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661 - 챕터 670

1372 챕터

제661화 너를 화내게 하고 싶지 않아

아무 말없이 정리한 서류를 서랍에 넣고 잠근 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살짝 뺨을 꼬집었다.“약혼녀가 직접 데리러 왔는데 안 돌아갈 수야 없지. 안 돌아간다면 약혼녀가 화낼 텐데 말이야.”성연은 단지 그가 무진이 제때 식사를 하게 할 생각이었다. 일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잠시 머뭇거리던 성연이 입을 열었다.“다 먹었으면 계속 일해요. 나 혼자 가도 돼요.”“오늘 일은 거진 다 처리했으니 같이 가.” 무진이 이마를 쓸며 말했다.성연도 무진이 계속 남아서 일하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업무 보느라 긴장해 있었을 테니 이제는 좀 쉬어야 할 때였다.그래서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진의 뒤를 따랐다.밖에 있던 비서 손건호는 무진이 사무실 불을 끄고 성연과 함께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우선 정중하게 불렀다.“보스, 작은 사모님.”손건호의 부름에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은 야근할 필요가 없으니 너도 이만 퇴근해.”퇴근하란 말에 눈을 반짝이며 사무실을 나가는 두 사람을 쳐다보던 손건호는 곧 책상 위를 깨끗이 정리한 후 따라 사무실을 나갔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일 중독자인 보스가 손에서 일을 놓게 하다니.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장면을 보게 되다니 자신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왔던 성연 덕분에 무진은 그녀와 함께 차 뒷좌석에 탔다.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피곤하면 잠깐 눈 좀 붙여요. 도착하면 깨울게요.” 하루 내내 일하느라 피곤했을 무진을 떠올린 성연이 불쑥 입을 열었다.쉴 수 있을 때 최대한 시간을 내어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진은 성연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음, 알았어.”그리고 무진은 성연의 어깨에 바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무진이 무척 피곤해 보이자 성연은 그가 좀 더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자세를 조절했다.가끔 강무진은 정말 모순덩어리 같이 느껴졌다.어느 때는 배후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조종하는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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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몇 년 못 살아요

잠에서 깬 성연은 옆 자리를 더듬어 보았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것을 보니 무진은 벌써 일어나 나간 모양이다.아래층으로 내려오니 거실도 텅 비어 있었다.보아하니 오늘 아침은 챙겨 먹이지 못할 것 같다.무진이 얼마나 바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뭐라 할 수도 없다. 이해할 수 밖에.하지만 이대로 가면 몸이 견디지 못하고 조만간 망가지고 말 것이다.원래부터 건강이 안 좋은 무진이 어떻게 그런 힘든 일들을 감당할 수 있는 거지?그러나 무진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지?어쨌든 할머니 안금여가 맡아 할 수는 없을 테니까.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무진도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테지.정말이지 무진이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무진이 손에서 일을 놓을 수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먹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강무진은 많이 먹어야 몸도 강해질 테니.’무진은 또 밖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이 매일 그를 위해 음식을 해 줄 수는 없다.아직은 학생이어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기에.하지만 집에서 만든 음식이 아무래도 밖의 음식보다는 위생적이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이리저리 방법을 생각하던 성연은 아침을 다 먹은 후에 집사를 불렀다.종종걸음으로 곁으로 다가온 집사가 물었다.“작은 사모님, 무슨 지시할 게 있으세요?”“앞으로 주방에 무진 씨 먹을 것들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집사님이 직접 가져다 드리세요. 그리고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시고요.” 무진의 몸 상태는 정말 안심할 수 없었다.“아…….” 집사가 잠시 머뭇거렸다.도련님이 성연의 말이라면 듣겠지만,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할 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도련님이 식사할 때까지 지켜보려다가 목숨까지 내놓아야 하는 건 아닌지?집사가 이 일을 내켜 하지 않는 듯하자 성연이 약간 화를 냈다.“무진 씨 건강을 설마 모르는 거예요? 계속 이렇게 나가면 몇 년 못 산다고요.”성연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그제야 집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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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넌 정말 좋은 아이야

