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수염은 그렇게 몸을 떨더니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지도 못한 채 뒤로 넘어갔다.“너 같은 쓰레기랑 한 약속은 원래 지킬 필요가 없는 거야.”차갑게 말한 유진우는 시체를 넘어 은도 앞으로 다가가서는 밧줄을 풀어주고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로 직접 벗겨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은도 씨,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난 괜찮아요. 진우 씨가 빨리 와서 다행이에요. 안 그랬으면 오늘 저런 놈 때문에 제가 더러워질 뻔했어요.”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다 겪어봤지만 납치 강간은 생전 처음인 은도가 긴 숨을 뱉어내며 말했다.음란마귀가 씐 놈들의 아지트에 들어와 버렸으니 유진우가 빨리 오지 않았더라면 놈들에게 장난감처럼 휘둘리다가 어디 외국으로 팔려나갔을 것이다.정말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죽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미안해요, 내 잘못이에요.”문한성이 유진우를 노리고 그와 가까운 은도에게 손을 뻗은 게 분명했기에 유진우는 자책하며 사과를 했다.“무슨 사과를 하고 그래요, 우린 비즈니스파트너잖아요. 힘든 건 같이 감당하고 좋은 것도 같이 나눠야죠.”하지만 은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문한성 잘못인데 그게 진우 씨랑 무슨 상관이에요? 지금 해야 할 건 사과가 아니라 같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생각하는 거예요.”“문한성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은도 씨는 걱정 마요.”“어떻게 할 생각인데요?”“당연히 이참에 아주 싹을 잘라야죠.”“뭐라고요?”차갑게 말하는 유진우에 은도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진우 씨, 진정해요. 문한성은 문 어르신의 아들이에요. 그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데 우리가 함부로 달려들면 괜한 일에 휘말려서 죽을 수도 있어요!”“걱정 마요. 깔끔하게 잘 처리할 거예요, 아무도 모르게.”“그리고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다 해도 그쪽에선 절대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오늘 일 보고도 모르겠어요? 매일매일 가슴 졸이면서 사는 것보다 한 번에 처리해버리고 마음 놓는 게 낫죠.”“근데..
흑곰파가 전멸했다는 소식은 빈민구 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전에 유진우를 먹잇감 취급하던 다른 조직원들은 마치 괴물이라도 본 양 유진우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빈민구 내에서 꽤나 큰 조직에 속하던 흑곰파의 엘리트들을 30분 만에 죽인 사람이니 생각이란 게 있다면 유진우에게 덤벼들 수는 없었다.그래서 유진우는 당당히 자신의 차를 끌고 빈민구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이 전쟁의 신의 이야기는 밖으로까지 퍼지기 시작했다.30분 뒤, 유진우의 차는 은도의 개인 별장 앞에서 멈춰 섰다.“진우 씨, 같이 들어갈래요?”차에서 내리던 은도는 유진우를 보고 웃으며 자신의 집으로 그를 초대했다.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어 하얀 다리와 예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지금의 은도는 매혹적이기 그지없었지만 유진우는 그녀의 요청을 거절했다.“아니에요, 시간도 늦었는데 은도 씨 푹 쉬어요.”“근데 나 혼자서는 좀 무서운데... 같이 좀 있어 주면 안돼요? 혹시 나쁜 놈들이 또 찾아와도 진우 씨가 바로 나 지켜줄 수 있잖아요.”“무서우면 사람 보내서 집 앞 지키고 있으라고 할게요.”“모르는 사람들은 믿음이 안 가요.”자신의 핑계가 먹히지 않자 은도는 불쌍한 척을 하며 말하기 시작했다.“집안이 저렇게 어두운데 나쁜 놈들이 숨어 있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같이 들어가서 봐주면 안 돼요? 저같이 연약한 여자가 설마 진우 씨를 어떻게 할까 봐 피하는 거예요 지금?”“아...”은도의 말에 잠시 난감해하던 유진우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들어가서 확인해 줄게요.”“진작 그랬어야죠, 얼른 와요!”은도는 해맑게 웃으며 집 문을 열었고 유진우도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화사한 인테리어가 주된 은도의 별장에는 핑크색이 유독 많이 보여서 한결 더 소녀다워 보였다.곳곳에 인형들이 가득했고 한쪽 벽에는 피규어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이 유진우에게는 꽤나 의외였다.평소에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여줘서 몰랐는데 집 인테리어를 보니 마음만은
