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Chapter 1531 - Chapter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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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1화

“아저씨, 물건도 이미 받았는데 우린 이만 가도 되지 않아요?”황은아의 질문에 유진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은 아니야.”“우리가 먼저 나가면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 나가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나가자.”“좋아요. 여기 먹을 것도 있고 공연도 있어서 이렇게 나가면 아쉬울 뻔했는데 잘됐네요.”밖에서는 몇천만 원 할 것 같은 산해진미가 모두 공짜인 이곳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황은아는 웃으며 말했다.“진우섭 씨...”그때 이청아가 갑자기 그들 쪽으로 다가오더니 웃으며 말했다.“전에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우섭 씨 아니었으면 전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이거는 정말 고마워서 준비한 선물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주세요.”이청아가 건넨 건 옥패였는데 뒷면에는 용이 조각되어 있고 그 위에 봉황까지 그려져 있어 아주 정교했고 정면에는 “문”이라는 글자도 크게 새겨져 있었다.“이러실 필요 없어요 청아 씨, 저도 여건이 돼서 도운 것뿐인데요 뭘. 그리고 제가 아니었어도 청아 씨를 도울 분은 많았을 거예요.”유진우가 이청아를 구한 건 다 예전의 정의 생각해서 위험도 무릅쓰고 뛰어든 것이지 무언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기에 유진우는 당연히 그 옥패를 사양했다.하지만 이청아도 고집스럽게 옥패를 들이밀며 말했다.“그래도 진우섭 씨가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잖아요. 이런 거라도 드리지 않으면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이건 문왕부의 객경령인데 앞으로 혹시라도 곤란한 일 생기시면 이 옥패를 들고 저를 찾아와 주세요. 제가 꼭 힘 닿는 데까지 도와드릴게요.”“아...”“예쁜 언니, 이 옥패 엄청 비싼 거죠?”부담스러워 말을 잇지 못하는 유진우와 달리 황은아는 기대에 찬 눈을 하고 물었다.“비싸냐고요?”갑작스러운 황은아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던 이청아가 웃으며 끄덕였다.“아마 비쌀 거예요.”문왕부의 객경령은 그 가치를 매길 수도 없는 보물로 여겨지는데 어떻게 감히 돈으로 계산할 수 있겠는가.객경령을 가지고 있다는 건 문왕부 전체를 뒷배로 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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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2화

“뿌리신 향수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유진우의 말을 들은 황은아가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아봤지만 전혀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어디 가요?”고개를 숙여 제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본 이청아 역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뭐 특별한 건 없고 다들 쓰는 향수인데요.”“향수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누가 향수에 다른 걸 섞은 것 같아요.피 비린내 말이에요.”유진우의 말에 황은아가 다시 냄새를 맡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진짜 그러네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사람의 후각으로는 알아내기 힘든 소량이지만 동물들은 이 냄새에 인간보다 백배는 더 예민하니까 흑호도 단번에 맡아냈을 거예요.”“그런 거였군요.”그에 이청아도 알겠다는 듯 끄덕였다.어쩐지 흑호가 저만 보며 유독 날을 세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누가 향수에 수작질 한 거였다니.“아저씨... 저 근데 궁금한 게 있어요.”그때 황은아가 제 턱을 살살 두드리며 물어왔다.“아저씨 전에 흑호는 총명하기도 하고 또 이미 길들여진 동물이라고 했는데 고작 이 정도의 피비린내에 반응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그게 바로 문제의 핵심이야.”황은아의 말에 유진우가 진지하게 대답했다.“청아 씨 향수에 섞인 게 흑호의 아이나 배우자의 피였다면 이해가 좀 될까?”“아, 알겠어요!”그때 황은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청아 언니 몸에서 나는 게 동족의 피 냄새라서 청아 언니가 동족을 죽인 줄 알고 그렇게 달려들었던 거네요.”“아마 그럴 거야.”복수하려는 게 아니면 그렇게 매섭게 발광할 흑호가 아니었기에 이게 거의 유일한 가능성이었다.“누가 설계했는지 진짜 대단하네요.”“먼저 흑호를 선물하고 그다음에 여론몰이, 그러다가 향수에 손을 대서 청아 언니를 위험에 빠뜨리기까지. 만약 언니가 정말로 죽기라도 했으면 그냥 아깝게 목숨만 버리고 여러 가지 오명은 다 뒤집어쓸 뻔했잖아요. 정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혀를 차며 감탄하는 황은아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이청아의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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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3화

