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틀 무렵, 여씨 가문의 별장 안.여동남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거실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유난히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어젯밤 여호준이 떠난 후로 지금껏 아무 소식도 못 들었다.전화도 안 되고 연락도 없고, 실종된 것 같다는 생각에 그를 찾으러 경호원을 보냈지만, 아직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 정말 이상하다!“딩동!”현관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여동남은 밖으로 나갔고 문 앞에는 검은색 미니밴이 주차되었다.갑자기 차 문이 열리면서 사람이 담긴 포대자루가 거칠게 던져지더니 차는 곧바로 떠났다.“응?”여동남은 놀란 표정으로 입구에 있는 경호원 두 명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경호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둘러 다가가 포대자루를 열어봤다.시퍼렇게 멍든 얼굴에 상처투성이의 벌거벗은 남자가 보였다.“아빠...”남자는 간신히 눈을 뜨더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호준이?!”여동남은 남자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이내 경악을 금치 못했다.“너... 왜 이렇게 다쳤어?”“그... 유진우가... 그 인간이... 날...”말을 이어가던 여호준은 울부짖으며 목이 메었다.밤에 그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무도 모른다.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여러 번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죽고 싶지만 죽을 수조차도 없는 상황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그도 기억이 안 났고 그저 일분일초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다.“울지 마. 무슨 일 있었는지 천천히 말해봐. 뒷일은 아빠가 알아서 할게!”여동남은 말하면서 경호원을 시켜 여호준을 집안으로 들여보냈다.그래도 에피네프린 주사를 맞은 덕분에 몸은 상처투성이지만 의식은 또렷했고, 여동남의 질문에 그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세하게 얘기했다.물론 자기한테 불리한 이야기는 쏙 빼놓았다.“유진우, 이 빌어먹을 개자식! 감히 너한테 그런 짓을 했다고?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그의 말을 듣고 난 여동남은 화가 나서 테이블을 내리쳤고 여호준이 당한 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두피가 저릴 지경이었다.“아빠!
지금 이 순간 여동남은 누구보다도 당황하고 무서웠다.눈앞에 보이는 볼품없는 노인이 전설의 인간 도살자인 줄은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곳까지 오신 거지?’그때 정신을 차린 여호준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대뜸 화를 냈다.“감히 날 때려? 당신들은 오늘 내 손에 죽을 거예요! 여봐라, 저 인간들 싹 다 처리해!”여동남이 고함을 지르며 그를 말렸다.“그만!”이내 ‘털썩’ 하고 한복 입은 어르신을 향해 무릎을 꿇었고 겁에 질린 채 입을 열었다.“어르신! 저희의 어떤 무례한 행동이 심기를 상하게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번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아빠! 미쳤어요? 왜 저 인간한테 무릎 꿇어요?”여호준은 승산이 있는 싸움인데 갑자기 무릎 꿇고 사과하는 여동남이 이해되지 않았다.“네가 뭘 알아! 이분들은 우리가 건드릴 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얼른 너도 무릎 꿇어!”여동남은 눈치 주며 말했으나 여호준은 무서운 줄 몰랐다.“싫어요! 못 건드릴 게 뭐 있어요? 저쪽은 세 명밖에 없고 우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이 정도면 누워서 떡 먹기죠!”“야... 너... 이 빌어먹을 자식아!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기는 해? 눈앞의 이분은, 그 유명한 인간 도살자란 말이야!”여동남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살이고 뭐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으니까 저 인간들은 오늘 내 손에 죽을 거예요!”여호준은 여전히 건방졌다.“하하하...”그의 말에 한복 입은 어르신은 웃음을 터뜨렸다.“참 재밌네요. 이대로 죽이기 아까울 정도로.”“날 죽인다고요? 고작 당신 같은 인간들이? 참 주제도 모르고 덤비시네요.”여호준은 사악하게 웃었다.하룻밤의 고문 끝에 그의 마음은 이미 심하게 뒤틀려졌고 격하게 분풀이할 상대가 필요했다!“망했다... 이제 다 끝났어...”여동남은 잿빛이 된 얼굴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여호준을 바라보며 멍청한 자식을 낳은 자신을 원망했다.“인원수가 많다고 느끼는 거죠?
