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연철이 친필로 서명한 계약서를 받아 든 무진은 바로 지사 3개 회사를 조정해서 새 프로젝트 개발에 참가시켰다.곽연철 쪽에서 사람을 보내어 회담을 진행했다.그런데 곽연철이 또 하나의 조건을 제시했다.WS그룹은 반드시 자신들에게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만약 협조한다면, 그들은 이 직원들의 거취 문제를 처리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무진은 두 번 생각지도 않고 바로 승낙했다.그는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곽연철이 이렇게 한 것도 단지 관리 운영의 편의성을 위해서일 뿐이니까.이 분야에서는 저들이 우위에 있었다. 그래서 이쪽은 저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타당하다고 무진은 생각했다.곽연철 쪽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으니 무진도 안심했다.합작을 성사시키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안금여는 고택에서 한 상 거나하게 차렸다.교문에서 무진을 본 성연은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이와 동시에 마음속으로 이해했다. 보아하니 제왕그룹과의 일이 확실히 무진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준 듯싶었다.요즘 무진이 한가해졌다.차에 올라탄 성연은 무진과 나란히 앉아 일관성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고택에 도착해서 만한전석이라 불릴 듯한 음식을 보고 성연은 살짝 멍해졌다.“오늘 무슨 날인가요?”예전에 가족 연회가 있었을 때 고택에서 이런 풍성한 식탁을 준비했던 기억이 났다.무진이 성연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할머니가 제왕그룹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축하하는 의미로 차리신 거야.”그는 본래 자랑할 생각이 없었지만, 할머니를 말릴 수가 없었다.마침 강상문도 집에 있었다.좋은 일을 축하하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떠들썩하게 웃으며 식사를 하니 좋았다.성연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 안금여를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게 바로 보였다.그녀는 집사에게 와인 한 병도 따게 했다.안금여가 잔에 와인을 따르려 하자 성연이 바로 제지했다.“할머니, 할머니는 기껏해야 한 모금밖에 못 드셔요. 더 이상은 안 돼요.”성연이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씨 집안의 이 두 환자는 성연이 엄
월요일.회의 때 모든 주주와 회사 임원들이 다 참석했다.무진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데이터를 전부 나누어 주었다.위에 보이는 것은 100% 돈을 벌 수 있는 데이터이다.WS그룹은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반대로 아무런 위험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제왕그룹에 이익의 15%만 양보하면 되는 것이다.기타 사항은 모두 제왕그룹 쪽에서 할 것이다.이 프로젝트의 데이터는 확실히 보기 좋았다.주주들과 임원들은 모두 좋다고 생각했다.무진이 확실히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제왕그룹과의 합작을 이끌어낼 정도로 말이다.원래 강상철, 강상규 쪽에 줄을 섰던 이들 사이에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은 강무진이 강상철과 강상규를 확실하게 무너트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강상철과 강상규는 심지어 반격할 힘조차 전혀 없어 보였다.‘이러다가 강상철, 강상규에게 정말 미래가 있기나 할까?’그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큰 집을 따르지 않던 사람들의 결말을 그들 모두 보았던 것이다.그때 가서 이 일마저 잃는다면 정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지 않겠나?많은 사람들이 모두 강상철, 강상규 쪽을 쳐다보았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아직 이들의 생각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화가 나서 죽을 것이다.강상철과 강상규는 비록 총명하긴 하지만 생각이 고루하고 가부장적이었다.그들은 수익을 낼 프로젝트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강상철이 입을 열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뻐하기는 이르다. 만약 제왕그룹이 친 덫이라면 이건 정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게 자명해.”“이 새 프로젝트는 WS그룹에게 아주 큰 위험부담이 따릅니다. 우리는 이 분야에 관련된 경험이 없어요. 제 생각에도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강상규도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오늘 강상문은 불현듯 마음이 동해 무진을 따라 출근했다.그는 할아버지 강상중의 친아들이다.누구도 감히 얼굴을 들 수 없는.저 두 늙은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강상문이 즉시 비웃었다.“둘째 숙부님과 셋째 숙부님의 투자 안목이
