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는 있었지만 문한성의 모습은 누가 봐도 좋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뭘 시키려는 거죠?”갑자기 불안해진 은도가 물었다.“간단해요. 내일 은도 씨가 아무 핑계나 대고 유진우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면서 이 병에 든 약을 술에 타는 겁니다. 약효가 퍼지면 은도 씨는 자리를 뜨면 되는 거예요. 남은 일은 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문한성은 검은색의 약병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그 안에는 십향연근제라고 하는 약이 들어있었다. 그 약은 주로 무도 고수를 상대할 때 사용하는 약이다.만약 마스터 계급이 아니라면 이 약을 먹는 순간, 온몸의 힘이 다 빠져 꼼짝도 못 하고 도살을 기다리는 양이라도 된 듯 무력해진다.“문한성 씨, 적당히 좀 하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은도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문한성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지나가던 개라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유진우에게 약을 먹인다면 은도 역시 문한성과 공범이 된다.“이렇게까지?”문한성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미소에는 조롱의 기운이 함께 서려 있었다.“은도 씨, 이게 뭐가 심해요? 난 더한 짓도 할 수 있는데. 보여줄까요? 예를 들면, 당신네 집안 하나 파탄시키는 거, 아니면 당신 가족들한테 누명 씌워서 다 감방에 처넣는 거. 어때요?”“문한성 씨! 정말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연경에도 법이라는 게 존재합니다!”화가 치밀어오른 은도가 소리쳤다.“법이라고요?”그 말에 문한성이 배를 잡고 깔깔댔다.“은도 씨, 어린 애 아니잖아요. 어떻게 그딴 순진한 소리나 해댈 수 있는 거죠? 정말 실망입니다.”자고로 법이란 것은 권력과 지위가 있는 사람들만 보호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권력 없는 사람들은 그저 법이라는 존재에 의해 억압만 받을 뿐이다.평민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가차 없이 감옥으로 보내지지만, 귀족은 범죄를 저질러도 여전히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다.이 세상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쭉 이래왔다.
문한성의 위협에 은씨 가문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분명 그들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었지만 난데없이 이런 상황에 부닥쳐졌으니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도련님! 도련님, 제발 용서해주세요!”은도의 넷째 삼촌은 두려움에 곧장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우리 은씨 가문 사람들은 항상 법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제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말아주세요!”“도련님!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주세요, 제발 저희를 그냥 놔주세요!”공포에 질린 은씨 가문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애원했다.하지만 문한성은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저한테 애원해봤자 소용없어요. 은도 씨한테 비셔야죠. 여러분들의 생사 여부는 다 은도 씨한테 달려있거든요.”“은도야! 뭐 하고 있어? 얼른 도련님의 제안을 받아들여야지.”마음이 급해진 은도의 넷째 삼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설마 너, 이대로 우리가 한 명씩 죽어 나가는 꼴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이야?”“삼촌! 진우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그런 사람을 배신할 수는 없어요!”은도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은인은 무슨 개똥 같은 생명의 은인이야!”분노에 찬 넷째 삼촌이 소리쳤다.“사람은 자고로 본인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법이야. 유진우 그 한 사람이 우리 온 가족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이냐?”“삼촌, 우리 은씨 가문은 절대 작은 가문이 아니에요. 문한성이 정말 그 정도로 무리할 리 없어요.”은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문씨 가문이 아무리 권세가라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살인을 저리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못할 거라고?”문한성이 가볍게 웃더니 손가락을 튕겼다.“탕!”곧이어 총성이 울려 퍼졌다.온씨 가문의 한 젊은 남자가 몸을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그 자리에는 커다란 구멍 하나가 뚫려있었다.가슴 한가운데에서 피가 끊임없이 솟구쳐 나왔다.“털썩…”입을 벌린 남자는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점점 깜깜해지는 시야를 느끼
또 한 번의 총성이 울렸다.은씨 가문의 두 번째 희생자가 피투성이 사이로 쓰러졌다.회의실은 순식간에 비명소리와 울부짖음으로 아비규환이 되어버리고 말았다.울음소리, 외침소리, 그리고 애원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이 짐승 같은 새끼가! 오늘 너랑 끝장을 보고 말 거야!”눈이 벌겋게 충혈된 은도가 땅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더니 다시 문한성에게 돌진했다.하지만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다시 날아든 경호원의 발길질에 다시 바닥에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은도 씨, 보아하니 이런 평범한 친인척들의 생명이 당신한테는 아직 유진우만큼의 가치가 없나 봅니다. 좋아요, 제가 더 강력한 걸 보여드리죠.”문한성이 손뼉을 쳤다.곧이어 양복 차림의 두 건장한 경호원이 중년 남자를 끌고 안으로 들어섰다.그 남자는 바로 은도의 아버지인 은국성이었다.“아버지!”아버지를 마주한 순간, 공포에 가득 찬 은도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마저 끌려왔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은도 씨, 당신의 용기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은도 씨 아버지와 유진우 둘 중 한 명만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굴 선택할 건가요?”문한성이 물었다.“안돼… 안돼요… 제발!”은도가 계속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눈물을 쏟았다.문한성이 몇 번 손짓하더니 부하에게서 총을 건네받아 은국성의 관자놀이에 겨누며 다시 입을 열었다.“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제 제안, 받아들일 겁니까? 제가 인내심이 조금 부족해서요, 시간도 얼마 없으니 굳이 더 질질 끌지는 않을게요. 지금부터 셋을 셀 겁니다. 그 안에 대답하지 않으면 저는 바로 방아쇠를 당길 거고요.”“셋…”“둘…”“하나…”마지막 카운트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은도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받아들일게요! 뭐든지 다 받아들일게요! 그러니까 제발 우리 아빠만큼은 살려주세요!”“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문한성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쥐고 있던 총을 부하에게 건네더니 천천히 은도에게 다가가 손가락을 뻗어 은도의 턱을 들어