“도둑이라니?”문관옥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해 했다.감히 문왕부의 물건을 훔칠 정도로 담이 큰 사람이 있을까 하는 표정들이었다.“죄송합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물건이 아주 중요한 것이라 이렇게 실례를 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휴게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한 문관옥이 말했다.“지금부터 사냥개로 수색을 할 건데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으시다면 제 자리에 가만히 계셔주십시오.”말을 마친 문관옥은 손짓으로 호위들에게 문을 닫으라 명령하고 이어서 곧바로 사냥개 두 마리를 끌고 한 줄 한 줄 검사하기 시작했다.이 행동이 조금 선을 넘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가 문관옥이라 다들 입 다물고 협조하는 걸 선택했다.“어느 한구석도 빼놓지 말고 샅샅이 수색해!”아까 쉬는 시간에 방으로 돌아갔던 문관옥은 자신이 지니고 다니던 금수옥이 사라진 걸 발견했다.금수옥은 영기를 흡수할 수 있어 수련속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었기에 평소에는 늘 몸에 지니고 다녔었는데 오늘 옷을 갈아입을 때 방에 잠시 두었더니 그사이에 사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문관옥은 감히 제 방에 들어와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댄 놈을 잡으려고 이렇게 혈안이 되어 달려온 것이다.만약 범인이 금수옥을 지니고 있다면 거기에 문관옥의 기운이 묻어있어 금방 찾아낼 수 있을 텐데 호위군이 사냥개를 데리고 몇 바퀴나 돌아보아도 범인을 찾지 못했다.“군신님, 다 찾아봤지만 의심스러운 사람은 없었습니다.”“다시 수색해.”호위의 말에 문관옥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찾아보기를 명령했다.“예!”그 말에 호위들도 토를 달지 못하고 다시 한 바퀴 돌면서 수색하였지만 금수옥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고 맘에 들지 않는 결과에 문관옥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다른 곳은 다 뒤져봐서 이곳이 제일 의심스러웠는데 범인이 여기에도 없다면 어디 있는 걸까.착잡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문관옥의 시선이 진우섭에게 머물렀다.“진우섭 씨죠? 몸수색 한번 할 건데 협조 부탁해요.”“몸수색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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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4화

문관옥이 저를 해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마는 이청아는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어떤 게 더 중요한지 알 거라고?”그 말을 들은 문관옥은 경멸 어린 눈으로 이청아를 보며 말했다.“너 같은 여자애가 뭐가 더 중요한지 어떻게 알아? 문왕부에서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내 말이 곧 법이야,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오빠한테 힘과 권력이 있는 건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빠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 문왕부는 아버지 뜻에 따라야 하잖아.”“하하, 그래.”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이청아에 문관옥은 갑자기 실성한 듯 웃더니 차가운 눈으로 이청아를 보며 말했다.“역시 대단하네, 아버지가 너를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 근데 너 같은 애들은 꼭 일찍 죽더라고. 조심해.”말을 마친 문관옥은 이청아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고 돌아섰다.아무런 힘도 없는 여자가 감히 저와 맞선다는 건 알아서 무덤에 기어들어 가는 꼴임을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하는 문관옥이었다.“청아 씨가 방금 우리 도와주려고 말한 것 때문에 문관옥한테 제대로 찍혔을 거예요. 앞으론 더 힘들 텐데 괜찮겠어요?”“내가 아무 말도 안 했어도 날 그냥 둘 인간은 아니에요.”유진우가 걱정스레 말했지만 사리 분별이 명확한 이청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야망이 가득한 문관옥이기에 문왕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이청아가 아버지의 이쁨을 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이청아의 존재가 문관옥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어 눈엣가시 같은 이청아를 빨리 제거해버리려고 흑호 일도 꾸민 것 같았다.“그래도 앞으로 더 조심하세요.”“네, 그럴게요.”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말하는 유진우를 향해 이청아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진우섭 씨도 여기 오래 있으면 문관옥이 또 와서 귀찮게 할 거예요. 내가 문 앞까지 데려다 줄까요?”“고마워요.”“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유진우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청아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황은아와 유진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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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5화