회의가 끝난 후.강상철과 강상규는 은밀히 클럽을 찾아 사석에서 따로 만났다.강상철의 안색은 아직도 좋지 않았다.“무진은 도대체 어떻게 제왕그룹과의 합작을 끌어냈지?”“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모르겠군. 정말 이상해.” 강상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리고 강상문도 그렇지, 외국에나 그냥 잘 있지 말이야. 왜 굳이 귀국해서 우리 앞을 막아서?” 강상철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며 손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려쳤다.“제왕그룹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떻게 생각합니까?” 강상규도 매우 이해할 수 없음을 드러내었다.국내에서는 WS그룹과 제왕그룹의 교집합이 없다.무진이 제왕그룹을 알고 있다는 얘기도 못 들었는데.만약 알았다면 무진도 이처럼 오래 동안 그렇게 지내지 않았을 것이다.자신들이 보기에는 제왕그룹이 야심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WS그룹과 늘상 비교되며 서로 경쟁이 심했다.좀 듣기 거북하게 말하자면, 제왕그룹은 WS그룹과 적대관계라 할 수도 있었다.그런데 어떻게 둘이 합작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그들이 합작하는 것은 강상철에게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무진의 인맥이 넓어질 수록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니까.저들이 계속 협력할 수 없게 해야 했다.“강무진이 이렇게 계속 세력을 키우면 앞으로 우리는 그를 건드리지도 못할 겁니다.”강상규의 표정이 다소 초조한 빛을 띄었다.지금의 강무진은 이미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만약 다시 이렇게 계속 세를 불려간다면 자신들에게 희망이 있기나 할까?그렇게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는데, 강상철과 강상규는 일이 자신들에게 점점 더 불리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저들이 협력할 수 없게 방법을 생각해 보거라.” 강상철이 눈을 뜨자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쩍였다.“하지만 지금 계약을 다 마쳤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형님, 지금 저 늙은이들이 모두 데이터를 봤어요. 만약 그 프로젝트를 건드리면 저 늙은이들이 절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의논을 거듭한 끝에 유용한 대책을 얻었다.강상철이 사람을 보내 제왕그룹의 곽연철에게 선물을 보냈다.무진에게 속하는 인맥을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친하게 지낼 생각이다.곽연철과의 식사 약속을 잡게 했다.결국 강상철 쪽 사람은 프론트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당했다.아무런 예의 격식도 없이 강상철이 보낸 사람은 제왕그룹 사람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아직도 집에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보냈던 사람이 곧 돌아왔다.강상철이 얼른 마중을 나가서 물었다.“어떻게 됐어? 제왕그룹에서 뭐라고 그래?”북성에서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강상철, 강상규였다.제왕그룹이 얼마나 대단하든 곽연철은 자신들 아래 연배이므로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줄 것이라 생각했었다.적어도 식사 약속 정도는 해 주리라고 말이다.사람을 만나면 강상철 자신이 부추겨 마음을 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이런 일은 자신들의 특기였다.회사의 그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자신들에게 회유시켰는데 제왕그룹 회장 한 명 정도 마음을 못 돌리겠는가?그런데 눈앞에 선 수하가 초조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며 입도 열지 못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는 지금까지 강상철이 이처럼 조급하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보아하니 이번 합작이 매우 기대되는 게 분명한 것 같았다.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강상철이 마침내 수하에게 눈길을 주었다.“왜 말을 하지 안 하는 거야?”강상철의 음침한 눈빛을 본 수하 직원이 부들부들 떨었다.그리고 곽연철의 말을 그대로 읊었다.“곽연철 대표 말이, 자신은 잡다한 사람을 만나지도 선물도 받지 않는답니다. 이후 다시는 오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르겠다고 했습니다.”강상철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너 곽연철에게 내 이름을 말 안했어?”“제, 제가 말했는데도 곽 대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수하 직원은 정말 어쩔 수 없었다.이런 어려운 일을 자신에게 맡기다니 정말 어쩔 수 없었다.강상철, 강상규
이 일은 강상철을 몹시 화나게 했다.곽연철은 숨기지 않고 제왕그룹에서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성연에게 알려주었다.이것도 본래 그녀가 지시한 것이다.두 늙은 여우가 분수를 지키지 않고 반드시 수작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성연이 벌써 방법을 생각해 둔 것이다.저 두 늙은 여우에 대해 성연은 조금도 사정을 봐줄 뜻이 없었다.무진을 그렇게 괴롭혔는데 사정을 봐 줘?그것은 더욱 불가능하다.성연은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돌아왔을 때 기분이 좋아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연정은 그 점을 예민하게 느꼈다.연정이 눈을 비비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성연아, 나 무슨 좋은 일이 생긴 거니? 즐거워 보여.”순간 성연이 잠시 멈칫했다. “그래?”성연이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그렇게 뚜렷하게 표를 내서는 안돼.’“그래,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는 걸 보니 설마 연애는 아니겠지?” 이 말을 하던 연정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교실 안의 다른 학생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았다.