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가 정말 그를 때릴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아무리 대담하다 해도 감히 현무문의 사람을 때리다니?!“유진우 씨! 당신 미쳤어요? 지금 전 오너의 아들을 때린 거예요?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진서현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고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전세권을 때렸다는 건 현무문과 맞서 싸울 거라고 선전포고하는 셈이었다!“야! 우린 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도련님이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조준서는 소리치며 호소했다. 그는 유진우가 재수 없기를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행여나 자신도 이 일에 연루될까 봐 조마조마했다.“진우 씨! 이번에는 정말 큰일 난 것 같아요!”조아영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현무문은 조씨 가문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쓰레기 같은 인간을 때렸다고 큰일 나지는 않아요.”유진우는 태연하게 말했다.“정말... 미쳤어요?”진서현은 눈살을 찌푸렸다.그 시각 꽃병에 꽂혔던 전세권은 간신히 머리를 빼냈고 이전의 우아한 모습과는 달리 빨갛게 부은 얼굴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네가 감히 날 때려?!”전세권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유진우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여태껏 그는 사람을 때리는 입장이었고, 감히 그를 때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때렸어요. 그래서 뭐요? 현무문을 믿고 위세를 떨치는 모습이 눈꼴 사나웠는데, 설마 당신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예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유진우는 싸늘하게 말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전세권은 주먹을 움켜쥐고 유진우를 향해 돌격했다.아까는 방심해서 한 방을 맞았으니, 이번에는 결코 지지 않으리라 모든 준비를 마쳤다!“풉...”유진우는 가소로운 듯 비웃더니 단번에 그의 주먹을 막아냈고 곧이어 그의 배를 가격했다.“억!”전세권은 배를 움켜 안은 채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 떠오르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몸은 새우처럼 구부러졌다.“진우 씨! 제발 그
100억으로 50%의 주식을 사는 건 강탈이나 다름없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지만, 현무문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아 유진우를 희생시켰다.아무런 대가를 치를 필요 없이 현무문에 잘 보일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다만 그들은 유진우가 이렇게 강한 사람인 줄 몰랐고 주식 지분을 넘겨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리기까지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런 상황에 하필 조선미가 돌아와서 적극적으로 그의 편을 들어주고 있으니, 일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조선미 씨, 지금 당장 저 자식의 손발을 부러뜨리지 않으면 앞으로 조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은 없을 겁니다!”전세권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험악했다.“도련님,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조선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현무문의 세력이 대단한 건 맞지만, 조씨 일가는 당신들이 제멋대로 다뤄도 되는 호구가 아닙니다.”“왜죠? 고작 저 자식 때문에 지금 현무문이랑 맞서 싸우겠다는 거예요?”전세권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유진우 씨는 조씨 가문의 귀한 손님이기에 저희가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현무문에서 정말로 이 일이 마음에 걸린다면 일단 저부터 짓밟으시죠!”조선미는 강력하게 대응했다.“그래요! 좋아요! 당신이 사리 분별없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네요!”전세권은 도전장을 내던지며 싸늘하게 말했다.“아버지께서 당신들이 저희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규칙에 따라 링에서 해결하자고 말씀하셨어요! 당신이 이기면 앞으로 현무문은 이 일을 절대 언급하지 않을 것이고, 지면 예정대로 비연단의 주식을 넘겨주세요! 마지막 기회인데 어때요?”전세권은 자신감이 넘치는 듯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무서울 게 없으니, 도전장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장소는 현무문이 정하세요.”조선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오늘 저녁 여덟 시, 전씨 무관에서 단판을 짓자고요!”싸늘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전세권은 자리를 떴다.“조선미! 저런 하찮은 인간 때문에 현무문을 도발한다는