“네?”여동남은 온몸이 굳어지며 울상을 지었다.“어르신! 저희는 정말 어르신한테 원한 맺은 적도 없고 너무 억울합니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원한 없는 게 사실이지만, 당신들은 우리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이대로 용서할 수는 없어요.”“아니...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저희가 어떻게 감히 유씨 가문의 도련님을 건드릴 수가 있겠습니까!”말을 이어 가던 여동남은 순간 멈칫했다.“유씨 가문? 유진우? 설마... 유진우가 도련님...?”“맞아요. 정답! 저희 가문 큰 도련님이에요. 유장혁.”어르신은 인자하게 웃었다.“유... 유장혁?! 말로만 듣던 그 천재?!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여동남의 얼굴은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당장이라도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그가 조사한 바로는 정말 별 볼 것 없는 사람이었고, 조씨 가문의 지원으로 먹고사는 인간이었는데 유씨 가문의 천재 도련님이라니 정말 믿을 수 없었다!모두가 알다시피 유장혁은 망국 전쟁을 일으킬 뻔한 존재였고 10년 전부터 전설적인 악마라고 불리던 사람이다!여동남은 이제야 그들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건드린 사람은 유장혁이었다...“이제 선택해요. 당신이 죽을지 아니면 아들이 죽을지?”한복 입은 어르신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그 웃음은 여씨 부자의 눈에 악마처럼 비쳤다.“아빠!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죽으면 안 돼요! 아직 젊고 앞으로 살날도 많은데,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여호준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고 어느새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다.여동남은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보아하니, 내가 호준이를 위해 이 목숨을 바쳐야겠네...’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려던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칼이 들어와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억...”여동남은 얼어붙은 채 자기 가슴을 관통한 날카로운 칼을 보았고, 고개를 돌리자 광기 어린 얼굴의 여호준을 볼 수 있었다.그는 충격을 금치 못했
오전, 공항.강천호와 강향란 두 사람은 레스나이스 앞에 서서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빠,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오빠는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죠?”강향란은 불안한 듯 주위를 살폈고 어딘가 조급해 보였다.“비행기 연착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강천호는 침착하게 말했다.어젯밤, 강천호는 갑자기 아들로부터 세관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전화를 받았고 이것은 강씨 가문의 가장 큰 비장의 카드가 될 것이다.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젊은 남녀가 입구에서 걸어 나왔다.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우아한 자태까지 더해지자 마치 한 자루의 검처럼 위엄있어 보였고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옆에 있는 빨간 옷차림의 여자도 예사롭지 않았다.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와 고상한 분위기에 더불어 강한 기운까지 뿜어져 나왔다.“아빠! 오빠 나왔어요!”강향란은 눈이 반짝 빛났고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드디어 손꼽아 기다렸던 오빠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준혁아, 드디어 돌아왔구나!”강천호는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아빠, 오래 기다리셨어요...”강준혁은 싱긋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를 옆으로 당겼다.“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이분은 제 약혼자 선우현정이에요.”“선우현정?”깜짝 놀란 강천호는 머뭇거리며 물었다.“그럼... 선우 가문의 셋째 아가씨?”“맞아요.”강준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버님, 안녕하세요.”선우현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그래... 선우 가문의 아가씨답게 타고난 미인이네. 참 우아하고 이쁘구나!”강천호는 아들이 선우 가문의 아가씨와 만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행복한 듯 미소를 지었다.서울에는 다섯 개의 명문 가문 외에 “탑 쓰리” 도 있었다. 선우 가문은 그중의 하나였고 명문 가문을 뛰어넘는 최고의 귀족 가문이었다!선우 가문의 사위가 된다면 승승장구하며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다!차에 오르자, 강준혁은 마침내 입을 열었
