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철, 강상규의 인내심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점심 시간에 나가서 식사하고 온 것을 빼고는 무진의 사무실에 억지로 머물면서 오후까지 기다렸다.이번에 무진이 회수한 지사들은 모두 다섯 곳이었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직접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무진은 평가자료를 두 사람에게도 건네주어 함께 보았다.평가를 결과를 토대로 무진은 당장 지사 두 곳을 문 닫겠다고 선포했다.새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가동시키기로 했다.이 지사는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어떻게 해도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킬 수가 없었다. 장기적으로 적자만 날 뿐.툭 까놓고 말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었다.그룹 본사의 돈을 여기에 쏟아붓기보다는 이렇게 적자만 나는 항목들을 아예 제거해 버리는 게 나을 터.강상철과 강상규가 무작정 여기서 기다린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함이었다.강상규가 바로 비꼬았다.“설마 네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고? 멀쩡한 회사를 네 손으로 바로 닫아버려?”무진은 속으로 저런 말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싶었다.수치가 모두 저들 앞에 놓여 있는데 말이다.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마 진짜 몰라서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어쩜 저리 뻔뻔스러운지.무진이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두 분이 능력이 되시면 이 지사들 가지고 가세요.”어차피 무진은 의견이 없었다.이제는 지사 뒤에서 벌이던 그 추잡한 짓거리들을 모두 들켰으니.강상철과 강상규가 다시 회수해 간다 해도 더 이상 잔꾀를 부리지는 못 할 테지.회사가 위아래로 그렇게 많은 눈들이 주시하고 있는데, 경거망동하지는 않을 것이다.늙은 여우는 종일 남을 속일 궁리만 하는 법.무진을 말을 들은 강상철과 강상규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사실 최고 관리자로서 이 지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자신들이 제일 잘 알았다.그러나 무진은 지사 두 곳을 포기하고 세 곳을 남겨 두었다. 설마 적자를 흑자로 돌릴 자신이 있단 말인가?
무진이 남긴 지사 세 곳은 모두 하이테크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그러나 기술자 유출로 인해 오랫동안 아무것도 개발할 수 없었고, 그러다 결국 회사 경영이 어렵게 된 것이다.무진이 보기에 문을 닫기로 한 두 곳보다는 나은 편이라 해도 흑자로 전환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저녁 식사를 하면서 무진은 강운경, 안금여, 그리고 강상문과 함께 이 일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강상철, 강상규 그 둘의 속셈을 내가 모를 수 있겠어? 요즘 회사에서 무진의 입지가 점점 넓어지니 이 일을 꼬투리 삼으려는 거지.” 안금여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흥, 저 두 늙은 여우가 무슨 좋은 심보를 가지고 있겠어?’“확실히 그렇습니다. 오늘 두 사람은 남긴 지사 세 곳을 제가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 떠보더군요.”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속셈은 얼굴에 그대로 다 드러나 있었다.‘자신이 아직도 그걸 모르겠는가?’하지만 세 곳을 그대로 남겼지만 절대 그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내 생각대로라면 저렇게 적자를 낸 회사들 모두 그냥 다 닫아도 돼. 주주들도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네 탓을 하진 않을 거야.”운경이 옆에서 말했다.만약 모두 문을 닫아버리면 강상철과 강상규가 뛰어들어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없을 것이다.“굳이 문 닫을 필요는 없어요. 제가 쭉 지켜봤습니다. 그 세 곳의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편입니다. 다만 상부의 운영자가 능력이 없어서 그래요. 능력 있는 사람을 보내면 직원들을 잘 이끌어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무진 생각에 그들은 모두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요 몇 년 동안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교활한 짓을 하는 자들이라면 무진은 절대 남기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모두 성실한 직원들이었다.자신의 일에만 몰두했지 위에서 하는 짓들을 몰랐을 뿐. 또 강상철과 강상규의 사람들이 줄곧 직원들의 임금을 탈취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조사로 밝혀졌다.일자리가 필요한 직원들은 감히 화를 내지도 입을 열지도 못했던