“이미 예쁜데요 뭘.”성인이 된 후 찍은 사진 속의 은도는 청초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미모는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아름다웠기에 유진우는 예의 있게 칭찬을 했다.“옛날 일 자꾸 돌아봐서 뭐하겠어요.”은도는 냉장고 문을 열며 유진우를 향해 물었다.“진우 씨는 뭐 마실 거에요?”“아무거나요.”“알겠어요.”은도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오며 여러 가지 간식들도 테이블 위에 안주 삼아 올려놓았다.“자, 한잔해요 우리.”둘은 냉장고에서 갓 꺼내와 차가운 맥주를 서로 부딪치고 바로 마시기 시작했다.“진우 씨, 나 어때 보여요?”그때 은도가 술을 마시며 웃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유진우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생각하던 대로 짧은 대답을 했다.“이쁘고 착하죠.”은도와 함께 일을 시작한 뒤로 더 느끼는 건데 은도와 유진우는 서로 꽤 잘 맞았다.어떨 때는 좀 장난스럽고 단순해 보이는 은도였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행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리고 은도도 유진우를 친구로 대해줬기에 둘이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어머, 그래도 괜찮게는 생각하고 있었네요? 나는 진우 씨가 나를 가벼운 사람으로 볼까 봐 사실 좀 걱정했거든요.”“소문은 다 전해질수록 과장되는 법이죠, 나는 내가 봐온 은도 씨의 성품을 믿어요.”은도와 유진우 둘 다 미소를 띤 채로 대화를 이어나갔다.“역시 날 알아주는 사람은 진우 씨뿐이라니까요, 우리 한잔 더 해요!”은도는 잔을 부딪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소문이 다 거짓말인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나더러 남자나 데려다 키우는 경박한 여자라고 하잖아요. 경박한 건 아닌데 남자를 데려다 키우는 건 맞거든요.”“네?”은도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던 유진우는 표정이 굳어버렸다.“좀 의외죠?”은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더니 말을 이어나갔다.“남자를 집에 들이는 건 뭐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 명성에 흠이 좀 났으면 해서예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여자라면 누구나 제 명성을 끔
은도의 속마음 얘기를 다 들은 유진우는 그 인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돈 많은 집에서 태어나 호의호식하고 자란 만큼 가문의 이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게 참 슬픈 현실인 것 같았다.능력이 있어서 집안의 사업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면 예쁜 얼굴을 무기 삼아 다른 재벌가에 시집가서 가문을 위해 힘쓰는 게 그들의 숙명이었기에 은도같이 예쁘고 우수한 여자는 특히나 가문이 발전하는 좋은 디딤돌이었다.그러니 당연히 결혼도 마음대로 못하고 가문의 무게를 두 어깨로 짊어진 채 집안 어르신들이 정해주는 짝과 결혼해야만 했다.그제야 유진우는 왜 은도가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까지 제 명성을 더럽혀왔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은도도 정말 궁지에 몰려서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한잔해요.”이번에는 유진우가 맥주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그래요!”그에 은도도 기분 좋게 웃으며 남은 맥주를 다 털어 넣고는 또 두 캔을 새로 까서 하나는 유진우에게 주고 하나는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사실 나는 진우 씨를 만난 게 엄청 난 행운 같아요. 진우 씨는 나한테 선택할 기회를 줬잖아요.”은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옥로고가 대박 나고부터는 집안에서 내 위치도 엄청나게 높아졌어요. 더 이상 나한테 결혼하란 소리도 안 하고요. 이젠 내가 은씨 가문을 손에 꼽히는 재벌가로 만들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이것만 인정받으면 우리 집에서는 내가 왕이에요!”“그래요? 축하해요!”“나도 내가 직접 내 삶을 선택하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었어요. 다 진우 씨 덕분에 복이 굴러들어온 것 같아요.”“나도 똑같아요. 은도 씨 만나고 나서부터 일이 잘 풀려요.”유진우도 웃으며 은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이제 알았는데 혹시 내 남자친구 안 할래요? 우리 너무 잘 맞는 것 같은데?”