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도의 속마음 얘기를 다 들은 유진우는 그 인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돈 많은 집에서 태어나 호의호식하고 자란 만큼 가문의 이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게 참 슬픈 현실인 것 같았다.능력이 있어서 집안의 사업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면 예쁜 얼굴을 무기 삼아 다른 재벌가에 시집가서 가문을 위해 힘쓰는 게 그들의 숙명이었기에 은도같이 예쁘고 우수한 여자는 특히나 가문이 발전하는 좋은 디딤돌이었다.그러니 당연히 결혼도 마음대로 못하고 가문의 무게를 두 어깨로 짊어진 채 집안 어르신들이 정해주는 짝과 결혼해야만 했다.그제야 유진우는 왜 은도가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까지 제 명성을 더럽혀왔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은도도 정말 궁지에 몰려서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한잔해요.”이번에는 유진우가 맥주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그래요!”그에 은도도 기분 좋게 웃으며 남은 맥주를 다 털어 넣고는 또 두 캔을 새로 까서 하나는 유진우에게 주고 하나는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사실 나는 진우 씨를 만난 게 엄청 난 행운 같아요. 진우 씨는 나한테 선택할 기회를 줬잖아요.”은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옥로고가 대박 나고부터는 집안에서 내 위치도 엄청나게 높아졌어요. 더 이상 나한테 결혼하란 소리도 안 하고요. 이젠 내가 은씨 가문을 손에 꼽히는 재벌가로 만들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이것만 인정받으면 우리 집에서는 내가 왕이에요!”“그래요? 축하해요!”“나도 내가 직접 내 삶을 선택하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었어요. 다 진우 씨 덕분에 복이 굴러들어온 것 같아요.”“나도 똑같아요. 은도 씨 만나고 나서부터 일이 잘 풀려요.”유진우도 웃으며 은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이제 알았는데 혹시 내 남자친구 안 할래요? 우리 너무 잘 맞는 것 같은데?”뜬금없는 말을 내뱉은 은도는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을 안고 유진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평소에는 장난스레 이런저런 말도 자주 하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하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조선미는 진국공의 손녀라는 사실이었다.그 신분 하나만으로도 이미 많은 이들이 우러러볼 것 같은데 미모와 몸매까지 받쳐주니 그런 조선미 앞에서 은도의 모든 우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도였다.그 순간 은도는 자신이 살짝 부끄럽기도 하면서 그렇게 대단한 여자도 맘에 들어 하는 유진우를 자신도 좋아하는 것이니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사실 저도 좀 놀라웠어요. 저랑 선미 씨가 만날 때는 저도 선미 씨가 진국공의 외손녀인 줄은 몰랐거든요.”“그래서 잘됐다고요?”어깨를 움츠리며 말하는 유진우에 은도는 또 놀리듯 받아쳤다.“그런 셈이죠.”“그래요, 그럼 이왕 만난 거 백발노인 될 때까지 잘 살아요, 행복하세요!”어색하게 웃는 유진우를 향해 축하 인사를 건넨 은도는 바로 잔을 집어 들며 건배를 청했다.그렇게 감정이라는 것에서 오는 속박이 없으니 둘은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인생에 여한 없는 사람은 없기에 은도는 유진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로 했다.누굴 좋아한다고 해서 꼭 그 사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가끔씩 만나 이렇게 술 마시면서 얘기하는 걸로도 은도는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렇게 밤이 점점 깊어져 갔고 유진우는 맥주 한 줄을 다 비우고서야 집으로 향했다.유진우를 보내고 스트레칭을 한 은도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좀 아쉽긴 하네.은도가 유진우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 갑자기 집안 어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삼촌? 지금 시간이 몇신데 내일 다시 얘기하면 안 돼요?”귀찮은 듯 느릿느릿 얘기하는 은도와 달리 은도 삼촌은 다급하게 외쳤다.“은도야, 집에 일이 생겼으니까 빨리 좀 와!”“왜요?”“전화로는 할 수 없는 얘기야, 와보면 아니까 빨리 와.”“알겠어요, 금방 가요.”은도는 어딘가 이상했지만 삼촌이 하도 급해 하니 바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향했다.30분쯤 지나자 은도의 차는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죠, 총알은 절대 빗나가는 법이 없으니까.”