도랑코 영감이 나타난 후.회의실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일면식이 있든 없든 노스 레그스 왕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모두 경외의 표정을 지었다.도랑코 영감은 언더 랭킹 리스트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고수였고 보통 사람들은 평생 만나기 힘든 존재였다.“네가 노스 레그스 왕을 모셔올 줄은 몰랐네!”진서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서울에 다녀온다고만 했었는데 언더 랭킹 고수를 데려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것이다.노스 레그스 왕은 성격이 오만해서 쉽게 나서지 않는데 이번에 강능으로 왔다는 것은 많이 쏟아부은 것이 분명했다.“요즘 비연단을 탐내는 세력이 꽤 많아서 사전 준비를 했어요. 이번 기회에 고산진호 하려고요.”조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는 현무문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면서 미리 준비를 해왔었다.“링에서 싸우려면 최소 세 명은 필요한데 노스 레그스 왕 한 명으로는 부족하잖아.”조준서가 적절한 타이밍에 찬물을 뿌렸다.노스 레그스 왕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많은 사람과 싸울 수는 없는 것이다.“사람이 부족하면 저도 할게요.”유진우가 자진해서 나섰다.사람을 때리는 일이기에 수수방관할 필요가 없었다.“너? 네가 뭔데? 무슨 재주로 조씨 가문을 대표하겠다는 거야?”조준서는 경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럼 조준서 씨가 나갈 거예요?”유진우가 비웃었다.“나는...”조준서는 말문이 막혀 잠시 동안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이번 일은 아주 중요해요. 의사 선생님은 가만히 계시는 게 좋겠어요.”진서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내 생각에는 황 선생님과 유강 씨가 좋겠어. 그 두 분과 노스 레그스 왕이 함께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구나.”“진우 씨, 당신이 전세권을 때려서 그쪽에서 특별히 진우 씨를 겨냥할 수 있으니 이번에는 나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조선미가 위로했다.유진우가 실력이 있는 건 알지만 현무문도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기 때문에 유진우를 링 위에서 모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선미
50%도 안 되는 힘으로 피까지 토했는데 전력을 다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언더 랭킹 10위 안에 드는 고수들은 모두 이처럼 무서운 존재인가?“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오늘 눈을 떴습니다.”조준서는 놀라더니 곧바로 환하게 웃으며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노스 레그스 왕처럼 강한 사람과 친구하면 앞으로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황 선생님 괜찮으세요?”조선미는 미간을 찌푸렸다.시작하기 전부터 같은 편 사람을 다치게 하는 노스 레그스 왕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괜찮아요.”흰 눈썹 영감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도랑코 영감을 향해 말했다.“대단하십니다. 진심으로 탄복합니다.”“흠! 그래도 자지지명은 있네.”도랑코 영감의 표정은 그야말로 안하무인이었다.“자, 모두들 돌아가서 준비하세요. 오늘 밤의 경기에서는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조선미의 말이 끝나자 모두 곧바로 헤어졌다....저녁 7시 전씨 무관.현무문의 의도적인 홍보로 인해 무관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무술을 좋아하거나 수련하는 사람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링 위에는 이미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겨루고 있었다.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유진우와 조아영은 일찍부터 입장해서 객석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어머... 유진우 씨는 여기 무슨 일이야?”유진우가 낯익은 소리에 머리를 돌려보니 단소홍과 젊은 남녀 몇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당신도 오는데 나도 못 올 거 없지 않나?”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소홍아, 이 사람은 누구야?”단소홍 옆에 있던 근육질 남자가 물었다.“오빠, 이 사람은 전 사촌 형부에요. 능력이 없어서 사촌 언니한테 차였어요.”단소홍은 일부러 비꼬아서 말했다.“아 그래?”오민수는 위아래로 유진우를 살피더니 말했다.“팔다리도 가늘고 계집애처럼 생겼으니 여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지.”“내가 계집애면, 넌 침팬지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침팬지?”사람들은 어리둥절
