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뜬눈으로 밤을 지낸 은도는 어쩔 수 없이 유진우에게 전화를 걷어 자신의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오라는 초대를 했다. 그리고 유진우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녀의 초대를 승낙했다.전화를 끊은 은도는 마치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두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다.“딸, 어떻게 됐어? 유진우랑 연락은 해봤니?”그때, 은국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질문에 은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넋이 완전히 나가버린 딸의 표정을 보던 은국성은 한숨을 내쉬며 위로했다.“은도야, 네가 지금 얼마나 괴로울지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 우리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문한성의 힘이 너무 센 데다가 문왕부가 그 뒤를 봐주고 있으니 말이야. 우리가 문한성을 직접 건드릴 수는 없어. 그리고 우리 가문 사람 중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문한성에게 잡혀 있잖니. 우리가 저항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될 거야. 우리가 악역을 맡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거야.”말을 마친 은국성의 표정도 어두웠디.그 역시 유진우에게 좋은 인상을 느끼고 있었다.젊고 능력도 있는 데다가 잘난 척도 하지 않고 차분한 사람으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여겨왔다.하지만 그런 유진우가 문왕부의 사람들을 건드릴 줄은 미처 몰랐다.게다가 그 일로 인해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졌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아빠,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을 청해서라도 이 원한을 풀 수는 없는 거냐는 말이에요.”온도가 조심스레 물었다.“이미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다 소용없더구나.”은국성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친구들한테 부탁해봤지만 문왕부라는 말을 듣자마자 전화부터 끊어버리더구나. 너도 알다시피 문왕부의 힘이 여간 막강한 게 아니잖니. 연경 전체를 샅샅이 뒤져봐도 문왕부를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연경의 대 왕족 가문 중,
그 반면, 곁에 서 있던 은도는 시종일관 기운 없이 멍한 상태였다. 은국성이 팔꿈치로 그녀를 툭툭 치며 눈치를 주자 은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인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진우 씨, 음식과 술은 제가 미리 다 준비해뒀어요. 얼른 들어가죠.”“네, 들어가죠.”유진우가 미소로 화답했다.세 사람은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의 은씨 가문 저택은 평소와 달리 조용했고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거실에 손님 접대실에 도착했다.곧이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요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은도 씨, 단순히 이런 식사나 대접하려고 저를 부른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요?”유진우가 물었다.“저… 그게…”은도의 말문이 순간적으로 막혔다.그녀는 하루 종일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있었던 탓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다행히 은국성이 재빨리 상황을 수습하며 말했다.“진우 군,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아무 일 없어도 밥 한 끼 정도는 대접할 수 있는 거지. 우리 은씨 가문이 진우 군 도움으로 그렇게나 큰 기회를 잡았는데 당연히 감사의 뜻을 담아서라도 이렇게 초대를 해야 마땅하지.”“과찬이십니다. 어차피 서로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으니 그냥 서로 돕고 산 것뿐입니다.”유진우가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게다가 저와 은도 씨는 이제 친구가 되었잖아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협력할 일이 많을 것 같으니 아저씨께서도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하하… 좋아!”은국성은 과장된 손짓을 하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여기! 내가 아끼던 그 술 좀 내와 봐. 오늘은 진우 군이랑 마음껏 마셔볼 테니까!”은국성의 부름에 오래된 술 한 병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뚜껑을 열자 진한 술 향이 애주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이 향이라면 50년은 족히 넘은 술인 것 같은데요?”유진우가 코를 킁킁대며 말했다.“맞아! 이 술은 80년 동안이나 숙성된 거야. 어렵게 구한 거라서
“탁!”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의 손에 들려있던 술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은도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가 방금 한 행동은 완전히 무의식적인 행동이었고, 그녀 자신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유진우가 술을 마시려는 순간, 은도는 자동반사적으로 그를 말렸다.은도만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인 은국성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그가 가장 걱정하고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은국성은 유진우를 희생시킴으로써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려 했다.하지만 딸의 돌발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만약 이 상황에 문한성이 책임을 묻는다면, 은씨 가문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재앙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은도 씨, 방금 뭐라고 하셨죠? 술에 약이 들었다고요?”유진우가 미묘하게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더니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그 말에 은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마음을 다잡은 듯 이를 악물고 말했다.“진우 씨, 사실 오늘 이 자리는 함정이었어요. 술에는 마취약이 들어있고요. 누군가가 당신을 해치려고 하고 있다고요. 얼른 도망치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유진우는 팔을 잡고 그를 밖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은도야! 네가 정말 미친 게로구나!”화가 난 은국성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아니? 네 행동이 우리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거다!”“아버지! 저는 지금 그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저는 그냥 진우 씨가 무사하기만을 빈다고요. 진우 씨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어요.”은도의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유진우가 살면, 우리가 죽어! 아직도 모르겠니? 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은국성이 격분해 소리쳤다.“우리도 도망치면 되잖아요. 연경을 떠나면, 그래도 희망이 있을지 몰라요.”은도가 간절하게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문왕부