그녀의 뒤에서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은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한 검은 총구와 잔인한 표정의 사람들을 마주했다.“당신들은 누구지?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은씨 가문 구역에서 난동을 부려?”은도가 매섭게 소리쳤다.“아가씨, 너무 화내진 마세요. 저희는 단지 명령을 따를 뿐이니까요.”총을 든 남자가 무덤덤하게 말했다.“명령이라고? 누구의 명령이지?”은도가 물었다.“당연히 제 명령이죠.”그 순간, 깡마른 체형에 차가운 인상을 가진 남자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문씨 가문의 문한성이었다.“당신이었어?!”문한성을 발견한 은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은도는 우여곡절 끝에 빈민가를 탈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문한성을 다시 만나게 됐다.“또 만나네요, 은도 씨.”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문한성은 손가락을 뻗어 은도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저도 마음이 흔들릴 정도예요.““이봐요, 문한성 씨. 당신이랑 나랑은 별 원한이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은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무런 원한도 없다고요?”그 말에 문한성이 웃으며 대답했다.“당신들이 옥로고를 팔아 그렇게 엄청난 매출을 내놓고도 나랑은 계약할 생각이 없잖아요, 그게 원한이라면 원한 아닌가?”“한성 씨, 사업 얘기라면 서로 말로 풀어도 되는 거 아닐까요? 굳이 이렇게 서로 불쾌한 상황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요.”은도는 최대한 상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사업이 무슨 대수라고. 그냥 당신들보다 돈 좀 덜 벌면 되는 일이잖아요. 제가 정말 짜증 났던 건, 개업하던 그 날에 당신들이 날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거야!”문한성의 표정이 갑자기 살벌하게 바뀌더니 말을 이었다.“나, 엄연한 문씨 가문의 아들인 내가 당신들한테 한낱 개 따위처럼 농락을 당하고, 모욕을 당했어. 오늘 이 원한 못 갚으면 난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아갈 거야!
비록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는 있었지만 문한성의 모습은 누가 봐도 좋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뭘 시키려는 거죠?”갑자기 불안해진 은도가 물었다.“간단해요. 내일 은도 씨가 아무 핑계나 대고 유진우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면서 이 병에 든 약을 술에 타는 겁니다. 약효가 퍼지면 은도 씨는 자리를 뜨면 되는 거예요. 남은 일은 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문한성은 검은색의 약병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그 안에는 십향연근제라고 하는 약이 들어있었다. 그 약은 주로 무도 고수를 상대할 때 사용하는 약이다.만약 마스터 계급이 아니라면 이 약을 먹는 순간, 온몸의 힘이 다 빠져 꼼짝도 못 하고 도살을 기다리는 양이라도 된 듯 무력해진다.“문한성 씨, 적당히 좀 하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은도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문한성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지나가던 개라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유진우에게 약을 먹인다면 은도 역시 문한성과 공범이 된다.“이렇게까지?”문한성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미소에는 조롱의 기운이 함께 서려 있었다.“은도 씨, 이게 뭐가 심해요? 난 더한 짓도 할 수 있는데. 보여줄까요? 예를 들면, 당신네 집안 하나 파탄시키는 거, 아니면 당신 가족들한테 누명 씌워서 다 감방에 처넣는 거. 어때요?”“문한성 씨! 정말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연경에도 법이라는 게 존재합니다!”화가 치밀어오른 은도가 소리쳤다.“법이라고요?”그 말에 문한성이 배를 잡고 깔깔댔다.“은도 씨, 어린 애 아니잖아요. 어떻게 그딴 순진한 소리나 해댈 수 있는 거죠? 정말 실망입니다.”자고로 법이란 것은 권력과 지위가 있는 사람들만 보호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권력 없는 사람들은 그저 법이라는 존재에 의해 억압만 받을 뿐이다.평민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가차 없이 감옥으로 보내지지만, 귀족은 범죄를 저질러도 여전히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다.이 세상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쭉 이래왔다.