별장으로 돌아간 유진우는 바로 일할 준비부터 했다.세 가지 제일 귀한 영약도 이제 다 모았고 나머지 부재료들은 다 준비해뒀으니 이제 가장 중요한 건 세골단을 만드는 일이었다.“왕현 씨, 나 하루만 문 닫을 거니까 밖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잘 지켜줘요.”“네, 진우 형님, 천왕이 와도 못 들어가게 막겠습니다.”왕현이 장담하며 가슴을 두드리자 고개를 끄덕인 유진우가 이번에는 유공권을 보며 말했다.“유명의 님, 철수 아저씨 잘 좀 부탁해요. 제가 들어가 있는 동안 아무 일도 없어야 해요.”“네, 걱정 마세요. 제가 사 은공의 병은 못 고쳐도 며칠 더 살게 하는 건 자신 있습니다.”“그럼 두 분한테 부탁 좀 드릴게요.”말을 마친 유진우는 임시로 만든 단약 제조실로 혼자 걸어 들어갔다.모든 약재, 단약로 그리고 숯불까지 다 준비됐음에도 유진우는 서두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었다.유진우는 몸과 마음이 다 진정되고 평온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을 제조하려 했다.세골단에 사철수의 명운이 달려있었기에 조금의 흐트러짐도 용납할 수 없었다.세골단 역시 일품 단약으로써 만들기는 수명단처럼 까다로웠는데 아무래도 단약의 종류가 다르다 보니 절차상에서 다른 점도 많았다.그래서 유진우도 머릿속으로 이미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상태였다.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단약은 문제없이 제조될 것 같았다.먼저 단약로부터 조립하고 그다음 화로에 갈아진 약재를 넣어 불에 달군 다음 그것을 꾸덕꾸덕한 고체로 만들고 온도를 조절해서 계속 제련하다 융합시키기만 하면 되는데 말만 간단하지 실제로 하자면 모든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해서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유진우는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진행해나갔다.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제련단계에 이르렀고 유진우는 언제는 갑자기 뛰어올랐다가 또 언제는 미지근해지는 온도를 매번 정확히 조절하고 있었다.단약로 안의 영약은 제련되고 융합되기를 반복하더니 어느새 기체로 변했다가 다시 천천히 액체를 거쳐 고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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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6화

“왕현 씨, 무슨 냄새 안 나요?”그때 유공권이 코를 킁킁거리며 왕현에게 물었다.“약 냄새 말씀하시는 거예요?”그에 왕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그건 계속 있었는데, 왜 그러세요?”“이번에는 좀 달라요.”유공권은 냄새를 더 잘 맡기 위해 문틈에 코를 박기까지 했다.몇 년간 약재들만 만지던 사람이라 조금의 차이도 기가 막히게 분별해내는 유공권이었다.그때 오랫동안 닫혀있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유진우가 걸어 나왔다.유진우는 땅바닥에 어정쩡한 자세로 주저앉아있는 유공권을 보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유명의 님, 왜 그러고 계세요? 혹시 배 아프세요?”“아, 그게...”그에 난감한 듯 웃어 보이던 유공권이 다급하게 화제를 돌렸다.“세골단은 어떻게 됐어요? 잘 만들어 진 거예요?”“아...”그 말에 유진우가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순간 온몸이 굳어버린 유공권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물었다.“실... 실패한 거예요?”이번 세골단도 실패하면 사철수는 정말 죽는 길밖에 없었기에 유공권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실패는 아니고 최상급 세골단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냥 일급 정도의 세골단으로 나왔어요.”“...”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유진우에 유공권은 목 끝까지 나온 욕을 애써 삼키며 입술을 움직였다.지금이 어느 땐데 품질을 따지고 있는지, 성공만 하면 감지덕지한 상황에 태연한 소리나 하며 괜히 저를 놀래키는 유진우에 화가 나긴 했지만 유공권은 일단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한번 확인차 물었다.“그래서 성공했다는 거예요?”“당연하죠, 성공 못 할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아요 저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파란 세골단을 꺼내 보이자 유공권은 기뻐하며 말했다.“너무 잘됐어요! 이제 사 은공도 구할 수 있겠네요!”유진우가 안에서 약을 만드느라 하루 밤낮을 꼬박 새웠다면 유공권 역시 마음을 졸이느라 똑같은 시간을 뜬 눈으로 보내야만 했다.그런데 성공했다는 말을 들으니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유명의 님, 시간도 오래 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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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7화