칼을 쥔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속에 난 상처도 점점 깊어졌다.그 모습을 보던 은국성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결국 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만 했다.“좋아, 보내주지. 하지만 오늘부터 넌 더 이상 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끝인 거야. 넌 더 이상 내 딸이 아니다!”은국성이 한껏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은도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고 표정은 고통스러워 보였다.“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마! 당장 꺼져!”은국성은 손짓으로 경호원들을 물리치더니 등을 돌린 채 더는 은도를 바라보지 않았다.그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딸, 잘 살아라. 연경이라는 이 혼란의 땅에서 멀리 떠나 행복하길 바란다.’“죄송해요, 아버지.”아버지의 약간 굽은 등을 보던 딸은 죄책감에 가득 찼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곧이어 눈물을 훔치고 유진우의 손을 끌어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은도 씨,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접객실을 벗어난 유진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설명할 시간 없어요! 여기엔 문왕부의 첩자들이 곳곳에 숨어있단 말이에요.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안 그러면 절대 못 빠져나가요.”은도는 유진우의 손을 꼭 잡고 뛰며 긴장감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문왕부요?”유진우가 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또 문한성이 꾸민 짓일까? 어젯밤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복수를 시도하다니.“뒷문으로 나가요!”은도는 아무도 자신들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레 유진우를 이끌어 저택의 뒷문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또다시 주위를 살펴 이상한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은도는 고개를 돌려 유진우를 바라보며 빠르게 말했다.“이 길을 쭉 따라가면 큰 길이 나올 거예요. 그 길을 따라가면 돼요. 집으로 가면 얼른 짐 싸서 연경을 떠나세요. 여기서는 더 이상 머물 수 없어요!”“은도 씨, 사실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에요. 문한성이 두려워서 그러는
“은도 씨!”총에 맞아 쓰러진 은도의 모습을 본 유진우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다급히 은도를 부축했다.이 순간, 은도의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얼굴은 눈에 띄게 창백해져 동공까지 풀리기 시작했다.유진우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은침을 꺼내 은도의 여러 혈 자리를 막으며 지혈을 시도했다.그가 진기를 주입해 치료를 시도하려는 순간, 그의 등 뒤에서는 또다시 총성이 울려 퍼졌다.“탕, 탕, 탕, 탕, 탕…”문밖에서 날아든 총알은 폭풍우처럼 두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고, 순식간에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주위에는 파편이 튀고 먼지라 자욱이 날렸다.모든 총알이 쏟아진 끝에 전투 장비로 무장한 암살 팀이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대단한 줄 알았더니, 별거 아니었잖아. 실망스러운걸.”리더격으로 보이는 근육질의 남자가 담배를 피워 물며 연기를 내뿜었다.“우리가 이렇게 강력한 화력을 갖고 있는데, 그 누가 감히 버틸 수 있겠어요?”한 암살팀 팀원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하지.”근육질의 남자가 입꼬리를 씨익 끌어올리며 웃었다.“좋아, 시체 처리해. 도련님한테 가서 보수나 받고 오늘 밤 한잔하자고!”그 말에 암살자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이번 의뢰의 보수는 생각보다 훨씬 후했던 덕에 보수만 잘 챙기면 몇 년은 놀고먹을 수 있었다.“대장님! 뭔가 이상합니다!”그때, 한 팀원이 뭔가를 본 듯 경직된 표정으로 말했다.모두가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연기 속에서 피투성이의 남자가 서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유진우였다.“어떻게 이럴 수가? 저 자식이 아직도 안 죽었단 말이야?”근육질의 남자가 놀란 듯 눈썹을 찡그렸다.다른 팀원들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그들은 열 몇 자루 총의 탄창을 전부 비울 정도로 총을 쏴댔다. 강철로 만든 사람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이미 벌집이 되어 있어야 마땅했다.하지만 유진우의 몸에는 몇 군데 찢어진 옷만 제외하면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그의 몸에 묻어있는