뜬금없는 말을 내뱉은 은도는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을 안고 유진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평소에는 장난스레 이런저런 말도 자주 하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하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조선미는 진국공의 손녀라는 사실이었다.그 신분 하나만으로도 이미 많은 이들이 우러러볼 것 같은데 미모와 몸매까지 받쳐주니 그런 조선미 앞에서 은도의 모든 우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도였다.그 순간 은도는 자신이 살짝 부끄럽기도 하면서 그렇게 대단한 여자도 맘에 들어 하는 유진우를 자신도 좋아하는 것이니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사실 저도 좀 놀라웠어요. 저랑 선미 씨가 만날 때는 저도 선미 씨가 진국공의 외손녀인 줄은 몰랐거든요.”“그래서 잘됐다고요?”어깨를 움츠리며 말하는 유진우에 은도는 또 놀리듯 받아쳤다.“그런 셈이죠.”“그래요, 그럼 이왕 만난 거 백발노인 될 때까지 잘 살아요, 행복하세요!”어색하게 웃는 유진우를 향해 축하 인사를 건넨 은도는 바로 잔을 집어 들며 건배를 청했다.그렇게 감정이라는 것에서 오는 속박이 없으니 둘은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인생에 여한 없는 사람은 없기에 은도는 유진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로 했다.누굴 좋아한다고 해서 꼭 그 사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가끔씩 만나 이렇게 술 마시면서 얘기하는 걸로도 은도는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렇게 밤이 점점 깊어져 갔고 유진우는 맥주 한 줄을 다 비우고서야 집으로 향했다.유진우를 보내고 스트레칭을 한 은도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좀 아쉽긴 하네.은도가 유진우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 갑자기 집안 어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삼촌? 지금 시간이 몇신데 내일 다시 얘기하면 안 돼요?”귀찮은 듯 느릿느릿 얘기하는 은도와 달리 은도 삼촌은 다급하게 외쳤다.“은도야, 집에 일이 생겼으니까 빨리 좀 와!”“왜요?”“전화로는 할 수 없는 얘기야, 와보면 아니까 빨리 와.”“알겠어요, 금방 가요.”은도는 어딘가 이상했지만 삼촌이 하도 급해 하니 바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향했다.30분쯤 지나자 은도의 차는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죠, 총알은 절대 빗나가는 법이 없으니까.”그녀의 뒤에서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은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한 검은 총구와 잔인한 표정의 사람들을 마주했다.“당신들은 누구지?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은씨 가문 구역에서 난동을 부려?”은도가 매섭게 소리쳤다.“아가씨, 너무 화내진 마세요. 저희는 단지 명령을 따를 뿐이니까요.”총을 든 남자가 무덤덤하게 말했다.“명령이라고? 누구의 명령이지?”은도가 물었다.“당연히 제 명령이죠.”그 순간, 깡마른 체형에 차가운 인상을 가진 남자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문씨 가문의 문한성이었다.“당신이었어?!”문한성을 발견한 은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은도는 우여곡절 끝에 빈민가를 탈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문한성을 다시 만나게 됐다.“또 만나네요, 은도 씨.”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문한성은 손가락을 뻗어 은도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저도 마음이 흔들릴 정도예요.““이봐요, 문한성 씨. 당신이랑 나랑은 별 원한이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은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무런 원한도 없다고요?”그 말에 문한성이 웃으며 대답했다.“당신들이 옥로고를 팔아 그렇게 엄청난 매출을 내놓고도 나랑은 계약할 생각이 없잖아요, 그게 원한이라면 원한 아닌가?”“한성 씨, 사업 얘기라면 서로 말로 풀어도 되는 거 아닐까요? 굳이 이렇게 서로 불쾌한 상황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요.”은도는 최대한 상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사업이 무슨 대수라고. 그냥 당신들보다 돈 좀 덜 벌면 되는 일이잖아요. 제가 정말 짜증 났던 건, 개업하던 그 날에 당신들이 날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거야!”문한성의 표정이 갑자기 살벌하게 바뀌더니 말을 이었다.“나, 엄연한 문씨 가문의 아들인 내가 당신들한테 한낱 개 따위처럼 농락을 당하고, 모욕을 당했어. 오늘 이 원한 못 갚으면 난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아갈 거야!