눈빛에 호기심이 가득했다.그들의 눈에 성연은 여신이자 공신이었다.각종 시합에 참가하고 돌아온 성연은 학우들을 대하는 것도 덤덤했다. 때로는 예의 차린 대답만 되돌렸다.겨우 주연정 정도와만 대화를 나눌 뿐 다른 이성과는 더더군다나 교류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다.이때 연정이 불쑥 이런 말을 하자,어떤 학우들은 상심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성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또 어떤 학우는 그저 참외만 먹고 있다.성연은 연정이 터뜨린 목소리와 여기저기서 보내오는 시선을 느꼈다.참지 못한 성연이 손을 들어 연정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연정이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휴…….”억울한 듯 연정이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아, 너 왜 그래.”“내가 말했지? 너는 하루하루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만약 그런 생각들을 공부에 쏟으면 얼마나 좋을까?”성연은 연정의 성적이 나쁜 원인을 찾은 것 같았다.‘온종일 이런 가십에만 신경 쓰다니.’‘차라리 그냥 파파라치
저녁 시간.안금여도 자신의 방법을 통해 강상철 쪽 일을 알게 되었다.최근 집안에 연이어 좋은 일이 생겼다.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일격을 가하고, 또 큰 수익을 낼 사업도 챙기고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다.제왕그룹에 대해 말하자면, 안ㄴ금여는 제왕그룹 대표가 재미있는 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알았다.제왕그룹이 진짜 강상철, 강상규 쪽의 선물을 받았다면?그럼 이 합작 건을 다시 잘 생각해 봐야 했겠지.안금여가 웃으며 이 일을 말한 뒤 무진에게 말했다.“제왕그룹의 대표가 꽤 괜찮은 사람 같구나. 무진아, 넌 친구가 너무 없어. 이번 합작을 통해 다른 사람과 잘 사귀어야 봐.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것도 괜찮고.”“할머니, 알겠습니다.” 사업은 역시 성실과 신뢰가 중요하다.무진은 암암리에 곽연철에 대한 자료들을 모았다.사업 방면에서 곽연철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걸 보니 꽤 믿을 만한 파트너인 듯해서 제왕그룹을 선택했다.사실 다른 보기에 상당히 무모해 보이는 선택이었지만 무진이 오랫동안 뒤에서 계획했던 것이다.무진은 완벽을 추구하는 만큼 자신에 대한 요구 기준이 높았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매일 그렇게 많은 근무를 늘릴 필요가 없었다.책임감 있는 태도로 무진은 미사에 완벽함을 추구했다.그러나 그들의 대화를 듣던 성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설마 안금여가 그 일을 알게 될 줄은 몰랐다.본가 사람들에게 들켜 망신당하지 않도록 강상철이 사람을 은밀하게 보냈던 것이다.어쨌든 제왕그룹도 북성에서 함께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왕그룹은 사적으로 은밀히 강상철을 거절한 터였다.안금여가 안다는 것은 그녀의 영향력이 꽤 크다는 것을 설명했다.이 말들을 듣고 있는 무진은 마치 농담을 들었다는 듯 약간의 의아함도 보이지 않았다.바로 무진도 이 일을 알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이 조손 두 사람은 정말 똑 닮았다.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도.성연은 명문 재벌 가문 사람들의 심기가 얼마나 깊은 지 다시
무진이 뒤에서 강상철, 강상규와 제왕그룹을 주시하는 일에 대해 성연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적어도 무진 쪽은 그녀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이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만 하면 된다.저녁식사 후 돌아가려던 성연과 무진을 안금여가 가로막았다.“오랜만에 왔으니 여기서 자고 가거라. 어차피 회사랑 학교도 가깝지 않니? 지금 돌아가서 사람들 깨우지 말고. 이미 시간도 늦었지 않니?” 안금여가 눈썹을 찌푸렸다.최근에 두 사람이 고택에 오는 횟수가 좀 잦아졌다.그러나 안금여는 젊은 두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성연은 어디서든 똑같다고 느꼈다.어차피 그녀는 학교에서 온 상태라 숙제도 모두 가방 안에 있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무진은 중요한 일은 늘 엠파이어 하우스의 서재에서 처리했다.성연이 고개를 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이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물었다.“그럼 우리 오늘 여기서 자고 갈까?”“난 괜찮아요.” 성연이 눈을 깜박였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안금여는 두 사람이 남겠다고 하자 얼굴 가득 활짝 웃었다.“그래 맞아.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도 일찍 먹고 가. 비록 너희들이 젊긴 하지만 자신의 젊음을 믿고 건강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돼.” 안금여는 늘 두 어린 손자, 손부의 건강을 걱정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의식주에 대해 참견도 하고는 했다.“네, 알았어요. 그럴게요.” 무진이 어쩔 수 없이 그러마 하고 대답했다.매일 안금여는 이렇게 잔소리를 한다.한 가지 일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다.그러나 성연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곁에 있는 가족이 떠나고 난 뒤에야 이런 따뜻한 잔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는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한다.그래서 성연은 안금여 곁에서 유난히 조심스럽게 또 고분고분했다.외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자신에게 잘해 주는 또 다른 어른 곁에 있으려 하는 것이다.그들을 자고 가게 한 안금여는 혼자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안금여가 떠난 후에야 성연이 낮은 소리