북성남고의 기말시험 기간이 다가오며 모의고사 등 시험이 점차 많아졌다.시험만큼은 성연도 내키는 대로 할 수 없었다.명문고에 해당하는 북성남고는 수업 수준만큼이나 시험 문제의 난이도도 높기로 유명하다.그래서 성연도 시험을 볼 때 최선을 다해야 했다.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 있을 때도 성연은 시험 준비를 해야했다.그렇지 않았다가는 성적이 떨어질 게 자명했다.절대적인 천재는 없는 법이니, 성연 또한 남들 모르게 노력하지 않았다면 전교 1등이라는 석차를 늘 유지하지는 못했을 터.또 점점 올라가는 점수를 보면서 당연히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이번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이 각자의 시험지를 받아 들었다.연정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성연의 점수를 흘깃 쳐다보던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함을 느꼈다.국어를 제외하고 성연은 거의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이게 사람이야?’연정이 속으로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성연이 느릿한 음성으로 대답한 뒤, 책상 위에 엎드렸다.자신의 성적에 대해 성연은 조금의 감흥도 없는 듯하다.연정 역시 책상에 엎드린 채 성연과 눈을 마주했다.연정의 어투가 상당히 시니컬하다.“성연아, 네 이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거니? 네 지능을 나에게 반만 나누어 주면 안 될까?”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잖아.” 성연이 연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시험이 꽤 힘들었는지 성연은 좀 피곤함을 느꼈다.예전에는 아무렇게나 시험을 쳐도 만점을 받을 수 있었지만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임해야 했다.지난번 시험에서는 자만하다 실수로 선생님이 함정을 파놓은 문제를 놓쳤다.그래서 그 과목은 사상 최저점을 받았다.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만 성연 스스로 이런 성적을 참을 수가 없었다.수업 후, 며칠 동안 다시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함정이 숨겨진 문제들을 연습했다.성연은 스스로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은 편이다.연정은 머리가 다 벗겨진 느낌이다.“열심히 했단 말이야.”자신은 이미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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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그녀의 최종 목표는 결혼이 아니다

학교가 막 끝났을 때 성연은 전화를 받았다.특수하게 처리된 알림음을 들은 성연은 잠시 멍했다.곧 정신을 차린 성연은 은밀한 곳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그녀의 음성은 공손하면서도 흥분한 상태였다.“사부님, 어떻게 전화하실 시간이 다 있으셨어요?”평소 고학중이 성연에게 전화하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아주 중요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말이다.성연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사부님이 자신에게 전화를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수화기 저편에서 고학중이 바로 용건을 말했다.“이제 1년 남았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출국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둬. 네 진로는 스승인 내가 모두 안배해 두었다. 네가 이전에 시험을 보려고 했던 HF에 입학할 준비 해. 초심을 잊지 말거라.”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입을 연 고학중이 훈계 조의 어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이 너에게 건네는 온정으로 기세를 잃으면 안된다. 너의 최종 목표는 결혼이 아니야. 너는 집에서 남편 내조하고 아이 양육하는 그런 생활에 맞지 않아.”사부님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 성연은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성연은 그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무진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왠지 모르게 성연의 마음이 괴로워졌다.마치 가슴에 큰 구멍이 나서 휘휘 바람이 불어대는 것 같아 성연을 당황스럽게 했다.그러나 성연은 아무런 내색 없이 차분한 음성으로 바로 대답했다.“네, 사부님. 말씀하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성연아, 누구보다 내가 너를 가장 잘 안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잃으면 안되느니라.”고학중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학중은 성연의 마음이 다소 흔들리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아챘다.그러나 아마도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미련을 가지는 거겠지.어릴 때부터 혈육의 정을 제대로 못 느끼고 자란 데다 마음도 여린 성연이 자신에게 잘해 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하지만 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간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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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넋을 잃다