비록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는 있었지만 문한성의 모습은 누가 봐도 좋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뭘 시키려는 거죠?”갑자기 불안해진 은도가 물었다.“간단해요. 내일 은도 씨가 아무 핑계나 대고 유진우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면서 이 병에 든 약을 술에 타는 겁니다. 약효가 퍼지면 은도 씨는 자리를 뜨면 되는 거예요. 남은 일은 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문한성은 검은색의 약병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그 안에는 십향연근제라고 하는 약이 들어있었다. 그 약은 주로 무도 고수를 상대할 때 사용하는 약이다.만약 마스터 계급이 아니라면 이 약을 먹는 순간, 온몸의 힘이 다 빠져 꼼짝도 못 하고 도살을 기다리는 양이라도 된 듯 무력해진다.“문한성 씨, 적당히 좀 하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은도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문한성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지나가던 개라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유진우에게 약을 먹인다면 은도 역시 문한성과 공범이 된다.“이렇게까지?”문한성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미소에는 조롱의 기운이 함께 서려 있었다.“은도 씨, 이게 뭐가 심해요? 난 더한 짓도 할 수 있는데. 보여줄까요? 예를 들면, 당신네 집안 하나 파탄시키는 거, 아니면 당신 가족들한테 누명 씌워서 다 감방에 처넣는 거. 어때요?”“문한성 씨! 정말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연경에도 법이라는 게 존재합니다!”화가 치밀어오른 은도가 소리쳤다.“법이라고요?”그 말에 문한성이 배를 잡고 깔깔댔다.“은도 씨, 어린 애 아니잖아요. 어떻게 그딴 순진한 소리나 해댈 수 있는 거죠? 정말 실망입니다.”자고로 법이란 것은 권력과 지위가 있는 사람들만 보호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권력 없는 사람들은 그저 법이라는 존재에 의해 억압만 받을 뿐이다.평민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가차 없이 감옥으로 보내지지만, 귀족은 범죄를 저질러도 여전히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다.이 세상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쭉 이래왔다.
문한성의 위협에 은씨 가문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분명 그들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었지만 난데없이 이런 상황에 부닥쳐졌으니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도련님! 도련님, 제발 용서해주세요!”은도의 넷째 삼촌은 두려움에 곧장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우리 은씨 가문 사람들은 항상 법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제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말아주세요!”“도련님!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주세요, 제발 저희를 그냥 놔주세요!”공포에 질린 은씨 가문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애원했다.하지만 문한성은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저한테 애원해봤자 소용없어요. 은도 씨한테 비셔야죠. 여러분들의 생사 여부는 다 은도 씨한테 달려있거든요.”“은도야! 뭐 하고 있어? 얼른 도련님의 제안을 받아들여야지.”마음이 급해진 은도의 넷째 삼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설마 너, 이대로 우리가 한 명씩 죽어 나가는 꼴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이야?”“삼촌! 진우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그런 사람을 배신할 수는 없어요!”은도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은인은 무슨 개똥 같은 생명의 은인이야!”분노에 찬 넷째 삼촌이 소리쳤다.“사람은 자고로 본인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법이야. 유진우 그 한 사람이 우리 온 가족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이냐?”“삼촌, 우리 은씨 가문은 절대 작은 가문이 아니에요. 문한성이 정말 그 정도로 무리할 리 없어요.”은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문씨 가문이 아무리 권세가라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살인을 저리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못할 거라고?”문한성이 가볍게 웃더니 손가락을 튕겼다.“탕!”곧이어 총성이 울려 퍼졌다.온씨 가문의 한 젊은 남자가 몸을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그 자리에는 커다란 구멍 하나가 뚫려있었다.가슴 한가운데에서 피가 끊임없이 솟구쳐 나왔다.“털썩…”입을 벌린 남자는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점점 깜깜해지는 시야를 느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