다음 날 아침.뜬눈으로 밤을 지낸 은도는 어쩔 수 없이 유진우에게 전화를 걷어 자신의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오라는 초대를 했다. 그리고 유진우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녀의 초대를 승낙했다.전화를 끊은 은도는 마치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두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다.“딸, 어떻게 됐어? 유진우랑 연락은 해봤니?”그때, 은국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질문에 은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넋이 완전히 나가버린 딸의 표정을 보던 은국성은 한숨을 내쉬며 위로했다.“은도야, 네가 지금 얼마나 괴로울지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 우리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문한성의 힘이 너무 센 데다가 문왕부가 그 뒤를 봐주고 있으니 말이야. 우리가 문한성을 직접 건드릴 수는 없어. 그리고 우리 가문 사람 중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문한성에게 잡혀 있잖니. 우리가 저항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될 거야. 우리가 악역을 맡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거야.”말을 마친 은국성의 표정도 어두웠디.그 역시 유진우에게 좋은 인상을 느끼고 있었다.젊고 능력도 있는 데다가 잘난 척도 하지 않고 차분한 사람으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여겨왔다.하지만 그런 유진우가 문왕부의 사람들을 건드릴 줄은 미처 몰랐다.게다가 그 일로 인해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졌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아빠,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을 청해서라도 이 원한을 풀 수는 없는 거냐는 말이에요.”온도가 조심스레 물었다.“이미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다 소용없더구나.”은국성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친구들한테 부탁해봤지만 문왕부라는 말을 듣자마자 전화부터 끊어버리더구나. 너도 알다시피 문왕부의 힘이 여간 막강한 게 아니잖니. 연경 전체를 샅샅이 뒤져봐도 문왕부를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연경의 대 왕족 가문 중,
그 반면, 곁에 서 있던 은도는 시종일관 기운 없이 멍한 상태였다. 은국성이 팔꿈치로 그녀를 툭툭 치며 눈치를 주자 은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인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진우 씨, 음식과 술은 제가 미리 다 준비해뒀어요. 얼른 들어가죠.”“네, 들어가죠.”유진우가 미소로 화답했다.세 사람은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의 은씨 가문 저택은 평소와 달리 조용했고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거실에 손님 접대실에 도착했다.곧이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요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은도 씨, 단순히 이런 식사나 대접하려고 저를 부른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요?”유진우가 물었다.“저… 그게…”은도의 말문이 순간적으로 막혔다.그녀는 하루 종일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있었던 탓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다행히 은국성이 재빨리 상황을 수습하며 말했다.“진우 군,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아무 일 없어도 밥 한 끼 정도는 대접할 수 있는 거지. 우리 은씨 가문이 진우 군 도움으로 그렇게나 큰 기회를 잡았는데 당연히 감사의 뜻을 담아서라도 이렇게 초대를 해야 마땅하지.”“과찬이십니다. 어차피 서로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으니 그냥 서로 돕고 산 것뿐입니다.”유진우가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게다가 저와 은도 씨는 이제 친구가 되었잖아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협력할 일이 많을 것 같으니 아저씨께서도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하하… 좋아!”은국성은 과장된 손짓을 하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여기! 내가 아끼던 그 술 좀 내와 봐. 오늘은 진우 군이랑 마음껏 마셔볼 테니까!”은국성의 부름에 오래된 술 한 병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뚜껑을 열자 진한 술 향이 애주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이 향이라면 50년은 족히 넘은 술인 것 같은데요?”유진우가 코를 킁킁대며 말했다.“맞아! 이 술은 80년 동안이나 숙성된 거야. 어렵게 구한 거라서
“탁!”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의 손에 들려있던 술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은도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가 방금 한 행동은 완전히 무의식적인 행동이었고, 그녀 자신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유진우가 술을 마시려는 순간, 은도는 자동반사적으로 그를 말렸다.은도만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인 은국성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그가 가장 걱정하고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은국성은 유진우를 희생시킴으로써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려 했다.