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 쪽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자, 무진 쪽에서도 즉시 제왕그룹에게서 회신을 받았다.합작을 승낙한다는.승낙의 소식을 받아 든 손건호는 즉시 무진에게 알렸다.“보스, 제왕그룹 쪽에서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손건호가 흥분한 음성으로 말했다.이제 지사 세 곳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정말이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무진이 되물었다.“네, 진짜입니다. 제왕그룹의 대표가 직접 전화를 해서 알려주었습니다. 틀림없습니다.”손건호가 즉시 대답했다.“좋아, 즉시 가서 합작 계약서를 작성해. 가능한 빨리 합작을 확정해. 날파리가 들러붙지 않도록.”무진이 침착하게 말했다.“네.”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 손건호는 바로 지시를 이행하러 갔다.무진은 제왕그룹이 승낙했다는 사실이 좀 의외로 여겨졌다.사실 제왕그룹이 진짜 승낙할 줄은 몰랐다.자신도 한번 시도해보겠다는 마음이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사람을 보낸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제왕그룹이 승낙해 오다니.그런 화수분 같은 프로젝트라면 제왕그룹에서 적어도 한 번은 WS그룹을 사정없이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었다.적어도 며칠은 마음 졸이게 할 거라 생각했는데?저쪽에서 이렇게 쉽게 승낙할 지 누가 알겠는가?무진은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설마 성연의 체면을 봐서?’성연은 진미선을 제왕그룹에 소개해서 왕대관의 회사와 합작했던 일을 무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지금 제왕 쪽에서 합작을 약속한 것도 성연과 관계 있는 것일까?’무진의 마음 깊숙이 계속 의심이 생겨났다.그러나 만약 제왕이 정말 성연이 때문에 합작을 승낙했다면 자신은 성연에게 엄청난 신세를 진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손건호는 오후에 계약서 작성을 다 마치고 먼저 무진에게 보여주었다.무진이 계약서를 살피는 동안 손건호는 저도 모르게 변명했다.“제가 합작 건을 처음 제시하면서 10%의 이윤을 양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왕 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5%를 더 양보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합작 건을 위해 무진이 직접 제왕그룹에 갔다.곽연철은 즉시 직원들에게 차와 간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합작 건과 관련한 회담은 곽연철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이건 WS그룹이 작성한 합작 계약서입니다. 만약 문제가 없다면 곽 대표님께서 제시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무진의 태도는 아주 좋았다.제왕그룹이 합작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의 경사였다.무슨 문제이든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무진은 생각했다.곽연철은 단지 합작 계약서를 슬쩍 쳐다만 보았다. 아마 그는 합작 조항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바로 맨 뒤 페이지에 서명한 듯했다.무진과 손건호는 곽연철의 행동이 좀 충격적이었다.결국 무진이 정중하게 말했다.“곽 대표님, 더 안 보셔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바로 사인하시면, 제가 계약서에 함정을 파두지는 않았을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협력관계인 만큼 무진도 제왕그룹의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이것은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지, 당장의 이익만을 중시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곽연철은 속으로 몰래 투덜거렸다.강무진을 믿는 것이 아니라 보스 송성연의 안목을 믿는다고.계약서에 서명을 마치면 성연에게는 나름의 속셈이 있었다.“나는 강 대표님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당신의 인품을 믿겠습니다.”곽연철이 침착하게 말했다.무진은 본래 제왕그룹이 성연이 때문에 WS그룹과 합작한 것이라고 의심했다.그런데 지금 곽연철의 태도를 본 무진은 더 의심스러워졌다.아무리 그래도 첫 합작은 누구든 시원하게 하기 힘들었다.그래서 무진이 탐색하듯 물었다.“제왕이 WS그룹과 합작한 데에 혹시 다른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곽 대표님, 계속 의심이 드는군요. 곽 대표님께서 설명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무진이 이렇게 묻자 곽연철은 속으로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확실히 강무진은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도 빨리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다니.그러나 곽연철이 강무진에게 알려 줄 일은 없을 게 분명하다.그래서 곽연철은 대외용 멘