그렇다면 선천 무사는 내적인 힘을 밖으로 밀어내 사람을 눈에 보이지 않게 죽일 수 있다!하나는 하늘, 하나는 땅, 둘은 차원이 다르다.아무리 뛰어난 인재들이 숨어있는 서울이라 할지라도 손꼽을 정도의 능력이었다.‘어쩐지 선우 가문에서 준혁이를 마음에 들어 하더라니. 이런 잠재력과 천부적인 재능을 어느 가문이 부러워하지 않겠는가?’“아빠, 선천 무사가 대단한 거예요? 유진우를 상대할 만큼?”강향란은 머뭇거리며 떠보듯이 물었다.“손가락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지!”강천호는 의기양양하며 말했다.“너무 잘됐다! 오빠가 이번 기회에 그 자식 혼내줘!”강향란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유진우는 개미 죽이듯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일단 지금은 밥부터 먹자!”“네, 일단 집으로 돌아가요...”...그시각 평안 의원.유진우는 갑자기 조아영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형부, 회사 지금 큰일 났어요. 얼른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큰일? 무슨 일이요?”유진우는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회사에 와서 비연단 주식을 사고 싶다고 난리피우고 있어요.”“그래요? 언니는요? 언니가 결정해도 되는 일 같은데요?”“언니 어젯밤에 서울 가서 지금 못 와요. 형부가 결정하면 된다고 해서 이렇게 연락드렸어요.”조아영이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유진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뒤 운전해 조신 의약으로 갔다.20분 후.유진우가 회의실에 들어섰을 땐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왼쪽에는 진서현, 조준서, 조아영, 황 선생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는 청년이 앉아있었다.“진우 씨, 이쪽으로 앉으세요.”조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며 그를 맞이했고 다른 사람들은 무덤덤한 표정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무슨 일이죠?”유진우는 주위를 살피고선 의아한 듯 물었다.“안 그래도 말하려던 참이었는데...”진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 딸이 당
“뭐죠? 손이라도 쓸 계획인가 봐요?”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경호원을 보며 유진우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말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법을 쓰다니, 유진우도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 재수 없는 자식!”조준서는 기세가 등등했다.첫 만남 때부터 굴욕을 당했던 그는 늘 유진우가 눈에 거슬렸고, 조선미만 없었더라면 이미 진작에 복수했을 것이다.그는 조선미가 없는 지금이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야! 조준서! 적당히 해!”조아영도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주식을 팔든 안 팔든 그건 진우 씨 마음이잖아. 너 계속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조아영! 네가 끼어들 일 아니니까 얌전히 있어!”조준서는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너...”화를 내려던 찰나 진서현이 그녀를 말렸다.“진우 씨, 전 상황 파악을 잘하는 사람이 진짜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많은 주식을 혼자 감당하지도 못할 텐데 양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진서현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능력과 신분에 어울리지 않은 걸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요!”“아주머니 지금 협박하시는 건가요?”유진우는 무덤덤하게 물었다.“충고 한마디만 더 할게요. 사람은 자기 주제를 잘 알아야 해요. 내 딸이 당신을 감싸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런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진서현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선미 씨가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만,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누구에게도 의존한 적 없습니다.”유진우는 싸늘하게 말했다.“비연단에 관련해서 말 똑바로 하세요. 처방전도 제가 제공했고 처음 개발 성공한 사람도 저예요. 비록 주식 지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그렇다고 당신들이 함부로 다룰만한 건 아니에요.”“건방진 것!”그의 말에 진서현은 순식간에 화가 났다.“유진우 씨! 충고하는데 욕심 그만 부려요!
