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얼른 일어나세요!”유진우는 바닥에 꿇어앉은 사철수를 부축하며 말했다.“전하, 다 제가 무능해서 왕비님도 그리고 세자 전하도 지키지 못한 겁니다, 저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그런 말씀 마세요 아저씨. 그때 아저씨가 나서서 싸워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진작에 죽었을 겁니다.”“곤자영의 다른 전우들은 다 죽고 저만 살아남아서 전하께도, 왕비님께도, 그리고 위왕께도 제가 다 면목이 없습니다.”목이 메도록 울면서 말하는 사철수에 유진우도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자책하지 마세요, 아저씨가 이렇게 살아있는 걸 보니 저도 너무 기뻐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아저씨 전우들이 다친 거고 제가 아니었으면 아저씨도 십 년씩이나 혼절해있지도 않았을 거예요. 다 제 탓이라서 너무너무 죄송해요.”유진우는 자신의 친구들과 호위들이 저를 보호하기 위해 하나하나 죽어가던 그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그 장렬하고도 결연한 모습으로 피바다에 뛰어들던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들의 모습, 이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었고 또 잊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전하는 군주시고 저희는 신하입니다. 신하가 군주를 위해 죽는 건 당연합니다, 전하만 살아계시다면 저희들의 희생은 절대 헛된 게 아닙니다.”눈물을 훔치며 말하는 사철수에 유진우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군주 신하 그딴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나한테는 다들 친구였어요,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죽을 의무 따위는 없어요, 내가 모두한테 빚을 진 거예요.”“전하가 하는 말을 들었으면 제 전우들도 구천에서 웃고 있겠네요.”오랫동안 보지 않아서 어색하긴 했지만 둘 사이의 정만은 변하지 않아 사철수는 울다 웃으며 말했다.“아저씨, 타이밍이 별로인 건 알지만 제가 꼭 해야만 하는 질문이 있어요.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일의 배후는 누구죠?”“그게...”진지하게 묻는 유진우에 사철수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한숨을 한번 쉬고 말했다
“이만기요?”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꼭 어디서 들어본 것 같죠?”“전하께서 이만기는 잘 몰라도 임강왕이라는 사람은 들어봤을 겁니다.”“아, 그 사람이었네요!”사철수의 말을 듣고 놀란 유진우의 동공이 순간 작아졌다.임강왕은 천자의 동생으로서 그 많은 황실 종친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물이었기에 10년 전에도 그 권세가 대단했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렸고 지금까지도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그러니까 아저씨 말은 그때의 학살이 임강왕과 관련 있단 소리세요?”“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는 말씀 못 드리는데 임강왕은 그때 일을 다 알고 있을 거예요.”“왜 그렇게 확신하세요?”“임강왕과 위왕님은 친분이 두터우셨어서 그때 자금성 앞에서 습격을 당할 때 제일 먼저 찾아간 사람도 임강왕이었어요. 그런데 임강왕이 도와달라는 위왕님의 부탁을 거절했었죠.”사철수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그 일이 있은 뒤부터 임강왕은 자취를 감추고 조정의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어요. 감추는 게 있다는 뜻이죠.”“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하진 않잖아요.”이 일의 배후에 황족들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임강왕의 세력으로는 역부족일 것 같아 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사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위왕님께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시고는 조용히 알아보셨어요.”“그리고 저희들한테 늘 조심하면서 아무나 믿지 말라고 하셨죠, 그게 임강왕이라 해도.”“며칠 전부터 임강왕의 행보가 수상하다는 건 알았지만 물증은 없고 심증뿐이어서 그간의 정도 있고 하니 위왕님께서는 준비만 하시고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으셨어요.”“뒤에 그토록 강한 세력이 있는 줄도 몰랐고 간자에게 가짜 군령을 보내 위왕님을 다른 곳으로 보낼 거라는 건 전혀 상상도 못 했었죠.”“위왕님이 돌아오셨을 때는 이미 많이 늦은 뒤였어요, 그다음부터는 전하도 아시는 얘기고요.”“임강왕이 수상하다는 건 제가 멋대로 넘겨짚은 게 아니라 위왕님께서 그 전부터 옛친구임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임강왕을 찾아 그날 일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아저씨는 금방 일어나셨으니까 일단 좀 쉬고 계세요. 무슨 일 생기면 저 부르시고요.”“전하!”사철수는 갑자기 저를 부축해 침대까지 데려다주는 유진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그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까 이쯤에서 접는 게 어때요? 안 그러면 괜한 화만 불러올 거에요. 왕비님께서도 하늘에서 전하가 무사하기만을 바라고 계실 거에요.”“아저씨, 이 일은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박힌 응어리고 또 죄책감이에요.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하면 저는 영영 괴로워하면서 살게 될 거에요.”“아이고...”확고한 유진우의 말에 사철수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한번 마음먹은 건 무조건 해내는 성격인 유진우를 잘 알기에 사철수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아저씨가 지금 하셔야 할 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는 거예요. 