“무진아, 넌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거니?”운경이 궁금해서 물었다.무진이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운경은 분명 무진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역시 무진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무진이 입을 열었다.“방법이야 있지요. 전제는 제왕그룹의 프로젝트를 따내는 겁니다. 제왕그룹은 해외를 발판으로 첨단과학기술 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듣자 하니, 그들은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만약 연구개발이 순조롭다면 당초 제가 손에 넣으려 심혈을 기울였던 스카이 아이 시스템보다 더 대단할 겁니다. 저는 거기에 참여할 생각입니다.”가족들만 모인 자리인만큼 무진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무진의 말에 안금여가 눈살을 찌푸렸다.“제왕그룹이라면 우리 경쟁사 아니니? 그런데 우리와 합작하려고 하겠니?”예전에 비서가 정리해 온 자료에서 몇 차례 입찰 상대가 모두 제왕그룹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 것이다.“경쟁사니, 맞수니 하는 말은 모두 외부에서 그렇게 떠드는 것일 뿐입니다.”최근 몇 년간 제왕그룹의 성장세는 확실히 엄청났다.프로젝트를 놓고 여러 차례 WS그룹과 경쟁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일 뿐이다. 좋은 프로젝트는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경쟁하면서도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없었다.그러니 합작의 희망이 남아있는 셈이다.어쨌든 제왕그룹도 강력한 조력자가 필요할 테니까.WS그룹은 저들로서도 나쁘지 않은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틀린 말은 아니다만, 나는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상문 또한 이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중요한 건 그들은 제왕그룹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내부 사정을 잘 모르니 함정에 빠지거나 전략적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제왕그룹이 실력만 된다면 충분히 합작할 수 있습니다.” 무진이 오히려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다.“그럼 어떻게 하려는 거야?” 운경이 물었
곧 무진 쪽에서 제왕그룹으로 사람을 보내어 소통할 계획이다.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따낼 생각으로.이 프로젝트에 해외지사 세 곳의 존망이 걸려 있었다.그래서 무진은 비서 손건호를 제왕그룹에 직접 보내어 협상하게 했다.일을 가장 잘 처리할 사람으로 무진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바로 손건호였다.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강상철, 강상규 쪽 눈이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이것은 누구도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문제이다.무진의 지시를 받은 손건호는 즉시 서류를 가지고 제왕그룹으로 갔다.무진의 조건은 간단했다.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는 저들이 제시하는 조건이 지나치지만 않으면 최대한 수용할 것이다.어쨌든 자신들은 제왕그룹의 이 프로젝트로 지사 세 곳을 기사회생 시킬 테니까.만약 실제로 합작을 성사시킨다면 향후 그것으로 얻게 될 수익 또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이런 상황이니 지금의 출현은 아무 것도 아니다.무진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다.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그렇게 후한 조건을 내줄 리가 없다.제왕그룹에 도착한 손건호는 프론트의 안내로 응접실에 앉아서 곽연철의 통보를 기다렸다.프론트 데스크의 전화로 WS그룹에서 사람이 왔다는 내용을 들은 곽연철의 눈에 의아한 빛이 들어찼다.‘WS그룹에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온 거지?’곽연철은 일단 만나본 다음 저쪽에서 무슨 목적을 가진 건지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곽연철의 지시를 받은 프론트 데스크에서 바로 손건호를 위층 대표실로 안내했다.곽연철의 사무실에 도착한 손건호가 ‘곽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손 비서님이 이곳까지 오시다니 무슨 용건이신지 모르겠군요.”곽연철은 손건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손건호는 강무진이 가장 신임하는 오른팔로 항상 강무진과 함께 다녔다.그래서 손건호에 대한 태도 또한 강무진에게 버금갈 정도였다.비록 강무진의 직원이고 부하였지만, 다들 강무진의 얼굴을 봐서 손건호에게도 예의를 지켰다.“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귀사에 온 것은 바
대화 마지막까지 곽연철은 승낙 여부를 말하지 않은 채 다소 애매모호한 대답만 했다.손건호가 떠난 후 곽연철은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그리고 성연의 의견을 물었다.만약 곽연철 자신이라면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실제로 제왕그룹은 실력이든 재력이든 모두 탄탄했다.그들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전체를 개발할 능력이 있었다.이 커다란 케이크를 나눌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그러나 곽연철은 동시에 성연이 강씨 집안에 있으며 무진에 대한 태도 또한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단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곽연철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마음이 좀 복잡했다.그녀는 속으로 약간 망설이는 중이었다. 회사와 아수라문은 조직원 모두의 것이었다.이 프로젝트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라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너무 많이 섞어서는 안된다.하지만 무진이 맞서야 하는 사람은 너무 많으면 몸이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안금여 등과 토론하던 말을 들으니 무진에게 이 프로젝트는 무척 중요했다.이 건이 성사되지 않으면 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이걸 빌미로 트집을 잡을 게 뻔했다.‘장래에 자신은 결국 떠날 테니 무진을 좀 도와주면 어떨까?’‘강씨 집안 가족들이 나한테 잘해준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뭐.’