성연은 넋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언제나 생기발랄하던 성연이었다.그런데 창백한 얼굴로 현관문을 들어서는 성연을 보고 집사가걱정스럽게 물었다. “작은 사모님, 괜찮으십니까?”멍한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보던 성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바로 위층 침실로 올라가 침대에 쓰러져 잤다.저녁 식사를 차린 후 집사가 침실 문을 두드렸으나 성연은 안에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침대에 누워 있던 성연은 아무 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잠시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집사가 자신의 일을 무진에 알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무진은 지금 이미 충분히 바쁠 테니 더 이상 신경 쓰이게 하는 건 곤란했다.“잠시만요. 나가요.” 머리를 정리한 성연이 문을 열고 나갔다.집사가 보기에 성연은 여전히 좀 이상했다.집사가 관심 어린 눈길로 물었다.“작은 사모님, 몸이 불편하시면 저에게 말씀하세요. 주치의 선생님을 부를까요? 아니면 도련님께 오시도록 연락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성연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냥 최근에 시험이 좀 많아서 피곤했을 뿐이에요. 무진 씨 일도 많은데 알릴 필요 없어요.”집사는 다시 성연을 살펴보았다. 평소와 다름 없는 성연의 표정에 집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집사를 따라 내려가 저녁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성연은 올라가서 공부해야 하니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집사에게 일렀다.성연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평상시와 똑같이 보이려 했다.성연이 애써 연기를 한 덕에 자연히 집사는 알아챌 수 없었다.이제 성연이 별 문제가 없는 듯하자 집사는 그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찌되었든 성연은 아직 청소년기의 아이였다.공부하느라 힘든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한 집사는 이 일을 무진에게 알리지 않았다.물론 성연도 자신에게 말하지 말라는 뜻을 내비쳤지만.그날 밤, 성연의 머리는 혼란의 극치였다.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일찌감치 잠을 잤다.무진이 언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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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평생 만나지 못하지

처음에는 시험이 힘들어서 성연이 저러는 줄 알았다.온종일 업무 처리하느라 바쁜 무진이다.그러나 성연의 상태가 뭔가 이상함을 예리하게 느끼고 있었다.며칠째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로 얼굴에는 웃음기조차 안 보였다.그래서 주말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성연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주말, 식사를 마친 성연은 아직 집에 있는 무진을 보고 좀 놀랐다.그동안 너무 바쁜 나머지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던 무진이었다.성연이 의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회사에 안 나가요?”무진이 대답했다.“너랑 같이 있으려고. 오늘 어디 놀러 가고 싶은 데 없어?”무진은 자신이 함께 보내는 것이 너무 적어서 성연의 기분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그동안 확실히 자신이 좀 바쁘긴 했다.그러다 보니 두 사람이 함께 보낼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도 사실.‘일도 중요하지만, 성연이만큼 중요한 건 없어.’시간을 내서 성연이와 함께 보내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무진이다.요 며칠 간의 자신의 근심과 무진의 행동을 생각해 보던 성연은 바로 알아챘다.이 상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연은 무진의 제의를 거절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도 무진과 함께 있고 싶었다.잠시만이라도.만약 자신이 떠나게 되면 무진과는 평생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지금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무진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말했다.“교외에 있는 과수원을 알아요. 지금 가을이라 마침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을 텐데 무척 아름다울 거예요.”“알았어, 준비해. 바로 나가자.” 무진은 더 묻지도 않고 바로 승낙했다.오늘 그의 임무는 성연과 함께 하는 것, 그 뿐이다.성연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자 기사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성연이 말한 과수원으로 갔다.과연 성연의 말이 맞았다. 온통 노란 빛으로 끝없이 이어진 과수원은 정말 아름다웠다.그리고 잘 익은 과일들이 아주 먹음직스럽고도 보기 좋았다.공기 중에 상큼한 과일 향기가 떠돌았다.과일 향을 맡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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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기다릴 수 있다