이런 잡다한 일은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푹 쉬세요.”사철수가 무사히 깨어나서 한시름 놓은 유진우는 웃으며 방을 나섰다.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임강왕, 이만기를 찾는 것이다.그리고 이런 어려운 일을 도와줄 사람은 자금성의 그 사람밖에 없을 것 같아 밖으로 나온 유진우는 비밀스럽게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화기 너머에서 나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또 전화했어요? 저번에 빙심연 구해다 줬잖아요.”“빙심연 일은 정말 고마워요.”간단한 인사치레를 마친 유진우는 바로 본론부터 말했다.“이번에 전화한 건 묻고 싶은 게 있어서예요.”“아아아, 잠깐만요.”그때 여자가 갑자기 유진우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유장혁 씨, 저번 한 번만 도와주는 걸로 이미 얘기 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이젠 약속도 안 지키겠다는 거예요? 사람이 적당히를 알아야지. 난 이미 빚진 거 다 갚았어요!”“빚은 다 갚으셨죠, 이번엔 제가 신세 지는 걸로 하죠. 한 번만 더 도와주시면 다음에 저한테 부탁할 일 생겼을 때 저도 두말하지 않고 도와드릴게요.”“나도 이제 궁
확답을 들었음에도 유진우는 기쁜 게 아니라 마음이 복잡하기만 했다.자금성의 여자가 승낙했다는 건 찾을 수 있다는 뜻인데 뭔가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유진우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하지만 이 불안이 어디에서 오건 지는 유진우 본인도 몰랐다.직감일 수도 있고 그냥 쓸데없는 생각일 수도 있었다.“됐어, 파다 보면 알게 되겠지.”그렇게 고개를 저으며 애써 잡념을 지워낸 유진우가 방으로 돌아가서 쉬려 할 때 은도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은도 씨, 무슨 일이에요?”고개를 둘러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던 유진우가 의아한 듯 묻자 수화기 너머에서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뭐?”그에 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 누구야? 은도 씨 핸드폰을 왜 당신이 가지고 있어?”내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고 아무튼 당신 친구 지금 나랑 같이 있으니까 당장 성북 관공절로 와, 최대한 빨리 오는 게 좋을 거야. 애들이 다 기다리느라 지쳐있어서 네가 늦게 오면 여자를 건드릴 수밖에 없어.”“내가 경고하는 데 은도 씨 몸에 손대기만 너희들 다 무사하지 못할 거야. 내가 천 배로 갚게 할 거니까.”음침하게 웃으며 말하는 남자를 향해 유진우가 차갑게 쏘아붙였다.“하하, 그건 두고 봐야 알지. 성북 관공절이야, 혼자 오는 것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지?”남자는 사악한 웃음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유진우는 바로 차 키를 집어 들고 남자가 말한 주소로 향했다.전화 속의 남자가 노리고 있는 건 유진우였다.유진우와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안세리, 봉연주, 송영명, 단소홍, 그리고 문한성 정도였는데 송영명은 유진우와 부딪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을 벌이지 못했을 테고 단소홍은 며칠 전에 문왕부 사람들에 의해 손이 잘려나가 병원에 누워있으니 이런 데는 더더욱 신경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면 용의자는 몇 명뿐인데 그중 그 누구라도 이미 유진우가 정해놓은 선을 넘었으니 절대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40
팔에 문신이 그려진 남자 둘이 차에서 내리는 유진우를 막아서며 소리쳤다.“약속 있어서 온 거야.”“몸수색부터 해!”유진우가 차갑게 설명했지만 두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진우의 몸을 샅샅이 뒤졌다.은도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경거망동할 수 없었기에 유진우도 남자들에게 가만히 몸을 내주며 서 있었다.“됐어, 들어가.”그렇게 한참을 몸을 뒤지던 남자들은 유진우가 무기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그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그에 유진우도 아무 말 않고 바로 관공절로 향했다.그 시각 관공절 안에서는 얼굴에 수염이 잔뜩 나 있는 남자 하나가 웃통을 까고서는 제 부하들을 데리고 양을 구워 먹고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값비싼 술들이 잔뜩 놓여있었는데 한 손으론 고기를 뜯어 먹으면서 다른 손으론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걸 보니 다들 아주 행복해 보였다.그 한구석에는 눈을 가리운 채 돌기둥에 묶여있는 은도가 있었다.원래도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밧줄 때문에 꽉 조여지니 더 섹시해져서 조직원들은 고기를 뜯으면서도 음흉하게 은도를 바라봤다.“보스, 이 년이 남자를 너무 잘 꼬셔서 제가 이미 다 섰다는데 어떻게 한번 놀아보면 안 되겠습니까?”그때 대머리 남자가 제 아래를 만지며 눈은 풍만한 은도의 가슴에 고정시킨 채 말했다.“나도 아직 못 놀아봤는데 네가 왜 급해 해.”그에 수염이 잔뜩 나 있는 보스라는 사람이 단칼에 거절하자 대머리 남자는 조급해하며 말했다.“제가 너무 급해서 그럽니다 보스. 정말 오랫동안 제대로 풀어본 적이 없어요. 이번에 하게 해주시면 제가 받을 돈 다 보스 드리겠습니다.”“진짜야?”이번 납치 사건은 유진우를 노리고 계획한 것이었기에 걸린 보수도 상당했는데 조직원들이 비례대로 나눈다 해도 한 사람당 몇천은 쉽게 챙겨갈 큰 건이었다.정말 여자랑 놀자고 그 몇천만 원을 다 버리겠다는 게 의심스러웠던 보스라는 사람은 재차 확인하며 물었다.“당연히 진짜죠, 다들 보고 있는데 제가 설마 시치미를 떼겠습니까?”대머리