겁도 없이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보며 유진우는 할 말이 없었다.어디서 온 환자들이지?모두 약을 제때 챙겨 먹지 않았나 봐, 쉬지 않고 짖어대고 있으니.“야! 그만해!”옆에 앉아있던 조아영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어머! 여기 예쁜 아가씨도 있었네?”오민수의 눈이 반짝거렸다.젠장, 이 몸매, 이 얼굴, 특급이야!“예쁜 아가씨, 이런 겁쟁이 남자 친구는 그냥 빨리 차버려요. 위험하면 아가씨보다 먼저 도망갈 거예요.”오민수가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맞아요! 남자 친구를 찾으려면 우리 형님 같은 사람을 찾아야 안전감이 있어요!”똘마니들이 맞장구를 쳤다.“흠! 까무잡잡하고 못생긴 남자를 어느 여자가 좋아하겠어?”조아영은 경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무슨 소리하는 거야? 말조심해!”“젠장! 네가 여자만 아니었으면 맞았을 줄 알아!”조아영의 말을 듣자마자 여러 똘마니들이 즉시 분노했다.“됐어. 미녀한테 그러지 마. 남자로서 품위를 지켜야지.”오민수가 똘마니들을 제지시키며 아주 도량이 넓은 척을 했다.미녀 앞에서는 이성을 잃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유진우 씨,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더니 이 정도 밖에 안 되네. 약자는 괴롭히고 강자는 두려워하고 여자 뒤에 숨기만 하고. 그러니까 언니한테 차였지!”단소홍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젓더니,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오민수의 도발에도 감히 대항 못하는 남자가 얼마나 출세를 할 수 있을까?“할 말 다 했어? 다 했으면 이제 꺼져, 파리처럼 계속 윙윙대며 사람을 귀찮게 하지 말고.”유진우는 시끄럽다는 듯 귀를 팠다.“당신...”단소홍은 이를 악물고 얼굴이 붉어지더니 오민수에게 시선을 돌리며 애교를 부렸다.“오빠, 저 자식이 하는 말 들었어요? 나더러 파리래요. 오빠가 혼내줘요.”“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안 그러면 좋은 꼴 못 볼 거니까!”오민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까부터 유진우가 거슬렸지만 손봐줄 기회가 없었는데 지금 단소홍을 말미로
한참 지나서 오민수가 정신을 차렸다.얼굴이 바닥에 부딪힌 탓에 앞니 하나가 부러졌는데 처참해 보였다.“방금 무슨 일이야?”오민수는 머리를 흔들며 혼란스러워했다. 분명히 멋짐을 뽐내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기절했지?“오빠, 저 자식한테 맞고 기절했어요.”단소홍이 괴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오민수가 유진우를 혼내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토록 쉽게 쓰러질 줄을 몰랐다.“기절했다고?”오민수는 놀라 하며 뜨거워지는 얼굴을 만지며 변명했다.“젠장! 방금 발을 헛딛는 바람에 저 자식이 손쓸 기회를 잡은 거야.”똘마니들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맞아요. 형님의 실력이면 당연히 쉽게 이기죠. 실수가 있었기에 저 자식이 기습공격에 성공한 거죠.”“맞아요! 형님이 실수하는 바람에 당한 거예요.”오민수의 실력을 그들은 알고 있다.10년 이상의 전문 킥복싱 훈련을 받았고 챔피언의 타이틀도 획득했다.오민수가 실력이 있는 건 틀림없기에 실수가 아니었다면 방금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믿었다.“졌으면 졌지. 무슨 핑계를 대? 당신은 절대 유진우 씨 상대가 안 돼.”조아영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녀는 패배했으면서 인정하지 않고 핑계만 찾는 뻔뻔한 사람은 처음 봤다.“하하! 그건 아니죠.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건데 저 친구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다시 한번 겨뤄보면 되겠네요.”오민수가 눈을 부릅뜨고 체면을 세우려고 소리쳤다.“그래, 맞아! 배짱이 있다면 링 위로 올라가서 누가 진짜 사나이인지 한번 해보든지!”단소홍도 끼어들었다.그들은 여전히 유진우가 이긴 것은 오민수의 실수로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했다.오민수가 더 강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왜? 못하겠어?”유진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오민수가 자만하며 떠들었다.“그럴 줄 알았어!”“상대방이 방심한 틈을 타서 기습 공격이나 할 줄 알지. 감히 정면으로 싸울 용기는 없는 거지.”주위 사람들은 차례로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봤을