자라오는 동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온정을 이 강씨 집안에서 맛보았다.어떤 것들은 머릿속에 남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잠시 고민하던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의 합작 제의를 수락하세요. 하지만 저쪽에서 아수라문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 알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합니다.”성연이 사실은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인 것이다.만약 제왕그룹 배후에 자신들의 조직 아수라문이 있다는 게 드러나기라도 한다면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하지만 성연은 일단 합작하는 사람이 강무진이라는 사실만 생각했을 때괜찮다는 판단을 했다.강무진은 절대 도리를 모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다.“보스, 정말 제왕그룹과 WS그룹의 합작을 확신하십니까?” 이
성연 쪽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자, 무진 쪽에서도 즉시 제왕그룹에게서 회신을 받았다.합작을 승낙한다는.승낙의 소식을 받아 든 손건호는 즉시 무진에게 알렸다.“보스, 제왕그룹 쪽에서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손건호가 흥분한 음성으로 말했다.이제 지사 세 곳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정말이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무진이 되물었다.“네, 진짜입니다. 제왕그룹의 대표가 직접 전화를 해서 알려주었습니다. 틀림없습니다.”손건호가 즉시 대답했다.“좋아, 즉시 가서 합작 계약서를 작성해. 가능한 빨리 합작을 확정해. 날파리가 들러붙지 않도록.”무진이 침착하게 말했다.“네.”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 손건호는 바로 지시를 이행하러 갔다.무진은 제왕그룹이 승낙했다는 사실이 좀 의외로 여겨졌다.사실 제왕그룹이 진짜 승낙할 줄은 몰랐다.자신도 한번 시도해보겠다는 마음이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사람을 보낸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제왕그룹이 승낙해 오다니.그런 화수분 같은 프로젝트라면 제왕그룹에서 적어도 한 번은 WS그룹을 사정없이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었다.적어도 며칠은 마음 졸이게 할 거라 생각했는데?저쪽에서 이렇게 쉽게 승낙할 지 누가 알겠는가?무진은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설마 성연의 체면을 봐서?’성연은 진미선을 제왕그룹에 소개해서 왕대관의 회사와 합작했던 일을 무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지금 제왕 쪽에서 합작을 약속한 것도 성연과 관계 있는 것일까?’무진의 마음 깊숙이 계속 의심이 생겨났다.그러나 만약 제왕이 정말 성연이 때문에 합작을 승낙했다면 자신은 성연에게 엄청난 신세를 진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손건호는 오후에 계약서 작성을 다 마치고 먼저 무진에게 보여주었다.무진이 계약서를 살피는 동안 손건호는 저도 모르게 변명했다.“제가 합작 건을 처음 제시하면서 10%의 이윤을 양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왕 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5%를 더 양보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합작 건을 위해 무진이 직접 제왕그룹에 갔다.곽연철은 즉시 직원들에게 차와 간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합작 건과 관련한 회담은 곽연철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이건 WS그룹이 작성한 합작 계약서입니다. 만약 문제가 없다면 곽 대표님께서 제시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무진의 태도는 아주 좋았다.제왕그룹이 합작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의 경사였다.무슨 문제이든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무진은 생각했다.곽연철은 단지 합작 계약서를 슬쩍 쳐다만 보았다. 아마 그는 합작 조항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바로 맨 뒤 페이지에 서명한 듯했다.무진과 손건호는 곽연철의 행동이 좀 충격적이었다.결국 무진이 정중하게 말했다.“곽 대표님, 더 안 보셔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바로 사인하시면, 제가 계약서에 함정을 파두지는 않았을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협력관계인 만큼 무진도 제왕그룹의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이것은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지, 당장의 이익만을 중시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곽연철은 속으로 몰래 투덜거렸다.강무진을 믿는 것이 아니라 보스 송성연의 안목을 믿는다고.계약서에 서명을 마치면 성연에게는 나름의 속셈이 있었다.“나는 강 대표님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당신의 인품을 믿겠습니다.”곽연철이 침착하게 말했다.무진은 본래 제왕그룹이 성연이 때문에 WS그룹과 합작한 것이라고 의심했다.그런데 지금 곽연철의 태도를 본 무진은 더 의심스러워졌다.아무리 그래도 첫 합작은 누구든 시원하게 하기 힘들었다.그래서 무진이 탐색하듯 물었다.“제왕이 WS그룹과 합작한 데에 혹시 다른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곽 대표님, 계속 의심이 드는군요. 곽 대표님께서 설명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무진이 이렇게 묻자 곽연철은 속으로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확실히 강무진은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도 빨리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다니.그러나 곽연철이 강무진에게 알려 줄 일은 없을 게 분명하다.그래서 곽연철은 대외용 멘
