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마지막까지 곽연철은 승낙 여부를 말하지 않은 채 다소 애매모호한 대답만 했다.손건호가 떠난 후 곽연철은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그리고 성연의 의견을 물었다.만약 곽연철 자신이라면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실제로 제왕그룹은 실력이든 재력이든 모두 탄탄했다.그들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전체를 개발할 능력이 있었다.이 커다란 케이크를 나눌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그러나 곽연철은 동시에 성연이 강씨 집안에 있으며 무진에 대한 태도 또한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단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곽연철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마음이 좀 복잡했다.그녀는 속으로 약간 망설이는 중이었다. 회사와 아수라문은 조직원 모두의 것이었다.이 프로젝트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라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너무 많이 섞어서는 안된다.하지만 무진이 맞서야 하는 사람은 너무 많으면 몸이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안금여 등과 토론하던 말을 들으니 무진에게 이 프로젝트는 무척 중요했다.이 건이 성사되지 않으면 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이걸 빌미로 트집을 잡을 게 뻔했다.‘장래에 자신은 결국 떠날 테니 무진을 좀 도와주면 어떨까?’‘강씨 집안 가족들이 나한테 잘해준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뭐.’자라오는 동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온정을 이 강씨 집안에서 맛보았다.어떤 것들은 머릿속에 남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잠시 고민하던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의 합작 제의를 수락하세요. 하지만 저쪽에서 아수라문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 알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합니다.”성연이 사실은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인 것이다.만약 제왕그룹 배후에 자신들의 조직 아수라문이 있다는 게 드러나기라도 한다면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하지만 성연은 일단 합작하는 사람이 강무진이라는 사실만 생각했을 때괜찮다는 판단을 했다.강무진은 절대 도리를 모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다.“보스, 정말 제왕그룹과 WS그룹의 합작을 확신하십니까?” 이
성연 쪽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자, 무진 쪽에서도 즉시 제왕그룹에게서 회신을 받았다.합작을 승낙한다는.승낙의 소식을 받아 든 손건호는 즉시 무진에게 알렸다.“보스, 제왕그룹 쪽에서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손건호가 흥분한 음성으로 말했다.이제 지사 세 곳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정말이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무진이 되물었다.“네, 진짜입니다. 제왕그룹의 대표가 직접 전화를 해서 알려주었습니다. 틀림없습니다.”손건호가 즉시 대답했다.“좋아, 즉시 가서 합작 계약서를 작성해. 가능한 빨리 합작을 확정해. 날파리가 들러붙지 않도록.”무진이 침착하게 말했다.“네.”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 손건호는 바로 지시를 이행하러 갔다.무진은 제왕그룹이 승낙했다는 사실이 좀 의외로 여겨졌다.사실 제왕그룹이 진짜 승낙할 줄은 몰랐다.자신도 한번 시도해보겠다는 마음이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사람을 보낸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제왕그룹이 승낙해 오다니.그런 화수분 같은 프로젝트라면 제왕그룹에서 적어도 한 번은 WS그룹을 사정없이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었다.적어도 며칠은 마음 졸이게 할 거라 생각했는데?저쪽에서 이렇게 쉽게 승낙할 지 누가 알겠는가?무진은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설마 성연의 체면을 봐서?’성연은 진미선을 제왕그룹에 소개해서 왕대관의 회사와 합작했던 일을 무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지금 제왕 쪽에서 합작을 약속한 것도 성연과 관계 있는 것일까?’무진의 마음 깊숙이 계속 의심이 생겨났다.그러나 만약 제왕이 정말 성연이 때문에 합작을 승낙했다면 자신은 성연에게 엄청난 신세를 진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손건호는 오후에 계약서 작성을 다 마치고 먼저 무진에게 보여주었다.무진이 계약서를 살피는 동안 손건호는 저도 모르게 변명했다.