“일어나셨어요, 사은공이 일어났다고요!”십 년 동안 매일 같이 보살피던 사람이 눈을 뜨자 유공권은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다.그 기쁨은 가히 말하건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하늘도 도우셨나 봐요.”겨우 눈을 뜬 어르신을 보던 유진우도 감출 수 없는 기쁨과 감격에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다행히도 세골단이 사철수의 목숨을 살렸으니 그간의 노력들이 보상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유명의, 여긴 어디야? 넌 왜 이렇게 늙어 있는 거야?”그때 눈을 뜬 사철수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흔들리는 눈동자로 유공권을 보며 물었다.그 갈라진 목소리에 또 마음이 아파 난 유공권은 사철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사은공, 여긴 안전한 곳이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나도 많이 늙었지.”유공권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십 년 만에 다시 보는 건데 안 늙는 게 더 이상하지.”“십 년?”유공권의 말에 깜짝 놀라던 사철수는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네 말은 내가 기절한지 벌써 십 년이나 됐다는 뜻이야?”“그래.”유공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십 년 동안 갖은 수를 다 써가며 너를 살리려고 했는데 오늘 유진우 씨가 세골단을 만들어내는 덕에 네가 황천길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거야.”“유진우 씨?”사철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던 유진우를 보며 말했다.“아마 이분이시겠네.”“응.”유공권은 유진우에 대한 칭찬을 냅다 늘어놓기 시작했다.“유진우 씨는 의술에만 능한 게 아니라 단약도 만들 줄 알고 현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 중의 인재야.”“나 살려줘서 고마워요.”말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던 사철수는 순간 사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아무리 세골단으로 경맥을 회복했다고는 하나 십 년이나 누워있던 사람이 한순간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그때 유진우가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십 년 안 봤다고 정말 저 다 잊으신 거예요?”“나를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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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8화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얼른 일어나세요!”유진우는 바닥에 꿇어앉은 사철수를 부축하며 말했다.“전하, 다 제가 무능해서 왕비님도 그리고 세자 전하도 지키지 못한 겁니다, 저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그런 말씀 마세요 아저씨. 그때 아저씨가 나서서 싸워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진작에 죽었을 겁니다.”“곤자영의 다른 전우들은 다 죽고 저만 살아남아서 전하께도, 왕비님께도, 그리고 위왕께도 제가 다 면목이 없습니다.”목이 메도록 울면서 말하는 사철수에 유진우도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자책하지 마세요, 아저씨가 이렇게 살아있는 걸 보니 저도 너무 기뻐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아저씨 전우들이 다친 거고 제가 아니었으면 아저씨도 십 년씩이나 혼절해있지도 않았을 거예요. 다 제 탓이라서 너무너무 죄송해요.”유진우는 자신의 친구들과 호위들이 저를 보호하기 위해 하나하나 죽어가던 그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그 장렬하고도 결연한 모습으로 피바다에 뛰어들던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들의 모습, 이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었고 또 잊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전하는 군주시고 저희는 신하입니다. 신하가 군주를 위해 죽는 건 당연합니다, 전하만 살아계시다면 저희들의 희생은 절대 헛된 게 아닙니다.”눈물을 훔치며 말하는 사철수에 유진우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군주 신하 그딴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나한테는 다들 친구였어요,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죽을 의무 따위는 없어요, 내가 모두한테 빚을 진 거예요.”“전하가 하는 말을 들었으면 제 전우들도 구천에서 웃고 있겠네요.”오랫동안 보지 않아서 어색하긴 했지만 둘 사이의 정만은 변하지 않아 사철수는 울다 웃으며 말했다.“아저씨, 타이밍이 별로인 건 알지만 제가 꼭 해야만 하는 질문이 있어요.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일의 배후는 누구죠?”“그게...”진지하게 묻는 유진우에 사철수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한숨을 한번 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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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9화