곽연철이 친필로 서명한 계약서를 받아 든 무진은 바로 지사 3개 회사를 조정해서 새 프로젝트 개발에 참가시켰다.곽연철 쪽에서 사람을 보내어 회담을 진행했다.그런데 곽연철이 또 하나의 조건을 제시했다.WS그룹은 반드시 자신들에게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만약 협조한다면, 그들은 이 직원들의 거취 문제를 처리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무진은 두 번 생각지도 않고 바로 승낙했다.그는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곽연철이 이렇게 한 것도 단지 관리 운영의 편의성을 위해서일 뿐이니까.이 분야에서는 저들이 우위에 있었다. 그래서 이쪽은 저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타당하다고 무진은 생각했다.곽연철 쪽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으니 무진도 안심했다.합작을 성사시키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안금여는 고택에서 한 상 거나하게 차렸다.교문에서 무진을 본 성연은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이와 동시에 마음속으로 이해했다. 보아하니 제왕그룹과의 일이 확실히 무진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준 듯싶었다.요즘 무진이 한가해졌다.차에 올라탄 성연은 무진과 나란히 앉아 일관성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고택에 도착해서 만한전석이라 불릴 듯한 음식을 보고 성연은 살짝 멍해졌다.“오늘 무슨 날인가요?”예전에 가족 연회가 있었을 때 고택에서 이런 풍성한 식탁을 준비했던 기억이 났다.무진이 성연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할머니가 제왕그룹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축하하는 의미로 차리신 거야.”그는 본래 자랑할 생각이 없었지만, 할머니를 말릴 수가 없었다.마침 강상문도 집에 있었다.좋은 일을 축하하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떠들썩하게 웃으며 식사를 하니 좋았다.성연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 안금여를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게 바로 보였다.그녀는 집사에게 와인 한 병도 따게 했다.안금여가 잔에 와인을 따르려 하자 성연이 바로 제지했다.“할머니, 할머니는 기껏해야 한 모금밖에 못 드셔요. 더 이상은 안 돼요.”성연이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씨 집안의 이 두 환자는 성연이 엄
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 마침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곽연철이 거실에 있는 것을 본 무진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곽 대표님,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오셨어요?”“너무 오랫동안 성연이를 못 봐서 성연이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강 대표님과 성연이에게 좋은 일이 있다는 거도 몰랐을 겁니다.”곽연철은 탓하듯이 말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확정되면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곽연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무진과 보스의 결혼식인 이상 강무진이 반드시 잘 준비할 거야.’‘그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얘기 나누세요. 나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성연은 집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좀 아팠다.“내가 같이 갈까?” 무진이 바로 말했다.언제나 성연을 우선시하는 태도였다.“아니요, 곽 대표님이 모처럼 오셨는데 무진 씨가 얘기 나누세요.” 성연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는 사업 얘기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그러나 마침 돌아온 무진에게 곽연철이 정말 알려줄 얘기가 있었다.“지금 연기의 신 소지한 씨의 회사가 설립되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제왕그룹과 합작으로 연예인을 발굴할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곽연철이 근황을 말했다.무진은 자타가 공인한는 재계 정상에 서 있는 CEO다.그래서 곽연철은 무진에게 어떤 좋은 의견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지한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택한 건 예상했지만, 또 의외이기도 했어.’‘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 말한다면, 소지한은 그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 있지.’‘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졌기에, 연예계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다른 업계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지한에게 가장 타당한 업종이야.’무진이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저도 같이 출자해서 프로젝트 규모를 더 크게 할 수 있습니다.”곽