“제가 합작 건을 처음 제시하면서 10%의 이윤을 양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왕 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5%를 더 양보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합작 건을 위해 무진이 직접 제왕그룹에 갔다.곽연철은 즉시 직원들에게 차와 간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합작 건과 관련한 회담은 곽연철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이건 WS그룹이 작성한 합작 계약서입니다. 만약 문제가 없다면 곽 대표님께서 제시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무진의 태도는 아주 좋았다.제왕그룹이 합작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의 경사였다.무슨 문제이든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무진은 생각했다.곽연철은 단지 합작 계약서를 슬쩍 쳐다만 보았다. 아마 그는 합작 조항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바로 맨 뒤 페이지에 서명한 듯했다.무진과 손건호는 곽연철의 행동이 좀 충격적이었다.결국 무진이 정중하게 말했다.“곽 대표님, 더 안 보셔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바로 사인하시면, 제가 계약서에 함정을 파두지는 않았을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협력관계인 만큼 무진도 제왕그룹의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이것은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지, 당장의 이익만을 중시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곽연철은 속으로 몰래 투덜거렸다.강무진을 믿는 것이 아니라 보스 송성연의 안목을 믿는다고.계약서에 서명을 마치면 성연에게는 나름의 속셈이 있었다.“나는 강 대표님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당신의 인품을 믿겠습니다.”곽연철이 침착하게 말했다.무진은 본래 제왕그룹이 성연이 때문에 WS그룹과 합작한 것이라고 의심했다.그런데 지금 곽연철의 태도를 본 무진은 더 의심스러워졌다.아무리 그래도 첫 합작은 누구든 시원하게 하기 힘들었다.그래서 무진이 탐색하듯 물었다.“제왕이 WS그룹과 합작한 데에 혹시 다른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곽 대표님, 계속 의심이 드는군요. 곽 대표님께서 설명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무진이 이렇게 묻자 곽연철은 속으로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확실히 강무진은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도 빨리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다니.그러나 곽연철이 강무진에게 알려 줄 일은 없을 게 분명하다.그래서 곽연철은 대외용 멘
곽연철이 친필로 서명한 계약서를 받아 든 무진은 바로 지사 3개 회사를 조정해서 새 프로젝트 개발에 참가시켰다.곽연철 쪽에서 사람을 보내어 회담을 진행했다.그런데 곽연철이 또 하나의 조건을 제시했다.WS그룹은 반드시 자신들에게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만약 협조한다면, 그들은 이 직원들의 거취 문제를 처리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무진은 두 번 생각지도 않고 바로 승낙했다.그는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곽연철이 이렇게 한 것도 단지 관리 운영의 편의성을 위해서일 뿐이니까.이 분야에서는 저들이 우위에 있었다. 그래서 이쪽은 저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타당하다고 무진은 생각했다.곽연철 쪽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으니 무진도 안심했다.합작을 성사시키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안금여는 고택에서 한 상 거나하게 차렸다.교문에서 무진을 본 성연은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이와 동시에 마음속으로 이해했다. 보아하니 제왕그룹과의 일이 확실히 무진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준 듯싶었다.요즘 무진이 한가해졌다.차에 올라탄 성연은 무진과 나란히 앉아 일관성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고택에 도착해서 만한전석이라 불릴 듯한 음식을 보고 성연은 살짝 멍해졌다.“오늘 무슨 날인가요?”예전에 가족 연회가 있었을 때 고택에서 이런 풍성한 식탁을 준비했던 기억이 났다.무진이 성연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할머니가 제왕그룹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축하하는 의미로 차리신 거야.”그는 본래 자랑할 생각이 없었지만, 할머니를 말릴 수가 없었다.마침 강상문도 집에 있었다.좋은 일을 축하하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떠들썩하게 웃으며 식사를 하니 좋았다.성연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 안금여를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게 바로 보였다.그녀는 집사에게 와인 한 병도 따게 했다.안금여가 잔에 와인을 따르려 하자 성연이 바로 제지했다.“할머니, 할머니는 기껏해야 한 모금밖에 못 드셔요. 더 이상은 안 돼요.”성연이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씨 집안의 이 두 환자는 성연이 엄