하지만 딸의 돌발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만약 이 상황에 문한성이 책임을 묻는다면, 은씨 가문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재앙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은도 씨, 방금 뭐라고 하셨죠? 술에 약이 들었다고요?”유진우가 미묘하게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더니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그 말에 은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마음을 다잡은 듯 이를 악물고 말했다.“진우 씨, 사실 오늘 이 자리는 함정이었어요. 술에는 마취약이 들어있고요. 누군가가 당신을 해치려고 하고 있다고요. 얼른 도망치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유진우는 팔을 잡고 그를 밖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은도야! 네가 정말 미친 게로구나!”화가 난 은국성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아니? 네 행동이 우리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거다!”“아버지! 저는 지금 그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저는 그냥 진우 씨가 무사하기만을 빈다고요. 진우 씨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어요.”은도의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유진우가 살면, 우리가 죽어! 아직도 모르겠니? 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은국성이 격분해 소리쳤다.“우리도 도망치면 되잖아요. 연경을 떠나면, 그래도 희망이 있을지 몰라요.”은도가 간절하게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문왕부
칼을 쥔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속에 난 상처도 점점 깊어졌다.그 모습을 보던 은국성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결국 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만 했다.“좋아, 보내주지. 하지만 오늘부터 넌 더 이상 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끝인 거야. 넌 더 이상 내 딸이 아니다!”은국성이 한껏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은도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고 표정은 고통스러워 보였다.“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마! 당장 꺼져!”은국성은 손짓으로 경호원들을 물리치더니 등을 돌린 채 더는 은도를 바라보지 않았다.그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딸, 잘 살아라. 연경이라는 이 혼란의 땅에서 멀리 떠나 행복하길 바란다.’“죄송해요, 아버지.”아버지의 약간 굽은 등을 보던 딸은 죄책감에 가득 찼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곧이어 눈물을 훔치고 유진우의 손을 끌어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은도 씨,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접객실을 벗어난 유진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설명할 시간 없어요! 여기엔 문왕부의 첩자들이 곳곳에 숨어있단 말이에요.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안 그러면 절대 못 빠져나가요.”은도는 유진우의 손을 꼭 잡고 뛰며 긴장감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문왕부요?”유진우가 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또 문한성이 꾸민 짓일까? 어젯밤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복수를 시도하다니.“뒷문으로 나가요!”은도는 아무도 자신들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레 유진우를 이끌어 저택의 뒷문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또다시 주위를 살펴 이상한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은도는 고개를 돌려 유진우를 바라보며 빠르게 말했다.“이 길을 쭉 따라가면 큰 길이 나올 거예요. 그 길을 따라가면 돼요. 집으로 가면 얼른 짐 싸서 연경을 떠나세요. 여기서는 더 이상 머물 수 없어요!”“은도 씨, 사실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에요. 문한성이 두려워서 그러는
“은도 씨!”총에 맞아 쓰러진 은도의 모습을 본 유진우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다급히 은도를 부축했다.이 순간, 은도의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얼굴은 눈에 띄게 창백해져 동공까지 풀리기 시작했다.유진우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은침을 꺼내 은도의 여러 혈 자리를 막으며 지혈을 시도했다.그가 진기를 주입해 치료를 시도하려는 순간, 그의 등 뒤에서는 또다시 총성이 울려 퍼졌다.“탕, 탕, 탕, 탕, 탕…”문밖에서 날아든 총알은 폭풍우처럼 두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고, 순식간에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주위에는 파편이 튀고 먼지라 자욱이 날렸다.모든 총알이 쏟아진 끝에 전투 장비로 무장한 암살 팀이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대단한 줄 알았더니, 별거 아니었잖아. 실망스러운걸.”리더격으로 보이는 근육질의 남자가 담배를 피워 물며 연기를 내뿜었다.“우리가 이렇게 강력한 화력을 갖고 있는데, 그 누가 감히 버틸 수 있겠어요?”한 암살팀 팀원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하지.”근육질의 남자가 입꼬리를 씨익 끌어올리며 웃었다.“좋아, 시체 처리해. 도련님한테 가서 보수나 받고 오늘 밤 한잔하자고!”그 말에 암살자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이번 의뢰의 보수는 생각보다 훨씬 후했던 덕에 보수만 잘 챙기면 몇 년은 놀고먹을 수 있었다.“대장님! 뭔가 이상합니다!”그때, 한 팀원이 뭔가를 본 듯 경직된 표정으로 말했다.모두가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연기 속에서 피투성이의 남자가 서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유진우였다.“어떻게 이럴 수가? 저 자식이 아직도 안 죽었단 말이야?”근육질의 남자가 놀란 듯 눈썹을 찡그렸다.다른 팀원들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그들은 열 몇 자루 총의 탄창을 전부 비울 정도로 총을 쏴댔다. 강철로 만든 사람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이미 벌집이 되어 있어야 마땅했다.하지만 유진우의 몸에는 몇 군데 찢어진 옷만 제외하면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그의 몸에 묻어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