문한성의 위협에 은씨 가문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분명 그들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었지만 난데없이 이런 상황에 부닥쳐졌으니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도련님! 도련님, 제발 용서해주세요!”은도의 넷째 삼촌은 두려움에 곧장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우리 은씨 가문 사람들은 항상 법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제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말아주세요!”“도련님!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주세요, 제발 저희를 그냥 놔주세요!”공포에 질린 은씨 가문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애원했다.하지만 문한성은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저한테 애원해봤자 소용없어요. 은도 씨한테 비셔야죠. 여러분들의 생사 여부는 다 은도 씨한테 달려있거든요.”“은도야! 뭐 하고 있어? 얼른 도련님의 제안을 받아들여야지.”마음이 급해진 은도의 넷째 삼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설마 너, 이대로 우리가 한 명씩 죽어 나가는 꼴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이야?”“삼촌! 진우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그런 사람을 배신할 수는 없어요!”은도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은인은 무슨 개똥 같은 생명의 은인이야!”분노에 찬 넷째 삼촌이 소리쳤다.“사람은 자고로 본인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법이야. 유진우 그 한 사람이 우리 온 가족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이냐?”“삼촌, 우리 은씨 가문은 절대 작은 가문이 아니에요. 문한성이 정말 그 정도로 무리할 리 없어요.”은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문씨 가문이 아무리 권세가라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살인을 저리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못할 거라고?”문한성이 가볍게 웃더니 손가락을 튕겼다.“탕!”곧이어 총성이 울려 퍼졌다.온씨 가문의 한 젊은 남자가 몸을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그 자리에는 커다란 구멍 하나가 뚫려있었다.가슴 한가운데에서 피가 끊임없이 솟구쳐 나왔다.“털썩…”입을 벌린 남자는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점점 깜깜해지는 시야를 느끼
또 한 번의 총성이 울렸다.은씨 가문의 두 번째 희생자가 피투성이 사이로 쓰러졌다.회의실은 순식간에 비명소리와 울부짖음으로 아비규환이 되어버리고 말았다.울음소리, 외침소리, 그리고 애원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이 짐승 같은 새끼가! 오늘 너랑 끝장을 보고 말 거야!”눈이 벌겋게 충혈된 은도가 땅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더니 다시 문한성에게 돌진했다.하지만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다시 날아든 경호원의 발길질에 다시 바닥에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은도 씨, 보아하니 이런 평범한 친인척들의 생명이 당신한테는 아직 유진우만큼의 가치가 없나 봅니다. 좋아요, 제가 더 강력한 걸 보여드리죠.”문한성이 손뼉을 쳤다.곧이어 양복 차림의 두 건장한 경호원이 중년 남자를 끌고 안으로 들어섰다.그 남자는 바로 은도의 아버지인 은국성이었다.“아버지!”아버지를 마주한 순간, 공포에 가득 찬 은도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마저 끌려왔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은도 씨, 당신의 용기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은도 씨 아버지와 유진우 둘 중 한 명만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굴 선택할 건가요?”문한성이 물었다.“안돼… 안돼요… 제발!”은도가 계속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눈물을 쏟았다.문한성이 몇 번 손짓하더니 부하에게서 총을 건네받아 은국성의 관자놀이에 겨누며 다시 입을 열었다.“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제 제안, 받아들일 겁니까? 제가 인내심이 조금 부족해서요, 시간도 얼마 없으니 굳이 더 질질 끌지는 않을게요. 지금부터 셋을 셀 겁니다. 그 안에 대답하지 않으면 저는 바로 방아쇠를 당길 거고요.”“셋…”“둘…”“하나…”마지막 카운트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은도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받아들일게요! 뭐든지 다 받아들일게요! 그러니까 제발 우리 아빠만큼은 살려주세요!”“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문한성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쥐고 있던 총을 부하에게 건네더니 천천히 은도에게 다가가 손가락을 뻗어 은도의 턱을 들어