아니, 정확히 말해 눈앞의 존재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그 속도는 번개처럼 빨랐고 강철처럼 단단한 몸은 총알의 위력을 완전히 무시해버렸으며 살인을 그저 놀이처럼 즐기고 있었다.눈앞의 이 자는 악마 그 자체였다.“문한성 어디 있어?”피범벅이 된 유진우가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목숨만 살려주세요! 저희도 명령을 따랐을 뿐, 당신과는 아무런 원한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근육질의 남자는 말 하던 도중 갑자기 수류탄을 꺼내 유진우에게 던졌다.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던졌던 탓에 이쯤 되면 수류탄이 거의 터져야 했다.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 엄청난 폭발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남자는 승리를 확신했다.근육질의 남자가 기습공격에 성공했다고 믿으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그 찰나, 유진우가 손을 뻗어 수류탄을 잡아챘다.곧이어 “퍼!” 하는 소리와 함께 수류탄이 폭발했다.하지만 남자가 원하던 잔혹한 장면은 눈앞에서 벌어지지 않았다.유진우의 손안에 있던 수류탄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폭발력을 잃었다.그저 그의 손가락 틈새로 화약 냄새를 풍기는 연기만이 천천히 흘러나왔다.그리고 유진우는 마치 폭탄이 아니라 달걀을 쥐고 있던 사람처럼 가볍고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근육질의 남자는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 그는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유진우를 바라보았다.맨손으로 수류탄을 막고도 이렇게 무사할 수 있다니, 이 사람이 정녕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세요!”근육질의 남자가 겁에 질려 무릎을 꿇더니 땅에 머리를 박으며 간절하게 애원했다.이 괴물과 맞선다는 것은 더 이상 아무 의미 없는 짓이라고 판단한 남자는 목숨을 구걸하는 선택지를 선택했다.“문한성 어디 있어?”유진우가 냉정하게 물었다.“모릅니다…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그저 명령에만 따랐을 뿐입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유진우는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은도의 시신을 지키며 멍하니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우는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자 은국성이 사람들을 데리고 다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방금 전의 총소리가 은씨 가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딸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은국성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즉시 사람들을 조직해 지원하러 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가까이 다가와 보니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 있는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딸의 시신이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은도의 시신 앞으로 다가가 거듭 확인한 후에야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내 딸! 내 딸아!”은국성은 시신 앞에 엎드려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로 그는 딸과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는 딸이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행복하게 손자를 안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백발의 노인이 검은 머리의 자식을 보내는 비극적인 날이 되고 말았다. 그 순간 그는 마치 심장이 칼로 도려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죄송합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숙이고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문한성이 은도를 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은도가 자신을 구하려다가 이런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평소에 친구를 사귀는 것을 꺼렸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렵게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났지만 결국 그 친구마저 자신의 눈앞에서 죽고 말았다. 이러한 충격은 그를 비통하게 했고 더불어 큰 자책감을 느끼게 했다.“왜 이렇게 되었는가? 유진우! 네가 내 딸을 죽인 거야!”은국성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유진우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유진우는 진기로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주먹을 맞아 땅바닥에 세게 내팽개쳐졌고 그의 입가에서는 피가 흘렀다.“제가 은도에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유진우는 고개를
문관옥이 이런 사적인 모임을 연 이유는 한편으로는 인심을 끌어들이기 위함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속내를 떠보려는 것이었다.“여러분께서 옥면 산장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 문관옥은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고 일어나 주변 사람들에게 술을 권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일어나 술잔을 들어 인사했다.그들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용국에서 가장 강력한 군신이자 문왕부의 기둥이 되어주는 존재였다. 어떤 자리에서든 한마디만 하면 온 나라가 움직이는 거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이토록 겸손하게 자신들에게 인사를 건네니 그저 몸 둘 바를 몰랐다.“관옥 형님, 우리 모두 가족 아닙니까?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형님께 먼저 한 잔 올려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형님이야말로 문왕부의 버팀목입니다!”그때, 문한성이 술잔을 들고 힘차게 충성심을 표했다.“맞습니다! 군신께서는 공이 높고 용감무쌍하니 문왕부에 있어서 큰 행운입니다!”이 순간, 모두가 앞다투어 문관옥을 치켜세우기 시작했다.“하하하... 좋아요, 술을 마십시다!”문관옥은 크게 웃으며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다른 사람들도 본받아 술잔을 비웠다.“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초대한 이유는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술을 마신 후, 문관옥은 손을 내려 사람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신호를 보낸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듣자 하니 최근 문왕부에서 작은 변동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버지께서 집사 권한을 한 여인에게 넘기셨다는데 여러분 생각에 이것이 합당합니까?”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당혹스러워했다. 문관옥이 이청아의 승급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당연히 합당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말이 없자 문한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청아는 여자일 뿐 아니라 작은 지방 출신인데 왜 문왕부에 들어오자마자 권력을 쥐게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아버지께서 노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