곽연철이 친필로 서명한 계약서를 받아 든 무진은 바로 지사 3개 회사를 조정해서 새 프로젝트 개발에 참가시켰다.곽연철 쪽에서 사람을 보내어 회담을 진행했다.그런데 곽연철이 또 하나의 조건을 제시했다.WS그룹은 반드시 자신들에게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만약 협조한다면, 그들은 이 직원들의 거취 문제를 처리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무진은 두 번 생각지도 않고 바로 승낙했다.그는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곽연철이 이렇게 한 것도 단지 관리 운영의 편의성을 위해서일 뿐이니까.이 분야에서는 저들이 우위에 있었다. 그래서 이쪽은 저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타당하다고 무진은 생각했다.곽연철 쪽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으니 무진도 안심했다.합작을 성사시키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안금여는 고택에서 한 상 거나하게 차렸다.교문에서 무진을 본 성연은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이와 동시에 마음속으로 이해했다. 보아하니 제왕그룹과의 일이 확실히 무진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준 듯싶었다.요즘 무진이 한가해졌다.차에 올라탄 성연은 무진과 나란히 앉아 일관성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고택에 도착해서 만한전석이라 불릴 듯한 음식을 보고 성연은 살짝 멍해졌다.“오늘 무슨 날인가요?”예전에 가족 연회가 있었을 때 고택에서 이런 풍성한 식탁을 준비했던 기억이 났다.무진이 성연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할머니가 제왕그룹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축하하는 의미로 차리신 거야.”그는 본래 자랑할 생각이 없었지만, 할머니를 말릴 수가 없었다.마침 강상문도 집에 있었다.좋은 일을 축하하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떠들썩하게 웃으며 식사를 하니 좋았다.성연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 안금여를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게 바로 보였다.그녀는 집사에게 와인 한 병도 따게 했다.안금여가 잔에 와인을 따르려 하자 성연이 바로 제지했다.“할머니, 할머니는 기껏해야 한 모금밖에 못 드셔요. 더 이상은 안 돼요.”성연이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씨 집안의 이 두 환자는 성연이 엄
월요일.회의 때 모든 주주와 회사 임원들이 다 참석했다.무진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데이터를 전부 나누어 주었다.위에 보이는 것은 100% 돈을 벌 수 있는 데이터이다.WS그룹은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반대로 아무런 위험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제왕그룹에 이익의 15%만 양보하면 되는 것이다.기타 사항은 모두 제왕그룹 쪽에서 할 것이다.이 프로젝트의 데이터는 확실히 보기 좋았다.주주들과 임원들은 모두 좋다고 생각했다.무진이 확실히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제왕그룹과의 합작을 이끌어낼 정도로 말이다.원래 강상철, 강상규 쪽에 줄을 섰던 이들 사이에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은 강무진이 강상철과 강상규를 확실하게 무너트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강상철과 강상규는 심지어 반격할 힘조차 전혀 없어 보였다.‘이러다가 강상철, 강상규에게 정말 미래가 있기나 할까?’그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큰 집을 따르지 않던 사람들의 결말을 그들 모두 보았던 것이다.그때 가서 이 일마저 잃는다면 정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지 않겠나?많은 사람들이 모두 강상철, 강상규 쪽을 쳐다보았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아직 이들의 생각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화가 나서 죽을 것이다.강상철과 강상규는 비록 총명하긴 하지만 생각이 고루하고 가부장적이었다.그들은 수익을 낼 프로젝트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강상철이 입을 열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뻐하기는 이르다. 만약 제왕그룹이 친 덫이라면 이건 정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게 자명해.”“이 새 프로젝트는 WS그룹에게 아주 큰 위험부담이 따릅니다. 우리는 이 분야에 관련된 경험이 없어요. 제 생각에도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강상규도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오늘 강상문은 불현듯 마음이 동해 무진을 따라 출근했다.그는 할아버지 강상중의 친아들이다.누구도 감히 얼굴을 들 수 없는.저 두 늙은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강상문이 즉시 비웃었다.“둘째 숙부님과 셋째 숙부님의 투자 안목이
