽하게 펴진 금실망을 한 줄, 한 줄씩 찢어 나갔다.“으르렁!”바람은 또 한 번 포효했다.그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금실망을 움켜잡고 힘껏 찢었다.“쾅!”튼튼한 금실망이 그대로 두 동강 나며, 거대한 틈이 벌어졌다.금실망을 잡고 있던 청년들은 그 힘에 순간적으로 밀려나며 바닥에 쓰러졌다.“큰일 났다! 이 미친놈이 나왔어!”“빨리! 빨리 그를 막을 방법을 찾아!”그들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급한 대로 줄을 꺼내 바람을 다시 묶으려 했다.“으르렁!”바람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그의 근육질 몸체를 한 번 더 흔들어 강력한 힘을 발산했다.그러자 거대한 밧줄들이 순식간에 부러지며 바람을 막을 힘이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막을 수 없어! 모두 도망쳐!”마을의 청년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두려움에 빠진 채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바람이 방금 전 마을 사람들을 처참히 무찌르던 그 장면이 눈앞에 떠올라 다시 그에게 다가가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이 괴물 같은 존재를 상대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쓸모없는 놈들! 내가 나서마!”그때 갑자기 청색 의복을 입은 한 남자가 군중 속에서 솟구쳐 나와 바람 앞을 가로막았다.긴 창을 든 그 남자는 바람 앞에 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내뿜는 기세는 마치 고요한 폭풍처럼 강렬했다.“봐! 손이현이야!”“손이현? 서남 지역에서 명성을 떨친 도명창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