다음 날 아침.뜬눈으로 밤을 지낸 은도는 어쩔 수 없이 유진우에게 전화를 걷어 자신의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오라는 초대를 했다. 그리고 유진우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녀의 초대를 승낙했다.전화를 끊은 은도는 마치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두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다.“딸, 어떻게 됐어? 유진우랑 연락은 해봤니?”그때, 은국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질문에 은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넋이 완전히 나가버린 딸의 표정을 보던 은국성은 한숨을 내쉬며 위로했다.“은도야, 네가 지금 얼마나 괴로울지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 우리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문한성의 힘이 너무 센 데다가 문왕부가 그 뒤를 봐주고 있으니 말이야. 우리가 문한성을 직접 건드릴 수는 없어. 그리고 우리 가문 사람 중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문한성에게 잡혀 있잖니. 우리가 저항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될 거야. 우리가 악역을 맡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거야.”말을 마친 은국성의 표정도 어두웠디.그 역시 유진우에게 좋은 인상을 느끼고 있었다.젊고 능력도 있는 데다가 잘난 척도 하지 않고 차분한 사람으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여겨왔다.하지만 그런 유진우가 문왕부의 사람들을 건드릴 줄은 미처 몰랐다.게다가 그 일로 인해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졌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아빠,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을 청해서라도 이 원한을 풀 수는 없는 거냐는 말이에요.”온도가 조심스레 물었다.“이미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다 소용없더구나.”은국성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친구들한테 부탁해봤지만 문왕부라는 말을 듣자마자 전화부터 끊어버리더구나. 너도 알다시피 문왕부의 힘이 여간 막강한 게 아니잖니. 연경 전체를 샅샅이 뒤져봐도 문왕부를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연경의 대 왕족 가문 중,
그 반면, 곁에 서 있던 은도는 시종일관 기운 없이 멍한 상태였다. 은국성이 팔꿈치로 그녀를 툭툭 치며 눈치를 주자 은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인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진우 씨, 음식과 술은 제가 미리 다 준비해뒀어요. 얼른 들어가죠.”“네, 들어가죠.”유진우가 미소로 화답했다.세 사람은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의 은씨 가문 저택은 평소와 달리 조용했고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거실에 손님 접대실에 도착했다.곧이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요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은도 씨, 단순히 이런 식사나 대접하려고 저를 부른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요?”유진우가 물었다.“저… 그게…”은도의 말문이 순간적으로 막혔다.그녀는 하루 종일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있었던 탓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다행히 은국성이 재빨리 상황을 수습하며 말했다.“진우 군,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아무 일 없어도 밥 한 끼 정도는 대접할 수 있는 거지. 우리 은씨 가문이 진우 군 도움으로 그렇게나 큰 기회를 잡았는데 당연히 감사의 뜻을 담아서라도 이렇게 초대를 해야 마땅하지.”“과찬이십니다. 어차피 서로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으니 그냥 서로 돕고 산 것뿐입니다.”유진우가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게다가 저와 은도 씨는 이제 친구가 되었잖아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협력할 일이 많을 것 같으니 아저씨께서도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하하… 좋아!”은국성은 과장된 손짓을 하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여기! 내가 아끼던 그 술 좀 내와 봐. 오늘은 진우 군이랑 마음껏 마셔볼 테니까!”은국성의 부름에 오래된 술 한 병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뚜껑을 열자 진한 술 향이 애주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이 향이라면 50년은 족히 넘은 술인 것 같은데요?”유진우가 코를 킁킁대며 말했다.“맞아! 이 술은 80년 동안이나 숙성된 거야. 어렵게 구한 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