“진우 씨?”유진우한테 인사하는 유강을 바라보던 오민수 일행은 모두 의아해했다.그 유명한 유강 사부가 유진우한테 정중하게 인사를 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유강 씨, 며칠 못 봤더니 더 강해지셨네요?”유진우는 유강을 위아래로 잠깐 훑어보더니 바로 차이를 알아차렸다.“모두 진우 씨의 우금환 덕분입니다. 저의 내상을 치료했을 뿐만 아니라 수련에도 많은 도움이 되여서 한층 더 레벨 업 되였습니다.”유강은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그래요? 축하드려요.”유진우는 담담하게 웃었다.“진우 씨, 왜 여기 계세요? 신분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쪽 조씨 가문 전용좌석으로 가시죠.”유강이 말하면서 정중하게 안내했다.“그러시죠. 여기 파리 몇 마리가 너무 시끄럽네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유강이 떠나려고 할 때, 오민수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유 사부님...”“네? 무슨 일 있어요?”유강은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유진우를 마주했을 때와는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유 사부님, 저는 오민수입니다. 전에 만난 적도 있고, 사부님께서 몇 수 가르쳐 주신 적도 있습니다.”오민수는 유강과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했다.“제가 많은 사람을 가르치긴 했습니다만, 그쪽은... 전혀 인상이 없습니다.”말을 마치고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오민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방금 전에 그토록 자랑을 했었는데 결국에는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저 사람은 누구지? 어떻게 유 사부님과 친한 거지?”누군가 의문을 제기했다.“흠! 저 사람은 조선미 대표를 따라다니는 기생오라비에요. 조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유 사부님이 저렇게 정중하게 대할 리가 없어요.”단소홍은 분개하며 말했다.“조씨 가문 때문이구나. 난 또 무슨 거물인 줄 알았네!”오민수가 안도의 숨을 쉬며 다시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여자의 힘으로 잘난 척하다니, 그게 무슨 능력이라고?남자라면 스스로 강인한 실력이 있어야지!“왔어요? 앉아요.”조선미는
“헉! 현무문에서 웬일이지? 저런 뚱보를 출전시키다니? 저 몸으로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싸울 수 있는 거야?”조준서가 웃음을 터뜨렸다.“상대방을 과소평가하지 마. 현무문에서 출전시켰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세분 중에 어느 분이 먼저 올라가실 건가요?”조선미가 물었다.“조 대표님, 1라운드는 제가 나갈게요.”유강이 대답하고는 먼저 일어나 링 위로 올라갔다.세 사람 중 그의 실력이 제일 약했기에 자연스레 처음으로 나갔다.만약 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남은 두 경기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유진우 씨, 누가 이길 것 같아요?”조아영이 호기심에 물었다.“글쎄요, 저 뚱보 어딘가 이상해요. 유강 씨가 약점을 찾아낸다면 기회는 있을 것 같아요.”유진우가 상황을 분석했다.“흠! 볼 줄도 모르면서!”조준서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저 뚱보가 유 사부를 어떻게 이겨? 유 사부가 놀면서 해도 이길 거야.”유진우는 더 이상 논쟁을 하지 않고 링 위를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링 안에서.양쪽 모두 준비를 마치자 심판이 올라왔다.“링 위에서는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삶과 죽음은 자신한테 달렸습니다. 패배를 인정하거나, 중상을 입거나, 죽거나, 링 밖으로 떨어지거나 하면 패배로 판정됩니다. 두 분 아시겠습니까?”두 선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심판은 손을 내밀어 아래로 내리며 외쳤다.“경기 시작!”심판의 함성과 함께 현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최고조에 달했다.“전 오너의 좌하에 많은 고수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유강은 주먹을 불끈 쥐고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전략은 근접 공격 전술과 소모 전술이었다.상대는 덩치가 크고 또한 분명 힘에 특화된 선수라고 생각했기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때문에 그는 가벼운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서 가까이 다가간 후, 정면에서 공격하지 않고 뒤로 돌아서 뚱보의 등을 손바닥으로 쳤다.“팍!”하지만 소리만 들릴 뿐 뚱보는 꼼짝도 하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