다음 날, 무진이 회사로 가자 강상철과 강상규가 그의 사무실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무진을 본 강상철은 무진이 자신 앞에 오자마자 생트집을 잡았다.“강무진, 어쨌든 나나 네 셋째 할아버지는 너보다 어른들인데, 네 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우리를 못 들어오게 막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사무실 안에 중요한 서류들이 있는데 잃어버리면 또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작은 할아버님도 의심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으실 테죠? 제 밑의 사람들은 회사 기밀을 지키며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조리 정연하게 설명했다.‘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이리 다급하게 자신을 찾아와 귀찮게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이런 핑계까지 대도록 견문을 넓혀 주시는군.’강상철과 강상규의 표정이 다소 경직되었지만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콧방귀만 뀌었다.무진 문을 밀고 들어가자 강상철과 강상규도 따라 들어갔다.그들이 소파에 앉자 무진의 비서가 즉시 차를 가져왔다.‘회사니까, 어쨌든 시늉은 해야겠지.’무진이 아랫사람이니 결국 강상철과 강상규의 체면을 세워줄 수밖에 없다.‘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분명 또 아래 사람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따지고 들겠지.’강상철, 강상규는 오늘 골칫거리를 만들려고 온 거였다.이 일로 한 차례 들쑤셔서 무진이 더 이상 날뛰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차를 한 모금 마시며 살짝 입을 축이던 강상철이 별안간 입안에 있던 찻물을 뱉으며 소리쳤다.“이건 도대체 무슨 찻잎이야? 너는 이런 저질 찻잎으로 우리를 우롱하는 거냐?”강상철이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무진이다.업무 상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까 이런 작은 건수를 잡아 흠집 내려는 수법이 아닌가.“일반적인 찻잎입니다. 저는 마셔도 괜찮은데요?”무진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강상철은 꼭 솜방석에 대고 주먹질하는 것처럼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무진은 마치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아니면 꺼지라’는 식의 태도로 대답했다.세 사람이 마주 앉으니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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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경거망동하지 않을 것이다

강상철, 강상규의 인내심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점심 시간에 나가서 식사하고 온 것을 빼고는 무진의 사무실에 억지로 머물면서 오후까지 기다렸다.이번에 무진이 회수한 지사들은 모두 다섯 곳이었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직접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무진은 평가자료를 두 사람에게도 건네주어 함께 보았다.평가를 결과를 토대로 무진은 당장 지사 두 곳을 문 닫겠다고 선포했다.새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가동시키기로 했다.이 지사는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어떻게 해도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킬 수가 없었다. 장기적으로 적자만 날 뿐.툭 까놓고 말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었다.그룹 본사의 돈을 여기에 쏟아붓기보다는 이렇게 적자만 나는 항목들을 아예 제거해 버리는 게 나을 터.강상철과 강상규가 무작정 여기서 기다린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함이었다.강상규가 바로 비꼬았다.“설마 네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고? 멀쩡한 회사를 네 손으로 바로 닫아버려?”무진은 속으로 저런 말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싶었다.수치가 모두 저들 앞에 놓여 있는데 말이다.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마 진짜 몰라서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어쩜 저리 뻔뻔스러운지.무진이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두 분이 능력이 되시면 이 지사들 가지고 가세요.”어차피 무진은 의견이 없었다.이제는 지사 뒤에서 벌이던 그 추잡한 짓거리들을 모두 들켰으니.강상철과 강상규가 다시 회수해 간다 해도 더 이상 잔꾀를 부리지는 못 할 테지.회사가 위아래로 그렇게 많은 눈들이 주시하고 있는데, 경거망동하지는 않을 것이다.늙은 여우는 종일 남을 속일 궁리만 하는 법.무진을 말을 들은 강상철과 강상규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사실 최고 관리자로서 이 지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자신들이 제일 잘 알았다.그러나 무진은 지사 두 곳을 포기하고 세 곳을 남겨 두었다. 설마 적자를 흑자로 돌릴 자신이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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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무슨 좋은 심보를 가지고 있다고