회의가 끝난 후.강상철과 강상규는 은밀히 클럽을 찾아 사석에서 따로 만났다.강상철의 안색은 아직도 좋지 않았다.“무진은 도대체 어떻게 제왕그룹과의 합작을 끌어냈지?”“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모르겠군. 정말 이상해.” 강상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리고 강상문도 그렇지, 외국에나 그냥 잘 있지 말이야. 왜 굳이 귀국해서 우리 앞을 막아서?” 강상철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며 손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려쳤다.“제왕그룹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떻게 생각합니까?” 강상규도 매우 이해할 수 없음을 드러내었다.국내에서는 WS그룹과 제왕그룹의 교집합이 없다.무진이 제왕그룹을 알고 있다는 얘기도 못 들었는데.만약 알았다면 무진도 이처럼 오래 동안 그렇게 지내지 않았을 것이다.자신들이 보기에는 제왕그룹이 야심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WS그룹과 늘상 비교되며 서로 경쟁이 심했다.좀 듣기 거북하게 말하자면, 제왕그룹은 WS그룹과 적대관계라 할 수도 있었다.그런데 어떻게 둘이 합작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그들이 합작하는 것은 강상철에게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무진의 인맥이 넓어질 수록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니까.저들이 계속 협력할 수 없게 해야 했다.“강무진이 이렇게 계속 세력을 키우면 앞으로 우리는 그를 건드리지도 못할 겁니다.”강상규의 표정이 다소 초조한 빛을 띄었다.지금의 강무진은 이미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만약 다시 이렇게 계속 세를 불려간다면 자신들에게 희망이 있기나 할까?그렇게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는데, 강상철과 강상규는 일이 자신들에게 점점 더 불리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저들이 협력할 수 없게 방법을 생각해 보거라.” 강상철이 눈을 뜨자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쩍였다.“하지만 지금 계약을 다 마쳤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형님, 지금 저 늙은이들이 모두 데이터를 봤어요. 만약 그 프로젝트를 건드리면 저 늙은이들이 절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의논을 거듭한 끝에 유용한 대책을 얻었다.강상철이 사람을 보내 제왕그룹의 곽연철에게 선물을 보냈다.무진에게 속하는 인맥을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친하게 지낼 생각이다.곽연철과의 식사 약속을 잡게 했다.결국 강상철 쪽 사람은 프론트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당했다.아무런 예의 격식도 없이 강상철이 보낸 사람은 제왕그룹 사람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아직도 집에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보냈던 사람이 곧 돌아왔다.강상철이 얼른 마중을 나가서 물었다.“어떻게 됐어? 제왕그룹에서 뭐라고 그래?”북성에서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강상철, 강상규였다.제왕그룹이 얼마나 대단하든 곽연철은 자신들 아래 연배이므로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줄 것이라 생각했었다.적어도 식사 약속 정도는 해 주리라고 말이다.사람을 만나면 강상철 자신이 부추겨 마음을 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이런 일은 자신들의 특기였다.회사의 그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자신들에게 회유시켰는데 제왕그룹 회장 한 명 정도 마음을 못 돌리겠는가?그런데 눈앞에 선 수하가 초조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며 입도 열지 못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는 지금까지 강상철이 이처럼 조급하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보아하니 이번 합작이 매우 기대되는 게 분명한 것 같았다.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강상철이 마침내 수하에게 눈길을 주었다.“왜 말을 하지 안 하는 거야?”강상철의 음침한 눈빛을 본 수하 직원이 부들부들 떨었다.그리고 곽연철의 말을 그대로 읊었다.“곽연철 대표 말이, 자신은 잡다한 사람을 만나지도 선물도 받지 않는답니다. 이후 다시는 오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르겠다고 했습니다.”강상철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너 곽연철에게 내 이름을 말 안했어?”“제, 제가 말했는데도 곽 대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수하 직원은 정말 어쩔 수 없었다.이런 어려운 일을 자신에게 맡기다니 정말 어쩔 수 없었다.강상철, 강상규