“뭐지?”남자는 땅에 떨어진 자신의 물건과 휑해진 아래를 번갈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저게 언제 어떻게 떨어진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으악!”그렇게 잠깐의 정적 후 정신을 차린 남자가 피가 샘솟고 있는 자신의 아래를 붙잡고 풀려버린 다리와 함께 땅에 주저앉아 듣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비명을 질러댔다.“아! 내 거! 내 거!”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러다니는 남자에 다른 조직원들도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야! 너 왜 그래?”턱수염이 깜짝 놀라며 묻자 대머리는 대성통곡을 하며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물건을 집어 들어 조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X발! 누가 감히 얘 물건을 건드려! 당장 나와!”턱수염이 주위를 경계하며 소리치자 다른 조직원들도 하나같이 칼을 빼 들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나야.”그때 차가운 얼굴을 한 유진우가 천천히 관공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절 안에는 이삼십 명쯤 돼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다들 집이나 털고 다니는 조직폭력배였다.사회에서 낙오된 자들이 빈민구에 몰려서 가오를 잡고 있는 모습에 유진우는 코웃음을 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너 이 새끼! 네가 유진우지?”유진우를 아래 우로 훑어보던 턱수염은 그의 사진을 미리 보내준 의뢰인 덕에 그의 신분을 빠르게 알아챌 수 있었다.“그래.”이번에는 유진우가 턱수염을 아래 우로 훑으며 물었다.“너는 누군데 감히 은도 씨를 납치해?”“물어보니까 알려줄게. 난 흑곰파 보스고 여기 있는 애들은 다 우리 조직원이야.”“의뢰인 한 분이 네 목숨을 돈 주고 샀어. 그러니까 너는 오늘 이 자리에서 죽어야 해.”“누가 시킨 짓이지?”“알고 싶어?”호통을 치던 턱수염은 이번에는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네가 죽으면 알려 줄게.”“내가 지금 너희들한테 기회를 주고 있는 거야, 누가 시켰는지만 말하면 너희들 목숨은 살려줄게.”“우리를 살려준다고?”담담하게 말하는 유진우에 턱수염은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보더
그 광경에 달려오던 조직원들은 마치 석화된 것 마냥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그리고 바로 이어서 폭발음이 연달아 들리더니 조직원들이 몸이 공기가 넘쳐나는 고무공처럼 커지더니 하나하나 터져나갔다.떨어진 사지와 사정없이 솟구치는 피 때문에 관공절 안에는 순식간에 핏빛 안개가 껴버렸다.“뭐지?”턱수염도 깜짝 놀라 피바다에 떨어져 버린 자신의 담배를 보며 눈만 깜빡였다.다... 다 죽은 건가?단 하나의 수로 자신의 조직원들을 몰살해버린 유진우는 그야말로 악마 같았다.의뢰인은 사건을 의뢰한 게 아니라 자신의 조직원들을 사지로 내몬 것이다.“뭐야? 저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이야?”그때쯤 되자 대머리는 아픈 걸 까맣게 잊고 놀라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그냥 평소 해오던 대로 사람을 죽이고 시체만 이송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이번에는 돈 많은 의뢰인이 뒤를 봐준다 해서 아무 문제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처리해야 할 대상이 이 정도로 강할 거라고는 미처 예상을 못 했었다.손 한번 들었다 놓는 걸로 저 많은 사람을 조각내는 건 정말 보기만 해도 오싹했다.절 안에는 피 묻은 사지가 나뒹굴고 있었고 피가 사방으로 튕기고 있었지만 문어구에 서 있던 하얀 옷의 유진우만은 들어오던 그때처럼 깨끗했다.유진우는 만물을 내려다보는 신령처럼 아무 감정도 없는 눈으로 담담히 턱수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네 차례야.”고개를 든 유진우가 턱수염을 바라보자 그는 사색이 되며 멈추지 않고 뒷걸음질을 쳤다.“너... 오지마! 네가 가까이 오면 저년 당장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친 턱수염은 칼을 꺼내 은도의 목에 들이밀었다.그래도 인질이 있으니 마음이 한결 안정되는 것 같았다.그런데 유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도를 앞으로 한번 휘두르며 빛을 번뜩이더니 순식간에 남자의 팔을 잘라냈다.그렇게 남자의 팔은 들려있던 칼과 함께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아아!”잠시 멈칫하던 남자는 이내 떨어진 제 팔과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통증에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제 보스가 모든 걸 다 털어놓는 걸 본 대머리는 속으로 수많은 욕을 삼켜냈다.남자라면 기개가 있어야 한다며, 흑곰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죽자던 사람이 갑자기 배신을 해버리고 살 기회까지 빼앗아가 버렸다.“보스, 우리 같이 비밀 지키고 죽기로 했잖아요, 왜 갑자기 배신하신 겁니까?”“너무 내 탓만 하지 마, 난 모셔야 할 부모님도 있고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도 있어. 이렇게 죽으면 안 된다고. 그리고 넌 이미 남자도 아닌 게 됐는데 살아서 뭐하겠어, 제수씨는 내가 잘 챙길 테니까 넌 편히 가.”개소리를 정성껏 지껄이는 턱수염에 화가 치밀어오른 대머리는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어 턱수염에게로 달려들었다.하지만 그보다 좀 더 반응이 빨랐던 턱수염의 바닥에 있던 벽돌을 주어 대머리의 머리를 내리찍었다.-펑!묵직한 소리와 함께 벽돌이 부러지고 머리통도 깨지면서 대머리는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쓰러져버렸다.“죽어! 죽으라고!”그럼에도 턱수염은 흉악한 얼굴로 한번 또 한 번 벽돌로 머리를 내리찍었고 대머리는 마침내 숨이 다 끊겨버렸다.그의 머리는 터져버린 수박처럼 빨갛고 하얀 정체 모를 것들이 되어 바닥에 널려 있었는데 턱수염은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을 피하고자 칼을 들어 대머리의 심장에 깊숙이 찔러넣었다.턱수염은 이보다 더 확실하게 죽을 순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칼질을 멈추었다.“동료도 다 죽이고, 참 잔인하네.”“나를 챙길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내가 살려면 저놈을 죽여야죠. 일찍 사회에 나와 목숨 부지하면서 그 정도는 진작에 배웠어요.”유진우의 말에 턱수염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아까 문한성이 시킨 짓이라고 했지. 걔는 지금 어딨어?”유진우가 더 묻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턱수염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몰라요. 그렇게 대단하신 분들이 왜 저희 같은 고용인한테 스케줄을 알려주시겠어요?”“문한성과는 어떻게 연락했어?”“문한성의 직원이라는 사람이 연락을 줬었어요. 일 다 처리하고 사진만 찍어서 보내면 바로