곽연철은 오자마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성연과 무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이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자 곽연철도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잘됐네요, 보스. 강 대표님이 정말 보스에게 잘해 주시니 평생 맡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의 능력은 강해서 보스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연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마음도 더없이 달콤했다.‘그래. 무진 씨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무진 씨는 줄곧 나를 잘 보호했고, 부딪칠 만한 것도 없었어.’‘가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무진 씨도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성연은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보스,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곽연철은 그때 축의금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결혼하게 되면 틀림없이 알릴 테니까 걱정 마.” 성연이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몇 명에 불과했다.‘내 결혼식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해.’“이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스승님의 행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는데,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변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곽연철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성연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렇게 실력이 강한 스승님이 또 적지 않은 거물들도 치료하셨어.’‘스승님이 위험에 처할 리가 없어.’‘내가 찾고 있다는 걸 스승님도 분명히 알고 계실 거야.’‘다만, 만나러 오려고 하지 않으실 뿐이야.’‘때가 되면 오실 거고 이제 거의 다 됐어.’“아니야, 스승님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신 분이야. 신비한 분이지만, 제자의 결혼식에는 꼭 오실 거야.” ‘스승님이 이렇게 나를 총애하시는데.’그래서 성연은 스승님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기야 스승님은 뭐든지 주머니를 털어 보스에게 주셨지요. 결혼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
그리고 반대쪽. 부하들의 보고를 듣던 안진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연이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동안.안진검은 수하들에게 성연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그래서 안진검은 화가 나 있었다.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빨리 송성연과 친구가 되려고 했는데.’‘결국 계획이 중단되었어.’‘송성연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강무진 쪽의 소식도 늦어진다는 걸 의미해.’‘송성연의 주선이 없다면, 강무진은 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거야. 또 단서를 잡고 내 신분을 똑똑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송성연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그러나 지금 결과가 없으니, 안진검이 어떻게 이 화를 참을 수 있겠는가!안진검의 안색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안진검의 앞에 선 수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안진검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마음속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말투를 가다듬었다.“의부님.”안진검이 부하에게 손짓하자, 부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나갔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MS 가문의 대장로였다.안진검의 목소리를 들은 대장로가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떠날 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지 않았어? 지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야?”“의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사고가 생겨서 진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안진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장로에게 사과했다.“내게 사과해도 소용없어. 지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주시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었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다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네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없어!”대장로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까스로 이 기회를 잡은 안진검이 어떻게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서둘러 대장로에게 애원했다.“의부님,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 계획이 곧 성과가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