이 일은 강상철을 몹시 화나게 했다.곽연철은 숨기지 않고 제왕그룹에서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성연에게 알려주었다.이것도 본래 그녀가 지시한 것이다.두 늙은 여우가 분수를 지키지 않고 반드시 수작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성연이 벌써 방법을 생각해 둔 것이다.저 두 늙은 여우에 대해 성연은 조금도 사정을 봐줄 뜻이 없었다.무진을 그렇게 괴롭혔는데 사정을 봐 줘?그것은 더욱 불가능하다.성연은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돌아왔을 때 기분이 좋아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연정은 그 점을 예민하게 느꼈다.연정이 눈을 비비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성연아, 나 무슨 좋은 일이 생긴 거니? 즐거워 보여.”순간 성연이 잠시 멈칫했다. “그래?”성연이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그렇게 뚜렷하게 표를 내서는 안돼.’“그래,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는 걸 보니 설마 연애는 아니겠지?” 이 말을 하던 연정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교실 안의 다른 학생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았다.눈빛에 호기심이 가득했다.그들의 눈에 성연은 여신이자 공신이었다.각종 시합에 참가하고 돌아온 성연은 학우들을 대하는 것도 덤덤했다. 때로는 예의 차린 대답만 되돌렸다.겨우 주연정 정도와만 대화를 나눌 뿐 다른 이성과는 더더군다나 교류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다.이때 연정이 불쑥 이런 말을 하자,어떤 학우들은 상심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성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또 어떤 학우는 그저 참외만 먹고 있다.성연은 연정이 터뜨린 목소리와 여기저기서 보내오는 시선을 느꼈다.참지 못한 성연이 손을 들어 연정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연정이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휴…….”억울한 듯 연정이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아, 너 왜 그래.”“내가 말했지? 너는 하루하루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만약 그런 생각들을 공부에 쏟으면 얼마나 좋을까?”성연은 연정의 성적이 나쁜 원인을 찾은 것 같았다.‘온종일 이런 가십에만 신경 쓰다니.’‘차라리 그냥 파파라치
저녁 시간.안금여도 자신의 방법을 통해 강상철 쪽 일을 알게 되었다.최근 집안에 연이어 좋은 일이 생겼다.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일격을 가하고, 또 큰 수익을 낼 사업도 챙기고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다.제왕그룹에 대해 말하자면, 안ㄴ금여는 제왕그룹 대표가 재미있는 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알았다.제왕그룹이 진짜 강상철, 강상규 쪽의 선물을 받았다면?그럼 이 합작 건을 다시 잘 생각해 봐야 했겠지.안금여가 웃으며 이 일을 말한 뒤 무진에게 말했다.“제왕그룹의 대표가 꽤 괜찮은 사람 같구나. 무진아, 넌 친구가 너무 없어. 이번 합작을 통해 다른 사람과 잘 사귀어야 봐.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것도 괜찮고.”“할머니, 알겠습니다.” 사업은 역시 성실과 신뢰가 중요하다.무진은 암암리에 곽연철에 대한 자료들을 모았다.사업 방면에서 곽연철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걸 보니 꽤 믿을 만한 파트너인 듯해서 제왕그룹을 선택했다.사실 다른 보기에 상당히 무모해 보이는 선택이었지만 무진이 오랫동안 뒤에서 계획했던 것이다.무진은 완벽을 추구하는 만큼 자신에 대한 요구 기준이 높았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매일 그렇게 많은 근무를 늘릴 필요가 없었다.책임감 있는 태도로 무진은 미사에 완벽함을 추구했다.그러나 그들의 대화를 듣던 성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설마 안금여가 그 일을 알게 될 줄은 몰랐다.본가 사람들에게 들켜 망신당하지 않도록 강상철이 사람을 은밀하게 보냈던 것이다.어쨌든 제왕그룹도 북성에서 함께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왕그룹은 사적으로 은밀히 강상철을 거절한 터였다.안금여가 안다는 것은 그녀의 영향력이 꽤 크다는 것을 설명했다.이 말들을 듣고 있는 무진은 마치 농담을 들었다는 듯 약간의 의아함도 보이지 않았다.바로 무진도 이 일을 알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이 조손 두 사람은 정말 똑 닮았다.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도.성연은 명문 재벌 가문 사람들의 심기가 얼마나 깊은 지 다시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