이기적인 조강진에게 양측 모두의 미움을 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응?”조강진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인상을 썼다.이 늙은 여우는 공을 뺏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더니 책임을 떠넘길 때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이봐요.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게 내어주면 난 당신에게 혜택을 줄 수 있소.”엄기준은 유진우를 바라며 지시하는 투로 말했다.“누구시죠? 저 아세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룡종의 서열 2위 엄기준이요.”엄기준은 오만하게 말했다.“그쪽이 고분고분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어준다면 앞으로 우리 유룡종은 당신의 든든한 뒷배가 될 거요.”“내가 내놓지 않겠다면요?”“내놓지 않겠다고? 흥!”“그렇다면 그건 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것인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이름 없는 작은 인물이 유룡종과 맞서는 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으니 정말 사람을 내놓고 싶지 않네요.”유진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지금 환자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요. 난 의사로서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니 유룡종이든 다른 세력이든 오늘 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이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엄기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협박했다.“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남부에서 아무도 너를 지킬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사람을 내놔!”“싫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내뱉었다.“네 놈이 죽고 환장했어!”엄기준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얘들아! 이 새끼를 당장 박살 내버려!”두 명의 유룡종 제자가 듣자마자 칼을 뽑았다.“그만!”이때 서지석은 갑자기 외쳤다.“이 사람은 내 친구요.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서지석!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감히 유룡종과 맞서는 사람은 모두 대가를
유룡종은 서남부 3대 종파의 우두머리이며 실력은 금도문과 비설파보다 훨씬 강했다.마을은 이런 대문파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어쨌든 사막의 마을이 살아남으려면 유룡종의 비호에 의존해야 했다.“이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장님이 구한 그 사람을 우리 유룡종이 데려가야겠어요.”엄기준은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만약 우리 유룡종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앞으로 이장님과 우리 유룡종은 친구가 되는 겁니다.”“그게...”그 말을 들은 조강진은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그의 처음 의도는 바람을 통해 횡재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세력을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특히 유룡종이 이런 조건을 내걸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물론 거절할 자신도 없었다.“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왔는데 유룡종이 독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그때 비설파의 연우혁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요? 불만 있어요?”엄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하게 물었다.“저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요.”연우혁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재치 있게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였다.유룡종은 아주 강했으니 비설파가 혼자 힘으로는 상대하는 건 무리수였다.그러나 동맹을 맺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그래서 자네들이 우리 유룡종에 맞서겠다는 건가?”엄기준은 위협하는 기세로 사방을 훑어보았다.모두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떠날 의향도 없었다.분명 유룡종이 독식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서지석,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엄기준은 서지석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는 안중에도 없지만 금도문의 서지석은 예외였다.만약 상대방이 연우혁과 동맹을 맺는다면 일이 확실히 좀 번거로워질 것이다.“당신들 사이 원한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바람은 절대 당신이 데려갈 수 없어요.”