한밤중 성연이 막 잠에 빠져들려는 순간 옆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눈을 뜨고 발신자 표시를 보니 서한기였다.무진이 방에 돌아오지 않은 걸 보니 아직 서류를 다 처리하지 못한 모양이다.성연은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서 전화를 받았다.고택 곳곳의 방음 효과가 좋아 성연은 들릴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서한기, 왜 그래?”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전화하지 않을 서한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이런 시간에.“보스, 곽연철 오늘 저녁 퇴근 길에 습격을 받았습니다.” 서한기의 음성이 무척 무거웠다. 평소의 히죽거림은 전혀 없었다.“어쩌다가…….” 성연은 믿기지 않았다.정신이 돌아온 성연이 순간 화가 났다.사부님 밑의 막강한 실력을 가진 수하들이 각 영역에 꽉 차 있었다.유능한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어릴 때 고아인 곽연철을 사부님이 눈밭에서 주워다 키웠다고 한다.근골은 이미 얼어서 망가진 상태였다. 간신히 건강을 회복해서 자주 연습했지만, 그의 실력은 기껏해야 일반인 정도였다.만약 곽연철이 피습을 당했다면 어느 정도일지 가히 짐작이 갔다.그러나 곽연철은 장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제왕그룹 운영을 맡긴 터였다.항상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는 곽연철이라 여태껏 사람을 걱정하게 한 적이 없다.북성, 이 지역에서 피습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성연은 즉시 걱정이 되어 물었다.“곽연철의 상황은 어때? 괜찮아? 부상이 심각해?”서한기가 대답했다.“수하의 사람들 모두 곽연철을 보호하고 있어요. 중상은 아니고 가벼운 상처만 입었습니다. 상처는 이미 잘 처치한 상탭니다.”성연은 비록 보스였지만, 이들 수하의 사람들을 늘 마음으로 아꼈다.서한기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그래서 나쁜 소식을 성연에게 감히 알리지 못하고 좋은 소식만 골라 말했다.성연은 지금 강씨 집안에 있어서 거동이 불편하다.평소라면 성연은 지금 벌써 달려왔을 테다.가벼운 상처만 입었다는 말에 성연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의 평소 습관을 알고
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 마침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곽연철이 거실에 있는 것을 본 무진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곽 대표님,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오셨어요?”“너무 오랫동안 성연이를 못 봐서 성연이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강 대표님과 성연이에게 좋은 일이 있다는 거도 몰랐을 겁니다.”곽연철은 탓하듯이 말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확정되면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곽연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무진과 보스의 결혼식인 이상 강무진이 반드시 잘 준비할 거야.’‘그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얘기 나누세요. 나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성연은 집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좀 아팠다.“내가 같이 갈까?” 무진이 바로 말했다.언제나 성연을 우선시하는 태도였다.“아니요, 곽 대표님이 모처럼 오셨는데 무진 씨가 얘기 나누세요.” 성연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는 사업 얘기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그러나 마침 돌아온 무진에게 곽연철이 정말 알려줄 얘기가 있었다.“지금 연기의 신 소지한 씨의 회사가 설립되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제왕그룹과 합작으로 연예인을 발굴할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곽연철이 근황을 말했다.무진은 자타가 공인한는 재계 정상에 서 있는 CEO다.그래서 곽연철은 무진에게 어떤 좋은 의견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지한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택한 건 예상했지만, 또 의외이기도 했어.’‘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 말한다면, 소지한은 그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 있지.’‘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졌기에, 연예계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다른 업계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지한에게 가장 타당한 업종이야.’무진이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저도 같이 출자해서 프로젝트 규모를 더 크게 할 수 있습니다.”곽