“이만기요?”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꼭 어디서 들어본 것 같죠?”“전하께서 이만기는 잘 몰라도 임강왕이라는 사람은 들어봤을 겁니다.”“아, 그 사람이었네요!”사철수의 말을 듣고 놀란 유진우의 동공이 순간 작아졌다.임강왕은 천자의 동생으로서 그 많은 황실 종친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물이었기에 10년 전에도 그 권세가 대단했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렸고 지금까지도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그러니까 아저씨 말은 그때의 학살이 임강왕과 관련 있단 소리세요?”“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는 말씀 못 드리는데 임강왕은 그때 일을 다 알고 있을 거예요.”“왜 그렇게 확신하세요?”“임강왕과 위왕님은 친분이 두터우셨어서 그때 자금성 앞에서 습격을 당할 때 제일 먼저 찾아간 사람도 임강왕이었어요. 그런데 임강왕이 도와달라는 위왕님의 부탁을 거절했었죠.”사철수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그 일이 있은 뒤부터 임강왕은 자취를 감추고 조정의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어요. 감추는 게 있다는 뜻이죠.”“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하진 않잖아요.”이 일의 배후에 황족들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임강왕의 세력으로는 역부족일 것 같아 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사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위왕님께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시고는 조용히 알아보셨어요.”“그리고 저희들한테 늘 조심하면서 아무나 믿지 말라고 하셨죠, 그게 임강왕이라 해도.”“며칠 전부터 임강왕의 행보가 수상하다는 건 알았지만 물증은 없고 심증뿐이어서 그간의 정도 있고 하니 위왕님께서는 준비만 하시고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으셨어요.”“뒤에 그토록 강한 세력이 있는 줄도 몰랐고 간자에게 가짜 군령을 보내 위왕님을 다른 곳으로 보낼 거라는 건 전혀 상상도 못 했었죠.”“위왕님이 돌아오셨을 때는 이미 많이 늦은 뒤였어요, 그다음부터는 전하도 아시는 얘기고요.”“임강왕이 수상하다는 건 제가 멋대로 넘겨짚은 게 아니라 위왕님께서 그 전부터 옛친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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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0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임강왕을 찾아 그날 일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아저씨는 금방 일어나셨으니까 일단 좀 쉬고 계세요. 무슨 일 생기면 저 부르시고요.”“전하!”사철수는 갑자기 저를 부축해 침대까지 데려다주는 유진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그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까 이쯤에서 접는 게 어때요? 안 그러면 괜한 화만 불러올 거에요. 왕비님께서도 하늘에서 전하가 무사하기만을 바라고 계실 거에요.”“아저씨, 이 일은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박힌 응어리고 또 죄책감이에요.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하면 저는 영영 괴로워하면서 살게 될 거에요.”“아이고...”확고한 유진우의 말에 사철수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한번 마음먹은 건 무조건 해내는 성격인 유진우를 잘 알기에 사철수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아저씨가 지금 하셔야 할 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는 거예요. 이런 잡다한 일은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푹 쉬세요.”사철수가 무사히 깨어나서 한시름 놓은 유진우는 웃으며 방을 나섰다.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임강왕, 이만기를 찾는 것이다.그리고 이런 어려운 일을 도와줄 사람은 자금성의 그 사람밖에 없을 것 같아 밖으로 나온 유진우는 비밀스럽게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화기 너머에서 나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또 전화했어요? 저번에 빙심연 구해다 줬잖아요.”“빙심연 일은 정말 고마워요.”간단한 인사치레를 마친 유진우는 바로 본론부터 말했다.“이번에 전화한 건 묻고 싶은 게 있어서예요.”“아아아, 잠깐만요.”그때 여자가 갑자기 유진우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유장혁 씨, 저번 한 번만 도와주는 걸로 이미 얘기 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이젠 약속도 안 지키겠다는 거예요? 사람이 적당히를 알아야지. 난 이미 빚진 거 다 갚았어요!”“빚은 다 갚으셨죠, 이번엔 제가 신세 지는 걸로 하죠. 한 번만 더 도와주시면 다음에 저한테 부탁할 일 생겼을 때 저도 두말하지 않고 도와드릴게요.”“나도 이제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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