서지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바람 씨, 진정하세요. 이제는 안전해요.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마세요.”바람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보고 이청성은 급히 위로했다.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이런 상태로는 유용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의 바람은 이미 공포에 휩싸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여전히 머리를 감싸 안고 벌벌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이 사람... 정말 미친 건 아니겠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요?”조강진은 좀 초조해졌다.겨우 돈줄을 찾았는데 그의 정신이 혼미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진우 씨, 이 사람을 진정시킬 방법 있어요?”이청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물었다.“그거야 쉽죠.”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은침 하나를 꺼내 바람의 뒷덜미를 찔렀다.바람은 몸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곧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이게 진우 씨 방법이에요?”이청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침 하나로 바람이 진정하긴 했지만 이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이 사람은 크게 놀라서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요. 이 침으로 바람을 진정시키고 먼저 한 시간 동안 재우고 깨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이청성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원의 기는 그녀에게 정말 중요했으니 반드시 상황을 알아내야 했다.만약 용원의 기가 정말 오아시스에 숨겨져 있다면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손에 넣을 것이다.“이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서 누가 소란을 피워요!”그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얼굴이 약간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 뺨을 맞은 것이 분명했다.“소란을 피워? 누가 감히 사막의 마을 이장 댁에 와서 소란을 피워?”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한 마을을 질서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그는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위대도 갖고 있었다.예전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
“이봐요 젊은이, 환자 병세도 보지 않고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요?”마을 의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비록 마을 의사지만 어쨌든 십여 년의 의료 경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그도 속수무책인 병을 어떻게 햇병아리가 고칠 수 있을까?“환자의 외상은 13곳이며, 가장 심각한 것은 가슴과 등 관통상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체 조건이 강해서 치명적이지 않죠. 가장 골치 아픈 점은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되어 오장육부가 다양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때 해독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내일까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유진우는 마치 집안의 보물을 세듯 바람의 병세를 자세히 말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마을 의사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맥을 짚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비로소 상응하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병을 많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답했다.“뭐? 한눈에 알았다고?”“무슨 불치병도 아니고 한 번만 봐도 충분합니다.”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자 마을 의사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한동안 대답하지 못 했다.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으로 보아 정말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정말 고칠 자신이 있어요?”조강진이 떠보듯 물었다.“시도해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좋아요. 그럼 수고하세요.”조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 유진우를 앞으로 모셨다.바람의 상태를 보면 내일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가서 먼저 해독약을 꺼내 바람의 입에 먹였다.그리고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슈우...”일렬로 늘어선 은침이 튕겨 나와 바람의 몸 곳곳의 주요 혈 자리를 정확히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유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윙...”모든 은침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