곽연철은 오자마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성연과 무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이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자 곽연철도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잘됐네요, 보스. 강 대표님이 정말 보스에게 잘해 주시니 평생 맡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의 능력은 강해서 보스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연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마음도 더없이 달콤했다.‘그래. 무진 씨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무진 씨는 줄곧 나를 잘 보호했고, 부딪칠 만한 것도 없었어.’‘가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무진 씨도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성연은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보스,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곽연철은 그때 축의금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결혼하게 되면 틀림없이 알릴 테니까 걱정 마.” 성연이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몇 명에 불과했다.‘내 결혼식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해.’“이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스승님의 행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는데,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변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곽연철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성연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렇게 실력이 강한 스승님이 또 적지 않은 거물들도 치료하셨어.’‘스승님이 위험에 처할 리가 없어.’‘내가 찾고 있다는 걸 스승님도 분명히 알고 계실 거야.’‘다만, 만나러 오려고 하지 않으실 뿐이야.’‘때가 되면 오실 거고 이제 거의 다 됐어.’“아니야, 스승님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신 분이야. 신비한 분이지만, 제자의 결혼식에는 꼭 오실 거야.” ‘스승님이 이렇게 나를 총애하시는데.’그래서 성연은 스승님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기야 스승님은 뭐든지 주머니를 털어 보스에게 주셨지요. 결혼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
그리고 반대쪽. 부하들의 보고를 듣던 안진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연이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동안.안진검은 수하들에게 성연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그래서 안진검은 화가 나 있었다.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빨리 송성연과 친구가 되려고 했는데.’‘결국 계획이 중단되었어.’‘송성연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강무진 쪽의 소식도 늦어진다는 걸 의미해.’‘송성연의 주선이 없다면, 강무진은 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거야. 또 단서를 잡고 내 신분을 똑똑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송성연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그러나 지금 결과가 없으니, 안진검이 어떻게 이 화를 참을 수 있겠는가!안진검의 안색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안진검의 앞에 선 수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안진검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마음속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말투를 가다듬었다.“의부님.”안진검이 부하에게 손짓하자, 부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나갔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MS 가문의 대장로였다.안진검의 목소리를 들은 대장로가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떠날 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지 않았어? 지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야?”“의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사고가 생겨서 진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안진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장로에게 사과했다.“내게 사과해도 소용없어. 지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주시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었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다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네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없어!”대장로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까스로 이 기회를 잡은 안진검이 어떻게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서둘러 대장로에게 애원했다.“의부님,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 계획이 곧 성과가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