월요일.회의 때 모든 주주와 회사 임원들이 다 참석했다.무진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데이터를 전부 나누어 주었다.위에 보이는 것은 100% 돈을 벌 수 있는 데이터이다.WS그룹은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반대로 아무런 위험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제왕그룹에 이익의 15%만 양보하면 되는 것이다.기타 사항은 모두 제왕그룹 쪽에서 할 것이다.이 프로젝트의 데이터는 확실히 보기 좋았다.주주들과 임원들은 모두 좋다고 생각했다.무진이 확실히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제왕그룹과의 합작을 이끌어낼 정도로 말이다.원래 강상철, 강상규 쪽에 줄을 섰던 이들 사이에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은 강무진이 강상철과 강상규를 확실하게 무너트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강상철과 강상규는 심지어 반격할 힘조차 전혀 없어 보였다.‘이러다가 강상철, 강상규에게 정말 미래가 있기나 할까?’그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큰 집을 따르지 않던 사람들의 결말을 그들 모두 보았던 것이다.그때 가서 이 일마저 잃는다면 정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지 않겠나?많은 사람들이 모두 강상철, 강상규 쪽을 쳐다보았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아직 이들의 생각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화가 나서 죽을 것이다.강상철과 강상규는 비록 총명하긴 하지만 생각이 고루하고 가부장적이었다.그들은 수익을 낼 프로젝트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강상철이 입을 열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뻐하기는 이르다. 만약 제왕그룹이 친 덫이라면 이건 정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게 자명해.”“이 새 프로젝트는 WS그룹에게 아주 큰 위험부담이 따릅니다. 우리는 이 분야에 관련된 경험이 없어요. 제 생각에도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강상규도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오늘 강상문은 불현듯 마음이 동해 무진을 따라 출근했다.그는 할아버지 강상중의 친아들이다.누구도 감히 얼굴을 들 수 없는.저 두 늙은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강상문이 즉시 비웃었다.“둘째 숙부님과 셋째 숙부님의 투자 안목이
회의가 끝난 후.강상철과 강상규는 은밀히 클럽을 찾아 사석에서 따로 만났다.강상철의 안색은 아직도 좋지 않았다.“무진은 도대체 어떻게 제왕그룹과의 합작을 끌어냈지?”“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모르겠군. 정말 이상해.” 강상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리고 강상문도 그렇지, 외국에나 그냥 잘 있지 말이야. 왜 굳이 귀국해서 우리 앞을 막아서?” 강상철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며 손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려쳤다.“제왕그룹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떻게 생각합니까?” 강상규도 매우 이해할 수 없음을 드러내었다.국내에서는 WS그룹과 제왕그룹의 교집합이 없다.무진이 제왕그룹을 알고 있다는 얘기도 못 들었는데.만약 알았다면 무진도 이처럼 오래 동안 그렇게 지내지 않았을 것이다.자신들이 보기에는 제왕그룹이 야심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WS그룹과 늘상 비교되며 서로 경쟁이 심했다.좀 듣기 거북하게 말하자면, 제왕그룹은 WS그룹과 적대관계라 할 수도 있었다.그런데 어떻게 둘이 합작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그들이 합작하는 것은 강상철에게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무진의 인맥이 넓어질 수록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니까.저들이 계속 협력할 수 없게 해야 했다.“강무진이 이렇게 계속 세력을 키우면 앞으로 우리는 그를 건드리지도 못할 겁니다.”강상규의 표정이 다소 초조한 빛을 띄었다.지금의 강무진은 이미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만약 다시 이렇게 계속 세를 불려간다면 자신들에게 희망이 있기나 할까?그렇게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는데, 강상철과 강상규는 일이 자신들에게 점점 더 불리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저들이 협력할 수 없게 방법을 생각해 보거라.” 강상철이 눈을 뜨자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쩍였다.“하지만 지금 계약을 다 마쳤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형님, 지금 저 늙은이들이 모두 데이터를 봤어요. 