유진우가 정말 그를 때릴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아무리 대담하다 해도 감히 현무문의 사람을 때리다니?!“유진우 씨! 당신 미쳤어요? 지금 전 오너의 아들을 때린 거예요?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진서현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고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전세권을 때렸다는 건 현무문과 맞서 싸울 거라고 선전포고하는 셈이었다!“야! 우린 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도련님이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조준서는 소리치며 호소했다. 그는 유진우가 재수 없기를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행여나 자신도 이 일에 연루될까 봐 조마조마했다.“진우 씨! 이번에는 정말 큰일 난 것 같아요!”조아영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현무문은 조씨 가문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쓰레기 같은 인간을 때렸다고 큰일 나지는 않아요.”유진우는 태연하게 말했다.“정말... 미쳤어요?”진서현은 눈살을 찌푸렸다.그 시각 꽃병에 꽂혔던 전세권은 간신히 머리를 빼냈고 이전의 우아한 모습과는 달리 빨갛게 부은 얼굴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네가 감히 날 때려?!”전세권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유진우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여태껏 그는 사람을 때리는 입장이었고, 감히 그를 때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때렸어요. 그래서 뭐요? 현무문을 믿고 위세를 떨치는 모습이 눈꼴 사나웠는데, 설마 당신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예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유진우는 싸늘하게 말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전세권은 주먹을 움켜쥐고 유진우를 향해 돌격했다.아까는 방심해서 한 방을 맞았으니, 이번에는 결코 지지 않으리라 모든 준비를 마쳤다!“풉...”유진우는 가소로운 듯 비웃더니 단번에 그의 주먹을 막아냈고 곧이어 그의 배를 가격했다.“억!”전세권은 배를 움켜 안은 채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 떠오르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몸은 새우처럼 구부러졌다.“진우 씨! 제발 그
100억으로 50%의 주식을 사는 건 강탈이나 다름없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지만, 현무문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아 유진우를 희생시켰다.아무런 대가를 치를 필요 없이 현무문에 잘 보일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다만 그들은 유진우가 이렇게 강한 사람인 줄 몰랐고 주식 지분을 넘겨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리기까지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런 상황에 하필 조선미가 돌아와서 적극적으로 그의 편을 들어주고 있으니, 일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조선미 씨, 지금 당장 저 자식의 손발을 부러뜨리지 않으면 앞으로 조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은 없을 겁니다!”전세권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험악했다.“도련님,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조선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현무문의 세력이 대단한 건 맞지만, 조씨 일가는 당신들이 제멋대로 다뤄도 되는 호구가 아닙니다.”“왜죠? 고작 저 자식 때문에 지금 현무문이랑 맞서 싸우겠다는 거예요?”전세권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유진우 씨는 조씨 가문의 귀한 손님이기에 저희가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현무문에서 정말로 이 일이 마음에 걸린다면 일단 저부터 짓밟으시죠!”조선미는 강력하게 대응했다.“그래요! 좋아요! 당신이 사리 분별없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네요!”전세권은 도전장을 내던지며 싸늘하게 말했다.“아버지께서 당신들이 저희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규칙에 따라 링에서 해결하자고 말씀하셨어요! 당신이 이기면 앞으로 현무문은 이 일을 절대 언급하지 않을 것이고, 지면 예정대로 비연단의 주식을 넘겨주세요! 마지막 기회인데 어때요?”전세권은 자신감이 넘치는 듯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무서울 게 없으니, 도전장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장소는 현무문이 정하세요.”조선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오늘 저녁 여덟 시, 전씨 무관에서 단판을 짓자고요!”싸늘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전세권은 자리를 떴다.“조선미! 저런 하찮은 인간 때문에 현무문을 도발한다는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
문관옥의 맹렬한 기세에 유진우는 그저 검으로 막아내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저 문관옥이 마음껏 공격하게 내버려두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눈에는 문관옥이 계속 유진우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계속해서 공격한다면 문관옥이 곧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문 도련님께서 익힌 기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공격하면 할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이 싸움을 보니 유장혁이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할 것 같네요...”“천재라고 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하나 했는데... 결국 문 도련님 같은 천교를 당해낼 수 없잖아요!”“문 도련님 파이팅입니다! 유진우를 죽여버려요!”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이어 나가는 문관옥을 보며 그들은 놀라워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일부 사호문 제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죽여라! 죽여라!”문관옥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에 든 칼을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그러면서 기세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의 공격은 마치 바람에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유장혁, 아까는 그렇게 건방지더니...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막지만 말고 반격해 봐! 공격해 보라고!”“왜 방어만 하고 있어?”“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던 사람이었잖아. 지금은? 겨우 내 공격을 버티고 있는 주제에!”“그러면서도 천재라고? 웃기지도 않아!”“너한테 그럴 자격 따위 없어!”“어때? 내 실력이 느껴져? 많이 무섭지? 절망적이지?”“안타깝지만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문관옥은 공격하면서도 계속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댔고 유진우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꼼수에 유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사실 그는 문관옥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문관옥은 대단하지만 유진우보다는 약했다.다른 조직이 아닌 호룡각이었기에 유진우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들만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분명 다른 고수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