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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비록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는 있었지만 문한성의 모습은 누가 봐도 좋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뭘 시키려는 거죠?”

갑자기 불안해진 은도가 물었다.

“간단해요. 내일 은도 씨가 아무 핑계나 대고 유진우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면서 이 병에 든 약을 술에 타는 겁니다. 약효가 퍼지면 은도 씨는 자리를 뜨면 되는 거예요. 남은 일은 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문한성은 검은색의 약병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 안에는 십향연근제라고 하는 약이 들어있었다. 그 약은 주로 무도 고수를 상대할 때 사용하는 약이다.

만약 마스터 계급이 아니라면 이 약을 먹는 순간, 온몸의 힘이 다 빠져 꼼짝도 못 하고 도살을 기다리는 양이라도 된 듯 무력해진다.

“문한성 씨, 적당히 좀 하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은도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문한성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지나가던 개라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유진우에게 약을 먹인다면 은도 역시 문한성과 공범이 된다.

“이렇게까지?”

문한성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미소에는 조롱의 기운이 함께 서려 있었다.

“은도 씨, 이게 뭐가 심해요? 난 더한 짓도 할 수 있는데. 보여줄까요? 예를 들면, 당신네 집안 하나 파탄시키는 거, 아니면 당신 가족들한테 누명 씌워서 다 감방에 처넣는 거. 어때요?”

“문한성 씨! 정말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연경에도 법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화가 치밀어오른 은도가 소리쳤다.

“법이라고요?”

그 말에 문한성이 배를 잡고 깔깔댔다.

“은도 씨, 어린 애 아니잖아요. 어떻게 그딴 순진한 소리나 해댈 수 있는 거죠? 정말 실망입니다.”

자고로 법이란 것은 권력과 지위가 있는 사람들만 보호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권력 없는 사람들은 그저 법이라는 존재에 의해 억압만 받을 뿐이다.

평민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가차 없이 감옥으로 보내지지만, 귀족은 범죄를 저질러도 여전히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다.

이 세상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쭉 이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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