만약 그 프로젝트를 건드리면 저 늙은이들이 절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의논을 거듭한 끝에 유용한 대책을 얻었다.강상철이 사람을 보내 제왕그룹의 곽연철에게 선물을 보냈다.무진에게 속하는 인맥을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친하게 지낼 생각이다.곽연철과의 식사 약속을 잡게 했다.결국 강상철 쪽 사람은 프론트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당했다.아무런 예의 격식도 없이 강상철이 보낸 사람은 제왕그룹 사람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아직도 집에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보냈던 사람이 곧 돌아왔다.강상철이 얼른 마중을 나가서 물었다.“어떻게 됐어? 제왕그룹에서 뭐라고 그래?”북성에서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강상철, 강상규였다.제왕그룹이 얼마나 대단하든 곽연철은 자신들 아래 연배이므로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줄 것이라 생각했었다.적어도 식사 약속 정도는 해 주리라고 말이다.사람을 만나면 강상철 자신이 부추겨 마음을 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이런 일은 자신들의 특기였다.회사의 그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자신들에게 회유시켰는데 제왕그룹 회장 한 명 정도 마음을 못 돌리겠는가?그런데 눈앞에 선 수하가 초조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며 입도 열지 못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는 지금까지 강상철이 이처럼 조급하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보아하니 이번 합작이 매우 기대되는 게 분명한 것 같았다.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강상철이 마침내 수하에게 눈길을 주었다.“왜 말을 하지 안 하는 거야?”강상철의 음침한 눈빛을 본 수하 직원이 부들부들 떨었다.그리고 곽연철의 말을 그대로 읊었다.“곽연철 대표 말이, 자신은 잡다한 사람을 만나지도 선물도 받지 않는답니다. 이후 다시는 오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르겠다고 했습니다.”강상철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너 곽연철에게 내 이름을 말 안했어?”“제, 제가 말했는데도 곽 대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수하 직원은 정말 어쩔 수 없었다.이런 어려운 일을 자신에게 맡기다니 정말 어쩔 수 없었다.강상철, 강상규
이 일은 강상철을 몹시 화나게 했다.곽연철은 숨기지 않고 제왕그룹에서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성연에게 알려주었다.이것도 본래 그녀가 지시한 것이다.두 늙은 여우가 분수를 지키지 않고 반드시 수작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성연이 벌써 방법을 생각해 둔 것이다.저 두 늙은 여우에 대해 성연은 조금도 사정을 봐줄 뜻이 없었다.무진을 그렇게 괴롭혔는데 사정을 봐 줘?그것은 더욱 불가능하다.성연은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돌아왔을 때 기분이 좋아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연정은 그 점을 예민하게 느꼈다.연정이 눈을 비비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성연아, 나 무슨 좋은 일이 생긴 거니? 즐거워 보여.”순간 성연이 잠시 멈칫했다. “그래?”성연이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그렇게 뚜렷하게 표를 내서는 안돼.’“그래,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는 걸 보니 설마 연애는 아니겠지?” 이 말을 하던 연정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교실 안의 다른 학생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았다.눈빛에 호기심이 가득했다.그들의 눈에 성연은 여신이자 공신이었다.각종 시합에 참가하고 돌아온 성연은 학우들을 대하는 것도 덤덤했다. 때로는 예의 차린 대답만 되돌렸다.겨우 주연정 정도와만 대화를 나눌 뿐 다른 이성과는 더더군다나 교류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다.이때 연정이 불쑥 이런 말을 하자,어떤 학우들은 상심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성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또 어떤 학우는 그저 참외만 먹고 있다.성연은 연정이 터뜨린 목소리와 여기저기서 보내오는 시선을 느꼈다.참지 못한 성연이 손을 들어 연정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연정이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휴…….”억울한 듯 연정이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아, 너 왜 그래.”“내가 말했지? 너는 하루하루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만약 그런 생각들을 공부에 쏟으면 얼마나 좋을까?”성연은 연정의 성적이 나쁜 원인을 찾은 것 같았다.‘온종일 이런 가십에만 신경 쓰다니.’‘차라리 그냥 파파라치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