“당연하죠! 이건 유리종 제왕녹이에요. 게다가 골동품이라 천금 같은 값어치예요!”진이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천금이라고요? 역시 좋은 아이였어요!”중년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옥 팔찌를 조심스럽게 챙겼다.“급하게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 옥 팔찌는 꽤 가치가 있으니 맘에 들었으면 합니다.”이청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죠. 이장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이장님이 여러분을 만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중년 남자는 감히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이청성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중년 남자는 더 말하지 않고 마당으로 돌아섰다.3분 후, 중년 남자는 다시 집을 나서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우리 이장님이 아가씨를 만나겠대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명만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세요.”“진 대장님은 여기서 지켜주세요. 저와 유진우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청성은 당부 한마디 하고 유진우를 데리고 들어왔다.한편, 침실 안.바람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이장 조강진이 옆에서 마을 의사와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양 선생, 이 젊은이 정말 가망이 없는 건가?”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아시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바람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잘만 활용하면 마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이장님, 이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게다가 체내에 맹독이 있어서 제 의술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습니다.”마을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작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치병을 만나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보아하니,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겠군.”조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장님 저희 마을에서 도시 대형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서 적어도 하루는 필요해요. 이 사람 현재 건강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마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네? 누군가 나왔다고요?”그러자 이청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캐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죠? 지금 어딨죠?”그 기괴한 오아시스는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분명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구든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는 성공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바람이라는 자인데, 오행문의 제자로 둔술에 능하다고 합니다. 사흘 전 오아시스에 들어가 소식이 끊겼는데 방금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사막의 마을로 돌아왔고 이장의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진이수가 답했다.“오행문의 바람?”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강호에서 꽤 유명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의 후반에 접어들어 천재라고 할 수 있죠.”오행문은 서남 세력에 속하지 않지만 그 잠재력은 결코 금도문에 뒤지지 않았다.“아가씨, 이 사람들은 누구죠?”진이수는 서지석 일행을 보며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모두 금도문의 고수들이세요.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이청성이 답했다.“금도문이라고요?”진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꽤 놀랐다.서남부 3대 문파의 금도문은 그들에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청성이 금도문의 제자와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금도문의 보호가 있다면 이번 일정은 훨씬 안전할 것이다.“자, 우선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나를 마을 이장님 댁에 데려가 주세요. 바람에게 직접 물어볼 말이 있어요.”이청성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진이수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하고 이장 댁으로 향했다.지금 바람은 핵심 인물이며 각 세력이 경쟁하는 인기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찍 나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곤란했다.5분 후, 몇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이장 댁에 도착했다.마을 이장은 2층짜리 작은 양옥에 살고 있으며 둘레가 100m인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꽃과 풀도 심겨 있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한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