무진이 남긴 지사 세 곳은 모두 하이테크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그러나 기술자 유출로 인해 오랫동안 아무것도 개발할 수 없었고, 그러다 결국 회사 경영이 어렵게 된 것이다.무진이 보기에 문을 닫기로 한 두 곳보다는 나은 편이라 해도 흑자로 전환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저녁 식사를 하면서 무진은 강운경, 안금여, 그리고 강상문과 함께 이 일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강상철, 강상규 그 둘의 속셈을 내가 모를 수 있겠어? 요즘 회사에서 무진의 입지가 점점 넓어지니 이 일을 꼬투리 삼으려는 거지.” 안금여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흥, 저 두 늙은 여우가 무슨 좋은 심보를 가지고 있겠어?’“확실히 그렇습니다. 오늘 두 사람은 남긴 지사 세 곳을 제가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 떠보더군요.”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속셈은 얼굴에 그대로 다 드러나 있었다.‘자신이 아직도 그걸 모르겠는가?’하지만 세 곳을 그대로 남겼지만 절대 그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내 생각대로라면 저렇게 적자를 낸 회사들 모두 그냥 다 닫아도 돼. 주주들도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네 탓을 하진 않을 거야.”운경이 옆에서 말했다.만약 모두 문을 닫아버리면 강상철과 강상규가 뛰어들어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없을 것이다.“굳이 문 닫을 필요는 없어요. 제가 쭉 지켜봤습니다. 그 세 곳의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편입니다. 다만 상부의 운영자가 능력이 없어서 그래요. 능력 있는 사람을 보내면 직원들을 잘 이끌어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무진 생각에 그들은 모두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요 몇 년 동안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교활한 짓을 하는 자들이라면 무진은 절대 남기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모두 성실한 직원들이었다.자신의 일에만 몰두했지 위에서 하는 짓들을 몰랐을 뿐. 또 강상철과 강상규의 사람들이 줄곧 직원들의 임금을 탈취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조사로 밝혀졌다.일자리가 필요한 직원들은 감히 화를 내지도 입을 열지도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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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누구도 놓치지 하지 않을 것이다

“무진아, 넌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거니?”운경이 궁금해서 물었다.무진이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운경은 분명 무진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역시 무진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무진이 입을 열었다.“방법이야 있지요. 전제는 제왕그룹의 프로젝트를 따내는 겁니다. 제왕그룹은 해외를 발판으로 첨단과학기술 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듣자 하니, 그들은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만약 연구개발이 순조롭다면 당초 제가 손에 넣으려 심혈을 기울였던 스카이 아이 시스템보다 더 대단할 겁니다. 저는 거기에 참여할 생각입니다.”가족들만 모인 자리인만큼 무진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무진의 말에 안금여가 눈살을 찌푸렸다.“제왕그룹이라면 우리 경쟁사 아니니? 그런데 우리와 합작하려고 하겠니?”예전에 비서가 정리해 온 자료에서 몇 차례 입찰 상대가 모두 제왕그룹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 것이다.“경쟁사니, 맞수니 하는 말은 모두 외부에서 그렇게 떠드는 것일 뿐입니다.”최근 몇 년간 제왕그룹의 성장세는 확실히 엄청났다.프로젝트를 놓고 여러 차례 WS그룹과 경쟁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일 뿐이다. 좋은 프로젝트는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경쟁하면서도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없었다.그러니 합작의 희망이 남아있는 셈이다.어쨌든 제왕그룹도 강력한 조력자가 필요할 테니까.WS그룹은 저들로서도 나쁘지 않은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틀린 말은 아니다만, 나는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상문 또한 이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중요한 건 그들은 제왕그룹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내부 사정을 잘 모르니 함정에 빠지거나 전략적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제왕그룹이 실력만 된다면 충분히 합작할 수 있습니다.” 무진이 오히려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다.“그럼 어떻게 하려는 거야?” 운경이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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